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은 젊은 분야이다. 그만큼 변화가 크고 빠르며 해외 예술경영 정보도 다양한 채널로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 각국의 예술계, 예술경영계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weekly@예술경영]은 창간 1주년을 맞아 ‘이슈로 보는 세계 예술경영’을 마련했다. 독자 여러분이 구체적인 현안을 통해 각국 예술경영계의 현  단계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더불어 세계 예술경영의 흐름을 그리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자 한다. 연재순서: ④ 중국
개방 초기만 해도 절대 다수의 예술단체들이 정부 산하 단체로 국가의 지원과 보조로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재원조성이나 합리적 경영, 관객 개발 등의 이슈는 주변부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장경제로의 전환이 급속도로 이루어지면서 점차적으로 상업공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콘텐츠 개발뿐 아니라 극장 운영, 기획과 제작, 홍보 전문화 및 인력 양성 등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신중국 성립 이후 주로 정치사상의 선전도구, 혹은 인민에 대한 복리후생으로 기능했던 중국 공연예술은 금세기 들어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1992년 국무원에서 발간한 「제3산업 발전에 대한 중대전략정책」에서 문화예술 분야에도 시장과 산업의 개념이 제시된 이래, 2000년에는 중앙당의 공식문건(「국민경제와 사회발전 15개년계획의 제정에 관한 건의」)에서 처음으로 ‘문화산업’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였다. 실질적으로 이 시기를 전후하여 문화산업 전반에 대한 정책적 변화가 나타난 동시에, 공연예술 관련 분야에서도 제도적 개혁이 추진되고 경영관리의 개념이 도입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개혁개방 이전에 철저히 국가의 기획에 의해 중국적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주창하고 이를 인민에게 전달하기 위해 생산되었던 공연예술작품들이, 개방 초기 형식과 내용 면에서 다양한 탐색과 실험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여전히 절대다수의 예술단체들이 정부 산하에 편입된 상태에서 온전히 국가의 지원과 보조로 운영되어, 재원조성이나 합리적 경영, 관객 개발 등의 작품 외적 이슈는 주변부에 머물러 왔다. 그러던 중 자본주의 시장경제로의 전환이 급속도로 이루어지면서 점차적으로 상업공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콘텐츠 개발뿐 아니라 극장 운영, 기획과 제작, 홍보 전문화 및 인력 양성 등에도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책임경영제 도입, 예술단체 합병 등 공연예술계의 개혁


이러한 변화를 얘기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최근 몇 년 간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국공립 공연예술단체의 개혁 작업이다. 민간극장과 공연단체, 독립프로듀서들이 늘어나고는 있으나,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도 공연장 대관, 연극제 개최, 국제교류작업을 통틀어 제약이 많고(허가 여부를 떠나 민간에는 자격자체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음), 국가 산하 단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대적인 것을 감안할 때 이는 상당히 중요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의 각 지방정부에는 올해 말 혹은 내년 2010년도까지 적어도 한 개 이상의 성(省)급 예술단체 구조조정 및 통폐합 이행을 요구하는 지침이 내려와 있는 상태이고, 중앙정부인 문화부에서도 이미 상당수의 인력을 감축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해오고 있다.


상해문광연예집단에 편입될 예정인 상해드라마아트센터

개혁은 어쩔 수 없는 흐름임에도 불구하고 그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지난 몇 십 년 간 준비가 돼있지 않았던 단체들은 전국적으로 사실상의 비상대책회의나 다름없는 포럼을 자주 개최하고 있다. 2008년 4월 개최된 중국공연예술인협회을 주축으로 각 지역의 공연장과 예술단체 대표 600여 명이 참석한 포럼에서는, 공연예술시장이 개혁개방 이래 어쨌든 질적 양적으로 나름의 발전과 팽창을 거듭해왔음에도 다층적, 다원화된 공연예술시장의 공급체계를 한층 더 확립하려면 체제개혁과 산업화 속도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 하였다. 단체들은 이러한 회의를 통해 강도 높은 개혁조치를 취하고 있는 정부쪽과의 소통을 시도하면서 정책 수립 시 공연예술단체의 목소리도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단체들의 개혁 현황을 살펴보면, 유명 경극배우 자오옌샤가 북경경극단의 경영을 맡은 것을 필두로 하여, 이런 식의 ‘책임운영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책임운영제 외에 국공립 공연예술 단체들이 합병을 통해 대형화, 기업화되고 있는데, 상해시의 경우 상해서커스단, 가무단, 경음악단, 시예술단 등 7개 관련단체가 합병하여 상해문광연예집단 유한공사를 설립하였으며, 상해 드라마 아트센터, 인형극단, 무대기술연구소 등 세 단체도 올해 말 이전에 이 그룹에 편입될 예정이다. 또한 하북성 당산시에서는 산하 5개 공연단체의 합병으로 당산시 연예집단공사가, 강소성 남경시에서도 6개 단체가 기업형으로 전환됨과 동시에 하나의 그룹으로 재편되었다.







