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을 전후로 지방자치제도의 본격화, 공연예술게의 성장 등을 거치면서 공연예술축제도 급속히 성장했다. 그에 따라 축제가 지향하는 역할에서도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면서 유통, 예술가 발굴 및 지원, 제작 등 축제 프로그램 또한 다양화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 여전히 공적 자금에 의존한 불안정한 재정, 정부 혹은 지자체 정책변화의 영향, 사회적 이슈에의 압도 등으로 축제의 장기적 비전과 전략을 어렵게 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극장의 성장 등 예술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특집 '한국공연예술축제, 변화와 진단'은 다양한 관점으로 한국공연예술계에서의 축제의 역할을 살펴보고자 한다. 연재순서 ④ 좌담


2000년대 이후 공연예술축제가 규모에서나 수에서나 빠르게 성장해온 가운데 예술계 내외적으로 매우 다양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이는 예술계 내외적 변화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지방정부에서는 지역(문화)활성화의 측면에서 축제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공연예술계의 양적 팽창 과정에서 다양한 주제의 축제들이 새로 생겨나는가 하면 축제들 역시 공연을 선택해서 배치하는 프로그래밍 중심에서 제작, 마켓, 국제네트워크 등 다양한 역할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좌담에서는 서로 다른 기반과 계기에서 출발한 각 축제들이 그간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왔으며 현재진행형의 모색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공연예술축제의 현 단계를 확인하기 바란다.

일시 | 2010년 5월 20일 오후 4시
장소 | 예술경영지원센터 회의실
사회 | 김소연 편집장
참석 | 곽종규 _ 대구뮤지컬페스티벌 운영팀장
김승근 _ 통영국제음악제 이사
성무량 _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해외팀장
소홍삼 _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기획이사, 의정부예술의전당 공연기획부장

(이상 가나다 순)




중앙정부 정책과 공연예술계 여론 기반, 동시대 공연예술의 경향 소개

사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통영국제음악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은 모두 2000년 이후에 시작된 축제이다. 한편으로는 장르 분화를 통한 축제의 특성화 경향이, 다른 한편으로는 축제를 통한 장르융합 경향이 이 네 축제에서도 읽혀진다. 각 축제가 시작된 계기나 전개되어온 과정이 다른 것으로 안다. 각 축제에 대해 소개해 달라.

먼저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최근 조직에 큰 변화가 있는 것으로 안다.

성무량(이하 성)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2002년 월드컵을 앞드고 그에 상응하는 문화축제의 필요에 의해 2001년 기존의 서울연극제(한국연극협회 주최)와 서울무용제(한국무용협회 주최)가 통합되면서 출발했고, 따라서 2001년과 2002년은 한국연극협회와 한국무용협회가 주최·주관이었다. 월드컵이 끝난 2003년부터는 두 주관 단체와 별도의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집행위원회를 구성했고 예술감독제를 도입했으며 2005년에는 사단법인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축제를 주관해왔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법인의 형태가 재단법인으로 전환됐다. ‘세계적인 종합공연예술축제 육성’이라는 정책적 목표에서 시작되어 한국의 대표적인 공연예술축제로 동시대 공연예술의 경향을 소개한다는 축제의 미션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이처럼 조직의 구성은 임의단체에서 재단법인으로 변화를 겪어왔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축제를 운영하는 안정된 조직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모색의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10회를 맞는 올해 다시 변화를 맞고 있는데 재단법인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한국공연예술센터에 통합된 것이다. 이번 변화가 늘 필요했던 극장이라는 상시적이고 안정된 기반을 갖게 된다는 점, 그리고 바라건대 재원도 더 늘어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축제는 언제든 조직과 숫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 부분이 있다. 경영 관점에서 분석하는 그러한 기대가 현실화 될지 어떨지, 항상 모든 변화 앞에서 그렇듯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고 있다.

외부적 환경 못지 않게 내적인 부분의 취약점도 많다. 축제프로그램이 안전지향,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 축제가 가진 향유와 유통의 기능과 함께 생산, 창작 기능은 성과가 단기에 나지는 않지만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_소홍삼




지역 극장 기반, 후발 주자로서 음악극으로 특성화

사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중앙정부의 정책목표와 공연예술계의 여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면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는 의정부예술의전당이라는 극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축제이다.

