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예술경영]은 2009년을 마무리하면서 예술경영의 이슈와 흐름을 정리하는 연말특집을 마련했다. 독자, 전문가 설문조사로 진행된 '예술경영 10대뉴스'와 본지 편집위원들의 2009년 예술경영 결산 좌담으로 진행된다.



올해는 새정부의 정책제도 변화가 본격화된 해였다. 새로운 제도가 발표되고 새로운 지원제도가 시행되는 등 정책변화에 현장이 민감하게 촉각을 곤두세웠다. 반면 이러한 변화에 대한 현장의 적극적인 목소리는 드러나지 않았다. 문화예술계를 떠들썩하게 할 만한 이슈들이 많았음에도 담론이 형성되고 지속되지 못했다. 혹시 이러한 현상이 제도정책의 급변에서 오는 현장의 피로감을 반영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올해는 정책의 변화 자체를 파악하는 데에 분주했다면 내년부터는 올해 발표되고 시행되기 시작한 정책, 제도, 사업들이 구체적인 영향이 드러나는 시기가 될 것이다. 흐름을 잡고, 간과되는 이슈에 주목하는 등 예술경영계의 역할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일 시ㅣ 2009. 12. 28(월) 오후 3시
장 소ㅣ 예술경영지원센터 회의실
사회 ㅣ 김소연 편집장
참가자 본지 편집위원
김노암 _ 갤러리 상상마당 전시감독
노형석 _ 한겨레신문 대중문화팀장
박병성 _ [더 뮤지컬] 편집장
양지연 _ 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 교수
오세형 _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이승엽 _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과 교수






정책제도 변화가 이슈 이끌어


사회 10대 뉴스 설문결과를 보면 신종플루와 두 번의 국장이라는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를 제한다면, 올해는 대부분 정책제도가 예술경영 주요뉴스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연말 올해의 주요 흐름으로 ‘경기불황’과 ‘정책의 변화’를 짚었던 것을 되돌아보면 ‘경기’보다 ‘정책’이 이슈를 압도했던 해였다.


이승엽(이하 이) 뉴스 하나하나만을 놓고 보면 흐름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일자리, 지원제도, 사회적기업, 예술학교, 신종플루 등 이슈가 전방위에 걸쳐 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사고라 할 만한 것을 제외하면 ‘변화’라는 말로 모아진다. 그리고 이 변화의 동력은 2007년 말의 정권교체로 생긴 에너지다. 언뜻 서로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변화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다. 현재 가장 주목도가 높은 뉴스가 ‘문화예술 행사 축소, 취소’ 이다. 신종플루라는 사고가 겹쳐있지만 ‘불황’에 대한 반응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양극화’는 고질적인 문제인데다가 지금도 심화되고 있는 현안인데, 그에 비해 주목도가 낮다.


양지연(이하 양) 중앙정부, 지방정부를 막론하고 예술 현장에 대한 정부의 영향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슈들에 현장의 자생적인 움직임이 표출되기 보다는 정부 주도의 제도 변화로 인해 불거진 측면이 크다. 한편으로 올해 주목받은 여러 제도 정책은 이전 정부부터 심화되어 온 경향과 관련이 있다. 국립기관 법인화 문제, 기업CEO 출신 기관장 영입, 사회적기업 등은 예술기관의 경제적 자립, 효율성, (시장)경쟁력이 강조되어 온 방향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슈들이다.


김노암(이하 김) 중요한 이슈들이 폭넓고 심도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중요한 사안에 대한 관심의 지속성도 떨어졌다. 자극적인 이슈들이 가득했다. 미술시장에 대한 걱정으로 전전긍긍했고, 미술계 인턴문제, 국세청 로비사건, 박수근 작품 진위논쟁, 기무사의 국립현대미술관 문제, 문화예술 공공기관의 법인화문제로 온통 시끄러웠다. 그리고 한해의 마무리를 신종플루로 했다. 생산적인 구조나 인프라와 관련된 이야기보다는 사건사고 중심으로 회전했던 것 같다.


