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연예술의 국내외 유통활성화를 위해 창설된 서울아트마켓이 2009년으로 다섯 번째로 열리고 있다. [weekly@예술경영]은 기획과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시도를 거듭해온 서울아트마켓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온 현장 기획자들과 서울아트마켓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아트마켓의 역사가 5년이 되니 누적된 성과에 대한 얘기가 나오게 된다. 해외마켓 진출건수 등으로 단기적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보이지 않는 네트워킹의 강화 등을 성과로 인정했으면 한다. 앞으로는 그동안 쌍여왔던 유통을 위한 네트워크가 창작과정으로 연결되면서 마켓의 역할이 더욱 강화될 것 같다는 인상이다.


“드디어 서울아트마켓을 이해했다”

좌담중인 조형준, 김의숙, 오세형, 신명화, 성무량



오세형(이하 오) 우선, 올해 서울아트마켓(Performing Arts Market in Seoul, 이하 PAMS)의 커다란 외형적 변화부터 논의했으면 한다. 지금까지의 PAMS는 공연예술 교류와 유통의 활성화, 해외거점 네트워크 구축에 중점을 두어온 데 비해, 2009년에는 ‘유통’을 넘어 ‘창작영역’으로 시야를 확장하였다. 완성된 작품의 유통만이 아니라 초기 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의 교류를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4년간 지켜왔던 담장을 넘는 커다란 전환이다.


실행방법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는 쇼케이스인데, 일률적인 시간과 공간의 배정이 아니라 짧게는 20분부터 전막공연까지 각 공연에 맞춰 세팅하려고 했다. 아직 진행 중인 행사지만 어제부터 시작된 프로그램들을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


성무량(이하 성) 행사진행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많이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프로그램의 연결과 레이아웃, 동선이 매우 자연스러웠다. 예전에는 몰려다니는 느낌이었다면 올해에는 자연스럽게 이동한다는 느낌이다. 오프닝 행사도 역시 인상적이었는데, 내빈소개 등 딱딱한 부분들을 영상으로 잘 소화해낸 것 같았고 전체적으로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저도 부스에서 같은 느낌을 받았다. 시선의 흐름이나 공간구성이 자연스러워서 이전의 기계적이고 일괄적인 구획방식에 비해 안정적이어서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김의숙(이하 김) 5년간 PAMS에 참여하거나 지켜봐왔지만, 드디어 올해 PAMS를 이해했다는 생각이 든다. 창설부터 2008년까지의 행사는 국내유통 활성화와 해외진출지원이라는 두 가지 목적이 혼재되어있다는 인상이었다. 기획하는 입장도 그렇지만, 참가하는 단체들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협소한 공간에 너무 많은 공연물과 단체들이 누구를 향해서인지 모를 홍보를 했던 것 같다. 거르면 섭섭해서 들어온 듯한 공연물도 있다는 느낌이었다. 전국의 문예회관 담당자들도 PAMS에 와서는 소외감 같은 것을 토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해외진출’에 방점이 찍혀져 있다는 것이 확연하게 보인다. 참가하고 있는 단체들도 해외시장이라는 마케팅 목표가 좀더 명확해 보이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문예회관 담당자들도 여기서 작품을 골라야하나 하는 의문은 적은 것 같다. 마켓의 지향이 정리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조형준(이하 조) 저는 올해 행사를 아직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고, 우리 팀 역시 잘 준비하지 못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나 여러 가지 참여 제안서 등을 보면서 PAMS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부분들이 많이 생겼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창작에서 유통까지’라는 테마세션은 제작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현장에서 일하는 매개인력들의 교류를 통해 중장기 프로그래밍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아트마켓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기대감이 커서, 내년부터는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는 얘기를 내부에서 나누고 왔다.


좌담중인 조형준, 김의숙 팜스초이스PAMS Choice, 서울아트마켓이 매년 선정하여 쇼케이스로 선보이는 해외진출용 작품의 경험도 있고, 개인 참관의 경험도 있는 극단 몸꼴은 올해 마켓에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

신명화(이하 신) 첫해 행사부터 올해까지 5년을 개근했는데, 정리는 많이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한편으로 제 입장에서는 재미가 줄어든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첫 해 행사는 중구난방이고 정신은 없었지만, 설렘과 열정이 있었던 것 같다. 부스 홍보에서도 단체만의 색깔을 내기위해 노력하고 참가 단체들 간에도 소통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부분이 많이 사라져 아쉽다는 느낌이다.