소홍삼(이하 소) 지금은 성남국제무용제, 안산국제거리극축제 등 지역문예회관이 기획·주관하고 있는 축제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가 최초의 시도였다. 2001년에 의정부예술의전당이 개관하고 이듬해 4월 음악극축제를 시작했는데 처음 축제를 준비할 때는 반대도 있었다. 당시 구자흥 관장(현 명동예술극장 극장장)이 극장의 브랜드화,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축제를 제안했는데 이제 막 극장을 개관한 상태에서 전문인력 등 여러 내부역량을 고려할 때 무리한 계획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극장운영의 기초를 닦고 축제를 준비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축제가 극장이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lsquo;음악극&rsquo;으로 컨셉을 결정하는 데에도 여러 가지 검토가 있었다. 2001년도 당시 <오페라의 유령>이 크게 성공하면서 뮤지컬의 산업화 움직임이 있어 처음엔 뮤지컬축제를 검토했지만 극장의 예산규모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연극형 축제도 검토했지만 이미 기존의 연극축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후발주자로서 예산규모에 맞는 장르 특성화를 꾀할 수 있다는 이점때문에 음악극축제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탈장르의 추세에서 음악이 현대공연예술의 중심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 음악극이 한편으로 장르분화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장르를 아우를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초기에는 공연예술계에 의정부 축제를 전문적인 공연예술계 축제로 인식시키는 데 프로그램을 집중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완성도 높은 해외작품들을 전략적으로 배치하면서 공연예술계에 신선하게 다가갔던 것 같고 그 결과로 국고지원도 받게 되었다. 중반에 들어서면서는 지역에 좀 더 안착하는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다. 프린지프로그램, 야외 아웃리치 프로그램, 관객개발 프로그램, 축제 사이트의 시내 확대 등 3~4년 전부터 지역밀착형 축제를 표방하고 있다.

극장을 기반으로 한 축제이다 보니, 다른 축제들과 달리 극장과 축제사무국의 이원화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초기에는 극장 스태프가 중심이었기 때문에 본인의 업무 외에 축제 업무를 보고 축제 인력을 한시적으로 고용했다. 상설사무국이 계속적 과제였다. 현재는 축제 조직의 일부를 상설화해서 축제사무국에 세 명의 상근 인력을 두고 있다. 축제사무국과 극장 조직 간의 소통, 협업의 문제는 계속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다.



윤이상의 고향, &lsquo;아시아&rsquo;와 &lsquo;현대음악&rsquo;을 주제로 한 다양한 시도들

사회 통영국제음악제는 현대음악의 거장인 윤이상 선생의 고향에서 현대음악을 주제로 열리는 축제이다.

김승근(이하 김) 윤이상 선생의 고향이라는 점이 가장 컸고 통영이 외국의 유명한 축제가 치러지는 도시들에 비해 도시가 갖고 있는 매력이 결코 적지 않았다는 것도 자신감을 줬다. 2000년에 시작된 통영현대음악제부터 꼽는다면 올해로 10년이다. 지자체에서 97년에 음악공연장을 건립하고, 99년에 작은 규모의 윤이상음악회를 지역문화단체와 함께 했던 것이 계기였다. 사람들을 모으려면 새로운 것을 해야 한다. 처음 &lsquo;현대음악제&rsquo;로 시작했을 때 과연 그 먼 곳까지 윤이상을 들으러 사람들이 가겠는가 하는 우려도 있었는데, 거리나 장르 때문에 안 오는 건 아닌 것 같다. 현재 통영국제음악제는 아시아에서는 거의 최고 수준의 국제음악페스티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시아에서의 순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2002년에 국제음악제로 바뀌면서 규모도 국제적 규모를 갖추게 되었고 고전도 프로그램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축제의 차별성은 현대음악이 행사의 중요한 축 중 하나라는 데 있다. 축제에 참여하는 단체들에게는 윤이상의 작품, 아시아현대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할 것을 요구한다.

