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 분야는 근래 그 영역이 급속히 확장하면서 내외에서 이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예술경영계 외부에서 이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weekly@예술경영]은 예술경영계에 막 입문하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 '예술경영 입직' 특집을 마련했다. 연재순서 ④ 유형별 사례-시각




예술경영계에서 직업인으로 첫발을 내딛는 과정은 어떠할까. 전공자만이 가능할까. 면접에서 물어보는 현장 경험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일까. 예술경영 입직에 필요한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예술에 대한 열정만으로 헤쳐 나갈 수 있는 일이 예술경영일까. 도대체 어떤 경로를 통해야 ‘예술경영인’이 될 수 있을까.

이번 특집의 마지막 꼭지는 예술경영 입직을 준비하면서 그 첫걸음을 어떻게 내딛어야 할 지 막막해 하고 있는 독자들을 위해 준비했다. 한 걸음 먼저 예술경영 현장에 뛰어든 6명의 예술경영인들의 입을 통해 입직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자.


1. 당신은 예술경영을 전공했나?
2. (전공자의 경우) 예술경영과 관련하여 학과 전공 이외의 첫 현장 경험은?
(비전공자의 경우) 예술경영에 구체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3. 당신의 입직 과정은?
4. 예술경영 현장으로의 입직 과정에서 준비해야 할 것은?
5. 입직과정, 입직경로가 현재 당신이 하고 있는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
6. 예술경영계의 입직 통로가 넓다고 생각하나?
7.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볼 때 입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8. 입직을 원하는 후배들에게 나만의 조언을 한다면?



유학 후 현장 진입 위해 무수한 시도

정효순 _ 서울디자인재단 창의디자인사업2실


정효순1. 한국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프랑스 소르본1대학에서 조형예술학 응용연구 박사과정을 마쳤다.

2. 프랑스에서 공부할 때 학과 친구들은 물론 작가들과의 교류가 자연스레 이뤄졌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독립적으로 전시를 기획하는 기회도 많았다. 전시는 대체로 공공미술이었고, 공공장소에 설치된 조형물을 대하는 시민들의 반응을 살피는 작업들이 주였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전시기획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3. 박사 학위가 오히려 입직하는 데 어려움을 주었다.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을 인턴으로 쓰려는 갤러리가 없는데다가 한국에서의 경력이 전무한 상태라 갤러리나 미술관 인턴으로의 입직 자체가 처음부터 매우 어려웠다. 국내 미술계 인사들과 지형도 등을 아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어 큐레이터과 박사과정에 들어갔지만 기대했던 부분을 채우지는 못한 것 같다. 수많은 이력서를 쓰며 발로 뛰고 많은 고배를 마신 끝에 경기도미술관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3개월 쯤 지났을 때 운 좋게도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그렇게 1년 반 정도 미술관에서 일한 뒤 서류전형과 면접을 통해 서울디자인재단 큐레이터로 입사하게 됐다.

4. 무엇보다도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만약 유학을 가게 되더라도 국내에서 어느 정도 현장 경험을 쌓고 가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경력을 쌓고 좀 더 알고 싶은 분야가 생기면, 혹은 돌아와서 다시 일할 수 있는 통로가 어느 정도 만들어져 있다면 떠나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입직하는 데 가장 어려움을 겪은 부분이 바로 국내에서의 현장 경험이 없었다는 점이니 말이다.


5. 인턴으로의 경험이 없었다면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자리도 구하기 힘들었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지금 일하는 곳까지 오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입직과정이나 경로가 향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지만 과정 하나하나가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내가 원하는 곳으로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 같다.


6. 아주 좁다고 생각한다. 미술을 전공하고 예술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들, 혹은 구직중인 지인들과 “우리는 50대까지 구직활동을 해야 하나”라는 푸념 섞인 우스갯소리를 자주 할 정도니 말이다.


7. 미술계 역시 영어능력이 중요시 되는 곳이다. 해외전시나 국제전 등을 기획하고 움직일 수 있는 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관련 기관에서의 인턴 경험 등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8. 사실 이쪽에서 일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말리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문도 좁고, 문을 열고 들어간다고 해도 몸은 고되고 그에 비해 보수도 워낙 낮은 편이니 말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힘들 때마다 이를 악물고 일했던 근성과 열정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 예술경영을 하고 싶다면 무조건 열심히 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렇게 뛰다 보니 어느새 어느 자리에 가 있더라, 라는 말을 온몸으로 실감하길 바란다.




조직은 예술 이외 다양한 분야 전문성 필요

정진경 _ 광주비엔날레 국제홍보담당


1.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국내에는 법학 전공 후 예술경영을 하고 있는 사람이 드물지만 외국에서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2.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가 열렸다. 현대미술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만나게 된 비엔날레의 작품들, 특히 회화 이외의 설치작품 등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관람객 통계만 160만 명이 될 정도로 큰 관심 속에서 치러진 이 미술축제가 광주에 살고 있던 나에게 예술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 같다.


