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 전문가 바라보는 우리 예술현장의 현안은 무엇일까? <@예술경영>은 창간특집으로 공연, 시각 및 정책일반의 전문가들에게 예술계 현황을 진단하고 전망을 모색하는 설문을 실시했다. 예술현장의 현안, 제도 정책에서 변화가 필요한 부분, 발전 가능성이 높은 예술경영분야 등을 묻는 설문에 31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답변을 보내왔다. 이번 특집은 총 6회에 걸쳐 설문 분석과 개별 현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기고를 게재할 예정이다.

관객개발은 예술기관이 펼치는 활동의 성과지표가 된다. 어떤 관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하는 것은 예술기관의 대표적인 미션 실행 방식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관객개발은 살 만한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책의 동반자이다.




언제나 관심사


공연예술경영 분야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분야는 &lsquo;재원조성&rsquo;과 &lsquo;관객개발&rsquo;이다. 공공부문이든 민간부문이든 예술기관의 운영에 필요한 안정적 재원이 초미의 관심사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관객개발은 예술기관이 펼치는 활동의 성과지표가 된다. 어떤 관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하는 것은 예술기관의 대표적인 미션 실행 방식이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정책에서도 관객개발은 언제나 환영받는 이슈다. 지난 10월 우리나라 정부가 발표한 &lsquo;생활공감 문화예술정책&rsquo;의 핵심 또한 &lsquo;잠재관객 확보&rsquo;와 &lsquo;소외계층의 문화향수 기회 확대&rsquo;다.


관객개발이 개별 예술기관의 관심을 넘어 정책적 관심에까지 이른 것은 무엇 때문일까? 공연예술을 둘러싼 환경변화를 보면 짐작이 간다. 변화 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것은 문화예술의 가치를 보는 태도의 변화다. 크게 두 방향으로 시간차를 두고 새로운 가치가 등장하는데 먼저 등장하는 것은 &lsquo;복지로서의 문화예술&rsquo;이다. 1990년 중반 김영삼정부의 문화예술정책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lsquo;문화복지&rsquo;는 삶의 질을 높이는데 문화예술의 역할을 인정하면서 가치의 폭을 넓혔다.


다음으로 그리고 보다 획기적으로 문화산업의 등장과 함께 주목되고 있는 예술의 산업적, 경제적 가치다. 문화산업은 오랜 부재 끝에 완전히 쇄신된 이미지로 재등장하며 고부가 유망산업으로 신국가동력으로까지 한껏 위상이 높아졌다. 문화산업은 그 토양을 이루는 기초예술과 끊을 수 없는 숙명의 관계다. 문화예술은 현대사회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주요한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또는 다른 산업과 협력하며 경제적, 산업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인식이 확대되었다. 문화예술의 가치에 대한 이러한 태도의 변화, 즉 사람답게 사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며 게다가 &lsquo;창의사회&rsquo;라는 말이 포함하고 있는 것처럼 그 사회의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공감대는 대중이 문화예술로부터 소외되는 것에 근심하게 하는 것이다.



영향과 장애


예술향유에서 영향을 주는 요소들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교육이나 나이, 성별, 소득, 직업, 계층, 가족 관계 등은 향유에서 결정적으로 작용하거나 적어도 둘 사이에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음이 여러 조사에서 증명되었다. 전형적인 관객의 프로필을 인구통계학적인 면을 중심으로 일반화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정도다. 그 중에서도 교육의 정도, 소득, 성별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우선적 요소들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연령 정도가 차이가 있을 뿐이다. 거주지나 라이프스타일도 영향을 미친다. 기본적으로 공연예술은 대도시 집중의 특성을 가지고 있고 우리 관객들도 거의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외부적 요소나 문화예술 그 자체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다. 공연입장권 가격 또한 인센티브나 장애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lsquo;기호&rsquo;다. &lsquo;기호&rsquo;는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학습을 통해 축적된다. 기호의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학습인데, 학습의 요체는 문화예술의 향유이다. 공연예술에 자주 접함으로써 관련된 기호가 형성되고 축적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술을 향유하는데 필수적인 만큼 기호가 형성되지 않았을 경우 향유에 결정적인 장애로 작용하여 이중의 소외에 처하게 된다.


정형화된 설문에서는 시간과 돈이 문제라는 답이 압도적이다. 국내외의 유사한 조사가 같은 결론을 내고 있으니 사실일 것이다. 한마디로 공연을 보는 것이 &lsquo;비싼 소비 행위&rsquo;라는 것이다. 이 말은 실제 지불하는 재화의 크기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심리적 또는 기회 비용적 측면에서도 설득력이 있다.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먼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가야 한다. 도착하면 어느 정도 정해진 에티켓에 따라 일정한 시간 동안 공연을 관람해야 한다. 시간이나 장소를 바꿀 수 없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현실은, 물론, 훨씬 복잡하다. 개별적으로는 좀더 복합적이고 다분히 의외로 볼 수 있는 장애들도 등장한다. 결국 문제는 &lsquo;오지 않는 관객&rsquo;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시간과 돈을 이유로 내세운 것은 보다 미묘하고 대답하기 싫은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경우가 많다.



