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2010년 1월 14일(목) 오후 2시-4시
- 장소 : 예술경영지원센터 회의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창립 4주년을 맞았다. 지난 4년간 국내 예술경영계는 큰 변화가 있어왔고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그 변화의 흐름과 함께 있어왔다. 창립 당시와 비교하여 지난 4년 간 대폭 사업이 확장되어 온 것은 비단 한 기관의 성장이 아니라 그만큼 예술경영 분야에 대한 공적 지원의 필요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짚고 그 속에서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역할을 점검하기 위해 박용재 예술경영지원세터 대표와 이승엽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과 교수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적 지원 영역으로서의 예술경영

센터의 역할은 예술시장도 과학적, 체계적으로 운영, 지원하고 정책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 데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문화예술 시장도 세계와 한몸으로 움직이고 있다._박용재


박용재(이하 박)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창립 4주년을 맞았다. 개인적으로는 대표직을 맡은 지 곧 1년이 된다. 밖에 있을 때도 관심 있게 지켜봤던 기관인데 대표로 일을 하다 보니 또 다른 역할을 보게 되는 것 같다. 센터 창립 당시만 해도 현장의 반응은 ‘예술경영’이라는 특정 영역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것이 과연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이렇게 별도의 기관이 필요한 것인지 등에 대한 의구심이었던 것 같다. 새로운 예술관련 기관이 생겨나나 보다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의구심이나 회의는 없는 것 같다. 도리어 센터가 이러 이러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들을 종종 듣게 된다. 어깨가 무겁다.


이승엽(이하 이) 4년 전 설립 당시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나고 나서 보니 예술경영의 긴 흐름에서 센터 창립은 필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90년대 중반 이후 예술시장을 관통하는 트렌드랄까 흐름을 보면 하나는 양적 팽창이고 또 하나는 질적인 면에서의 역할 조정이다. 양적으로 커지면서 내부적으로는 더 세분화, 전문화 되었다. 완전히 새로운 주체가 등장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전에는 별로 주목하지 않았던 예술교육이 등장했다. 이를 담당할 주체로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설립되고 관련 법률도 입법되었다.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면서 지방정부가 문화 예술계에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지역마다 문화재단이라는 새로운 주체도 등장했다. 기존에 맡고 있던 역할을 바꾸거나 축소하는 경우도 다수 발생했다. 센터 역시 이전에 없던 새로운 주체의 등장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주체의 등장은 전체 문화예술계의 변화와 조응하는 것이다.


예술경영 분야는 개념과 영역이 아주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고 있다. 예술경영이라는 전문적 영역에서 정책적 지원에 대한 니즈는 명확하다. 만일 이런 속도라면 4년 전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안 생겼다면 지금이라도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이승엽


센터의 역할은 예술시장도 과학적, 체계적으로 운영, 지원하고 정책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 데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문화예술 시장도 세계와 한 몸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다른 산업과 달리 문화산업은 변화 속도를 체감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지원사업이라든가 정책적 뒷받침 등이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점이 있다. 센터는 국내 현실에서 보면 앞서서 바라봤고, 국제적 흐름에서는 뒤쳐져 있다. 예술경영이 필요한 것은 단지 예술로 돈을 버는 일을 잘하자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진화해나가는 속도에 맞춰 예술도 가야 하는데 발을 너무 못 맞추고 있는 지체 상황 때문이라 본다. 창작의 세계는 또 다른 특수성이 있지만, 운영이라든가 시장은 산업과 발맞추는 운영의 시스템 같은 것이 만들어져야 국내적 합리성,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센터의 의미는 크다고 생각한다.



지난 4년의 빠른 변화


전반적으로 지난 4년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지만, 센터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서울아트마켓(이하 팜스) 등 국제교류와 관련된 사업으로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연결하는 세계를 향한 창이라면, 두 번째는 예술경영 관련 컨설팅, 교육, 네트워킹 등 예술단체, 기관의 경쟁력, 내부적인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두 개는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것이긴 하지만, 니즈는 좀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두 개 기능을 떼어놔도 상관없다.


