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 분야는 근래 그 영역이 급속히 확장하면서 내외에서 이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예술경영계 외부에서 이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weekly@예술경영]은 예술경영계에 막 입문하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 '예술경영 입직' 특집을 마련했다. ③ 유형별 사례-공연




예술경영계에서 직업인으로 첫발을 내딛는 과정은 어떠할까. 전공자만이 가능할까. 면접에서 물어보는 현장 경험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일까. 예술경영 입직에 필요한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예술에 대한 열정만으로 헤쳐 나갈 수 있는 일이 예술경영일까. 도대체 어떤 경로를 통해야 ‘예술경영인’이 될 수 있을까.

이번 특집의 마지막 꼭지는 예술경영 입직을 준비하면서 그 첫걸음을 어떻게 내딛어야 할 지 막막해 하고 있는 독자들을 위해 준비했다. 한 걸음 먼저 예술경영 현장에 뛰어든 6명의 예술경영인들의 입을 통해 입직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자.


1. 당신은 예술경영을 전공했나?
2. (전공자의 경우) 예술경영과 관련하여 학과 전공 이외의 첫 현장 경험은?
(비전공자의 경우) 예술경영에 구체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3. 당신의 입직 과정은?
4. 예술경영 현장으로의 입직 과정에서 준비해야 할 것은?
5. 입직과정, 입직경로가 현재 당신이 하고 있는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
6. 예술경영계의 입직 통로가 넓다고 생각하나?
7.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볼 때 입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8. 입직을 원하는 후배들에게 나만의 조언을 한다면?





축제 자원봉사…예술경영 동기 부여


정성진 _ 전 명동극장 공연기획팀



1. 화학을 전공했다. 고등학생 때는 비행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항공대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2. 학창시절부터 합창부, 스키부, 성당 성가대 등 많은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어떤 일을 도모하고, 진행하고, 펼쳐 놓는 일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대학교 3학년 때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에 대해 진중하게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학교를 휴학했고, 한국영화축제부터 과천마당극축제, 스키월드컵 심판까지 내가 무엇을 가장 잘 해내고 즐길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 여러 분야의 축제 자원봉사에 뛰어들었다. 이러한 경험들이 내가 예술경영을 하는 데에 동기 부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3. 나는 좀 복잡한 편이다. 졸업하면서 ‘마당99과천세계공연예술제’ ‘과천마당극제2000’에서 자원봉사를 한 경험을 토대로 축제에 대한 인상과 앞으로 축제가 나갈 수 있는 방향 등을 적은 이메일을 과천마당극제에 보냈고, 축제 측에서 축제를 잘 아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에서 특채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이후 공연예술기획 이일공에 공채로 입사해 ‘지하철예술무대’와 ‘지하철 퓨전콘서트’ 등을 기획했으며, 2005년에는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와 ‘세계야외공연축제2005경기’에서 홍보팀장으로 일했다.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는 그 뒤로도 2년 동안 더 같이 일을 했고, 이러한 경험이 이후 의정부예술의전당 공연기획부 직원으로 일하는 데 도움을 줬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 명동예술극장 공연기획팀원으로 일했다.

정성진
4. 공연기획을 하겠다는 다짐 이전에 왜 이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본질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현장 경험이 입직하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정말 내가 잘 정리된 판을 깔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더불어 입직하고자 하는 곳이 있다면 면접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고, 면접시 ‘내가 일을 하게 된다면 이런 일을 하겠다’, ‘나는 이곳에 대해 이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상대가 나를 뽑을 수 있는 동기를 줘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준비가 되어있다면 분명 면접관 혹은 함께 일할 동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을 것이다.

