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은 젊은 분야이다. 그만큼 변화가 크고 빠르며 해외 예술경영 정보도 다양한 채널로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 각국의 예술계, 예술경영계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weekly@예술경영]은 창간 1주년을 맞아 ‘이슈로 보는 세계 예술경영’을 마련했다. 독자 여러분이 구체적인 현안을 통해 각국 예술경영계의 현  단계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더불어 세계 예술경영의 흐름을 그리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자 한다. 연재순서: ① 한국
예술경영의 진화는 예술계 내의 복잡한 논리와 구조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통해 이루어지며, 궁극적으로는 예술 제도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어야 하는 당위성 속에서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는 가운데 우리 사회 전체를 문화적으로 성숙시키는 실천적 행위에 그 의미가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한국사회에서 예술경영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현장에서 인력 수급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도 벌써 10여 년의 시간이 된 것 같다. 초기에는 공연장이나 박물관, 미술관 등의 시설과 공간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표로 기획과 마케팅, 관객 개발, 재원 조성 등의 과제를 포함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점차로 문화정책의 양상이 다양해지면서 그 역할과 범주는 조금씩 확장을 거듭해 가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진행된 문화예술교육사업과 아트마켓 및 미술시장 지원 정책, 지역문화 진흥에 따른 지역문화재단 설립 등은 문화예술 향유 기회의 확대와 예술시장 형성에 대한 국제적 구도를 적용하는 효과로 이어지면서 예술경영의 역할을 강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로 확산되는 예술계에 대한 시장 논리 적용은 예술경영에 또 다른 대응과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자체마다 창조도시 혹은 창의도시(Creative City) 담론을 전개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문화예술 공간과 시설 건립을 주도하는 현상이나, 도시 발전 구도에서 문화예술이 갖는 산업적 효과에 주목하는 추세가 분명하게 보인다. 또 국립극장과 국립현대미술관의 법인화와 관련하여 공적 기금으로 운영되는 각종 시설 및 단체의 운영 효율성 논의 역시 본격화된 듯하다. 이외에도 지난해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 관련 논의까지를 고려한다면, 분명 예술경영의 범주와 역할에 대한 변화와 함께 예술경영이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필요로 하는 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도시재생 창작공간, 예술단체 법인화, 사회적 기업 등 예술경영의 새로운 역할 배치 필요


일반적으로 예술경영을 필요로 하는 제도적 배경은 시설 운영과 정책적 변화에 따른 신규 사업 및 기구의 출현과 관련한다고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시설은 계속해서 건립되고 있으니, 지자체들은 시설의 운영을 위해 문화재단을 건립하거나 최소한 예술경영 관련 인력을 고용하는 일을 지속할 것이다. 그리고 그 활동 속에서 예술경영 전문인력은 기획자의 형태로서, 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다양한 이벤트 기획을 통한 마케팅 및 홍보 활동을 주도하는 형태로 그 역할이 부여된다고 하겠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각 지자체마다 도시의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창작공간으로 전환하는 사업이 급증하는 가운데, 새로운 유형의 시설 속에서 새로운 전문성을 필요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서울시가 가장 앞서 서교예술실험센터와 금천예술공장, 신당창작아케이드, 연희문학창작촌, 문래예술공장, 남산예술센터 등의 창작공간을 조성하였고, 인천 역시 중구에 인천아트플랫폼을 개관한 바 있다.


