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 전문가 바라보는 우리 예술현장의 현안은 무엇일까? <@예술경영>은 창간특집으로 공연, 시각 및 정책일반의 전문가들에게 예술계 현황을 진단하고 전망을 모색하는 설문을 실시했다. 예술현장의 현안, 제도 정책에서 변화가 필요한 부분, 발전 가능성이 높은 예술경영분야 등을 묻는 설문에 31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답변을 보내왔다. 이번 특집은 총 6회에 걸쳐 설문 분석과 개별 현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기고를 게재할 예정이다.

미술관을 고도의 문화마케팅 기업으로 재조명해야 한다. 보다 좋은 콜렉션을 늘려야 하고, 보다 많은 관람객을 확보해야 하고, 기부금을 타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하고, 기업과 연계한 홍보를 통해, 아카데미를 통해, 아트샵 운영을 통해 돈을 벌어야 살아남는다. 특히 미술관의 선장인 관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참조 이미지 - 미술관세계 경제가 신음하고 있다. 각국 정상들의 리더십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고, 터널의 끝은 어디 즈음 있을 것이라는 전망조차 전문가들은 유구무언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신임 대통령당선자 오바마의 라인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고민하는 각국 CEO들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학계는 신자유주의의 몰락이니 보호무역주의 재현이니 갑론을박 하고 있고, 각국 정상들은 긴밀한 연락망을 주고받으며 공동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난국은 결코 혼자 풀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안으로나 밖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리더십이 아쉬운 현실이다. 세계는 새로운 리더를 원하고 있다.


정부지원과 기업 후원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미술관 역시 이번 경제 불황이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기회에 미술관 또한 자본 확보를 위해 체질개선을 거듭해야 한다. 밖으로는 영화, 게임, 스포츠와 경쟁해야 하고, 안으로는 다른 미술관과도 경쟁해야 한다. 이제 &ldquo;주식회사 미술관&rdquo;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이다.


세계적인 미술관의 해외 브랜치는 이름값으로 적게는 200억 원 많게는 6000억 원 이상이 거래되고 있다. 좋은 콜렉션이 곧 경쟁력이고, 좋은 전시는 작게는 도시 크게는 국가 브랜드에도 기여한다. 미술관을 고도의 문화마케팅 기업으로 재조명해야 한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 졌다. 보다 좋은 콜렉션을 늘려야 하고, 보다 많은 관람객을 확보해야 하고, 기부금을 타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하고, 기업과 연계한 홍보를 통해, 아카데미를 통해, 아트샵 운영을 통해 돈을 벌어야 살아남는다. 특히 미술관의 선장인 관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위기일수록 리더십은 빛을 발한다.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

주식회사 미술관이 대세인 오늘날 좋은 미술관 관장은 어떤 사람인가? 어떤 사람은 &lsquo;MBA 출신이 대안이 아닌가?&rsquo; 라고 묻는다. 과연 그럴까? 2000년 조지 부시가 미국의 신임 대통령으로 당선 되었을 때 많은 이들은 흥분했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MBA 출신 대통령의 탄생이었기 때문이었다. 명석한 판단력과 위기를 침착하게 헤쳐나가는 리더십, 사람들의 말에 경청하고, 조직을 단결시키고, 외부적으로는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국가 브랜드 관리를 잘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그는 보좌관들의 부정적인 코멘트를 듣지 않았고 그의 독단은 전세계에 안티 아메리카, 안티 부시 층을 키워버렸다. 강력한 리더십은 팀워크에서 나오지 절대 한 개인의 독단에게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미술관 관장 자리를 설명하면서 일국의 대통령을 예로 든 것은 미술관은 미술뿐만 아니라 경제, 정치, 문화가 통합된 시스템이라는 점 때문이다. 전시를 통해 지역사회를 교육하고, 예술을 보전 관리하고, 새로운 비전도 제시해야 하고, 미술관의 브랜드 가치를 위해 많은 사회활동에도 참여하며 정치적인 역량도 과시해야 한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처럼 동분서주하는 정치적인 카리스마가 필요하고, 어쩌면 페리스 힐튼처럼 정력적으로 파티를 즐기는 사교가가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또한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미술에 대한 전문성도 인정받아야 소위 말하는 국제적인 주류와 어울릴 수 있다.