해외아트마켓과 너무 비슷한 포맷으로 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스피드 데이팅 같은 경우 국내 단체의 입장에서는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이거나 컨택 의지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고, 알아야할 사람을 거의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부스를 신청해야할 필요성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예전과 마찬가지로 인맥을 통해 소개를 받아야한다.


실물 교류가 아니더라도 5년간 PAMS에 참여하면서 얻게 된 성과가 있다면?


2005년도 마켓을 통해 만났던 사람과 인연이 되어 해외공연을 가게 되고, 2년 전 비공식적인 일본 참가자들과의 식사자리를 통해 일본공연을 가게 된 적도 있었다. 5년 정도 시간이 지나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경우는 오히려 적어진 것 같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사람들과의 꾸준한 만남을 통해 일이 진전하게 된다고 본다. 이런 만남의 자리를 장기적, 복합적으로 활용하자는 태도로 접근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한다.

좌담중인 신명화, 성무량 신명화 팀장이 아쉬워하는 지점이 바로 PAMS가 앞으로 해나가야 할 숙제인 것 같다. 올해 처음 참가한 분들은 여전히 가슴 뛰고 설렐 것이다. 5년의 기간 동안 나름의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한 단체들이 마켓을 통해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할 것 같다.


최근에는 마켓에 오면 젊은 안무가나 연출가들이 “이런 걸 하고 싶어요”라고 개인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면 나는 그들에게 맞는 사람을 중매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 경험을 하다 보니, 시장을 알고, 의욕적으로 작업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제 마켓이 중요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처럼 먼저 참여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받은 걸 되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신명화 팀장처럼, 그럼 난 이제 마켓에서 어떤 자극이나 계기를 얻을 수 있을까, 라고 자문하게 된다.


사고, 팔고가 필요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우리 단체로서는 마켓을 통해 그 이상의 것을 체감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부스전시를 둘러보던 외국 관계자가 “쇼핑 온 것 같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분위기와 이야기가 경직되었다는 얘기가 아닐까.


참가단체의 반응과 기대는 이미 복합적이다. 여러 해 참여한 단체는 편안하게 부스를 운영하는데 반해, 올해 처음 참여한 음악단체는 알 수 없는 기대에 들뜬 분위기로 응대하면서 신선함과 소외감을 동시에 토로하게 된다.





국내마켓과 국제마켓, 축제 간 상호 보완적 연계 필요

PAMS는 지속적으로 비슷한 기간에 열리는 축제들과 연계해 왔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었나.

서울국제공연예술제(Seoul Performing Arts Festival, 이하 SPAF)의 경우 2005년도부터 올해까지 협력축제로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작년까지는 실질적 연계는 크게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올해의 경우 협력축제 등의 파트너 기관에게 구체적인 활동을 하게끔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축제가 제작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네트워킹이 가능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목적을 국내시장에 두는 것과 국제시장에 두는 것 사이에는 작품선정, 프로그램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게 된다. 이러한 이중적 목표가 어떻게 체감됐는지 궁금하다.


PAMS에는 전국문예회관연합회 회원기관들도 많이 참여하는 것 같은데, 그분들은 주로 국내 네트워킹을 위해서 오는 것 같다. 2005년의 경우에는 굉장히 많은 공연단체가 참가했는데, 단체들 역시 누구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해야 하는지 몰랐었다.


그때는 대안이 없었다. 작년부터 국내 유통 마켓의 대안을 찾으려고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을 시작했다. 하지만 해비치 역시 국내유통을 관심사로 하고 있을 뿐, 본격적으로 거래가 오가는 것은 아니다.


국내형과 국제형 마켓은 달라야 한다. 장터의 성격에 맞춰 오는 바이어가 다르고 그에 맞춰 내놓는 물건도 달라야한다.