첫 번째 기능은 센터 이전에는 국제교류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국제교류 영역 등에서 해왔다. 두 번째 카테고리는 사실상 그런 역할을 하는 곳이 센터 창립 이전에는 거의 없었다. 전국문예회관연합이라든가 예술위 등에서 사업 포트폴리오상 마이너한 부분으로 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센터가 생기면서 이런 부문의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이 되었다. 시장에서 국제적인 활동에 대한 강한 니즈가 있음을 확인한다. 후자는 니즈가 좀 다르다. 우리 사회에서 살아남는 것이 급선무다. 급변하는 사회에 문화예술부문은 상대적으로 더 소외되고 경쟁력이 낮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정서적으로는 강하다. 이 부문에 도움을 주는 것이 센터의 또다른 역할이다. 이런 약간은 거리가 있는 니즈들이 ‘예술경영’이라는 이름을 내거는 순간 센터의 존재이유가 되었다. 처음 센터를 만들 때의 의도와는 관련 없이 결과적으로 꽤 의미 있고 좋은 정책을 펼쳤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


문화는 국가 경쟁력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또 문화예술분야가 외형적으로 놀랍게 팽창한 것도 사실이다. 일단 극장만 하더라도 지역마다 아트센터를 다 갖고 있고, 문화재단들이 속속 설립되고 있다. 또 예술가의 숫자도 늘었다. 사업도 늘고 공간도 늘고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기관들도 늘었지만 그러한 양적 팽창에 비해 부족했던 것이 전문성이다. 과연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적재적소에서 일하고 그에 따라 높은 효과를 냈는지 의문이다. 예술경영의 전문성은 특히 현장에서 만들어지는데 개인의 전문성 강화와 운영효율성의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답답함 있다. 그런 점에서 센터는 현장과 이론을 매개하는 역할을 일차적으로 해야 한다. 아직 갈 길도 멀고 할 일은 많지만, 양적 팽창에 따른 전문성의 요구를 보완해주는 것이 바로 센터의 역할이 아닌가 한다.


예술경영의 전문성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가 많다. 주먹구구식이다, 제대로 하는 데가 없다고 한다. 특히 예술경영과 관여하지만 백그라운드나 주요활동영역이 다른 전문가 그룹에서 그렇게 비판하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예술부문에서 예술경영, 기획 직분이라는 것이 매우 최근에 생겼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연출을 20세기적 직분이라고 한다. 작가나 배우와는 다른 창작자의 역할, 공연의 각 분야에 관여하면서 통일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연출이라 부르고 인정한 것은 20세기의 일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예술경영 분야의 일들이 기원전에도 있었지만 그러한 일들을 별도의 전문적인 영역으로 인정하고 그런 사람을 기획자, 예술경영인으로 부르자고 한 것은 거의 21세기의 일이다. 전문성의 부족이라든가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숱한 이슈들은 어쩌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본다. 새로운 영역이 형성되고 정착하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과도기적인 현상이다. 오히려 예술경영 분야는 그 개념이라든지 영역이 아주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런 속도에서 4년 전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안 생겼다면 지금이라도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예술경영이라는 전문적 영역에서 정책적 지원에 대한 니즈는 명확하다. 그동안 센터가 어떤 역할을 했기 때문인지, 또는 환경이 그것을 필요로 했던 건지 어느 하나를 원인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닭과 달걀처럼 말이다.



전문성 이슈, 교육과 정보 중요성

사회가 전문화되고, 또 각 직군이 세분화되다 보니 센터가 하고 있는 교육, 컨설팅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사업과 프로그램을 보완, 점검하고 더 좋은 아이템과 강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작년 사업을 보더라도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다 수용하지 못했다. 특히 지역에서 예술경영 전문성에 대한 수요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 교육 부분에 앞으로 좀 더 신경을 많이 써야 하지 않나 한다.

‘교육’에서도 센터의 프로그램들이 갖는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의 예술경영 교육은 90년대 중반쯤 비제도권을 중심으로 본격화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대학원에 예술경영 관련과가 개설하기 시작했지만 시장에서의 움직임이 훨씬 기민했다. 다움아카데미라든가 성균관대학교의 열린강좌 등 예술경영 관련 강좌가 생긴 것이 그때쯤이다. 다움아카데미는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제법 긴 교육기간을 설정했지만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단순한 니즈에 대한 행동의 결과였다고 본다. 새로운 분야에서 일하거나 공부하면서 답답해하는 젊은 사람들이 조금 앞서 경험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소박한 바람이었다. 지금도 지역에까지 예술경영 관련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다.


