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은 단기 일자리 사업이 아니라 사회적기업 발굴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참여하는 단체들은 인력 운영을 위한 공간과 설비. 노무관리 및 회계시스템 등 사회적기업으로서 여건과 역량의 성숙이 필요하다. 제한된 기간 안에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내부교육 포함)+수익창출+사회서비스 제공'이라는 복합적 난제를 수행해야 한다.

정부 정책이 온통 고용에 올인하고 있음에도 경기침체 및 사회전반의 얼어붙은 고용 여건에 변화가 오는지 체감하기는 어렵다. 최근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뜨거운 이슈는 역시 ‘일자리’로 모아진다. 대표적인 고학력, 저임금의 불안정한 직업군을 형성하고 있는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먹고 살 수 있느냐의 문제는 존재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올해 처음으로 시행된 ‘문화예술분야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에 대한 높은 관심, 그동안 주로 가사, 간병 및 재활용사업 분야로 인식되던 사회적기업에 노리단을 필두로 문화예술단체들의 도전 사례가 점차 부각된 것도 마찬가지 고민의 연장으로 읽을 수 있겠다.


한시적 일자리사업 지양, 사회적기업 발굴이 목적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은 사회적으로는 필요하지만 수익성이 부족하여 시장에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복지ㆍ환경ㆍ문화ㆍ지역개발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비영리단체 등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과 외환위기 이후 잠시 등장했던 공공근로나 자활근로 등 기존의 정부 재정지원에 의한 일자리 창출사업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의 전제로 붙은 ‘예비사회적기업 발굴을 위한’이라는 지향성에서 그 변별성을 찾을 수 있겠다.

기존의 정부 일자리 창출사업이 대개 국가 재정지원 의존도가 높고 단기 저임금 일자리에 그쳤던 상황이었던 터라 일자리의 질보다는 양적 성과주의에 빠졌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은 예비사회적기업으로서 참여단체가 수익을 창출하면서 자립을 도모하여 궁극적으로는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따라서, 사업유형도 기업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여 자립을 지향하는 기업연계형, 민간기업 이외 지역사회 내 다양한 자원과 결합하는 지역연계형,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하는 초창기 사업유형인 모델발굴형으로 이루어졌다. 이에 대해 정부는 10~100명 이내 참여자 인건비의 일부(월 83만 7천원)와 사회보험료, 경영컨설팅 등 자립기반 조성 등을 지원하고 있다.

사업 심사 및 평가기준은 사업내용의 우수성(30점), 사업주체의 견실성(20점), 지속적 고용창출 가능성(40점), 훈련계획의 충실성(10점)으로 참여단체의 자립성 및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사회적일자리 3년 지원 종료 후 사회적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구체적 비전이나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는 단체는 아예 선정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여, 한시적 일자리 창출사업을 넘어서려는 정책 단위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2009년 6월말 기준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 947개 중 문화예술과 관련된 사업은 139개로 전체의 14%를 차지하였다. 같은 시기 이미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은 244개 기업 중 문화예술분야는 10개로 전체의 4%에 머문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이다. 이러한 양적 확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노동부 양 부처의 정책적 의지 표명과 협력에서도 힘입은 바 크다. 향후 사회적기업 진출을 통해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의 성장을 기대해 봄직하다.


고용불안 해소에 대한 높은 기대

우선 노동부는 지난 해 10월 예비사회적기업 육성 전략의 일환으로 신규 수요가 높고 사회적기업 진출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지역개발ㆍ문화ㆍ환경 등을 전략육성분야 사업으로 우선 선정토록 했다. 올해 들어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 육성 및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의 본격화를 위해 양 부처는 사회적일자리 신청자격 및 최소 고용요건 완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올해 6월 16일 양 부처 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문화예술ㆍ체육ㆍ관광 분야에 2012년까지 200여 개의 사회적기업을 육성ㆍ인증하고 3,000여 개의 사회적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정량적 목표치를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인에게는 자신의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문화소외계층에게는 문화향유권 확대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노동부 업무협약체결식(2009.6.16)
구체적 합의사항으로 사회적기업 인증 시「문화예술진흥법」에 의해 지정된 ‘전문예술법인ㆍ단체’와 「박물관ㆍ미술관진흥법」에 의해 등록된 ‘사립박물관ㆍ미술관’을 조직형태로 인정하고, 그 외 목적, 영업 측면에서도 문화예술부분의 특수성을 고려하기로 했다. 또한,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 추진과 관련해서 최소 고용요건을 10명에서 5명으로 완화하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사업을 발굴ㆍ추천하는 경우 노동부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부처 간 MOU의 후속조치로 2009년 9월 1일, 양 부처는 공연예술 분야에 집중하여 사회적일자리 500명의 고용을 지원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이렇듯 올해 부처 단위에서 적극적인 의지 표명과 가시적인 후속조치가 이어지면서, 문화예술 현장의 관심과 참여의지 역시 매우 높게 나타났다. 필자가 연구진으로 참여한「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 육성을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문화예술계 종사자 대상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1.2%가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사업의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도 88.1%가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이 대다수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 겪고 있는 고용 불안상태 해소에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 단체에 근무할 의향에 대해 75.4%가 동의하는 것으로 드러나, 이 사업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높은 관심과 참여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업에 대한 이해, 복잡한 행정 절차 등의 진입 장벽