3. 조직의 변화 속에서 다양한 전문인력의 필요를 느낀 광주비엔날레가 2003년 처음으로 전공자 제한을 풀고 제1기 공채를 실시했다. 나는 영어와 논술 등 필기시험과 두 차례에 걸친 면접(영어회화 평가 및 일반면접)을 통해 입직하게 됐다. 입사하자마자 첫 업무로 국제학술회의 운영 및 북남미 지역과 한국, 오세아니아 지역 담당 코디네이터로 일했다. 전시부에서 5년을 일했고, 이후 지금까지 홍보부에서 일하고 있다.

정진경4. 조직이 구성되고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전시관계자뿐만 아니라 마케팅전문가, 회계전문가, 홍보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한다. 비전공이라도 얼마든지 예술경영 조직에서 일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단, 예술경영으로의 입직을 원한다면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며 예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자기교육 시간을 가져야 한다. 미술 분야에는 전문성이 있지만 홍보 및 마케팅 능력이 없거나 그 반대의 경우 모두 진정한 예술경영이라 할 수 없으니 말이다.

5. 나는 학부 졸업 후 캐나다 유학(법학 관련)을 했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 예술경영 분야에 바로 입직한 경우다. 비엔날레 재단의 특성상 전시부에서 일하는 도중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허쉬혼 미술관(Hirshhorn Museum & sculpture Garden)에서 근무했으며, 직접 전시를 기획하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6. 알다시피 각 지자체 행사 등 예술, 문화와 관련된 이벤트성 행사는 무수히 많다. 국내외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행사에서 많은 경험을 쌓길 바란다. 항상 하고자 하는 방향에 눈을 뜨고 귀를 열어 정보를 수집한다면 분명 기회가 올 것이다.


7. 글로벌 시대이니 만큼 어학능력이 매우 중시되고 있으며, 현장 경험 또한 빼놓을 수 없다.


8. 전공은 업무의 깊이를 단단히 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십년 법칙』이라는 책에서 지적했듯 단순히 전공을 했다고 해서 그 분야의 전문가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천재라 불리는 파블로 피카소, 아인슈타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공통점은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성과를 이루기 위해 최소 10년이라는 집중적인 투자의 시간을 보냈다. 마찬가지로 자신을 최고의 수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한 분야를 향한 10년의 집중적인 경험과 훈련, 그리고 성공에 대한 집요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 당신이 딛는 첫 발이 그 시작이라는 것을 명심해라. 당신이 실패하는 유일한 길은 노력을 포기하는 것이다.




예술경영으로 유학 다양한 인턴십 참여

신소영 _ 표갤러리 수석큐레이터


1. 학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뒤, 미국에서 예술경영과 미술관학을 공부했다.


2. 내가 대학을 다닐 때는 예술경영을 전문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곳(국내)이 많지 않았다. 때문에 유학을 결심했고, 미국에서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면서 전공과 관련된 인턴십에 참여, 뉴욕현대미술관, 브룩클린미술관 등 많은 미술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신소영
3. 첫 직장은 아트컨설팅회사 로렌스제프리스였다. 당시 외국전시를 국내미술관으로 유치하는 일을 진행하면서 국내 미술관의 경영 실정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 예술경영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등을 파악했다. 전시를 유치할 수 있는 공간만 찾아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공간에 대한, 전시기획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됐고, 마침 비슷한 시기에 지금 일하고 있는 표갤러리에서 큐레이터를 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물론 지원을 했고, 추천과 서류심사, 면접 등을 통해 입사했다.


4. 이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현장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춤대지 말고 미술관 혹은 갤러리 등의 인턴십에 참여해라. 하루라도 빨리 현장에 몸을 담그면 그만큼 먼저 가고자 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을 것이다.


5. 해외에서 경험한 것들이 현재 실무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갤러리 내 국제적인 일들(작가 섭외, 계약서 작성 등)을 처리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좀 더 꼼꼼하면서도 수월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다. 아시아 미술에 대한 국제적인 호응에 발맞춰 해외전 등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6. 좁다고 생각한다. 현재 국내에도 예술경영과 관련된 과정이 매우 많아졌고 예술경영에 대한 관심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당연히 이런 흐름 속에서 파생된 예술경영 구직자들은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을 것인데, 그에 비해 예술경영을 할 수 있는 공간의 수가 크게 늘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7. 영어, 즉 언어능력은 스스로를 어필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 더불어 문서 툴을 잘 만지면서 미술사 공부까지 한 사람이라면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8. 무조건 많은 작품을 보고 느끼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큐레이터라면 잘 팔리는 작품을 선별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작품을 보는 감각과 국제적인 관점 혹은 흐름 속에서 가능성 있는 작품을 볼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국내에 유치되는 외국 전시는 물론 당대 미술시장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트페어 등 발로 뛰면서 많은 작품들을 보도록 해라. 또 실무담당을 하기 전에 두세 군데에서 인턴활동을 하며 조직생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태윤미

필자소개
태윤미는 문화예술웹진 [컬처뉴스], 미술시장전문지 [아트레이드]에서 미술기자로 일했다. 지난 겨울부터 시작한 수개월의 여행 끝에 현재는 음악에 글을 입히는 작업 등 개인적인 글쓰기에 한창 열중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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