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은 설립 주체가 누구이건 공공적 기능을 갖는다. 사립미술관 평가제도는 운영과 전시 · 교육 등에 대한 평가를 체계화하여 객관적인 지표로써 사립미술관의 활동을 가늠하고 공공성 확대를 위해 도입되어야 한다.

2009년 12월 1일, 한미사진미술관 세미나실에서는 ‘한국의 사립미술관, 정체성 확립과 공공적 기능’이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이번 세미나는 최근 5~6년간 한국사립미술관협회를 중심으로 ‘사립미술관이 공공적 기재임’을 주장하며 사회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여오면서, 사립미술관 내부적으로도 이에 대한 공감대를 다시 한 번 단단히 할 필요가 있기에 마련한 자리였다. 또한 앞으로는 사립미술관의 운영과 전시·교육 등에 대한 평가를 체계화하여 객관적인 지표로써 사립미술관의 활동에 대하여 얘기하고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계기이기도 하였다.

한국의 사립미술관 정체성 확립과 공공적 기능에 관한 세미나(12월1일)



사립미술관은 사적 기관이 아니다

사립미술관의 공공성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바로 ‘사립’, 즉 설립주체가 개인이라는 이유로 사적인 기관으로 우선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단 ‘미술관’은 무엇인지, 그리고 국내에서 ‘사립미술관’은 어떤 위치에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 명확히 해 볼 필요가 있다.

미술관은 예술 작품을 소장하는 전문 미술박물관으로서 박물관이라는 상위 개념에 대한 하위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박물관은 아래와 같은 정의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설립 주체가 누구이건 공공적 기능을 갖는다. 이러한 원칙은 국공립이나 사립, 대학을 막론하고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다.1)

국제박물관협의회의 정의(2007) - 박물관은 비영리(non-profit)이며, 항구적인 기구(permanent institution)로 사회를 위하고 발전되어야 하며, 공공을 위하여 공개되어야 한다. 유 · 무형형의 인류의 유산을 소장(acquires) · 보존(conseves) · 연구(researches) · 소통 및 전시 (communicates and exhibits) 를 목적으로 노력하고 향유해야 한다. 박물관및미술관진흥법에서의 정의 제2조(정의) ① '박물관'이라 함은 문화 예술 학문의 발전과 일반 공중의 문화 향수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역사 고고 인류 민속 예술 동물 식물 광물 기술 산업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 관리 보존 조사 연구 전시하는 시설을 말한다. ② '미술관'이라 함은 문화 예술의 발전과 일반 공중의 문화향수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박물관 중에서 특히 서화 조각 공예 건축 사진 등 미술에 관한 자료를 수집 관리 보존 조사 연구 전시하는 시설을 말한다.

따라서 사립미술관은 개인(또는 기업)이 설립하였지만, 실제 기능과 활동은 문화·예술적 프로그램을 일반 대중에게 제공하는 사회적 기관이다. 사립미술관은 설립자의 강한 의지로 개성 있는 소장품을 보유하고, 이것을 공중에게 개방하여 전국적으로 중소도시 또는 면·리 단위에 이르기까지 소외된 지역 곳곳에서 문화예술의 전도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국·공립 미술관의 영역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사립미술관이 대신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국내 미술관 중 사립미술관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75%(2008년 말 집계 기준)나 된다는 것을 보더라도 사립미술관이 국내 미술문화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바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환기미술관(서울), 신미술관(청주), 한국미술관(용인)



공적 지원으로 공적 프로그램 확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사립미술관이 대중에게 문화예술을 보급하는 기관이기에 공공성을 인정받아 2005년 한국사립미술관협회의 창립을 전후하여 사립미술관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조금씩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2004년부터 사립미술관에도 청년인턴이 지원되기 시작하였으며 같은 해 복권기금으로 사립미술관의 특별전시 및 사회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사업비 일부가 지원되어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또한 2007년부터는 미술관 전문 인력인 큐레이터와 에듀케이터에 대한 지원도 이루어져 사립미술관 운영 활성화에 큰 도움을 받았다.