2009년 알렉산더 리브라이히를 예술감독으로 선임했는데 2011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 활동하게 된다. 그 사이 2013년에는 음악당이 완공된다. 그리고 2017년은 윤이상 탄생 100주년이다. 그때는 아시아에서 통영국제음악제가 현대음악에서만큼은 탄탄한 기반을 갖출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중국 같은 나라들도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크지만 그간 우리가 쌓아온 노하우를 단기간에 따라잡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윤이상 선생은 현대음악에 아시아성을 도입한 선구적인 작곡가이다. 통영국제음악제에서는 &lsquo;아시아 음악&rsquo;이 출발점이자 중심이 되어야 하고 그것을 지켜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축제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통영국제음악제는 축제 이외에 국제콩쿠르, TIMF앙상블, 아카데미 등을 운영하고 있다. 여타의 활동들이 서로 시너지를 내는데, 예를 들어 콩쿠르 입상자가 음악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식이다. 모두 음악제가 있었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고, 음악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활동이기도 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잘 알려지고 유명한 팀을 초청하는 것이다. 그런 프로그램은 티켓은 잘 팔리지만 유명한 단체인 만큼 오래 머물 여유도 없다. 그런 프로그램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으로는 국제 경쟁력을 얻기 힘들다. 아시아의 가치는 당장 돈이 되지 않지만 계속 투자하지 않으면 미래성장 동력이 없는 거다._김승근




도시마케팅 프로젝트, 뮤지컬의 산업적 가능성

사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은 올해로 4회를 맞는다. 대구시의 정책적 목표에서 시작된 축제로 알고 있다.

곽종규(이하 곽)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은 대구시 공연문화중심도시 사업의 한 프로세스로 시작되었는데 뮤지컬은 공연문화중심도시 프로젝트의 중심 콘텐츠이다. 2006년 프레 축제으로 시작했다. 대구시의 정책목표에 따라 관광수요를 높일 수 있도록 미션, 컨셉 등을 기획했고 첫해부터 창작뮤지컬 지원에 주목하고 있다. 또 2회부터 프린지 페스티벌 등으로 일반인의 참여 프로그램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09년 3회에는 도시 전체가 프린지 사이트가 될 수 있도록 공간을 확대하기도 했다. 작년부터는 전야제를 열고 있는데 올해는 6월 12일, 한국과 그리스의 월드컵 첫 경기날 이어서 전야제를 월드컵 응원으로 연결시킬 계획이다. 공연예술축제로서 예술성, 컨텐츠도 중요하지만, 관객들의 참여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해외와의 교류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뉴욕뮤지컬페스티벌과는 작년부터 교류를 시작해서 2008년 창작지원작품으로 선정된 <마이 스캐어리 걸>이 뉴욕뮤지컬페스티벌에서 공연을 가져 최우수신작뮤지컬상과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중국 정부 및 문화기업과의 교류를 추진 중이며 곧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올 것 같다. 대구시가 지향하는 ';공연문화중심도시';가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사회 지금 공연계에서는 월드컵 기간을 피하려고 하는데 대구뮤지컬페스티벌은 도리어 맞불작전을 벌이고 있다.

스포츠와 공연이 맞붙었을 때 대다수는 공연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비껴가기보다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자고 해서 12일 첫 경기가 있는 날 전야제를 열기로 했다. 티켓오픈을 이틀 전에 시작했는데, 인터파크 예매순위 50위 안에 우리 축제 작품 10개가 있더라. 스포츠와 지방선거가 같이 있어도 콘텐츠가 좋고 홍보를 잘하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장기적 전략 위해 인력 안정과 사업 다각화 필요

사회 2000년대 초중반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축제이지만 미션, 컨셉, 축제의 계기 등이 다르다 보니 전개과정이 모두 다르고 현재 모색의 지점도 다르다. 그렇다면 축제가 전개되면서 새로운 모색, 새로운 시도들에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가? 예술계의 여론, 관객반응, 재원의 성격(정책목표) 등과 같은 외적 요인인가, 아니면 축제사무국의 인력, 조직의 합리적 운영 등 내적 요인의 영향이 큰가?