10월7일 개관한 금천예술공장
이렇듯 도시의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창작과 향유, 제작과 투자가 선순환 구조로 이루어지는 창작공간을 건립하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창작의 결과만을 보여주는 식의 기존의 극장이나 미술관과는 다른 구조라는 점에서, 특히 지역사회와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와 예술 참여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다른 접근을 필요로 한다. 특별히 지역에 커뮤니티 문화를 복원하고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도시를 만든다는 도시 재생의 쟁점과 가치를 지향하는 부분에서 예술경영의 역할 배치를 새롭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의 이면에는 예술가들에 의해 도시 발전이 주도될 수 있으리라는 효용성에 대한 기대치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 지자체들이 앞 다투어 조성하는 창작공간은 시민과 예술가들에 의한 자발적 개입이기보다는, 관 주도형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일면 행정적 효용성과 트렌드로서 기능하는 면이 없지 않음을 지적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보고자 하는 지자체의 염원과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을 이루는 창작공간의 장기적 전망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이 엄연하고, 또 이를 어떻게 채울지가 예술경영에게 주어진 과제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 국립기관 및 단체의 법인화 논의는 지난 해 부터 시작된 것으로, 현재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극장, 그리고 국립극단이 법인화 추진 대상으로 선정되어 진행 중에 있다. 실제로 예술경영의 주요한 범주라 할 조직 운영의 법적 성격은, 궁극적으로 민간 전문인력에 의한 자율적 운영과 내적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적용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정하게 법인화가 갖는 의미는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한국적 상황에서 법인화의 의미가 온존히 보존되기에는 여러 여건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까지 실행된 문화예술시설의 법인화에 대한 평가는 주로 공공성 악화와 상업화의 문제로 이슈화되어 왔다. 게다가 이번 정권에 들어 기업 CEO 출신의 단체장 기용과 박물관의 무료 관람 정책 실시 등의 정황을 보면, 사실 법인화가 목표하는 성과가 관람객 숫자나 수익성에 집중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사실 문화예술 시설의 재정자립도는 중요한 성과 지표가 되지만, 그것이 가능하려면 동시에 시설의 경쟁력과 우리나라 문화예술 진흥의 성과가 동시에 주어져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해야 하며, 이것이 예술경영이 이루어야 할 목표라 할 수 있다.

어쩌면 공적 기금에 의존하게 되는 구조 자체가 문제일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경우 국공립문화예술시설의 조직 문화가 관료적 분위기를 벗어나기 힘든 요인이 여기에 있으며, 그래서 공적 기금 외의 다양한 성격의 재원을 조성해야 하는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자주 거론되는 사회적 기업이 그 한 방편일 텐데, 예술 활동의 창의성을 다양한 사회적 맥락에서 실현해 가고, 사회적 기업의 가치를 문화예술을 통해 구현하면서도 수익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창조경영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국립극장, 국립현대미술관


이에 2007년 7월부터 노동부가 주관하여 시행한 사회적 기업이 문화예술 분야에서 쟁점화된 것은 2008년이라 할 것이고, 올 해까지 등록된 단체가 12곳으로 늘어가고 있다. 문화부는 올 8월에 노동부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 200개 목표와 문화예술 일자리 3,000개 발굴이라는 목표를 공표한 바 있다.




예술경영, 예술제도 성장 동력으로의 진화


예술계에 시장 논리를 적용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 만큼 이에 대한 예술경영의 창의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 사실 예술경영의 역사는 예술의 내적 논리와 고유 가치를 확장하는 일과, 비영리기관의 운영 효율성 제고라는 두 개의 목표 사이에서 가장 적합한 합일점을 찾기 위한 노력의 연속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무엇을 우선 취하고, 버릴 것인가의 판단은 쉽지 않으며, 또 어떠한 판단도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하지만 예술적 기반이 허약한 우리 현실에서 섣부른 시장 논리의 개입은 예술의 발전이나 예술경영의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여전히 지역의 문화예술시설에는 전문인력 채용이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며, 공연장에서의 자체 제작 기획 사업은 찾아보기 힘들고, 유수의 공립미술관이 블록버스터 형 전시를 대관으로 처리하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새로운 정책 사업조차도 예술 생태계에 대한 면밀한 검토에 따르기보다는, 여전히 행정적 성과주의를 중심으로 주도되고 있으니 예술계의 내적 경쟁력을 키우는 일은 계속해서 멀어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예술경영의 진화는 예술계 내의 복잡한 논리와 구조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통해 이루어지며, 궁극적으로는 예술제도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어야 하는 당위성 속에서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는 가운데 우리 사회 전체를 문화적으로 성숙시키는 실천적 행위에 그 의미가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시장 논리는 바로 그 지점을 정확히 유지하는 가운데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장 논리란 단순히 쉬운 의미의 수익성만은 아니며, 오히려 예술의 내적 경쟁력을 갖추는 미션에서 주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신의

필자소개
박신의는 프랑스 파리4대학(소르본느)에서 미술사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2000년부터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주임교수와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문화예술정책과 박물관미술관경영과 관련한 연구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서울시, 청주시, 부천시, 안양시를 비롯한 지자체에서 정책자문활동과 함께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1기 위원, 인천문화재단 이사를 역임하였다. 현재 경기도 투융자심의위원,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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