그 양쪽의 니즈에서 교집합으로 나온 것이 올해의 PAMS인 것 같다. 지역 문예회관 분들이 와서 국내외 프리젠터들을 만나서 네트워킹을 하고, 단체들은 국내외 어디를 타깃으로 하는지에 상관없이 대표작품들을 내놓았다. 국내 마켓과 해외 마켓 각각이 가진 집합의 크기는 줄었지만 그만큼의 교집합이 만들어진 것 같다.


문예회관들의 니즈도 다양한 것 같다. 단순히 국내 작품 구매를 위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 국내 네트워킹을 원하는 곳도 있고, 해외와의 네트워킹을 원하는 곳도 있다.



당장의 변화는 아니지만 PAMS는 일종의 프로듀싱 마켓을 지향해 제작자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할 것 같다는 기운을 받았다. 기존에 단독으로 공연을 제작하던 것에서 공동제작을 통해 재정이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도록 매개해주는 역할을 PAMS가 하게 될 것 같다. 이번에도 그런 기능이 많이 보이고 있다.

몸꼴의 경우도 실제로 공동투자 형식인 공동제작으로 공연을 제작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PAMS를 통해 극장이 연결되고, 자금이 마련된다면 어떨까? PAMS 측에서는 공정하게 단체와 공동제작 주체가 각자를 프리젠트할 기회를 주고 적극적인 매개 기능만을 강화한다면 가능하지 않겠는가.


‘창작에서 유통에서’가 같이 논의되는 것은 단체가 가장 원하는 부분일 것이다. 단체가 무엇을 원하고, 마켓에 참여한 예술감독이 무엇을 원하는지만 잘 파악하여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장이 되는 것은 단체로서는 도움이 되는 부분일 것이다. 그 결과물이 투어일지, 공동제작일지는 미리 정해놓을 필요가 없지 않을까. 단체들이 원하는 것은 다양한 스펙트럼이니까.


다른 해외 마켓에서는 예술가가 직접 자기 작품을 프리젠트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주로 프로듀서나 기획자들이 그 프로젝트를 프리젠트한다. 아는 프로듀서를 통해 소개받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콘텐츠에 비해 거간꾼이 적지는 않다. 오히려 시장이 너무 앞서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동의한다. 판매될 상품수나 전체 시장 규모를 봤을 때 장터 자체가 너무 크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켓 행사 자체는 너무 잘 조직되었는데 콘텐츠가 못 따라가는 상황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비뇽페스티벌 같은 규모가 크고 전통이 깊은 축제가 마켓을 자임하지 않으면서 마켓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다. 싱가포르의 아시안아츠마트(Asian Arts Mart) 역시 마켓이라는 포맷을 허물고, 내년부터는 프로젝트와 담론을 중심으로 간다고 한다.





5년차가 되니 PAMS도 역할 변화가 요구되는 것인가. SPAF와 PAMS는 현재는 협력 체제라고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경쟁자 아닌가. 공연축제와 비교해서 마켓의 기능, 차별성은 무엇이며 그런 관점에서 축제와 마켓의 이상적인 포지셔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축제와 마켓의 할 일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축제는 좋은 공연을 만드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 마켓은 포럼 등의 정보 공유와 네트워킹에 초점을 뒀으면 한다. 마켓의 기능까지 축제가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마켓이 기여한 부분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통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창작의 중요성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공연장에 작품을 초청할 때 마켓만을 통해 결정되기는 힘들지 않겠는가. 축제 등을 직접 찾아다니거나 파트너 프로듀서의 소개를 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켓이 ‘창작’까지 범위를 확대하게 되면 그러한 파트너를 찾아주는 것이 중요한 기능이 될 것 같다. 직접 상품을 만들기 위해 어떤 파트너와 작업을 해야 리스크 부담을 줄이고 장기적인 계획이 가능할까를 고민할 때, 마켓이 그러한 정보를 얻게 되는 곳으로서 기능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즉, 가치 교환의 부분이다.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할까, 그 작품의 파트너로 적합한 국가나 프로듀서, 예술가와 만남을 주선한다든가. 그런 부분이 마켓의 위상이 되지 않을까.


지금까지는 거기에 이르기 위한 단계를 잘 밟아왔다고 생각한다. 위상이 변화하면서 프로그램의 변화도 필요할 것이다. 부스가 점점 더 외로워진다면 다른 기능을 강화시킨다든가, 쇼케이스의 경우 완성된 공연의 유통은 축제가 담당하고 마켓에서는 프리프로덕션 단계를 보여주고 파트너를 찾게 하는 식으로 말이다.