이승엽그런데 이러한 자연스러운 니즈에서 비롯된 프로그램을 크게 보면서 코디네이트 하는 주체가 없다. 현장의 니즈에 대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특히 재교육이나 현장교육의 다양한 분야와 층위를 고려한 협업을 시도할 주체는 센터가 유일하다고 본다.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도 있겠지만 커리큘럼이나 교재를 개발하고 공급하거나 교육 프로그램을 유통시키는 역할이 필요하다. 지난 호 기사에서 박호빈 씨가 진짜 예술경영 교육이 필요한 것은 나 같은 예술가 출신의 단체장, 대표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읽었다. 그러한 개별적 요구 하나하나가 예술경영의 중심적 화두는 아니지만 세분화된 영역들을 아우르는 큰 판을 볼 수 있는 주체가 필요하고 그것이 센터의 역할이 아닌가 한다.

예술경영 전문성, 교육과 연관하여 지역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문화적 역할 문화적 에너지를 만드는 데는 중앙과 지방 지역이 따로 없다. 지금 센터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를 분류하면 지역문화, 국제교류, 기획경영이라 할 수 있는데, 특히 지역문화에 대한 요구가 많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행정가, 문화활동가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역할이 일단 중요하다. 비단 지역문화 활성화를 넘어 그것이 전체적으로 확산되었을 때 예술경영적 에너지가 함께 상승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또 지금은 실무자 교육에 한정되어 있지만 단계별 교육도 필요하다. 한 단체를 보더라도 CEO, 중간관리자, 실무자가 있다. CEO 교육 프로그램이 특히 필요하다. 아트센터 대표, 단체 대표, 공공기관 대표 등을 보면 다양한 업종을 갖고 있다가 새로 부임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분들이 일반 산업 경영 차원에서 예술경영에 접근하면 안 된다. 그래서 CEO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이 정말 필요하다. CEO의 역할이 얼마나 큰가. CEO들은 개별 단체 운영뿐 아니라 지역과 국제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각 단계별 프로그램과 더불어 각각의 단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중간관리자는 업무내용에서 위아래 엮어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 실무자들은 당장 그 단체가 기관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실무적 노하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을 통해 현장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교육이야말로 설계 단계부터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만큼 안정된 예산이 필요하다.

이야기를 진전시켜보면 좀 더 복잡한 매트릭스를 그려 볼 필요가 있다. 교과서적으로 보면 예술경영자는 그 실행의 수준에 있어서 현장인력부터 정책결정자까지 다양하고 부문이나 영역도 매우 다양하다. 이런 두 변수만으로도 복잡한 구획들로 나눌 수 있다. 센터는 이런 큰 시야를 가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박용재
다른 한편으로 예술경영인이거나 되고 싶은 사람이 갖춰야 할 자질이나 전문성과는 좀 다른 관심사도 있다. 즉 이 분야에서 일하는 것의 의미랄까 보람 또는 일자리 등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센터가 직접 고용문제를 해결하자는 뜻은 아니다. 그렇지만 예술경영 인력들이 사회적 지위나 고용문제 등에 관해 호소할 수 있는 그런 창구가 필요하다. 적어도 센터가 장터는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보가 모이는 장터 말이다. 정보가 곧 권력인 시대다. 여기서 일자리도 찾고, 배우도 찾고, 제작 파트너도 찾고, 아무튼 기획경영인들이 필요한 정보를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장터 말이다. 그러려면 원심력과 구심력이 동시에 발휘되어야 한다. 중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넓게 확산되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사업을 보면 안으로 단단해지는 힘이 더 강해지지 않나 싶다. 단단해지고 알차지고. 긍정적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덜 알차더라도 확산의 힘을 놓지 말아야 한다. 고용이나 직업적 안정성이 중심을 잡는 고민거리로 자리하면서 말이다.


우리 문화예술 시장이 발전하려면 고급인재들이 영입되어야 한다. 프랑스 등 몇몇 국가들은 고급인재들을 불러들이기 위해서 인센티브 주고, 해외연수 보내고 해서 운영자의 역량 키우기도 한다. 센터에서 인력양성사업 등을 통해 회계, 법인설립, 운영에 관한 문제를 교육하고 또 전공자들이 예술시장에 나오지만 실제로 현장에 나와 선택할 수 있는 폭은 좁다. 센터가 아니더라도 예술경영 교육을 통과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필요하다.