보통 축제가 어떠한가를 가늠할 때 관람객수, 작품수, 몇 개국이 참여했는가 등등을 보지만 축제의 내용과 완성도에서 중요한 것은 예술감독, 스태프의 팀워크인데 그런 점을 잘 보지 않는다. 팀워크가 중요한 이유는 축제가 업무 매뉴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예술감독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를 감싸고 있는, 그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일하고 있는 스태프들도 중요한데 이런 부분은 평가도 안 되고 객관화되지도 않는다. 지금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조직이 변화하는 중인데 그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그간 축제를 만들어온 예술감독의 비전, 그와 함께 성장해온 인력 등에 대해 어떠한 평가를 바탕으로 변화의 방향을 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축제에서 재원도 중요하지만 축제를 만드는 인력도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예술감독, 스태프의 팀워크이다. 예술감독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를 감싸고 있는, 그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일학 있는 스태프들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부분은 평가도 안 되고 객관화 되지도 않는다._성무량


지자체 정권이 바뀌면 축제 인력까지 바뀌면서 성장하고 있던 축제들이 동력을 잃는 경우들을 많이 보아왔다. 그런 것을 보면 예술감독제도 아직 안정화되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스태프는 물론이고. 예술감독제가 안정화되고 예술감독의 임기가 끝나도 팀원들은 계속 일하면서 초기의 미션, 컨셉 등을 구체적으로 실현해야 하는데 사람이 자꾸 바뀌니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아 실행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재원 등의 지원을 갖추어야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조직과 인력의 안정이 중요하다.


사회 그런 면에서 극장을 기반으로 한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는 비교적 조직과 인력이 안정적일 것 같다.

어떤 면에서는 안정화되었고, 어떤 면으로는 보수화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극장 조직들이 축제에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상시적으로 관여되어 있다. 예술감독이나 사무국이 바뀌더라도 초기의 방향성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는 요인이다.



제작, 사업 확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션의 실행

사회 축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도 축제의 활동이 다양해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편 최근 축제에서 제작에 대한 관심이 크다. 축제의 역할과 기능이 확대되는 것으로 볼 수 있나.

우리의 경우는 필요 때문에 여러 사업을 준비한 것이고 아직 모든 사업이 다 자리 잡았다고 볼 수는 없다. 우리의 일관된 목표는 현대음악과 관련한 우리의 브랜드를 갖자는 것이다. 고전음악으로만 자리매김 하는 것은 통영시의 작은 규모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현대음악은 당장에는 인기가 없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안할 수 없다. 동시대에서 계속 음악이 만들어지고 있지 않나. 그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의 관심이 아시아인데, 그건 윤이상 선생이 아시아에서 제일 처음 세계 음악계에 알려진 사람이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윤이상의 고향 통영';이라는 장소성을 생각하더라도 아시아 현대음악은 우리의 출발점이자 목표이다. 작년에 아시아작곡가연맹의 국제행사를 통영에서 개최했는데, 그 수준에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무척 놀랐다. 이 정도 행사를 치를 수 있는 곳은 아시아에서도 그다지 많지 않다. 재원만 있으면 큰 행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속할 수 있는 인프라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중국에서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를 만드는 작업을 우리와 독일이 같이 하고 있는데, 중국은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다. 아시아가 함께 발전하면서 결국 판이 커질 것으로 확신한다. 국제교류나 공동작업에서도 구조를 생산적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잘 알려지고 유명한 팀을 초청하는 것이다. 그런 프로그램은 티켓은 잘 팔리지만 유명한 만큼 오래 머물 여유도 없다. 물론 그런 프로그램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것으로만은 국제 경쟁력을 얻기 힘들다. 아시아의 가치는 당장 돈이 되지는 않지만, 계속 투자하지 않으면 미래성장의 동력이 없어지는 거다. 당장 눈앞의 재미보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어떻게 잡고 추진해 나갈 것인가가 제일 중요하다.

