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 전문성, 인력의 전문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직군(무) 분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 예술경영 현장의 요구는 여전히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관리하는 만능인이다. 이러한 담론과 현장의 간극을 살피기 위해 [weekly@예술경영]은 분화가 뚜렷한 직군을 중심으로 각 직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기획경영인들에게 각 직군의 경력 개발 과정과 전망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예술경영 전문인력과 직군 분화의 현 단계를 살핀다. 연재순서 ⑦ 총론
비용효율성(cost-effectiveness)은 어떠한 직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논리로 적정한 이득(금전적이든 비금전적이든)을 얻을 때 직군의 분화와 전문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한편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사업이나 문화예술 기획경영 전문인력 양성사업에서 볼 수 있듯이 직군 분화에 정부의 지원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술경영 전문화에 대한 이번 특집은 공연예술과 시각예술이라는 양대 장르에 종사하는 이른바 ‘매개인력’의 의견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두 장르는 유사한 속성을 지니면서도 각각이 지니는 고유의 특성도 명확하다는 점에서 공통점과 차이가 공존한다. 비록 11명의 제한된 의견이지만, 직군분화의 가능성과 긍정성에 대한 진단이 장르에 따라 다르지 않다는 점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는 2005년과 2008년 필자 등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기사 하단 참고문헌 참조)에서 이루어졌던 많은 심층면접대상자들이 공유했던 생각이기도 하다.




열정, 고학력 그리고 보상적 임금 격차


이번 특집에서도 새삼 확인된 사실은 매개인력도 창작자와 다름없이 ‘열정’을 가지고, 예술분야에 진입한다는 것이다. 이는 어떠한 다른 직군(job family)이나 직종(occupation)에서보다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아마 유사하다고 한다면, 스포츠 분야일 것이다. 2008년에 필자가 문화관광부의 의뢰로 스포츠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하였던 실태조사에서도 스포츠에 대한 열정으로 스포츠산업에 진입하였다는 의견이 상당수였다.


열정과 관련이 있다고 하기 어렵겠지만, 예술경영에 종사하는 인력의 특징으로서 들 수 있는 또 한 가지는 높은 교육수준이다. 이승렬 외(2008)에서는 실태조사 대상자(1,424명)의 24.4%가 대학원 석ㆍ박사 출신이었으며, 48.0%가 4년제 대학 졸업자였다. 참고로 2008년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통계청) 결과를 보면, 취업자의 25.2%가 4년제 대학 이상의 교육 수준을 보인다.


열정과 높은 교육수준이 긍정적 특성이라면 저소득은 부정적 특성이다. 2008년 연구에서 공연분야 기획경영 인력의 평균 임금 수준은 177만 원이었다. 당시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이 자신의 임금을 밝히지 않았기에 177만 원이 그야말로 시장에서 평가되는 가격인지는 알기 어렵다. 하지만 현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여 시행하는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사업 참여자가 월 150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음을 본다면, 대학원 석사 이상의 고급인력이 저소득 상태임은 쉽게 알 수 있다. 2007년 통계이긴 하나 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대졸 이상의 여성으로 25~29세이면서 경력이 1년 이상 3년 미만인 경우에 월급여액(보너스 제외)이 평균 169만 원 정도이다.


이러한 사실에서, 예술경영분야에는 ‘보상적 임금 격차’(compensating wage differentials)가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열정으로 본인이 좋아서 이 직업을 선택하였기에 일에서 보람을 얻고, 그만큼 만족하므로 낮은 임금을 감수한다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임금 이외에 얻는 그 무엇이 많다는 얘기이다.




현장에서 체득하는 교육훈련 강조 두드러져


열정 하나로 이 분야에 뛰어들다보니 이전에는 예술경영과는 관계가 없는 전공자들이 진입하고, 이들은 그야말로 ‘현장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획득한다. 게다가 어느 한 공연기관이나 전시시설에 머무르지 않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보니 일반적으로 경력만이 인정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어느 한 사업장에서 축적되는 이른바 기업 특유의 인적자본(firm-specific human capital)이 아니라 일반적인 인적자본(general human capital)만이 가치가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본인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경력 개발에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이 선배로부터 눈치를 봐가며 자신의 전문성을 높여야만 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체득하는 교육훈련(OJT, on-the-job training)이 어느 분야에서도 중요한 인적자본의 형성체계이나 문화예술분야에서는 어느 분야 못지않게 강조되고 있었다.


게다가 열악한 시장 상황으로 예술관련 기관(단체)의 수익이 안정적이지 못해 참여자의 전문성에 기초하여 움직이는 조직의 발생과 확산이 어렵다. 직군 분화, 전문화는 오로지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재단 산하의 기관(단체)에서만 가능하며, 진행되고 있는 정도이다.


필자가 2005년 예술경영에 종사하는 인력을 연구하면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서구에 비해, 예술경영 관련 직군이 한국에는 다양하지 않았다. 경력개발 경로를 확인하기 위하여 준비한 직군 목록을 본 현장 전문가들은 몇몇 직군이 한국에 현실적으로 있을까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우려 때문인지 경력개발경로가 뚜렷하게 확인되지는 못하였다.