일관성 있게 메시지를 발신하는 새로운 포맷


지금까지 아카데미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많은 이들이 센터의 대표적 사업으로 꼽는 것이 팜스이다. 처음 낯설어 하던 현장 반응에 비하면 많이 자리를 잡게 된 것 같다.


공연아트마켓이라는 것이 세계적으로도 아주 새로운 포맷이다. 아직까지 공연아트마켓의 타이틀을 내세운 프로그램이 그렇게 많지 않다. 우리나라가 매년 열리는 아트마켓을 갖고 있고, 국외의 아트마켓에 일관성 있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이전에 없던 일이다. 그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센터를 중심으로 공연의 국제교류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따로 논의해야겠지만 그동안에는 매우 현실적이었다고 본다. 그러는 몇 년 사이에 우리가 생각 못한 정도로 바뀌었다. 예술이나 교육이 아주 장기적인 전망을 보고 해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불과 2~3년 사이에 큰 변화들이 가시적으로 나타났다. 한국 공연예술의 인지도, 한국과 관련된 네트워크 당사자들이 갖는 상식적인 이미지 등이 이전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런데 앞서 얘기한 대로 국제교류라는 첫 번째 카테고리의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보지만, 그와는 별개로 센터의 포트폴리오 상 적절한 크기인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어쩌면, 언어가 존재를 규정하듯이 예술경영지원센터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숙명적으로 팜스는 최우선적인 사업이자 독보적인 활동이 아니라 예술경영지원의 여러 영역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고민해볼 일이다.


중요한 이야기다. 규모를 떠나 팜스는 아직 변화의 과정에 있다. 팜스는 작년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가능성을 상당히 봤다. 아시아만을 놓고 보더라도 싱가포르, 상하이, 도쿄 등에도 공연예술견본시가 있지만, 그들의 움직임이나 해외방문자의 말을 들었을 때, 팜스가 아시아 공연예술견본시의 중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역할을 가시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때다. 예술시장에서 네트워크는 매우 중요하다. 국제무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어떤 사람이 어떤 곳에서 어떤 수준의 무엇을 갖고 있는지, 무엇을 찾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좋다. 네트워크를 강화하되, 영역, 장르, 권역별 그레이드까지 꼼꼼하게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류라는 말을 많이 쓰긴 하지만, 팜스는 수출의 개념을 가져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2008년 공연예술 국제교류 현황」을 보면 국내 단체의 해외공연은 201개 단체, 72개국에서 413건인 반면, 해외단체의 국내 공연은 73개국 767개 단체 1352건이다. 무역으로 따지면 엄청난 역조현상이다. 공연예술 국제수지 불균형이 현황이라고 본다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팜스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팜스를 통해 한해 평균 50건 정도의 해외공연이 성사되고 있다. 전체 수치를 볼 때 큰 비중이다. 팜스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 객관적 지표로 나타난다. 팜스를 통해 국외 활동을 넓힐 수 있는 길, 방법을 확산해야 한다.


조금 다른 측면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자면 ‘아시아중심도시’라든가 ‘동북아 허브’라는 말들에는 우리가 중심이라는 문화 권력적 의미가 담겨 있다. 그 때문에 ‘동북아 허브’는 이제 안 쓰는 말이 되었다. 나는 최종적으로는 이런 강박에서 벗어나야한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 역조 현상도 그렇다. 물론 센터라는 공공기관이 어떤 목표를 내세울 때는 가능하고 필요하다고 보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다르다. 역조나 불균형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운 상황이 더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 앞서 문화식민주의의 단맛을 잔뜩 맛본 이들이 좋으라고 하는 게 아니다. 이런 문화역조는 예술경영지원으로 해결될 수 없다.


과정은 다양하게 열려 있지 않겠나. 팜스가 그러한 다양한 과정을 시도하고 또 만들어가는 가능성을 꾸준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유수의 마켓을 가보면 매개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얼마 전 음악마켓인 워멕스(WOMEX, World Music Expo)가 덴마크에서 있었는데, 센터가 한국 국가관을 만들어 국내 음악단체들이 홍보활동을 했다. 개인이나 개별 단체가 참여하는 것보다 훨씬 집중적인 효과가 있다. 사전홍보, 미팅, 쇼케이스 등으로 먼저 우리를 알리고 그러고 나면 관심이 생기고 구체적인 계약 상담이 이루어진다. 마켓, 쇼케이스, 부스가 연계되면서 한 순간에 집중적으로 그런 일들이 벌어진다. 집약적이라는 점에서 마켓의 긍정적 기능이 있다. 센터가 공연 저작권을 갖는 것도 아니고 센터는 그러한 과정의 매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 단체들이 단발성이 아니라 해외에서 지속적인 공연활동을 할 수 있는 길트기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몇몇 단체는 상당한 계약고를 올리기도 했다.