노형석(이하 노) 기무사터 국립현대미술관의 서울관 건립 확정은 앞으로 미술계의 구도뿐 아니라 서울 북촌 일대의 문화지도를 바꾸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옛 기무사 본관 건물의 전시장 리모델링 방안과 앞으로 전시 기획 방향 등을 놓고 여러 논란이 일고 있는데, 건축계와 미술계, 문화재계가 진지하게 협의를 계속해 생산적인 결론을 도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역 기반 강조되는 예술지원 방향


사회 구체적인 뉴스들을 살펴보자. 신종플루를 제외하면 사회적일자리가 올해 가장 관심을 끈 뉴스이다. 공연예술분야로 한정하면 상주단체지원제도도 상당한 이슈가 되었다. [연극평론] 겨울호 좌담 ';예술평가의 새 패러다임과 그 과제';를 보면 상주단체지원제도의 여파가 대학로 공동화로 드러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회적기업, 상주단체지원제도는 예술계의 체감 정도가 매우 강하다. 사실 상주단체제도나 사회적기업은 금년에는 그 수혜단체가 그리 많은 편도 아니었다. 현장의 예술경영인들은 이 두 가지 제도가 공공부문의 지원정책의 미래 방향이라고 탐지한 것 같다.


오세형(이하 오) 상주단체지원제도는 예술계에서 느끼는 체감온도가 차후로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공연예술의 지원방식이 달라지는 것을 넘어서 예술지원의 관점 자체가 변하는 것 같다. 또 상주단체지원제도의 운영을 위해서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지역 마켓도 생기게 될 것이다. 당연히 극장의 운영방식도 바뀌게 될 것이다.


사회 대규모 레지던시들이 속속 개관했다. 규모가 큰 사업인 만큼 당장은 아니지만 어떤 식으로든 현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규모에 비해서 현장의 목소리가 뚜렷이 들리지 않는다.


레지던시 자체는 10년 이상 진행되어온 사업이다. 민간에서 먼저 시작했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이 운영하는 창동 국립미술창작스튜디오 등 공공부문이 시작되면서 정책적 파급력이 커졌다. 올해의 새로운 이슈라고 보기에는 역사적 뿌리가 긴 사업이다. 다만, 작가 창작 지원을 주 목적으로 한 단순한 구조에서, 최근에는 도시재생을 아우르는 다층적인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작가-지역주민-지역(문화)행정가, 이 세 주체의 유기적인 상호작용, 관계 맺기라는 새로운 요건이 중요해진다. 현재의 레지던시가 관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예술적인 행정, 사회학적이고 문화인류학적인 관점도 끌어들이는 큰 시각이 필요하다. 이 일을 실제로 담당하는 전문인력을 개발하고 그들의 역량을 키우는 것도 관건이다.



올해 개관한 레지던시들은 지역 특성에 기반한 시설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커뮤니티’와의 작업이 강조될 것이다. 시설운영의 측면에서 보자면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지역사회, 커뮤니티와 연계된 프로젝트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요구되는 인력의 전문성도 달라질 것이다. 단지 시설 자체의 운영, 경영과 관련한 전문성, 기획 홍보 등의 영역에서 업무를 잘하는 전문성이 아니라 각자 맡은 사이트를 주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독자, 전문가의 주목도 편차가 적은 이슈 중 하나가 ‘예술대학 이론 대 실기 논쟁’이다. 다른 예시문항이 정책, 정권, 사건, 사고 중심인데, 예술대학 논쟁은 좀 성격이 다를 수도 있다. 예술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인 논의로 발전할 수도 있는 주제인데, 희극적 이슈로 회자되었던 것 같다. 논쟁이 심화되지도 않았고, 어정쩡한 상황에서 불똥은 여기저기 튄 격이다.


개인적 관심은 예술인공제회이다. 아마도 전국 단위 예술단체들이 그동안 본연의 책무을 방기해온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역문화재단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는 건 긍정적인 조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방 선거 등의 정치 논리에 따라 수시로 뒤바뀌는 예산 지원의 불안정성이라든가, 운영 프로그램에 대한 철학과 전문가 부재 등의 고질적인 문제점 등이 더욱 도드라지게 불거질 공산이 크다는 게 우려스럽다.




