기업후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광고와 사회공헌의 성격에 따라 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 또 기업과 예술단체 모두 금전적인 관계로만 만날 것이 아니라, '곰탕' 같이 깊고 지속적인 관계를 가져야 서로에게 효과적인 성과물이 나올 수 있다.

다른 단체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서울발레시어터는 공연활동을 기반으로 단체를 운영하는데 기업처럼 공연의 순수 매출만으로는 살림이 꾸려지지 않는다. 따라서 행정기관과 기업의 후원이 단체운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8월말 <지젤> 기획공연을 마치고 내부평가와 차기 작품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던 중, SK텔레콤에서 주최하고 한국메세나협의회에서 주관하는 &lsquo;2009 예술단체 비즈니스 실전 워크숍&rsquo;에 참여하게 되었다.

워크숍의 내용과 동종업계에 있는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인상적인 강의와 그 후기로 워크숍 참가기를 정리해본다. 특히, 내게 인상적이었던 프로그램은 기업 환경과 그들이 추구하는 홍보 크리에이티브를 알아보는 시간들이었다.


단기적인 광고협찬이냐 장기적인 사회공헌이냐

기업 환경에 관해서는 SK텔레콤에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사회공헌)을 담당하는 김도영 부장과 유덕종 상무(한화63시티 문화사업부)의 강의가 있었다.

IMF 이후 한국 대기업들에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적 책임이 대두되었고, 단순히 주변 인맥에 대한 시혜성 기부가 아니라 기업 이미지 제고와 사회공헌도를 위한 방향으로 문화예술단체 후원 환경이 조성되었다. 후원 방식도 좀더 세분화되었는데 사회공헌, 문화후원, 마케팅을 위한 광고협찬으로 나누어진다. 예산규모에서는 마케팅 중심인 광고협찬이 가장 많고, 사회공헌에서는 복지가 문화후원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김도영광고협찬이 단기적 관계라면 사회공헌은 장기적 관계이다. 광고협찬은 &lsquo;기브앤테이크&rsquo;가 분명한 비즈니스 영역이므로, 언론노출(홍보계수-미디어 노출에 따른 광고단가로 효과 계산) 및 고객마케팅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회공헌의 경우 현재 한국 기업 대부분이 사업 초기 시행단계라서 여전히 그 효과가 즉각적으로 드러나는 복지 분야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기업후원을 얻기 위해서는 광고와 사회공헌의 성격에 따른 접근법을 달리해야 하며, 대표이사 및 담당자에 맞는 제안서를 작성하는 연구가 많이 필요하다.

두 강사 모두 기업과 예술단체가 금전적인 관계로만 만날 것이 아니라, &lsquo;곰탕&rsquo; 같이 깊고 지속적인 관계를 가져야 서로에게 효과적인 성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당부했다.


소통, 시대의 문맥부터 살펴라

박웅현
홍보 크리에이티브에 대해서는 광고대행사 TBWA의 박웅현 디렉터가 강의에 나섰다. 메시지에 대한 일방적 통보가 아니라 상호소통을 위해서는 &lsquo;시대의 문맥&rsquo;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비자 참여를 높이기 위한 광고의 노력은 공연 제작에 들어가는 노력과 같았다. 그가 만든 광고 &lsquo;박카스-태안반도&rsquo; &lsquo;SK텔레콤-현대생활백서&rsquo; 등을 보면서 메시지의 진실성과 창의성은 한 편의 영화처럼 느껴졌다. 박웅현 디렉터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공감의 폭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쌓는 일상에서 깨어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lsquo;비발디 사계&rsquo;와 &lsquo;태안반도&rsquo;를 슬라이드로 구성한 광고를 보면서, 평소 우리 공연을 알리기 위해 하이라이트를 정제된 동영상으로 만들지 못할 바에는 동영상 촬영보다는 완성도 높은 사진으로 슬라이드를 구성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술자리에서 알씨(ALSee) 프로그램에 동영상만들기(슬라이드 편집) 기능이 있다는 (나에게는) 소중한 정보도 들었다.


&lsquo;갑&rsquo;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2009 예술단체 비즈니스 실전 워크숍> 현장

열심히 내 일만 하다보면, 문득 우물 안 개구리 같다고 여겨진다. 공연이 자신만의 만족이 아니라 메시지와 아름다움을 공유하는 매개체로 만들기 위해서는 익숙한 분야에 한정되지 않는 다양한 네트워킹을 맺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워크숍에서 만난 기업인들은 더 고민하고, 더 폭넓게 세상을 바라보려 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만의 방식으로 승승장구했기에, 때로는 시장의 우월성을 가진 &lsquo;갑&rsquo;으로 우리를 대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들은 영리하다. 단순 이익추구를 떠나 사회에 공헌함으로서 다양성을 확보하고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과 교류하고, 그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 &lsquo;기업&rsquo;이라는 꽤 복잡하고 호기심 가는 친구를 알게 된 즐거운 만남이었다.

[사진제공] 한국메세나협의회




권기원

필자소개
권기원은 &lsquo;놀기 위해&rsquo; 사회학을 전공했는데, 세종문화회관과 서울발레시어터에서 지내면서 &lsquo;혼자 놀기&rsquo;보다는 &lsquo;같이 놀기&rsquo;가 세상사의 재미라는 걸 알아가고 있다. 현재는 서울발레시어터에서 &lsquo;몸&rsquo;과 &lsquo;음&rsquo;에 꽂혀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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