기업, 관광 부처와 연계한 시장 활성화


북경이나 상해와 같은 기존의 문화예술 중심도시 외에 지방정부 산하 단체의 개혁현황 또한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지방의 상당수 예술단체들 중에는 그간 최소한의 운영비용과 단원들의 월급은 국고에서 나오되, 신작에 대한 제작비 지원이 되지 않아 작품 없이 단체의 명맥만 유지해온 경우가 적지 않게 있었다. 그러다보니 창작에 대한 의욕 또한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간 공론화되지는 못했어도 연극계 내부에서 끊임없이 지적되어온 문제 중 하나가, 창작을 하더라도 연극제에서 상을 타고 북경의 무대에 진출하는 것이 유일한 목적처럼 되어버리면서 심사위원의 면면에 따라 그들의 취향에 맞는 소재와 방식으로만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수상을 해야지만 제작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예술단체에서는 오랜 시간 관객이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고, 그렇게 관객들이 빠져나가니 시장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는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의 독립프로듀서 위엔홍
최근 개혁의 일환으로 그룹화, 대형화되면서 대도시와의 발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지역 공연예술단체들의 또 하나의 특징은 지역사회 기업이나 관광관련 부처와의 긴밀한 협업으로 새로운 시장개척을 시도하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것은 운남성, 산서성, 절강성 등 관광자원이 풍부한 지역에서 특히 활성화되고 있다. 올해 서울아트마켓에 참가한 중국의 독립프로듀서 위엔홍은 상해와 항주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우쩐이라는 수상마을(동양의 베니스라고도 불림)에서 새로이 국제연극제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는데, 이 또한 지역정부의 관광담당 부처와 기업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위엔홍은 한 때 북경 유일의 민간극장이자 국제교류의 선봉에 있었던 북병마사극장의 설립자이기도 한데, 극장 도산 등의 실패와 중국공연예술계 독립프로듀서 1세대로서의 녹록치 않은 경험이 찾아낸 새로운 축제와 국제협업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쩐 프로젝트를 주목하게 한다. 꼭 이러한 지역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비교적 낙후한 지역에서도 관광과 공연예술산업을 연계, 우수한 발전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것이 전체 지역경제 활성화와 사회적 단합까지 이루어내고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최근 들어 자주 열리고 있는 대규모의 공연예술 관계자들의 회동이나 협회의 포럼들은 그 자체로 국내 단체 간 네트워킹과 해외 교류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것이면서 또한 지역 간 ‘유통’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는 것이기도 하다. 아직까지는 초창기 단계이고, 지역행사에 머무르고 있지만 상해나 천진 등지의 아트마켓, 문화예술 엑스포 등의 행사도 마찬가지의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전적으로 국가 지원에 의지하던 공연예술단체에 개혁의 칼바람이 불면서 자립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상업적 성공 여부가 고려대상 1순위가 되면서 수익률 지상주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2010년 개최 예정인 상해엑스포 이미지




중국 문화부 문화산업 9개 분야에 공연예술업 선정


과거 공연허가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 자체가 극히 소수의 정부단체에 국한되었던 까닭에 단체든 개인이든 대륙에서 공연할 때 반드시 현지의 에이전시가 대행을 하거나, 국공립단체와의 공동주최 등이 필수였다면, 아직은 홍콩, 마카오 지역에 국한돼 있기는 하지만 직접 신청 가능하도록 제도가 바뀌었고 이러한 조치는 점차적으로 확대되면서 공연예술시장에도 경쟁체제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문화부에서는 국가중점발전 문화산업 9개 분야 중 하나로 공연예술업을 선정하고, 공공문화서비스시스템 구축 및 강화를 강조하여, 많은 도시에서 현재 극장 건설 붐이 일고 있다. 물론 그 와중에 지나치게 시설의 고급화만을 추구한다던가 하는 점도 있지만 이것이 현재의 공연예술 업계에는 또 하나의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국가대극원이 개관은 공연회수의 증가, 공연총량 확대, 티켓가격의 합리적 조정 등으로 북경 공연예술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민간 공연예술단체는 많은 경우 아직까지도 생존을 모색하는 단계인지라 독립적인 시장주체가 되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2000개가 훌쩍 넘어가는 국공립 공연예술단체의 개혁 또한 한창 진행 중이라 완전한 시장주체로 기능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앞으로의 발전 방향은 시스템과 제도의 개혁 속도에 더욱 박차를 가함과 동시에 현존하는 민간공연예술단체의 발전을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중국내 민간공연예술단체의 가족식 경영과 개인 경영이 초기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 발전을 이룰 수 있을지 몰라도,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하게 되면서 보다 체계적인 경영방식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산업으로서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만큼 공공부문에 대한 지원, 창작에 대한 지원, 예산 집행의 투명성 등을 확보하여, 지출된 예산은 있으되 수혜자는 없는 기현상이나, 국제 교류에 있어서도 관 주도의 도시 이미지 제고용 대형 축제에 지원이 집중되고 있는 현상은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하드웨어와 운영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개혁의 주된 내용인데 비해, 아티스트나 작품에 대한 지원, 제도적 장치는 거의 전무한 현실에 대한 정책적 보완이 요구된다.




장혜원

필자소개
장혜원은 중국의 중앙희극학원에서 연극학 박사학위를 받고 ‘2007 한중교류의 해-한국공연예술제’(베이징 개최) 프로듀서 등 한국과 중국 간의 공연예술 교류를 위한 활동들을 벌여왔다. 현재 원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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