전문성의 확보는 미술관 큐레이터들이 어떻게 관장을 바라보는가에서 출발한다. 내부의 눈으로 본 진단만큼 정확하고 날카로운 분석은 없다. 실례로 빅토리아 알버트 미술관, 테이트 갤러리, 대영박물관의 관장을 지낼 정도로 실무 경험이 풍부하고, 토니 블레어의 불합리한 미술 조세법에 쓴 소리를 해댈 정도로 카리스마 넘치는 영국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의 사마레즈 스미스 (Saumarez Smith) 관장의 사임 뉴스를 살펴보자. 그는 적어도 미술사적 전문성이라든지 큐레토리얼 전문성 부분에서 미술관 큐레이터들의 존경을 받지 못했다. 그의 전공 문야는 건축과 인테리어였고, 내셔널 갤러리의 핵심 분야는 고전미술이었다.



메트로폴리탄과 구겐하임의 선택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술관 관장이 되기 위한 요건이 일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 못지않게 힘든 일이 되어 버렸다. 2008년 7월 21일 발간된 뉴스위크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필라델피아 미술관을 포함한 20여 개의 미술관이 새로운 미술관 관장을 찾고 있다는 기사와 함께 이상적인 자격요건으로 미술사 박사학위와 MBA 학위를 들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새로운 디렉터로 올해 나이 46세의 토마스 캠밸(Thomas Cambell)를 선정했다.그러나 미술에 대한 전문성과 CEO의 추진력 사이에서의 접점을 한 사람에게 기대한 것은 처음부터 모순어법이거나 지나친 이상주의였던 것일까? 2008년 9월 9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후보자들의 부인들까지 인터뷰를 한 끝에 새로운 디렉터로 올해 나이 46세의 토마스 캠밸(Thomas Campbell)를 선정했다. 경영학과 미술사 학위 소지자인 슈테델 미술관(Staedel Museum)의 맥스 홀바인(Max Hollbein 1969년생) 디렉터와의 최종 경합을 이겨낸 캠밸은 옥스포드 대학에서 영문학과 런던 크리스티에서 장식미술을 전공했다. 2007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있었던 《바로크 테페스트리 특별전》(Tapestry in the Baroque)과 안토니오 라티 텍스타일 센터(The Antonio Ratti Textile Center)의 운영을 맡으며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러나 2600여 명의 스텝과 한해 2000억 원의 예산으로 움직이는 메트로폴리탄 거함을 운항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경제상황이 불투명한 가운데 필요한 예산을 조달해야 하고, 새로운 작품을 구매하기 위한 새로운 기부자를 찾아야한다. 이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격을 잃지 않으면서 상업적인 성공을 이루어 내는 일이다.


구겐하임은 9월 23일 카네기 미술관에서 12년 동안 관장을 지낸 59세의 리차드 암스트롱(Richard Armstrong)을 토마스 크렌스(Thomas Krens)의 뒤를 잇는 신임 관장으로 임명하였다. 지난 20년간 구겐하임 베를린, 베니스, 빌바오를 비롯해 2013년 구겐하임 아부다비(Abu Dhabi)에 이르기까지 구겐하임 미술관의 브랜드 국제화에 이바지한 토마스 크렌스 관장은 논란이 되었던 《아트 오브 모토사이클》(The Art of the Motorcycle, 1998), 《지오르지오 알마니전》(Giorgio Armani, 2000)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전형적인 CEO형이다. 하드웨어의 확장과 장르의 확장 등 규모의 경제를 논하는 인물이었다. 이에 반해 신임 관장 리차드 암스트롱은 정통 큐레이팅으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구겐하임이 양적 팽창에서 미술관 본연의 세밀한 큐레이팅에 미술관의 새로운 비전을 본 것이다. 암스트롱 신임 관장은 아시아 현대미술과 라틴 아메리카 현대미술 그리고 젊은 작가 발굴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큐레이터이다.



비즈니스 감각, 사교능력 그리고 정통 큐레이팅


메트로폴리탄과 구겐하임 미술관의 신임 관장 선택을 보고 향후 미술관 디렉터의 기준이 CEO형보다는 정통 큐레이터형이 더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은 오류다. 메트로폴리탄은 이미 막강한 보드 멤버(Board Member)와 특히 보드 오브 트러스티(Board of Trustee)의 대표(President) 에밀리 라퍼티(Emily Kernan Rafferty)가 펀드레이징 및 예산운영, 마케팅을 훌륭하게 담당하고 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구겐하임은 빌바오에서 아부다비에 이르기까지 양적 팽창 후에 내부적으로 보다 진지한 큐레이팅에 대한 필요성에서 비롯된 선택으로 보인다. 분명한 사실은 미술관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뛰어난 비즈니스 감각과 탁월한 사교능력 그리고 리더십을 겸비한 정통 큐레이터의 가치는 높아진다.