5. 워낙 많은 곳에서 많은 일을 하다 보니 서울의 웬만한 공연장에는 공연을 올려봤고, 춤, 연극, 창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정신없이 경험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실무에 도움이 될 뿐더러 기획자로서의 소양을 쌓게 되는 계기도 됐다. 예술가는 예술가대로 관객은 관객대로 움직이면서도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과 토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6. 나는 매우 넓다고 생각한다. 허울 좋은 직장만 바라보고 기다리고 있지 말라는 충고를 해주고 싶다. 내가 학생 때 그랬듯 혼자 뛰어들고 찾아보고 넘어지다 보면 의외로 열리는 문이 꽤 많이 있다. ‘과천마당극제’가 그랬고,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가 그랬다. 또 명동예술극장의 경우, 착공에 들어서기 전부터 극장장과 운영진에 대한 사전 조사는 물론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지켜본 것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7. 직업으로만 생각하고 기획일을 한다면 이쪽 말로 ‘소울(Soul)없는 작품’만 만드는 것과 같다. 실무적인 것도 중요하고 현장에서의 인턴십 경험도 중요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열정도 필요하다고 많이들 얘기한다. 방긋방긋 웃으며 일하는 후배들이 더 예쁜 것처럼 긍정적인 마인드를 보여주는 것이 입직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8. ‘일하는 곳은 변해도 하는 일은 왜 변하지 않을까’에 대해 대선배님과 얘기를 나눴는데,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더라. 다른 게 재미없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 해도 실무를 뛰다보면 힘든 일도 있고 넘어져야 할 때도 있다. 때문에 지혜롭게 자신을 추스르는 법도 알아야한다. 더불어 기획이라는 일이 결국은 공연이 무대에 올라가는 과정 전체를 아우르는 일인 만큼 배우에 대한, 혹은 스태프에 대한 지혜로운 양보와 인간적인 매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막오퍼레이터, 사무보조 아르바이트…실무 과정 익혀


이초혜 _ 명랑씨어터 수박 기획팀장



1. 학부에서 행정학을 전공했고, 졸업 즈음 예술경영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2. 대학교 2학년 때 문화생활에 대한 갈증을 느껴 자연스레 공연을 찾아보게 됐다. 그 첫 작품이 바로 <지하철 1호선>이다. 우연한 선택이었던 것 같은데 그 공연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 그 때 보았던 배우들의 열정과 공연을 통해 느꼈던 알 수 없는 흥분이 극단 학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 학전에서 2년 동안 자막오퍼레이터부터 매표 아르바이트, 사무보조까지 경험하면서 공연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실무 과정을 익히게 됐다.

이초혜3. 졸업 즈음에 때마침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청년인턴을 모집한다는 정보를 알게 됐고, 심사에 통과해 지원컨설팅팀에서 7개월간 인턴생활을 했다. 문예진흥기금 사업을 총괄하는 팀에서 사무보조 업무를 맡다보니 예술경영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어렴풋 배울 수 있었다. 그때만 해도 예술경영 분야의 인턴이나 자원봉사 자리가 많지 않았는데, 아마 그 무렵부터 인턴십이 활발하게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이후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lsquo;전문인력양성사업&rsquo;에 원서를 내서 지금 일하고 있는 명랑씨어터 수박과 연결되었고, 서류와 면접 심사를 거쳐 공채로 입사하게 됐다. 따로 포트폴리오를 제출하지는 않았다.

4. 학교를 다닐 때부터 현장 경험을 쌓아서 그런지 현장에서의 실무적인 부분을 많이 접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명랑씨어터 수박에서 인원충원을 할 때를 예로 들어보자면, 면접시 기획자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는 지원자가 많지 않았다. 또 공연 혹은 기획에 대한 열정은 넘치는 반면 예술경영과 관련한 인턴십 혹은 현장 경험이 전무한 지원자 역시 적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공연을 보고 공연평을 써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연과 좀 더 가까이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을 만한 현장 경험을 많이 쌓는 것도 중요하다.


5. 행사 혹은 축제 등에서의 경험, 혹은 극단 안에서의 경험은 익히 알고 있는 대로 심신이 피로해지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기획의 단계를 체험하면서 하나의 공연이 혹은 하나의 행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움직이는지 더 잘 알 수 있었다. 공공기관의 시스템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 역시 현재 일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6. 넓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한국공연예술학교같은 사설 교육기관을 접하기가 쉬워진 것도 사실이고, 그러한 과정을 이수한 뒤 예술경영으로 입직하는 사람도 늘어나는 게 사실이다.


7.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무엇보다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 현장에서 일하면서 얻게 되는 인맥도 소중할 뿐더러 그들을 통해 얻게 되는 정보 또한 현장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니 말이다. 아는 선배의 경우, 기획자가 되기 위해 예술경영대학원에 진학했지만 책으로만 배울 수 있는 부분에 한계를 느껴 학교를 그만두기도 했다. 그리고는 바로 현장으로 돌아오더라.