‘이슈 없음’이 이슈, 현장의 피로감


사회 10대 뉴스와 같은 화제성을 떠나 예술계의 흐름으로 지적해볼 만한 것도 있을 것 같다.


잊힌 이슈를 보면, ‘국립오페라합창단 사태’가 있다. 설문에서 누군가 답한 것을 보고 나도 생각이 났다. 새정부 출범 이후 예술정책 전개 과정 초반에 불거진 불협화음의 대표적인 사건이었는데 23개의 화제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슈의 영향력이랄까 주목도가 전반적으로 떨어진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주목되는 이슈를 ‘이슈 없음’으로 꼽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내성이 생겨서 그런 것인지, 지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이전의 분위기로 보면 금년에도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한 이슈가 적지 않았다. 이것이 혹시 문화예술의 영향력, 사회적 환기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된 징후가 아닌가 싶다.


정권 초기 인사파문의 충격이 컸기 때문에 다른 아젠다가 묻혀버린 경향이 크다. 또 4대강, 세종시와 같은 큰 정책 사업들과 맞물리다 보니, 정책 아젠다들이 많이 묻히게 되었다. 또 최근 2~3년의 흐름을 보면 작품에 대한 평가, 예술분야에 대한 담론까지도 철저히 시장주의 논리가 싹쓸이 하다 보니 시장 차원에서의 이익의 문제로 매몰되는 경우가 많았다. 향후에도 담론보다는 파이를 키우고 보자는 저급한 시장논리가 커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올해 공연계를 보면 방송, 대중문화 스타들을 끌어당겨 주목도를 높이고 보자는 식으로 과도하게 스타마케팅 의존이라는 양상도 나타났다.





공감한다. 피로가 많이 쌓인 것 같다.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보자는 의지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주위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기획자들도 새로운 기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젊은 작가들 상당수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는 것도 생존의 문제다. 많은 작가들이 개인 스튜디오를 접는 것이 현실이다. 비는 잠시 피하고 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기획자도 있다. 아마도 여기서 비란 여러 가지로 여건이 좋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예를 들면 서울시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도시갤러리프로젝트도 시쳇말로 약발이 다했다고 보인다. 불과 2년 만에 피로가 쌓였다. 단순히 미술시장이 좋지 않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여러 정책이나 제도 변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현장의 피로감이 가중되는 것 같다. 시장 중심의 경향성에 대한 예술계의 무비판적 분위기도 문제이다. 더욱이 이러한 시장주의적 시각이나 사업의 근간이 예술경영이라는 논리로 시행되는 것들이 많다. 예술경영을 곧 대중성, 시장성, 효율성이라는 공식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서도 예술경영계에서 올바른 가치판단과 대응이 필요하다.




시장의 기형적 구조


예술가, 전문가를 앞세우지만 이벤트와 다를 바 없는 사업들에 공공지원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매우 기형적이고 정치적인 시장이다. 다른 예산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벤트성 예산은 커지고 있다. 이벤트 시장의 논리가 공공영역에 그대로 적용이 되면서 혼란이 생기고 그만큼 지치고 피곤해진다.


시장논리라든가 정책의 과도한 영향 등 그동안 이런 요인들이 없었던 시대가 있었나. 오히려 시장논리가 강해진 때가 예술가들에게 좀더 기회가 되지 않는가 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데 이와 상관없이 분위기가 침체되는 것을 보면, 예술 자체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이 반감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자본주의와 시장 자체는 부정할 것은 아니다. 문제는 시장도 본연의 메커니즘이 정립되지 못한 상황에서 시장의 문제를 보완하거나 대안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공적 영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시장주의를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창작뮤지컬 제작 비중 높아져


사회 반면 뮤지컬은 규모를 갖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올해 뮤지컬계에 대해 ‘조정기’라는 전망이 우세했는데 결과는 어떤가. 올해 결산 기사들을 보면 ‘망했다’는 표현도 종종 눈에 띈다.