팜스초이스 작품 중 SPAF의 축제 프로그램으로 들어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시기가 잘 맞지 않는다. 단체 입장에서는 마켓을 위해 쇼케이스를 따로 제작하고 한 달 후에 축제에서 공연을 해야 한다. 공연 준비 기간의 문제도 있고, 제작 예산의 문제도 있다. 공정성을 위해 양쪽 다 ‘공모’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선정 단계부터 같이 의논해서 기간이나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왔으면 좋겠다.




한국형 네트워킹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올해 PAMS 프로그램을 보면 올해 공연계에 있었던 대부분의 주요사업을 집대성한 느낌이 든다. 회고전을 해주는 것은 좋지만, 다른 고유한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잠정적인 소비층을 확산시키는 것과 해외시장으로의 확장 중 고유한 기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PAMS가 큰 예산으로 움직이는 사업인데 작은 국내시장만을 목표로 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국내 시장의 규모가 큰 캐나다, 호주와는 상황이 다르다. 전국문예회관연합회 등을 포함해 국내형 마켓과 국제형 마켓을 함께 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일정이 너무 길다는 느낌도 든다. 더 많은 해외바이어에게 우리 공연을 하나라도 더 소개하겠다는 의지는 좋으나 이 쇼케이스 관람만으로 선택하게 되지는 않지 않나. 결국은 오랜 시간을 들인 교류와 네트워킹이 관건일 텐데 국내외 마켓에 대한 이해와 서로의 소개, 편안하게 만나는 것에 주력하고 내 작품, 우리나라 작품을 잘 쇼잉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줄여야 할 것 같다.


마켓을 많이 경험한 해외인사들은 만나자마자 작품 얘기를 꺼내는 법이 없다. 처음 만나자마자 작품자료 주는 거 부담스럽기도 하고, 자료를 본다고 잘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 단체들이 영어 자료까지 만들어서 주면 더 부담스러울 거다.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은 마켓에서 멀어지게 된다. 자꾸 만나야만 각자 알아서 그룹을 만들지 않나.


네트워킹은 ‘적극적으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너무 공격적이면 오히려 뒤로 물러나게 된다. 초창기 마켓이 더 재미있었던 것도 서로 뭘 해야 할지를 몰랐기 때문에 그냥 이야기하고 같이 밥 먹고 술 먹다가 친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경쟁적으로 영문 자료와 DVD를 만드는 데 지나치게 몰두해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는 그 자료들이 그저 처치 곤란한 짐이 되기 하다.


영어 잘하는 사람 데리고 와서 안면 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2년 전인가,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에서 네트워킹 파티를 주최했는데 정말 꿔다놓은 보릿자루였다. 우리는 파티에 너무 약하다. 잘 알던 사람도 스피드 데이팅 같은 프로그램 안에서 마주 하면 어색해질 수 있다.


캐나다의 푸시페스티벌에서 스피드 데이팅을 해봤는데, 앉아있는 나는 어색해해도 와서 프리젠테이션하는 사람들은 잘 하더라. 그건 그 나라 사람들의 특징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형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면 좋겠다. 스피드 데이팅 대신 슬로우 미팅을 제안하는 목소리도 들었다.


푸시페스티벌에서 또 한가지 경험한 것은 디너 그룹이었다. 몇몇을 그룹지어 같이 저녁을 먹도록 조정해준다. 그런 식으로 삼삼오오 모여서 동선을 짜고 즐기게 하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 자연스럽게 우리의 방법을 찾아갈 것이라고 본다.


PAMS는 해외마켓과의 비교보다는 독자적인 노선, 한국형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인 것 같다. PAMS의 역사가 5년이 되니 누적된 성과에 대한 얘기가 나오게 된 다. 해외마켓 진출건수 등으로 단기적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보이지 않는 네트워킹의 강화 등을 성과로 인정했으면 한다. 앞으로는 그동안 쌓여왔던 유통을 위한 네트워크가 창작과정으로 연결되면서 PAMS의 역할이 강화될 것 같다는 인상이다.


