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 분야는 근래 그 영역이 급속히 확장하면서 내외에서 이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예술경영계 외부에서 이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weekly@예술경영]은 예술경영계에 막 입문하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 '예술경영 입직' 특집을 마련했다. ② 공공/민간 인턴제도
어떠한 형태가 되었건 예술경영 분야의 인턴십에 참여하고자 할 때는 스스로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인턴십 기관의 선택,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 그리고 인턴십 경험에 대한 자기평가에서 이러한 목적의식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턴십에 참여할 때는 무엇보다 학습적 차원의 목적의식이 필요하며, 취업이나 보수는 부차적인 목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나의 학제로서 ‘예술경영’은 흔히 간학문적인 응용학문으로 규정된다. 그만큼 예술경영은 현장 지향적이고, 복합적인 지식과 실천 경험을 요구하는 영역이다. 예술경영을 배운다는 것은 현장에 적용되기 위한 이론과 방법을 배운다는 것이기도 하고, 반대로, 예술경영의 이론과 방법은 현장에서 비롯된다는 말도 된다. 때문에 예술경영의 교육훈련 과정에서 인턴십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등 서구의 예술경영 관련 대학의 교과과정에서 인턴십은 필수 과목으로 개설되며, 문화예술 분야 인턴십은 이러한 정규 교육과정과의 연계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국내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대학의 교육과정으로 이루어지는 인턴십보다는 정부가 제도적으로 도입한 인턴 지원사업에 참여하거나, 일부 문화예술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모집하는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예술경영 관련 정규 비정규 교육과정에서 인턴십을 이수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인턴십이 필수 과정이 아닌 경우도 있고, 우리나라 현장에서 인턴십을 교육훈련과정으로 도입하기보다 문화예술 기관의 재정난을 감안한 인력 보충 방식으로 인식하는 현실적 요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턴은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원론적 의미에서 인턴십의 정의를 짚어 보자. 인턴십은 현장에서 전문적인 종사자로 근무하기 이전에 현장 실습을 통해 관련 분야의 전문업무 수행역량을 배양하는 교육훈련 과정이다. 제도 교육과 현장을 연결하는 가교로서 경력형성의 입문 과정일 뿐 아니라, 장차 종사하게 될 분야에서 요구되는 행동양식과 역할, 지식, 기술, 기대를 학습하고 전수하는 중요한 제도이다. 1)


인턴은 무급으로 봉사하는 자원봉사자가 아니며, 비정규 직원이나 아르바이트 인력과도 다르다. 관련 분야에 대한 정규, 비정규 교육을 바탕으로 한 현장 실습 체험 과정이라는 점에서 이들과 구별되는 것이다.


참조 이미지 - 예술경영 교육 프로그램현재 인턴십은 여러 가지 형태와 목적으로 운영된다. 첫째, 대학 등에서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체험하는 것이다. 대학에서 추천하거나 승인한 기관에서 인턴십을 이수한 후 학점을 취득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대개 무보수에 가까운 조건으로 근무하게 된다. 둘째는 기관이 자체적으로 모집하는 인턴십에 지원하여 참여하는 경우이다. 기관에 따라 인턴십 운영 목적이 달라,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공공적 목적이 가장 큰 곳도 있으나 인력 보충이 실질적인 목적인 경우도 많다. 후자의 경우 거의 직원에 준하는 시간을 근무하기도 하며 채용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종종 있다. 기관의 입장에서는 부족한 인력을 보완하거나 채용 전 검증 단계에서 활용하는 것이다. 셋째, 정부가 지원하는 문화예술 분야 인턴 채용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다. 대학(원) 졸업자를 대상으로 하므로 보다 본격적인 입직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국내에서 인턴십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아직 양적, 질적 측면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으나, 예술경영의 교육훈련 과정이자 입직 경로로서 인턴십이 갖는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서는 재고의 여지가 없다. 미국의 경우 인턴십이 공연예술 분야에서 가장 효과가 높은 초기 구직 경로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을 만큼, 인턴십은 신입 단계 직책의 업무를 익히고 현장의 인적 네트워킹을 만드는데 매우 유용한 과정이다.



청년실업 해소, 기관 운영 지원 정책 목표가 만나

국내에서 문화예술 분야 인턴십이 제도적으로 지원되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이다. 당시 청년실업 해소라는 정부의 현안과 문화예술 기관의 운영 지원이라는 문화정책 목표가 맞물려, ‘청년인턴채용 지원사업’이 도입되었다. 문화예술계로서는 양질의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기에는 재정적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턴 인력을 지원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단비와 같았고, 대학(원)을 졸업하는 시점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많은 문화예술 전공자들에게는 한시적이나마 공적 지원으로 현장 실무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고 있는 이 사업은 문화의집, 문예회관2), 사립 박물관ㆍ미술관, 공공 성격의 문화예술단체에서 6개월간 근무할 인턴을 채용하여 희망하는 기관에 배치하고, 인건비를 지원하는 형태로 지원된다. 29세 이하의 대학(원) 졸업자로서 문화예술관련 전공자 또는 1년 이상 활동한 경력자가 지원 할 수 있다.