루브르 미술관의 앙리 로이렛 관장은 2012년 오픈을 앞두고 있는 루브르 아부다비 프로젝트를 1조 5000억원에 수출하는 계약을 따낸 그는 국제적인 네트위크와 뛰어난 비지니스 능력을 자랑한다.모나리자로 유명한 루브르 미술관. 연간 3500억 원의 예산을 자랑하는 이 거대한 미술관의 앙리 로이렛 관장은 오르세이 미술관 큐레이터 출신이다. 2012년 오픈을 앞두고 있는 루브르 아부다비 프로젝트를 1조 5000억 원에 수출하는 계약을 따낸 그는 국제적인 네트워크와 뛰어난 비지니스 능력을 자랑한다.


그는 아람 에미레이트에 &ldquo;루브르&rdquo;란 이름값을 6300억 원에 팔아치운 인물이다. 참고로 스페인에 세워진 구겐하임 빌바오의 이름값은 200억 원이었다. 또한 2006년에는 다빈치 코드의 영화 촬영장소 대여비로 25억을 벌어들이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펀드레이징에 관한 그의 세밀한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일화가 있다. 2008년 6월 루브르를 후원하는 &ldquo;루브르의 친구들 (Friends of the Louvre: 미화 1만불 이상 기부한 후원자들)&rdquo;을 위한 만찬은 감동스런 프라이빗 전시회로 기억 된다. 미술관 큐레이터와 몇몇 미술사학자들을 제외한 일반관객에게는 한 번도 선보이지 않았던 22점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귀중한 드로잉 작품들이 특별 공개되었다. 초대된 귀빈들은 그리스, 로마 조각이 둘러싸고 있는 전시장 한가운데서 양고기와 아스파라거스를 즐기며, 럭셔리 휴가 티켓과 80년대 팝밴드 듀란듀란 공연티켓 옥션에 참가하였다. 그날 밤 로이렛 관장은 27억을 끌어 모았다.



장기비전 실행할 시간이 필요하다


전세계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세계적인 미술관의 명성을 키워온 화려한 디렉터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메트로폴리탄의 필립 드 몽테벨로 41세, 그 뒤를 이은 토마스 캠벨 46세, 구겐하임의 토마스 크렌스 41세, 루브루의 앙리 모리엣은 42세에 오르세이 미술관 관장으로 그리고 49세에 루브르 미술관 관장으로 선임되었다. 그로부터 몽테벨로는 30년, 크렌스는 20년, 모리엣은 7년간 미술관을 이끌었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수완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은 취임 3년 후부터 그리고 정력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10년을 넘어서면서 부터다. 미술관 디렉터가 리더십을 발휘하기까지는 적어도 3년이 걸리고 그가 미술관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기 위해서는 10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서 장기적인 비전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오랜 미술관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와 미국은 명확하게 알고 움직인 것이다.


이즈음 되면 주식회사 미술관이란 의미가 더 명확해졌을 것 같다. 그리고 여기에 어떤 선장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 선장의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현대미술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많은 작가들이 새로 태어났고, 많은 화랑들이 국제적인 면모를 보이며 세계시장에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1996년 광주 비엔날레, 2000년 미디어시티 서울 등 한국도 큰 기획을 해낼 역량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렸다. 그러나 제비 한 마리 온다고 봄이 오는가? 국제적인 영향력을 키우며 지속적인 브랜드 관리를 해내는 미술관, 문화를 수출하는 미술관, 비싼 대여료를 지불하고 샤갈, 고흐 등 블럭버스터 전시를 수입하는 구태를 넘어, 옛것을 온전히 보전하고 새로움을 생산하는 미술관은 어디 없는가? 미술관의 경쟁력은 전시장 사이즈가 아니다. 기획과 마케팅이란 두 수레바퀴가 돌아가야 얻을 수 있는 운동에너지이다. 한국의 미술관은 이 활기찬 운동에너지를 채워줄 새로운 리더를 원하고 있다. 새로운 인물을 말하는 게 아니다. 새로운 마인드를 말하는 것이다. 한 국가의 문화경쟁력이 달린 중요한 사안이다.



이대형
필자소개
이대형 홍대 예술과를 거쳐 콜럼비아 대학교 미술사 대학원에서 큐레토리얼 스터디를 전공했다. 2008 《BlueDot Asia》를 기획했고, 지난 8년간 중국, 대만, 일본, 한국의 젊은 작가들의 수많은 전시를 만들어 냈다. 갤러리 아트사이드 큐레이터를 거쳐 썬컨템포러리의 창립 디렉터로, 그리고 터치아트 아티스트 북시리즈 기획에 이르기까지 배준성, 김준, 천성명, 데비한 등의 출판기획도 앞장섰다. 2009년 6월 영국 런던 필립스 드 퓨리에서 한국현대미술 특별전 《Moon Generation》을 기획할 예정이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