세 가지 의미


개별 기관이나 조직이 말하는 관객개발은 대충 3가지를 말한다. 첫째는 말 그대로 새로운 관객을 개발하는 일이다. 어떤 이유로 고객으로 포섭되지 않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관객의 크기를 키운다. 둘째는 기존 관객의 소비를 증가시키고 충성도를 높이는 일이다. 방문횟수를 높이고 참여를 자극하는 것이다. 효율에서는 가장 효과적이다. 공연시장은 팔레토의 법칙이 적용되는 시장이다. 국민의 20%가 관객이라면 관객의 20%가 80%를 소비한다. 셋째는 특정한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이다. 어린이 등 특별한 포맷이 필요한 그룹을 위한 프로그램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를 통해 관객층의 다양화를 꾀한다.


이러한 관객개발 전략은 해당 예술기관에 이익이 되어야 한다. &lsquo;봉사&rsquo;를 유일한 목적으로 설립, 운영되는 예술기관을 제외하면 관객개발 활동은 짧든 길든, 유형이든 무형이든 이득이 되어야 한다. &lsquo;모든 국민을 관객으로&rsquo;라는 캐치프레이즈는 다양한 수단으로 포트폴리오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정책당국의 몫이다.


관객개발은 실현가능한 전략이어야 한다. 혹은 전략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프로세스와 같은 과정을 가져야 한다. 목표를 설정하고 가용한 수단과 방법을 점검하고 계획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관객개발의 &lsquo;관객&rsquo;은 복합적 대중으로서의 고객의 의미이다. 공연장을 찾는 관객뿐 아니라 영향을 주는 이들과 지원하는 그룹까지를 포괄한다.



프로그램들


관객개발에 사용되는 프로그램으로 먼저 들 수 있는 것은 &lsquo;아웃리치(outreach) 프로그램&rsquo;이다. 시간적, 공간적, 가격적 장애를 넘어 &lsquo;기호&rsquo;를 향해 근본적으로 접근하는 &lsquo;찾아가는 공연&rsquo; 스타일이다. 세계의 유수한 예술기관들이 대부분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일종의 &lsquo;동업자 정신&rsquo; 또는 공공성이라는 브랜드와 미션 실행의 차원에서다.


두 번째는 회원제(Subscription 프랑스는 abonnement)일 것이다. 관객을 알고 단계적으로 충성도를 강화시킬 수 있는 유력한 제도라는 측면에서 유용성이 매우 높은 제도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 제도는 시즌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된 상태에서 사회적으로도 안정적인 관객층을 형성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그러나 우리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수정해서 성과를 거둔 사례도 이미 여럿 나와 있다. 차원은 다르지만 마케팅의 여러 툴도 유용하다. 소위 DB마케팅이나 관계마케팅과 같은 것들이 관객개발의 중요한 수단들이다. 더 넓게 보면 커뮤니케이션 믹스를 통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예술교육도 빠트릴 수 없다. 이것은 개별 예술기관의 의지라기보다 정책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시대적 요구다. 2천년대 우리 문화예술정책의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로 예술교육의 부각을 들 수 있는 것처럼 상황은 무르익고 있다. 법률이 제정되고 법정기구가 신설되었다. 예산도 배정되고 사업도 빠르고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 개별 예술주체들도 실행의 한 축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이외에도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어려운 공연에 해설자를 두거나 영상을 더하는 등의 방법도 즐겨 사용된다. 축제도 대중이 문화예술에 접근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셈법


공연장을 비롯한 예술기관에서 관객개발은 두 가지 차원에서 의미를 가진다. 첫째는 개별적인 공연집단과 공연장으로서의 활동이다.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보다 많은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관객층을 넓히는 것이다. 공연장 등의 존재 근거의 첫 번째는 관객이고 관객의 열정과 애정은 성공적 경영의 필수적인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마케팅의 차원에서 보면 완전히 새로운 관객을 개발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이다. 기존 고객의 소비를 늘리는 것이 훨씬 싸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기관으로서는 가장 적극적인 소비자인 관객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넓히고 싶어 한다. 그것은 예술기관이 갖는 공공적 미션 때문이다. 공연시장의 활성화와 복지로서의 문화예술의 확산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이 설사 짧은 기간 내에 달성되지 않고 또 재정적인 기여로 되돌아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lsquo;미션의 달성&rsquo;이라는 큰 목표 달성에는 기여하게 되기 때문이다.


