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 전문가 바라보는 우리 예술현장의 현안은 무엇일까? <@예술경영>은 창간특집으로 공연, 시각 및 정책일반의 전문가들에게 예술계 현황을 진단하고 전망을 모색하는 설문을 실시했다. 예술현장의 현안, 제도 정책에서 변화가 필요한 부분, 발전 가능성이 높은 예술경영분야 등을 묻는 설문에 31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답변을 보내왔다. 이번 특집은 총 4회에 걸처 설문 분석과 개별 현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기고를 게재할 예정이다.


예술경영 전문인력에 대해 논의할 때 가장 곤혹스런 문제는 개념의 모호함이다. 이 말인즉슨 여태껏 예술경영 전문인력과 관련한 논의는 다른 예술계 사안과 비교해 볼 때 논의의 양적인 면에서 결코 적지 않았으나 늘 뻔한 범주 내에서 빙빙 돌며 깊숙이 들어간 적은 별로 없다는 말이다. 예를 들자면 21세기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는 문화라고 외치나, 정작 전문 문화인력은 부재한 상황이니 백만대군 양병설처럼 경쟁력을 갖춘 전문 예술경영인력을 배출하는 게 시급하고, 그러기 위해선 현장에서 필요한 신규인력 혹은 기존인력의 재훈련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며, 예술경영 전문인력 양성과 관련된 연구의 초점이 대부분 교육기관 현황분석, 해외사례 조사, 현장과 교육내용 간의 불일치 조사 등 현재 모습을 진단하는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예술과 경영이 조합될 때


이러한 모호함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통해서도 확인될 수 있다. "예술경영 전문인력이라고 할 때 지금 머리에 그려지는 사람은 누구이며 몇이나 되는가?", 혹은 "나는 어떤 전문인력이 되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 딱히 그려지는 사람이 없거나 어린 시절 장래 희망을 물었을 때 대통령이나 선생님 같은 대답처럼 큰 범주에서의 그림만 그려지지 구체적인 대답은 여간해서 나오지 않는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광의의 ';문화';처럼 예술경영 전문인력이라는 단어 안에 포괄되어있는 개념이 너무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만일 본격적으로 실효성 있는 예술경영 전문인력에 대한 논의를 하고자 한다면 보다 구체적인 개념의 정립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예술경영 전문인력은 "예술+경영+전문+인력"이 합성되어 있는 개념이다. 먼저 예술이라 할 때 문학, 시각예술, 공연예술, 전통예술, 다원예술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각 분야별 예술경영의 적용은 모두 다를 뿐더러 공연예술이라 하더라도 연극과 무용에서의 적용이 다르며 심지어 같은 장르인 무용이라 할지라도 발레와 현대무용에서의 경영은 사뭇 다른 양상을 나타낸다.


또한 예술이란 단어와 경영이란 단어가 조합되어 쓰일 때 그것은 예술단체 혹은 기관을 잘 운영하기 위한 경영인지(management FOR arts) 혹은 예술로써 경영을 촉진시키기 위한 경영인지(management THROUGH arts) 아니면 예술적 방식의 경영인지(management OF arts)로 구분하여 볼 필요가 있다. 앞의 두 가지 관점은 경영 혹은 예술을 수단으로 하여 예술 혹은 경영을 촉진시키겠다는 의도가 있는 개념으로 예술 혹은 경영을 수단과 도구로 취해 효율성을 기해보겠다는 점에서 같다.


그러나 세 번째 "management OF arts"의 개념은 예술이 수단과 도구, 효율성을 위해 기여되는 혹은 효율화되어야 할 대상으로서의 의미가 아닌 과정 그 자체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개인의 삶 그자체가 문화적이어야 하며, 조직의 혁신 및 경영활동 그 자체가 문화적일 때 영속하고 위대해 질 수 있음을 가정한다. 어떻게 접속되느냐에 따라 예술경영은 상이한 것이 된다(becoming).