의정부의 경우 최근 고민은 한국적 음악극의 개발인데, 물론 초기부터 주요한 목표 중 하나였다. 그동안 한국형 창작 음악극을 꾸준히 소개해왔는데 이제는 좀 더 적극적으로 한국형 창작음악극 개발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재원, 조직 등의 변화와 확대가 필요하다. 국내 기존 작품의 컬렉션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사실 의도는 좋지만 제작이라는 것이 비용 들고, 힘들고, 작품 안 나오고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다. 그래도 꼭 해야 한다. 아시아 예술계 모두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있어서 미묘한 경쟁과 협력이 있다. 국제교류가 작품과 작품을 맞바꾸는 것으로 진행되던 시대는 지난 것 같다. 우리가 갖고 있는 노하우도 주고, 예상치 않은 배울 점, 실망할 점도 직접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방식의 국제교류를 시도하지 않으면 대표선수만 나가게 되는데, 그 방식은 가던 단체 밀어주던 관행하고 다를 게 없다.

대구 역시 한국 창작뮤지컬의 세계진출을 미션으로 잡고 있다. 작년 3회 행사에도 해외 뮤지컬 관련 인사들을 초청하는 등 마켓 형식을 더했는데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뉴욕뮤지컬페스티벌과의 교류도 한국 창작뮤지컬의 국제 시장 진출을 위해서이다.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에 서다보면 국제적인 감각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은 한국창작뮤지컬이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마켓 역할을 하고자 한다.

뉴욕뮤지컬페스티벌과의 교류도 한국 창작뮤지컬의 국제 시장 진출을 위해서이다. 지속적으로 국제적인 시장에 서다보면 국제적인 감각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은 한국 창작뮤지컬이 라이선스 및 공연 자체로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마켓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_곽종규




도시마케팅&middot;도시활성화 매력 있지만 미션 분화해야

사회 축제에서 제작에 대한 관심이 사업의 확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축제의 미션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행하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런데 앞서 가장 힘든 것도 제작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만큼 위험이 크다는 것인데, 축제는 개인 혹은 특정 집단의 예술적 비전을 구현하는 것이 아닌 만큼 축제의 미션과 프로그램에서 여론에 대한 설득력이 필요하지 않나. 또 축제의 재원이 대부분 공공재원이다보니 재원의 정책목표 등에 부합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해외음악축제에서 부러운 점도 있다. 바그너의 고향에서 열리는 바이로이트페스티벌은 행사기간 중 플래카드나 포스터도 별로 걸려있지 않지만, 전 세계에서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 몇 년을 기다린다. 그 축제에게 아웃리치나 지역밀착형 활동을 안한다는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결코 어떤 축제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걸 인정하기 때문이다.

분화해야 한다. 어떤 축제는 도시활성화를 위해 하고, 어떤 축제는 마니아를 위해서 하고.

현실적으로 보면 공연예술제의 한계에 대해서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산업적 성과로만 보면 공연축제가 관광축제 등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공연예술축제의 특징도 분명히 할 수 있다.

우리 축제의 경우 작은 도시에서 하니까 좀 더 멋있게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그래서 모델로 했던 것도 스위스 은행가들이 만든 루체른이라는 럭셔리한 축제였다. 그런데 작년에 아주 작은 축제를 보고 많이 반성했다. 그래서 당장 올해 바꾼 것 하나가 축제에 참여하는 연주자들, 학생, 앙상블 단원 등을 섬 같은 곳에 보내 동네음악회를 한 것이다. 그런 부분이 공공기금으로 열리는 축제가 지역을 배려하는 프로그램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네음악회라고 하더라도 같이 만들어 가면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중화라는 것이 현대음악 하다가 가요 하는 게 아니다. 수준은 유지하되, 어떻게 친근하게 만들 수 있는가의 문제다. 그러면 그분들이 음악제도 보러오고, 행사 중 교통체증 때문에 불평 안하고. 간단한 일이었지만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이런 종류의 밸런스도 생각할 시기가 된 것 같다.

수준을 낮춰 프린지를 끼워넣는 것은 시민의 수준을 무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재원의 다양화도 필요하다. 그러려면 펀드레이징 하는 사람과 프로그래밍 하는 기획자, 예술가의 역할이 분화되어야 하고 따라서 조직도 변화해야 한다.