한편으로 보면 주최 측이 모두 기획자 위주이기 때문에 기획자의 니즈는 점차 충족시켜 왔으나 아티스트 니즈의 충족은 아직 부족했다. 그런 면에서는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하지만 다른 나라도 비슷한 상황을 거쳤을 것이고, 우리는 지금 거치는 것이니 한계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한편으로 아트마켓, 축제 등의 전문성과 프로그램 조직능력은 커져만 가는데 비해 새로운 작품의 부족, 창작의 다양성 부족도 거론되고 있다.


그것이 가장 어려운 점인 것 같다. 해마다 새로운 상품은 많지 않은데, 마켓의 사이즈는 커져야 하고, 사고 판 성과는 올라가야 하고. 마켓 성과를 측정하는 숫자에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그래서 격년제, 3년제, 해마다 하되 격년마다 다른 형식으로 하자는 등 여러 논의가 계속 되어오고 있었던 것 같다. 공연상품의 생산주기라는 게 최소 2년이니 일 년마다 크게 바뀔 수는 없다.


사실 매년 마켓을 여는 나라는 많지 않다. 에든버러에서 하는 브리티시 쇼케이스, 캐나다의 시나르, 싱가포르 마켓 등, 모두 격년제이다. 쇼케이스 방식의 마켓은 2년에 한번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한국형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방점을 찍으면 해외뿐 아니라 국내 공연 관련 종사자들이 최근의 경향을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압박이 있으면 마켓은 점점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국 시장은 실속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창작에서 유통까지, 그리고 비평의 순환구조





조형준 팀장은 구매자이자 판매자의 입장인데, 지역에서 볼 때 아트마켓과의 접점은 어떻게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하나.


지역문예회관들도 각자 차별성이 있지만, 지역 시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해야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그 부분에 예산의 70%가 쓰이고 나머지 20~30%는 창작이나 콘텐츠 개발에 쓸 수 있다. 하지만 적은 예산 비중에도 불구하고 콘텐츠에 대한 요구가 있다. 그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작은 콘텐츠라고 해도 어딘가에 내놓고 인정을 받거나 파트너를 찾을 수 있어야하는데 그런 기회가 적었다. 작은 공연이라도 제대로 평가를 받아야한다는 점에서 PAMS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기존 공연 이외에 새롭게 만든 공연들을 선보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게 해줌으로써 공공극장 평가에 기여한다면 공공극장의 제작이나 콘텐츠 개발에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지역극장이 콘텐츠 개발을 강화시켜나가는데 있어서 PAMS가 독려나 동력이 되어줬으면 하는 이야기였다. PAMS의 목적 중에 정보제공이 있는데, 국내 작품에 대한 평을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창작의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마켓의 정보제공 프로그램을 개론식이었다고 한다면, 지금 얘기되고 있는 평론 등은 더욱 심층적인 형식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공연단체에게 객관적인 평가를 제공해준다든지, 다른 곳에서 하지 못하는 담론을 나누는 장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PAMS에 참여하는 해외 관계자들이 한국 공연에 대한 이해를 더욱 넓혀서 다른 곳에 가서도 친한파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전문가들과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 예를 들면 비평가들을 의식적으로 키워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영화의 세계화에 토니 레인즈라는 해외 평론가가 기여한 역할을 떠올려 보라.


서울세계무용축제가 시도하고 있는 ‘공연저널리즘 서울포럼’도 그런 의미인 것 같다. 해외 매체나 평론가들을 불러 한국 공연을 보게 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보게 하고 싶지만, 예산 등의 이유로 쉽지는 않다.


프로모터들은 시야가 넓어졌는데 실제로 창작자들의 시야가 넓어지지 않았거나 함께 일해야 하는 다른 파트너들의 시야가 크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힘든 일이다. 그런 프로모터들이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도록 함께 커나갈 수 있는 기능도 있어야 할 것 같다.


이제 창작으로 시야를 확장했으니 심층적인 담론이나 평론 등의 적극적 결합과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창작에서 유통까지’로 고민의 폭을 넓힌 PAMS에게 꼭 전하고 싶은 핵심적인 제언이 나온 것 같다. 긴 시간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정리
고주영, 주소진 _ 예술경영지원센터 지원컨설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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