시드니오페라하우스가 '방문객'이 아닌 '관객'개발에 역점을 둔 사업이 바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호주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예를 들어보자. 시드니오페라하우스의 고민은 다름이 아니라 극장이 일반인들에게 너무 알려졌다는 점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또는 시드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림이 시드니만에 업어진 조가비모양을 한 독특한 모양의 시드니오페라하우스이다. 도시의 상징이자 명소로서의 극장의 이미지는 공연집단들이 추구하는 꿈의 이미지이다. 왜냐하면 공연시장에서 독보적인 일류 이미지는 소위 &lsquo;승자독식&rsquo;의 기본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드니오페라하우스는 수많은 사람들의 투어가이드를 치러 내면서 한편으로는 극장으로서의 오페라하우스로 봐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었다. 이 말은 단순히 극장의 자존심만의 문제는 아니다. 시드니오페라하우스는 훌륭한 관광자원을 제공함으로써 국가나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극장으로서 본연의 임무라고 할 수 있는 시민들에게 예술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는 소홀하다는 이미지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시드니오페라하우스가 &lsquo;방문객&rsquo;이 아닌 &lsquo;관객&rsquo;개발에 역점을 둔 사업이 바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Youth and Kids @ the House';라는 큰 제목의 프로그램은 연령대별로는 나뉘어 있다. 2008년 시즌에는 모두 15편이 &lsquo;Kids @ the House';에 편성되어 있고 &rsquo;House : Ed';에 15편(2009년)이 편성되어 있다. 이들 프로그램이 공연예술의 새 관객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임은 두말할 필요 없다.


이와는 별도로 2000년에 오페라극장에서 공연을 시작한 서커스공연도 당시 논란거리였다. 오프 시즌이라고는 하지만 제법 긴 20여 일 동안 오페라하우스에서 서커스를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당시 93%의 객석 점유율보다도 관객의 56%가 시드니오페라하우스 공연을 처음 본 사람이었고 73%는 가족단위였다는 결과가 이를 증명했다. 약 88%의 관객이 만족을 표했고 72%는 이후에 계속 공연을 보고 싶다고 답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이처럼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가족단위의 관객개발 프로그램에 힘을 쏟는 것은 그것이 예술기관의 존재이유의 주요한 기반이나 명분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통해 길러진 관객이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만의 관객은 아니다. 그렇지만 공공적인 미션을 수행한다는 이미지만으로도 나름대로 &lsquo;수지맞는 장사&rsquo;를 하는 셈이다.



어쩔 수 없는 것들


개별 예술기관의 관객개발은 한계가 있다. 2천 년대 이후 향유자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면서 공연접근성에 불리한 그룹을 대상으로 한 정책들이 여럿 등장했다. 소위 문화소외계층과 차상위계층, 학생, 청년, 노인, 농어촌지역 등을 주요 대상으로 적시한 것들이다. 그러나 특정한 대상을 빠짐없이 지원하고 고무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것들은 대부분 사회적 합의에 의해 실질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적, 경제적 약자에 대한 가격할인의 공감대 같은 것이다. 이처럼 개별 예술기관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문화적 관행이나 인구통계학적인 특징이나 소득과 시간 등과 같은 것들은 근본적인 한계를 가진다. 관객개발은 이런 한계 위에 이루어진다.



그리고...


본격적인 지구적 경제위기 한가운데 들어섰다. 침체기와 호황기의 일상적인 경제그래프를 뛰어넘는 이런 현실은 낯설지 않다. 10년 전 이미 한 차례 경험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10년 전 경제위기는 여러 가지 교훈을 남겼다. 위기를 극복했거나 또는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했거나 마찬가지다.


그 중에 한 가지는 분명하다. 경제위기에 소비자는 신중해진다. 전반적인 소비를 줄이고 특히 문화소비를 줄이는 대신 신중함은 배가한다. 보수적 선택을 하게 되고 분명한 명성과 브랜드를 가진 상품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되었다. 그러나 소수의 브랜드파워는 이중의 어드밴티지를 구사한다. 소비는 줄지 않는 대신 충성도는 강해지고 다른 한편 가격 협상력은 더욱 강화되는 것이다. 충성도가 강한 &lsquo;다양한 지불자&rsquo;를 가진 예술기관은 특별한 위기 상황에도 견딘다. 예술기관의 관객 충성도는 그 예술기관의 미션이나 명분에 동의하는 것을 의미하며 관객개발은 결국 우호적 그룹을 확장하는 작업인 것이다. 그것이 위기상황에 적절한 체형을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 이 글은 공연장홍보마케팅협회의 2008 연례세미나(2008.11.25)에서 발표한 &ldquo;관객개발의 두 얼굴&rdquo;을 필자가 개고한 것입니다. / 편집자 주



이승엽

필자 소개
이승엽은 1987년부터 예술의전당에서 극장운영과 공연제작 일을 하다가 2001년 한국예술종합학교로 자리를 옮겨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본지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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