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weekly@예술경영]에서는 분야별로 한해를 전망하는 신년특집 ‘2010을 전망한다’를 마련하여 시각, 공연, 정책 등 각 분야 전문가가 2010년 주목해야 할 주요 흐름과 이슈를 제안한다. 연재순서 ② 공연
2009년의 공연시장 상황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경제회복 기미와 함께 화제의 대작들이 잇따라 선보여 공연시장은 고품격 작품들로 상승장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해 공연계의 특징으로 그동안 공연시장의 황제주로 군림해왔던 뮤지컬의 약세와 함께 정통극의 르네상스, 마에스트로 정명훈씨를 중심으로 한 국내 클래식의 강세를 꼽을 수 있다. 2008년 후반기에 몰아친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형공연이 움츠러들어 세계적 스타들의 내한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고, 세계의 주요 뮤지컬이 거의 국내에 소개된 상황에서 특별히 새로운 대작이 없었던 탓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연극 중심의 명동예술극장 복원은 한국 공연예술에 복고바람을 일으켰고, 탄탄한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는 정명훈 씨가 이끄는 서울시교향악단이 클래식 시장의 중심을 잡으며 오히려 넓어진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0년에는 2009년의 공연시장 상황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경제회복 기미와 함께 LG아트센터, 국립발레단 등의 화제의 대작들이 잇따라 선보여 공연시장은 고품격 작품들로 상승장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중대형 공연장 화제작 이어져


(왼쪽부터) <맹진사댁 경사>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밤으로의 긴 여로> <베니스의 상인> -명동예술극장 2009년 공연작품


지난해 복원된 명동예술극장은 불황 속에서 공연시장이 살아있음을 알린 정통극 르네상스의 기수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개관축하 공연 <맹진사댁 경사>가 객석 점유율 84%로 시작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79%, <밤으로의 긴 여로> 93%에 이르더니 마지막 작품 <베니스의 상인>은 97%라는 믿기 힘든 성과를 기록했다. 이는 그동안 연극 무대에서 &lsquo;소외&rsquo;됐던 중장년층이 무대로 돌아오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도 평가된다.


올해 역시 명동예술극장을 중심으로 중장년층을 위한 묵직한 작품들이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즐겁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명동예술극장의 경우 아직 정확한 라인업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3월 류모비르 사모비치의 <쇼팔로비치의 유랑극단>을 이병훈 씨의 연출로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우선 생존과 싸워야 하는 세르비아의 작은 마을에서 공연을 계속하려는 유랑극단과 마을 사람들의 갈등을 통해 연극 그리고 예술의 존재가치를 묻는 작품이다.


피터브룩<11 그리고 12> 사진제공 LG아트센터또 명동예술극장에 앞서 정극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예술의전당의 &lsquo;토월명작시리즈&rsquo;도 지난해의 부진을 털고 새 작품을 마련했다. 토월정통연극은 2008년 윤호진 씨가 연출한 <시련>, 임영웅 씨가 연출한 <사랑과 우연의 장난>이 대성공을 거두며 뮤지컬 일색의 연극 풍토에서 정극의 시대를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아쉽게 건너 뛴 것을 보상이라도 하듯 2004년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로 한국 연극에 미적 충격을 준 그레고리 지차트콥스키를 다시 초청, <벚꽃동산>을 공연한다.


또 지난해 <페르귄트>(양정웅 연출, 극단 여행자)로 2009 대한민국 연극대상 대상을 수상한 LG아트센터는 10주년을 맞아 피터 브룩, 레프 도진 등 이름만으로 세계 연극팬들을 설레게 하는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더욱이 가을에 서울에서 씨어터올림픽스가 열려 묵직한 감동의 정극 열풍이 공연시장의 중심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명훈과 국립발레단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은 이제 말러에 도전한다. 마에스트로는 2005년 서울시향을 맡으며 &ldquo;베토벤으로 시작, 브람스를 거치면 차이코프스키, 말러도 할 수 있을 것&rdquo;이라고 했는데 말러전곡시리즈를 한다는 것은 이제 서울시향이 어느 정도 마에스트로의 마음에 들 만한 궤도에 올랐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마에스트로는 또 국내 초연하는 국립오페라단의 <이도메네오>를 지휘, 모처럼 오페라 무대에 서 기대를 모은다.


'롤랑 프티의 트리플 빌' 중 <젊은이와 죽음> 사진제공 국립발레단


국립발레단의 프로그램도 관심을 모은다. 국립발레단은 <젊은이와 죽음> <카르멘> <아를르의 여인> 등 3작품으로 구성된 &lsquo;롤랑 프티의 트리플 빌&rsquo;을 공연한다. 발레의 종가 프랑스 파리오페라의 예술감독이었던 롤랑 프티의 대표작 <젊은이와 죽음>은 영화 <백야>에서 바실리니코프가 춤을 춰 일반에게 널리 알려졌고, <카르멘>과 <아를르의 여인>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롤랑 프티의 걸작이다.


국립발레단은 또 30여 년 동안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예술감독을 지내 &lsquo;발레의 살아있는 전설&rsquo;로 통하는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대작 <레이몬다>를 무대에 올린다. 이로써 국립발레단은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인형> <스파르타쿠스> <로미오와 줄리엣>에 이어 <레이몬다>까지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5대 클래식 발레 레퍼토리를 모두 갖게 됐다. 국립발레단은 이와 함께 장-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신데렐라>, 보리스 에이프만의 <차이코프스키-삶과 죽음의 미스터리> 등 고정 레퍼토리를 다시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빌리 엘리어트>의 성적표는 과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사진제공 (주)매지스텔라


뮤지컬로는 현재 최고 인기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마침내 막을 올린다. 2년 여 준비를 거친 이 작품이 과연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과감하게 올랐던 대형 창작뮤지컬들이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 못한 가운데 신작 <금발이 너무해>가 선풍을 일으키고 있고 세계 뮤지컬 빅4 가운데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이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새로 소개되는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의 성과는 또 어떨지 관심이다.



김승현

필자소개
김승현은 서울대 불어교육과 학사 및 석사, 프랑스 파리Ⅲ 소르본느 누벨 대학 &lsquo;국제문화정책과 예술행정에 관한 고급전문학위(D.E.S.S.)&rsquo;를 받았다. 현재 문화일보 편집국 부국장 겸 문화부 선임기자로 근무하고 있으며, 무용전문지 월간 [춤] 등에 무용평론을 기고하고 있다. 저서로『축제만들기-방리외 블뢰 재즈 페스티벌에서 배우는 문화전략』(2000. 열린책들),『이야기가 있는 미술관』(2002. 컬처클럽),『문화, 경영을 만나다』(2009 김영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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