이러한 적극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사업에 참여를 희망하는 단체 또는 이미 참여하고 있는 현장의 단체들에게 던져진 과제들이 결코 만만한 것은 아니다. 우선,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에 참여를 희망하는 단체들은 사업신청 준비단계부터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부족, 정보 접근성 미흡, 복잡한 행정절차 등의 진입 장벽을 만나게 된다. 나아가 사업 기반 마련의 어려움, 조직 형태 구성문제, 사회적 목적 실현의 모호한 판단기준, 영리활동과 사회적 환원 동시 추구의 어려움, 수익 창출 방안 마련의 어려움, 취약계층 중심의 고용조건, 기업 또는 지역사회 파트너십의 어려움 등 적지 않은 난제들을 풀어야 한다.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들의 경우, 인건비 지원으로 사업의 안정적 운영과 콘텐츠 개발이 가능해지면서 사업 확장 기반을 마련한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 반면, 사업 운영 과정에서 문화예술계의 창작형태에 기반한 노동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일반제조업 중심의 고용형태를 적용함으로써 현장에서 많은 충돌을 빚고 있다. 실제로 문화예술분야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과 관련된 행정운용이 ‘육성’보다는 대부분 ‘관리’나 ‘감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볼멘 목소리이기도 하다.

문화예술분야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 설명회(2009.5.21)

문화예술분야의 특성을 감안하여 해당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하지만, 현재까지는 노동부 행정라인으로 일원화되어 있는 점이 문제이기도 하다. 부처 간 협의에도 불구하고, 노동부 행정 단위의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이해도는 매우 낮은 편이어서 문화예술단체와의 의사소통과정에 상당한 문제가 빚어지고 있다. 행정 단위에서 문화예술이 가진 공공적 ㆍ사회적 가치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단체의 운영 자율성을 좀 더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단기간 수익창출 구조 마련... 현실적 부담감

이외에도 일정한 전문성을 요구하는 문화예술분야의 경우,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에서 요구하는 취약계층 고용 부분이 실제 사업 효과를 높이는 데에는 여러 제약을 주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 요구의 목소리가 높다. 그리고 사회적 서비스 제공 외에 단기간에 수익 창출구조를 만드는 것에 대한 현실적 부담감 역시 문화예술단체 입장에서는 어려운 숙제로 남겨져 있다. 이는 결국 인건비 지원이 종료되는 시점에도 과연 생존이 가능할까라는 아주 현실적 고민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설령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이 문제는 여전히 무거운 걱정거리로 남겨진다.

문화예술분야 단체와 종사자들은 단체의 생존과 사회서비스의 안정적 제공을 위해 사회적 목적과 현실적인 수행방법을 오랫동안 고민해 왔고, 목적과 방법의 합일이라는 이상적 대안의 하나로 사회적기업과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들 단체들의 기대감과 참여 의지에 비해 단체와 조직의 실질적인 준비 정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게 현실이다. 대다수 문화예술단체들은 기업 경영마인드가 미흡한 편이며 행정적 경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단순 인건비 지원 정책으로 이해하고 참여하는 경향도 일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인력 운영을 위한 공간과 설비 부족, 노무관리 및 회계시스템 미비 등 사회적기업으로서 여건과 역량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한된 기간 안에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내부교육 포함)+수익창출+사회서비스 제공’이라는 복합적 난제를 수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현장이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부처가 정량적으로 제시한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 및 사회적일자리 육성 목표치의 공표는 또 다른 양적 성과주의로 빠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 특수성 감안한 유연한 설계 필요

물론 문화예술계의 오랜 과제인 ‘지속가능한 자생력’을 갖추는 데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 사회적기업만이 정답인 것은 아니다. 현장에 온기와 자극을 전해줄 하나의 불씨가 떨어졌을 뿐이다. 트렌디한 정책에 휩쓸리기보다는 ‘왜 사회적기업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누구보다 문화예술분야 단체와 종사자들 스스로가 아주 진지하고 신중하게 탐색하고 전망할 필요가 있다. 이는 문화예술분야의 정부주도 정책들이 실패한 이전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문화예술분야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 설명회>에서 경청중인 참석자들정책 단위인 양 부처에서도 문화예술분야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소진되지 않고 불씨가 북돋워지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좀더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일반 제조업 중심의 지원 및 관리 방식을 문화예술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문화예술분야의 특성을 고려한 일자리 사업의 유연한 설계, 그리고 인건비 중심 지원에서 지원 영역의 다각화, 맞춤형 인큐베이팅 등의 현장친화적 정책이 더욱 요구된다. 이를 위해 양 부처의 긴밀한 협의는 물론이고 소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역할을 좀더 강화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문화예술 현장 스스로가 정책 이벤트의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모색을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선옥

필자소개
이선옥은 축제적 삶, 문화예술과 교육을 키워드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하자센터, 시민문화네트워크 티팟,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에서 일해 왔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강의와 연구 등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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