인턴과 희망 기관을 매칭하는 과정에서 일부 애로가 있고, 기관이나 인력의 준비가 미흡한 경우도 있으나, 이 사업은 예술경영 분야 입직 단계에서 비교적 공신력 있는 기관ㆍ단체의 실무를 경험하고 역량을 쌓는데 효과적인 프로그램이다. ‘청년인턴채용 지원사업’ 이후 ‘전통예술 인턴사업’, ‘경기도 사립 박물관ㆍ미술관 보조큐레이터(인턴) 지원사업’ 등 영역별로 특화된 인턴 지원사업이 신설되었다. [표1] 문화예술 관련 공공영역 인턴제도 보기


한편, 2007년도 이후 전문인력 양성 및 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 도입된 것도 큰 변화이다. 일정 기간 이상의 경력자, 자격증 소지자 등을 선발하여 문화예술 기관 및 단체에 배치하는 ‘문화예술기획경영 전문인력 양성사업’과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사업’ ‘박물관ㆍ미술관 학예인력 지원사업’ 등이 현재 공적 자금 보조로 시행되고 있다. 사회적기업 육성에 따라 문화예술분야 사회적 기업의 전문인력 지원사업도 확대될 전망이다. [표2] 문화예술 관련 인력양성 지원사업 보기

참조 이미지 - 회의 중인 회사원 3인이러한 인력 양성 지원 사업들은 예술경영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문화예술 기관의 운영을 활성화한다는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것으로, 그동안 예술가 위주로 이루어진 문화예술지원과 차별화되는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하는 과정에서 교육훈련의 기능보다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에 치중하거나, 문화예술 기관들이 전문인력 양성의 임무를 지나치게 공적 지원에만 의존하려는 경향을 심화시킬 가능성은 없는지 경계해야 할 측면도 있다. 예술경영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전문인력 채용과 양성에 있어 문화예술 조직의 자생력을 기르는 것이 이들 사업의 궁극적인 지향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인턴 및 전문인력 지원 사업들은 지원을 신청한 일부 공공 문화예술 기관 및 단체에 해당되는 사업이다. 공공 기관 중에서도 자체적으로 인턴십을 개설, 모집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정부 인턴십 지원 사업 외의 공공 기관의 인턴십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문화부는 올해 국립 예술 기관의 인턴십을 활성화할 계획이 있음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화랑이나 기획사 등 영리적 성격의 문화예술 조직의 인턴십은 이 사업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이 분야에 뜻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른 경로로 인턴십을 모색해야 한다.



적성, 기질, 능력, 가치관에 대한 자가진단 필수


어떠한 형태가 되었건 예술경영 분야의 인턴십에 참여하고자 할 때는 스스로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인턴십 기관의 선택,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 그리고 인턴십 경험에 대한 자기평가에서 이러한 목적의식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턴십에 참여할 때는 무엇보다 학습적 차원의 목적의식이 필요하며, 취업이나 보수는 부차적인 목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신의 진로와 경력 개발의 중장기적인 계획에서 현재 경험하고자 하는 인턴십이 어떤 역량을 키워줄 수 있을 것인지, 그 곳에서 무엇을 취하고자 하는지를 신중히 고려하여 인턴 기관 및 업무를 선택하는 것이 인턴십의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참조 이미지 - 예술경영 교육 프로그램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인턴십 희망 영역에서 각 기관이나 단체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고 주요 구성원의 면면은 어떠한지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무조건 유명한 곳이나 대형 기관을 선호하기보다는 자신의 진로 계획이나 역량 개발 목표에 준하여 기관을 선택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밖에서 볼 때 가졌던 막연한 환상을 충족시켜주거나 교과서적인 이론대로 운영되는 문화예술 조직은 없다. 각기 나름의 한계와 장단점이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능동적으로 배울 점을 찾는 것은 인턴 자신의 몫이기도 하다. 더불어 자신이 그 기관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를 진단해 보는 자세도 요구된다. 문화예술 기관 역시 자신의 기관에 대한 이해가 있고, 서로의 기대가 적절히 조화될 수 있는 인력을 인턴으로 채용하고자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턴도 내부 구성원이라는 자세로 책임감 있는 태도로 임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동기를 강화 할 수 있는 문화예술 기관의 역량이 인턴십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요소일 것이다.



결국 자기의 적성과 기질, 능력, 가치관을 진단하고 끊임없이 성찰해 보는 자세가 인턴십 수행의 전 과정에서 요구된다고 하겠다. 아직은 전반적으로 볼 때 문화예술 기관의 인턴십에 대한 인식과 체계적인 운영이 미흡한 단계이기 때문에 인턴 스스로의 중심 잡기가 더욱 중요하다.


피터 드러커는 21세기 지식사회의 모습을 전망하면서, 앞으로 학교와 직장의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질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즉 학교는 배우는 곳, 직장은 일하는 곳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양자를 넘나들며 평생 학습하는 형태로 나아갈 것이라는 것이다. 전문가가 되는 과정에서 성인은 훈련자가 되기도 하고 훈련생도 될 것이며, 학생이 되기도 하고 선생이 되기도 하면서 지식을 습득하고 갱신해 나가야 된다고 주장한다.3) 인턴십은 이러한 평생 학습 과정의 출발점이다. 드러커는 이러한 지식사회에서 학교와 같은 공식 교육기관과 현장기관이 실습 등을 통해 서로 자극을 주는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여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예술경영 교육과 실무에 있어 더 없이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문화예술 현장 기관은 인턴십을 통해 사람을 키운다는 교육적 책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참여자는 배우는 자세로 자기계발에 힘쓴다면 인턴십의 효과는 질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1) 한국예술경영학회,「문화예술 인턴십 운영관리 매뉴얼」, 문화관광부, 2005.
2) 문예회관의 경우 2009년부터 전국문예회관연합회가 주관하고 있다.
3) 피터 드러커,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이재규 옮김, 한국경제신문, 1993.


양지연

필자소개
양지연은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플로리다주립대학교에서 예술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성미술관 연구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소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였고, 현재 동덕여대 큐레이터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