2008년 이후 노동부의 사회적일자리창출사업을 활용하여 사립미술관에 미술품전문해설사, 미술관 아웃리치프로그램 전문강사를 정부지원으로 채용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쳐오고 있다. 2009년에는 문화부 지원으로 사립미술관 인턴 큐레이터를 기존의 청년인턴보다 조금 더 안정적으로 채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밖에도 지역사회와 연계한 미술관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게 하는 등의 정부지원은 재정적인 적자를 면치 못하는 사립미술관 운영에 숨통을 틔우게 한 몇 년간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도 협회를 통하여 ‘뮤지엄페스티벌_예술체험그리고놀이’와 같은 사립미술관 축제 개최, 미술관 실무자 재교육 실시, 미술관 전문분야별 백서 또는 매뉴얼 발간, 미술관전문 온라인 매거진(이메일 뉴스레터) 발행 등 사립미술관의 전문성 향상과 홍보 및 정보교류의 활성화를 돕는 다양한 사업을 정부지원으로 할 수 있었다.


공적 지원의 정당성, 객관성, 투명성을 위해

이와 같이 점차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제는 사립미술관 스스로가 국고를 지원받는 기관으로서 미술관 본래의 기능과 역할을 보다 충실히 하고 지원에 대한 성과로서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보여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 이것이 사립미술관에 대한 국가 예산 투입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사립미술관이 국내 문화예술 발전에 실로 기여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지원기관을 선정하는 데 있어 객관성과 공정함이 점점 더 요구되고 있다. 그 이유는 사립미술관의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예산은 한정되어있는 관계로 정해진 심사기준에 따라 선정된 일부 기관에만 지원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이거나 주먹구구식으로는 불가능하기에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평가 시스템을 개발하고 시행해야하는 것이다.

사립미술관 평가의 주요 내용에 대해서는 이번 세미나에서 제기된 방안들을 토대로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자 한다. 기조발제와 주제발표를 각각 맡은 최병식 경희대 교수와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 부회장의 발표내용을 참고하였다.

① 사후관리 평가 프로그램
현재 우리나라 ‘박물관및미술관진흥법’에 따르면 해당조건만 충족하면 미술관으로 등록이 된다. 등록 자체도 허술하게 진행되지만, 등록 후 이 조건들이 제대로 수행되는지 확인하는 프로그램이 없다. 등록 및 인증과정을 거친 미술관들의 경우 정기적으로 운영실태를 조사하고 일정수준을 유지하도록 평가와 감독은 물론 지원시스템과 연계하여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평가는 각 지자체와 한국사립미술관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정부에서는 평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과 인력에 대한 지원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② 전시 및 교육프로그램 평가
미술관 기능의 양대 축은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이다.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의 기획성과 공공성, 교육적 성과, 대(對) 국민 문화향유권 신장에 대한 기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평가지표를 개발하고 공신력 있는 평가단을 구성해 연간평가를 실시, 이듬해의 지원정책에 반영하는 식으로 운영돼야 할 것이다.

③ 미술관 정책 평가
미술관 정책 평가는 정책 수립의 실현가능성과 개별 미술관의 특성과 미션에의 합목적성, 정책 집행의 충실도 및 완성도, 정책성과 등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

④ 사립미술관 특성화 전략
평가제 도입과 함께 고려해볼 만한 시도로는 사립미술관의 특성화 전략을 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제별 기획전에 강한 ‘기획전시형 미술관’, 교육프로그램 콘텐츠가 뛰어난 ‘체험교육형 미술관’, 런치프로그램 등 이색행사로 입소문이 난 ‘이색 행사형 미술관’ 등이 그것이다. 특성화에 성공한 미술관들에 대해 지원 정책 집행을 위한 평가 시 일정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을 도입할 경우 경쟁력 제고를 위한 미술관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수반됨으로써 결국 미술관 콘텐츠의 우수성과 공공성 및 사회성의 강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1) 최병식,「한국의 사립미술관, 정체성 확립과 공공적 기능 세미나 자료집」, 한국사립미술관협회, 2009


박선민

필자소개
박선민은 사단법인 한국사립미술관협회 실장으로 홍익대에서 광고멀티미디어디자인을 전공하고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 석사과정을 수료하였다. 2004년 당시 한국사립미술관협회의 전신인 자립형미술관네트워크와의 인연으로 현재 6년째 사립미술관과 동고동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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