올해 뮤지컬계의 최대 이슈는 십 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인가, 이다. 대부분 그렇게 예측하고 있다. 지방시장이 완전히 죽었고(신종플루의 영향도 있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엄청나게 마이너스이다. 후반기에 나온 중대형 뮤지컬의 최종 결산이 어떤 결과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뮤지컬은 2000년대 이후 <오페라의 유령>을 기점으로 시장이 급성장해왔던 만큼 올해의 분위기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또 예년에 비해 시장에 투입된 대형 뮤지컬이 늘면서, 투여된 작품과 규모에 비해 시장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lsquo;망했다&rsquo;는 말들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현상이 시장이 불안정하면 안정된 작품을 하기 마련인데, 창작뮤지컬 초연 작품이 오히려 많아졌다는 것이다.





금년에 창작뮤지컬이 많아진 것은 제법 긴 기간 동안의 과정을 거친 결과이지 갑자기 생긴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불황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동안 창작뮤지컬은 마치 뮤지컬 시장에서 달성해야 할 최종 &lsquo;선&rsquo; 같은 당위였다. &lsquo;당위&rsquo;는 전염성이 강하다.


라이선스 뮤지컬은 시장도 한계에 와 있다. 신시 같은 경우에는 기존 공연 이외에 새로운 라이선스 작품은 제작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창작으로 전환하고 있다. 다른 대형 뮤지컬 제작사들도 서서히 창작뮤지컬 제작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안정된 제작사들이 창작뮤지컬로 넘어오기 때문에 창작 뮤지컬은 보다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또 창작뮤지컬에서 성과도 나왔다. <남한산성> <영웅> 등은 시장을 이끌 정도의 흥행은 아니었지만 2007년 발표된 대작 뮤지컬과 비교하면 창작, 제작 역량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라이선스 뮤지컬 제작이 한계에 왔다는 판단은 시장 자체가 포화라기보다는 우리 시장이 다른 길로 접어들었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기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는 물론이고 일본과도 다르다.




&ldquo;백남준 아카이브 차라리 스미소니언으로 가는 것이 낫다&rdquo;


얼마 전 백남준 아카이브가 미국의 스미소니언으로 가는 것으로 확정이 되었는데, 이를 가지고 몇몇 분이 비분강개 하셨다. 그런데 정말 그럴 일인가 싶다. 경기도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모두 내년 운영 예산이 많이 축소되는 것으로 안다. 결과적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국공립기관들조차 오픈 이벤트로 전락하는 모양새라면 백남준아카이브가 그렇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겠나. 지역 기관들 보면, 건물 짓는 예산밖에 없다. 몇십 년 째 변하지 않는 풍경이다.


올해 제주도립미술관이 개관했는데 외형적으로 매우 번듯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전문적인 운영을 해나갈 것인가 하는 과제가 있다. 반면, 이중섭미술관은 여전히 원화 한 점 구입하기 어려운 실정이 아닌가. 정작 우리 미술의 스타인 백남준, 이중섭에 대한 대응이 이러한 상황에서 요즘 흔히 거론되는 스타마케팅이 자칫 단기적인 거품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오용될까 우려된다.


문화예술계의 토건주의 폐해가 크다. 시설 쪽에는 상당한 예산이 투여되는데 대중과 예술경영을 접목하는 사업은 더욱 더 축소되었다. 신홍순 예술의전당 사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기대가 컸었는데, 실제 한 일이 카페 만들고 건물 수리한 것이 전부였다. 오히려 그동안 예술의전당의 대표적인 기획공연이 많이 폐지되지 않았는가.


기무사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올해 예술경영 뉴스의 주요 결과로 오른 것은, 비로소 제대로 된 미술관이 운영되길 바라는 희망이 반영될 것으로 본다. 이 역시 부지확보, 건축이나 법인화 등의 문제에 묻혀 근본적인 논점이 약화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기무사터는 의료기관 등 복지시설이 들어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한국 현대사의 질곡이 쌓인 기무사터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심하리란 것은 명확해 보인다. 좀 과장하자면 반세기 이상 쌓인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미술이 떠안아 치료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있다.