다음으로 예술경영에 전문성의 개념이 더해진다면 앞의 세가지 중 어떤 것 혹은 앞의 세가지 모두를 ';잘한다';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잘한다';는 기준은 무엇이고 어떤 사람을 전문가라고 하는가. ';잘한다';와 ';전문가';의 개념을 살펴보기엔 예술경영 전문인력 교육을 살피는 것이 가장 빠른 일이다. 교육은 전문가, 즉 ';잘하는'; 사람들의 노하우를 현재 ';잘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르쳐줌으로써 ';잘하도록'; 만들려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종종 수포로 돌아가는데 ';잘하는'; 사람들의 노하우가 ';잘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처한 상황적 맥락성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존재하는 것(being), 생성하는 것(becoming)


더구나 예술경영계에 일고 있는 기업경영 따라가기 식의 교육풍토는 예술경영의 ';오래된 깊이';의 가치를 내팽개치고 ';생생한 빠르기';에 열광하는 추세로, 예술경영의 전문성은 정체성의 혼미를 거듭하면서 예술경영의 특수성은 해외 혹은 기업경영 전문성의 보편성에 눌려 타자화, 주변화 되고 말았다. 따라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예술경영의 전문성이란 현장을 외면하면서도 현장의 권위로 남아있는 이율배반의 역리(逆理)이다.


따라서 예술경영 전문인력과 관련된 현재의 담론은 이처럼 모호한 예술경영 전문성이란 개념에 대해 제대로 고민하지 않은 채 인력양성이란 큰 숲을 조성해나가는 와중에 길을 잃은 격이다. 지향해야 할 전문성에 있어 가장 핵심이 되는 현장과의 선순환적 관계 맺기에 실패한 교육은 교육기관마다 교육만족도 반응에서 안정적인 브랜드 위주의 전문가에 의존해 포맷과 강좌제목만 바꾸어가며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예술경영 전문성이란 몇몇 전문가들이 쥐고 있는 어떤 것(being)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접속하는 와중에 역동적으로 생성되는 것(becoming)이다.


따라서 예술경영 전문인력은 외부에서 주어진 필요역량 대비 현재역량의 차이를 분석하여 그 차이를 메우는 처방전을 내림으로써 생성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물론 이러한 노력이 전혀 쓸데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예술경영 전문인력에 대한 논의의 시작을 대상으로서의 객체가 아닌 예술경영 전문성을 생성해내는 주체로 변화시켜야 함을 강조하려 함이다. 이렇게 될 때 단기처방식 교육은 장기적 관계맺기식 교육으로, 전문가의 일방향적 강의식 교육프로그램은 함께 참여하고 구성해나가는 형식으로 바뀌게 된다.



참여하는 학습전략


특히 주체로서의 예술경영 전문인력에 대한 관점에 있어서는 일방향적인 교육기획이 아닌 참여하는 학습전략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기란 인간행동의 에너지이고 행동의 활성을 증감시키며 행동의 방향을 정해주는 심리적 요인으로써,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엔진과 핸들의 기능에 해당된다. 즉, 에너지와 방향이 동기개념의 핵심적 요소이다(Gage & Berliner, 1984). 따라서 일방향적 교육기획이 외적동기였다면 참여하는 학습전략 과정은 내적동기로서 이에 따라 활동, 또는 학습하는 경우 사람들은 이를 통해 이루게 되는 목표나 결과가 아니라 활동 자체에 의해 동기부여가 되어 스스로의 에너지와 방향성을 갖게 된다.


참여하는 학습전략이란 예를 들어 학습에 참여하기 전 예술경영 전문인력 개개인은 커리어포트폴리오를 작성함으로써 자신들이 추구하는 전문성의 지향을 그려본 뒤 경력개발과 연동한 교육프로그램을 선택한다. 피터의 원리에 의하면 유능한 실무자였던 사람이 반드시 유능한 리더가 되는 법은 아니다. 경력개발 단계에 맞춰 적절한 학습수행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람들이 리더가 됨으로 인해 조직이 발전하지 못하고 퇴행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참조 이미지 - 예술경영 관련 워크숍 진행 이미지