사회 대구뮤지컬페스티벌은 도시활성화를 목표로 시작된 축제이다. 공연예술축제로서의 특성과 그러한 정책적 목표 간의 충돌은 없나.

아직은 큰 어려움이나 갈등은 없다. 공연축제가 대구의 대표브랜드가 되어 도시활성화에 기여도가 높다. 대구시의 평가는 투자 대비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갈등보다는 시의 지원이 많았고, 결과가 좋았다. [뉴욕타임즈]에 대구를 검색해보면 뮤지컬 기사가 뜰 정도로 도시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또 뉴욕뮤지컬페스티벌 기간에는 뉴욕 가로등 배너, 외벽 현수막도 달았었다.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산업보다도 큰 파장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축제에서 제작에 대한 관심이 사업의 확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축제 미션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행하는 것이라는 의견이다._김소연




내외의 요인 맞물려 있어, 위험 떠안고 장기 전략 세워야

사회 이번에 특집을 진행하면서 축제의 취약성에 대한 온라인폴을 진행했는데, 결과를 보면 재원 및 조직운영의 불안정성,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 일관성 부족을 가장 많이 꼽았다. 온라인폴 "우리나라 예술축제&middot;행사의 가장 취약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결과보기 즉 외적 환경에 대한 지적이 높았는데 오늘 이야기에서는 외부 환경보다는 자기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일관성을 가지고 실행하는 내적 문제를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좌담을 마무리하면서 정책에 대한 제언을 덧붙어주었으면 한다.

조직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 일관성 부족을 지적하는데, 지자체들도 노력을 많이 한다. 우리가 제대로 된 매뉴얼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작은 도시의 축제가 가져야 하는 미션을 큰 도시에 요구한다든지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축제들의 탄생과 성장을 보면, 축제가 지역&middot;도시활성화에 기여를 하고 있다는 판단이 전제되어 있다. 지방정부에서는 특히 그런 것을 발굴하고 지원하고자 한다. 도시브랜드, 도시마케팅에서 공연예술, 공연예술축제의 역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서 뮤지컬축제를 키우고 있는데 지자체 선거에서 뮤지컬보다 오페라를 좋아하는 분들이 당선되면, 행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면서 의외로 복잡할 수 있다. 대표브랜드를 만들려는 각자의 입장이 이해는 되지만, 실적은 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축제의 미션과 컨셉이 단기적인 관점으로 휘둘리지 않게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실적이다. 도시활성화는 상황이 모두 달라 같은 기준을 모두에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

우리 축제들은 외형적으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내적으로는 아직 미성숙한 청소년기를 겪고 있는 것 같다. 조직과 재원의 안정성, 정책의 일관성 등 외부적 환경 못지않게 내적인 부분의 취약점도 많다. 축제프로그램이 안정지향,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 젊은 예술가에게 기회를 주기도 하고 창의적인 시도도 해야 한다. 위험도 안아야 하고 마켓 기능을 위한 국제적인 네트워크도 필요하다. 축제가 가진 생산, 창작, 제작의 기능은 성과가 단기에 나지는 않지만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에는 축제 자체가 마켓 역할을 한다. 그 기능에 좀 더 비중을 할애해야 할 것이다.

내부적인 요인과 외부적인 요인은 맞물려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장기간 일관되게 지원해야 축제가 자기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찾을 수 있다.

처음에는 전문인력의 부재가 컸다. 그러나 벌써 많은 변화가 있었고 10년 뒤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후배들이 험한 일을 이겨내고, 미래를 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대견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인의 기질과 축제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재원과 같은 경제적인 문제가 전부는 아닌 것 같고 전문인력을 키워낼 수 있는 환경과 축제의 기본원칙이 지켜질 수 있는 분위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인력 부족 해결을 위해서는 대학의 관련 학과에서 공연 및 축제 기획에 대한 과정을 심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공연예술축제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장이다. 그런 점에서 대규모 프로젝트에 공연예술축제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그러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특집] "한국공연예술축제, 변화와 진단" 다른 기사 보기
① 전개와 현황 ② 지역문화ㆍ도시활성화 관점에서 ③ 예술생태계 관점에서




사회∙정리
김소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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