8. 예술경영에도 여러 파트가 있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목표에 따라 인턴이나 서포터즈, 현장 스태프 등 입직과정에 도움이 될 만한 경험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그 경험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정확히 아는 것도 필요한 부분이다. 기획자로 서게 된 후에는 일에 관련된 매뉴얼을 만들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예를 들어 지방 공연을 가게 될 경우 기획자가 해야 할 일에 대한 매뉴얼, 세부적으로는 공연 셋업시 해야 할 일, 지방 공연장에 대한 정보 수집, 등등의 자료를 남겨두라는 말이다. 그러면 그 다음에 일을 진행할 때 좀 더 수월하고 능숙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평론 위해 유학, 오페라 무대기술 전공하고 홍보 입문


이지영 _ 고양문화재단 홍보실



1. 미국에서 음악이론과 더불어 오페라 무대기술을 전공했다.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하던 중 현장 경험을 좀 더 쌓은 뒤 공부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 한국으로 돌아왔다. 작년부터 다시 예술경영 대학원 과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2. 중고등학생 때 클래식감상 동아리에 참여하면서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좋은 곡을 소개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때문에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막연히 음악평론가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하지만 막상 공부를 시작해보니 좀 더 현장감 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레 오페라 극장 무대과정을 전공하며 무대스태프로 2년을 보내게 됐다.

이지영
3. 클래식 공연기획사 CMI 해외업무팀에서 홍보일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홍보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아 단순히 공연 관련 보도자료를 쓰는 일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직접 일을 해보니 날 것의 공연을 글로 재구성하고 관람객이 공연으로 접근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모색해보는 등 홍보는 매력적이고 창의적인 작업이었다.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교류팀에서 프로젝트 계약직으로 1년을 일하면서 민간회사와는 다른 생리를 경험했고, 공공 문화사업과 클래식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지금 일하고 있는 고양문화재단 홍보실에 경력자로 지원, 직무기술서와 향후계획서 서술, 면접 등의 과정을 통해 공채로 입사하게 됐다.


4. 구직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관심 있는 곳, 일하고 싶은 곳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다. 가령 일하고 싶은 공연장이 있다면 그 공연장에서 열리는 음악회, 뮤지컬, 연극 등을 직접 봐야 한다. 더불어 향후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자신이 &lsquo;어떤 기획을 하겠다&rsquo;는 구체적인 내용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어야한다.

5. CMI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무대 뒤에서 생수라벨을 맞추는 일이나 작가들과 스태프들을 아우르는 일, 티켓을 나눠주는 소소한 일 등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고,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공공기관 사업의 진행과정을 체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학부 때의 무대 스태프 경험이 없었다면 공연을 좀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는 눈을 기르지 못했을 것이다. 근 10여 년 동안의 이러한 경험이 지금 일하는 데에, 혹은 앞으로 일하는 데에 대단히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6. 음악과 관련된 회사 대부분에 내 이력서가 있을 정도로 많은 문을 두드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예술경영 입직의 문이 아주 좁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 현장으로 들어가는 것이 힘들지 기회가 왔을 때 그 안에서 열심히만 뛴다면 이후 열 개 이상의 문이 열릴 거라고 생각한다. 예술경영 입직 과정에서 현장 경험과 인맥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7. 현장에서의 경험이다. 하지만 아무 방향성도 없이 무조건 자원봉사 혹은 인턴 등으로 일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방향을 가지고 그에 맞는 현장을 찾아내 자신만의 장점을 살리는 일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나의 경우를 보면, &lsquo;클래식&rsquo; &lsquo;극장&rsquo; &lsquo;국제경험&rsquo; &lsquo;홍보&rsquo; 등 4개의 키워드가 지금까지의 입직 경로를 만들었다. 일하고자 하는 분야 혹은 공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키워드 삼아 입직 과정에 녹여내야 한다.


8. 솔직히 홍보하는 사람은 무대 뒤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예술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 가지고 예술경영 분야에 입직하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인터뷰에 응했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일과 잘하는 일은 엄연히 다르다.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냉철히 돌아보는 것은 물론, 잘한다고 인정받으면서도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일인지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태윤미

필자소개
태윤미는 문화예술웹진 [컬처뉴스], 미술시장전문지 [아트레이드]에서 미술기자로 일했다. 지난 겨울부터 시작한 수개월의 여행 끝에 현재는 음악에 글을 입히는 작업 등 개인적인 글쓰기에 한창 열중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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