앞서 언급한 바처럼 예술경영 전문성은 고정되어 딱딱한 고체가 아니며 인력을 둘러싼 환경, 특히 조직 내 사람들과 역동적으로 생성되는 상황맥락적인 것이기에 무능한 리더들은 자기 자신과 더불어 다른 사람의 예술경영 전문성조차 억누르게 된다. 현재 대부분의 교육커리큘럼은 트렌드를 쫒아 그때그때 구성되는 형태이나 경력개발 단계에 맞춰 균형 잡힌 성장을 돕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예술경영에 필요한 역량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 HRD와 HRM¹)은 단일조직 내 이윤창출이라는 명확한 목표와 더불어 단일 조직 내 인력양성에 있어 규모의 경제가 존재한다. 그러나 예술경영 분야는 자본과 인력구성에 있어 자체적으로 이러한 교육시스템을 만들어내기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공공기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공공기관은 이러한 교육시스템을 통해 현장의 역동적 상황을 즉각적으로 파악하게 됨으로써 보다 현장과 밀착한 정책적 지원을 할 수 있게 된다. 예술경영 생태계의 근간으로서 기능하게 될 수 있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상상과 창조하는 사람들이 다가올 시대의 핵심 인력이라고 말한다. 아니 어쩌면 이미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기업광고는 이미 제품에 대한 직접 홍보를 넘어 상상과 창조를 자극하는 예술과의 적극적 협력을 시작한지 오래다. 기업들은 상상과 창조의 능력을 가진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재직자들을 대상으로 상상과 창조형 인간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그들의 변화의지는 수단과 도구로서 예술의 활용에 있지 않으며 예술적 삶을 녹여내는 것에 있다.



예술경영, 예술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예술경영계에 예술이 없음을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 문화예술의 가치는 현재도 수많은 능력 있는 인재들을 문화예술계로 끌어들이고 있으나 그들의 열정과 동기는 성과중심의 경영이라는 미명하에 소진되어 금세 사그라들고 만다. 열정과 동기를 기반으로 현장의 생생함을 발로 뛰어다니며 익힘으로써 그것이 예술경영의 전문성이 될 새로운 상상과 창조로 선순환 되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창조적 일이 아닌 당위적 일에, 사람이 아닌 책상에 매달려 전문성은 끝내 만들어지지 않은 채 또 다른 관리자들만이 양산되고 있다.


홍대 앞 언더그라운드의 상상과 창조에 기반한 실험적 활동이 대중가요 시장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고, 신춘문예의 참신성이 문학계에 신선한 피를 돌게 하며,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가한 가난한 미술가의 그림이 새로운 화풍을 만들어내듯이 예술경영 전문인력의 교육프로그램은 기존 전문가의 전문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그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자극하는 것이어야 한다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문화예술계 안에서만 노는 사람은 앞으로 예술경영 전문인력이 될 수 없다. 전문성을 견고하게 받쳐주던 학문 간의 경계는 점차 모호해지고 있으며 테크놀로지의 발달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킨다. 지식은 날마다 자기증식을 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고 있으며 작은 섭동이 거대한 폭풍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시대에 전문성이란 넓게 파지 않으면 깊게 들어갈 수 없다. 즉, 이전까지 예술경영 분야의 전문성이란 specialist를 말하는 것이었다면 현재의 전문성이란 generalist이자 specialist인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접속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자기가 가진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하다. 중심이 있어야 다양한 분야와 새로운 것과의 접속을 통해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지 그렇지 않을 경우 부평초가 되기 쉽다.


예술경영 전문인력과 관련된 기존의 기계적, 도식적 접근은 지양되어야 한다. 지금 현재 문화예술계에 남아 있는 전문가들의 특성에 주의를 기울여 보자. 성공한 전문인력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그들은 스스로의 필요학습을 해내는 사람들이며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다. 학습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원천이다. 학습하지 않는 사람은 점차 에너지가 소진되어 고갈되고 만다. 끊임없이 타오르게 학습 장작을 넣어 불타게 하고 고여 썩지 않게 늘 물처럼 흐르는 학습이 필요한 때다. 또한 문화예술계 기획의 특성 및 문화예술계의 변화폭을 생각할 때 명시적 지식보다 암묵적 지식이 요구되며, 따라서 암묵적 지식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지식의 전이가 이루어질 때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이 배출된다. 학습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1) Human Resource Development와 Human Resource Management의 약자




김정이필자소개
김정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인력개발센터 교육프로그램 기획자로 활동했으며, 현재 지식에너지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전국문예회관연합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다양한 문화예술 기관에서 실시한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 및 인력양성 관련 연구, 컨설팅, 자문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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