팜스가 변화시킨 것도 있지만, 팜스가 큰 변화 속의 하나일 수도 있다.


우리 예술계의 필요성이고 시장의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본다.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 흐름과 맞물려 있다.

대담을 나누고 있는 박용재와 이승엽




새로운 방식의 네트워킹 개발 필요


‘물 관리’가 필요하다. 예술경영분야가 세로로 펼쳐져 있다면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하나의 아이덴티티로 아우르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세로축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로축이 또 있다. 정부, 산하단체, 민간제작사 등 자기가 속한 또 다른 축이 있다. 지금은 이런 축에 대한 소속감이 예술경영이라는 세로축보다 더 강한 것처럼 보인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예술경영 분야라는 커뮤니티에 대한 소속감을 강화하는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예술경영이라는 큰물을 주목하는 것이다.


인적 네트워킹에 더해 다른 방식의 네트워킹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망을 구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은 아카데미에서 회계의 기술을 가르치는 데, 회계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센터를 중심으로 망을 만드는 데까지 나가보자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예술단체들이 갖는 한계를 조금이나마 제거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일들은 명분도 있고 의미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센터 예산이나 사업구조로는 엄두가 나지 않는 방식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해야 하지 않겠나.


제한된 예산에서 현장에 대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년에 시작한 것이 전문지식 기부사업이다. 현물, 현금 기부가 아니라 전문지식을 기부하는 것이다. 지난 해에는 전문지식 기부 형태로 법무법인 로고스가 27개 예술단체가 협약을 맺고 법률 컨설팅을 제공하고 삼일회계법인이 연차보고서 작성 컨설팅을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이러한 전문지식 기부사업은 경과에 따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삼일회계법인은 현재 5개 단체에 대한 회계 결과보고서를 만드는 일을 함께 하고 있는데, 더 많은 단체들이 이러한 기부를 받게 된다면 공연예술계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투자라는 것은 회계적 투명성이 없으면 들어올 수 없다. 그러면 산업 건전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투명성을 위한 지식기부 프로그램이다.



안정성과 유연성 갖춘 새로운 조직 모델 기대


두 가지 당부로 마무리하고 싶다. 먼저 센터가 정보의 중심이었으면 좋겠다. 팜스도 정보의 중심으로 역할을 했으면 한다. 센터가 갖는 경쟁력은 이 ';정보';여야 한다고 본다. 두 번째는 센터 내부적으로 이런 것을 실현하기 위해 순발력 있는 조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초창기에 가지고 있는 순발력, 역동성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현장은 계속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따라서 세부적인 요구들은 계속 변화한다. 그러한 변화들을 읽고 필요에 대해 제공하는 것이 센터의 중심이 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운영도 거기에 걸맞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사업의 주기가 1년 단위이다 보니 너무 유연해서 탈이다.(웃음) 안정 속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새 모델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이런 운영사례가 별로 없으니, 새로운 사례를 만들어낸다는 생각으로 조직 운영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경영자 입장에서 몇 가지 고민이 있다. 첫 번째는 기관 운영의 안정성 확보이다. 센터의 전체예산이 사업별로 편재되어 있어 경상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또, 현재 공연예술 중심의 사업을 하고 있지만, 설립취지로 보자면 시각예술과 같은 예술경영의 다양한 영역 등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본다. 세 번째는 지금 다양하게 펼쳐져 있는 사업을 미션과 비전에 따라 통폐합하는 것이다. 개별사업 간의 연계성을 만들어내고 그에 따라 사업 효과를 제고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내부 인력들의 활기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산업은 생명체처럼 움직인다. 따라서 변화를 읽어내고 대처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감각도 필요하지만 과학적인 틀거리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weekly@예술경영]도 좋은 웹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독자가 만 명을 넘었는데, 예술경영에 종사하는 지망생부터 CEO까지 현장에 계신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되었으면 한다. 일회성 콘텐츠가 아니라 자산이 될 수 있는. 센터의 사업들이 자산으로서 생명력을 갖게 하는 매개기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정리 _ 김소연 편집장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