모순이든 결실이든 변화의 결과 드러날 것


사회 이슈 없음의 이슈, 기형적 시장구조, 계속되는 토건주의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야기가 계속 될수록 한 해의 이슈라기보다는 예술계를 둘러싸고 있는 오랜 문제들로 이야기가 옮겨간다. 이제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내년을 전망해봤으면 한다.


하나의 동력이 전방위로 뻗어나가는 어수선한 변화가 올해의 경향이라면 그 변화가 내년에는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국립극단의 법인화, 국립현대무용단 창단,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의 통폐합, 사회적기업, 기존 기관의 선진화 방안, 공연장을 비롯한 예술기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차별화, 자구책 등이 보다 본격화되어 진행될 것이다. 내년이 현 정부 3년차이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이 등장하기보다는 1, 2년차에 시작한 사업에 시행착오나 모순이 축적되기도 하고 또는 결실이 나올 수 있겠다는 전망을 해볼 수 있겠다.


유인촌 장관은 올 상반기까지는 뼈대를 잡는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살을 붙이는 시기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사후지원 시스템으로 가고, 철저하게 효율에 따라 집중할 것은 집중하겠다는 이야기이다. 법인화, 반관반민의 공연장 등 그 영향을 받게 될 수도권과 서울지역의 주요 공연장들이 나름 상당히 변화된 양상을 보이지 않을까 한다. 기획 프로그램으로 브랜드 내실화를 기하기보다는 적당히 포장된 대관공연, 보고서에 적기 편한 이벤트성 행사로 갈 확률이 높다. 문화부 예산조차도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양상으로 가지 않을까 한다.


내년부터 지역극장으로 상주단체가 이관되면서 지역극장의 역할과 그에 대한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 같다. 상주단체지원제도로 극장에 역할과 힘이 주어질 텐데, 극장에서는 아직 적극적으로 인식하기 힘들다. 편차가 심해서 어떤 극장은 의욕적으로 달려들고 있는데, 어떤 극장은 재미있는 공연 한두 번 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인다. 그동안 수익이나 관객수을 높이는데 극장의 역할이 집중되었다면 상주단체지원제도는 원칙적으로 극장에 훨씬 더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다.





뮤지컬 쪽에서는 안동(안동탈춤), 장성(<홍길동전>), 원주(<토지>), 서울(피맛골)과 같이 지자체가 제작에 참여한 창작뮤지컬 등이 상당히 많아질 것이다. 대형 창작뮤지컬은 지자체가 아니면 제작에 뛰어들 수 있는 곳이 에이콤밖에 없다. 결과를 떠나 규모가 있는 창작 뮤지컬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다. <화성에서 꿈꾸다> <남한산성>은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화성에서 꿈꾸다>는 &lsquo;더 뮤지컬 어워드&rsquo; 작품상을 수상했다.


올해, 작년 이슈가 되며 오픈했던 미술관들의 운영에 어려움이 클 것이다. 그 외에 레지던시 자체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미 대가라면 지역에서 활동해도 괜찮지만 젊은 작가들은 중앙에서 커리어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역으로 들어가서 활동하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한편 대안공간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혼란의 과정에서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것이다. 예산 문제도 있고, 의욕상실도 있다. 시장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상업 갤러리에서는 90년대에도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얼마 전에 있던 옥션쇼는 기대에 못 미쳤다. 하지만 올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아지지 않을까 전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화기관장 대폭 변동이 올해 이슈였는데, 내년에는 후임 기관장 선임과 행보가 주목된다. 역시 전문인력 양성이나 배치, 지원 등 인력에 대한 문제가 계속 이슈가 될 것이다. 인력과 관련된 각종 지원사업이 전환점에 있어 새로운 얼개를 구상하는 것과 지속성이 동시에 고민되어야 할 것 같다. 한편 정책이나 프로그래밍에 있어 지역사회, 커뮤니티에 대한 이슈는 앞으로도 중요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본다.


사회 여전히 전방위의 변화가 내년에도 계속될 것 같다. 흐름을 잡고, 간과되는 이슈를 주목하는 등 예술경영계의 역할이 큰 시기인 것 같다. 장시간 수고하셨다.



정리 _ 김소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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