'문화예술 기획경영 전문인력 양성사업'의 교육프로그램 모습




‘총체성’과 ‘전문성’


이번 기고에서 볼 수 있듯이 공연예술 분야는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분야에서 열정을 가지고 뛰어든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이와 같은 배경이 본인의 경력개발에 도움이 되었으며, 손으로 눈으로 배운 업무 능력이 ‘총체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가지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아마 총체성 속에서 전문성을 획득하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이 때문인지 이번 특집 기고문 필자 가운데 분화를 통한 전문성을 강조한 이가 있는가 하면,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에 대한 강조가 전체적인 과정과 맥락을 살피는 총체적 능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한 이도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어느 한 쪽만을 보고 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직군 분화와 총체성은 모순되는 것일까? 이 물음에는 분명히 반대하고자 한다. 총체성이 중요하다고 해서 전문성이 그와 대립되는 개념은 결코 아닐 것이다. 오히려 전문성의 강화를 통해서 총체성도 또 다른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다. 분화를 통한 전문성의 강화는 경력개발 경로의 형성과 발전을 초래하며, 이 과정에서 총체성도 성장하거나 변형될 것이다.


예술경영 관련 아카데미에 참석한 수강자들의 모습작년 스포츠산업을 연구하면서 일본을 방문하였다. 일본축구협회나 일본 프로야구기구의 담당자들과 면담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직원을 채용할 때 스포츠에 대한 열정보다는 전문성을 본다는 것이다. 고교시절에 야구나 축구를 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어떠한 분야의 전문적인 일을 하였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문화예술 분야와 스포츠 분야가 다르다는 얘기를 듣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에게는 양 분야가 가지는 공통점이 적지 않다고 본다. (흥미롭게도 2007년 연구(황준욱 외, 2008)에서 연극과 뮤지컬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직업과 동일한 지위에 있는 직업을 고르라고 하자 가장 많은 수가 프로 축구선수를 선택하였다.) 예를 들어 그렇게 전문성을 보고 직원을 뽑는다고는 하나 채용된 직원의 공통된 속성은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우리 문화예술 분야에는 아직은 열정을 가진 채 저소득을 감내하면서 들어오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이들에게 열정 이상의 보상을 해주질 못한 채 이들이 어느 40대 연극배우의 푸념과 같이 “이슬만 먹고”(이 얘기는 2007년 조사에서 들었다) 살아야 한다면, 정말 그 열정이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열정이 점차 줄어 젊은 에너지가 문화예술분야에 더 이상 유입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필자가 어느 에듀케이터를 만났을 때의 일이다. 본인은 현재의 직업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다. 면접 진행 과정에서 최종적인 직무의 목표를 질문하였을 때 서슴없이 미술관의 최고 책임자가 되고자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에듀케이터는 문화예술교육이라는 하나의 계단을 굳건히 디디고 오를 것이라 본다. 다만 그러한 계단이 이어지도록 그리고 넓어지도록 하는 체계가 현실적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인지 필자는 확신하지 못한다. 필자와 같은 막연한 불안감이 문화예술 분야로 진입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있지나 않은 것인지. 이 불안감이야말로 이 분야의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을지.




비용효율성과 정책의 역할


2000년을 전후로 한국에 에듀케이터라는 새로운 직군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에듀케이터는 2007년부터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사업의 지원을 받게 되어 80여 명의 에듀케이터가 문화예술시설(기관)에 배치되었다. 이 사업으로 에듀케이터라는 직군에 대한 인식이 확산된 측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80여 명이 가지는 상징성은 결코 가볍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자생적으로 진행되던 에듀케이터라는 직군의 분화에 이 사업이 에너지를 투여하였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예술경영 관련 직무가 직군이나 직종으로 결합하는 하나의 현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홍보와 마케팅이 분리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도 이와 같은 흐름의 하나일 것이다.

예술경영 관련 아카데미에 참석한 수강자들의 모습
특집의 어느 필자가 밝히고 있듯이 에듀케이터라는 직군의 분화는 교육프로그램 제공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관람객을 끌고 온다는 긍정적 인식과 함께 진행되었다. 이처럼 직군이 새로 탄생할 때 이 직군은 스스로 자신의 가치 이상을 만들어내어야 할 것이다. 전문용어로 말하면, 비용효율성(cost-effectiveness)이 직군의 분화에도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어떠한 직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논리로 직군의 분화와 전문화로부터 적정한 이득(금전적, 혹은 비금전적)을 얻지 못한다면, 새로운 직군은 나타나지 못할 것이다.


원래의 계획에 따르면,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사업이 올해 마무리된다. 문화예술 기획경영 전문인력 양성사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만일 이 사업들이 종료된다면, 이 사업에 의존하던 박물관ㆍ미술관이나 공연기관(단체)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여름 에듀케이터 몇 명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현재의 일자리를 잃게 되더라도 이들은 어떻게든 유사한 다른 일자리로 옮길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만일 이들에게 준비된 일자리가 그리 많지 않다면, 에듀케이터라는 직군의 분화는 어쩌면 동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점에서 사업의 종료가 에듀케이터의 직업 안정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게 된다. 직군 분화에 정부의 지원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지는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직군의 분화와 전문성을 전망하기에 앞서 이 동력을 어디에서 우리는 찾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여야 하지 않을까 한다.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이 두려움 없이 자신의 열정과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문화예술분야로 들어올 수 있는 그 동력을.



참고문헌
이승렬 외(2005), 「문화예술 기획ㆍ경영분야 전문 인력 형성 구조 분석과 인력정책 방향 연구」 문화관광부ㆍ한국노동연구원.
________(2008), 「공연예술분야 기획경영 전문인력 수요 및 공급실태 조사」예술경영지원센터ㆍ한국노동연구원.
황준욱 외(2008), 「공연예술 전문인력 구조와 정책지원 -연극, 뮤지컬을 중심으로」한국노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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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큐레이터 ②아트딜러/갤러리스트 ③에듀케이터 ④프로듀서/프로그래머 ⑤홍보마케터 ⑥예술행정가




이승렬

필자소개
이승렬은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노동시장과 사회보험과 관련되는 연구를 맡고 있으며, 예술/스포츠 분야의 노동시장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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