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작업은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적 행동인 동시에 다수의 행복을 추구하는 공공적 행동이다. 때문에 사회적 기업이 추구하는 '공공성, 사회적 목적 우선 추구'와 부합한다. 예술교육이나 공공예술프로젝트, 주민과 예술가가 참여하는 축제나 이벤트 등은 모두 '사회적 기업'의 대상이다.


난 얼마 전 서울시 대안교육센터인 <하자센터>의 의뢰를 받고 &ldquo;문화예술, 사회적 기업을 꿈꾸다&rdquo;란 주제의 강연을 한 바 있다. 내가 뭐 사회적 기업 전문가는 아니다. 사실 난 엄밀히 따져 사회적 기업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다만, 그 쪽의 의뢰사항이 &lsquo;서울시 문화정책에 대해 얘기해 달라&rsquo;는 것이었고, 때문에 난 쉽게 승낙해 버렸다.

강의를 요청받고 난 처음으로 사회적 기업이란 걸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사회적 기업으로부터 뭔가 희망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별로 관심을 안 두다가 공부를 하면서 비로소 그 가치를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란 우선 &lsquo;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며 재화&middot;서비스의 생산&middot;판매 등 기업적 활동을 하는 조직&rsquo;을 말한다. 주된 목적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 또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 공익 등 사회적 목적의 실현에 있으며, 서비스 수혜자, 근로자, 지역주민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민주적 의사결정구조와 얻어진 이윤이나 수익을 사회적 목적 실현에 재투자할 것 등을 조건으로 한다.


공공목적에 기여하며 이윤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

우리나라에 현재 인증된 기업은 108개. 유형별로는 일자리 제공형이 30개로 가장 많고, 사회서비스 제공형이 15개, 지역사회 공헌형이 23개, 혼합형이 30개다. 주로 사회복지분야, 즉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기업들이 많다. 이 법이 입법 된 취지 상 복지분야의 업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 분야는 부족하거나 아직 이슈화가 덜 된 상태다.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되면, 기업 설립에 필요한 시설 및 운영비를 대부받을 수 있다. 또한 인건비의 일부와 사회보험료 일부를 2년 동안 지원받을 수 있으며, 4년 간 소득세&middot;법인세를 면제받는다. 사회적 기업에 기부하는 민간기업은 소득의 5% 내에서 기부금 손금산입을 인정받는 혜택도 있다. 이런 사회적 기업은 문화예술분야에 왜 필요한 것일까?

그간 난 여러 자리에 걸쳐 &lsquo;문화예술의 지원불필요성&rsquo;과 지원이 갖는 해악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지난 30년 간 창작자 중심으로 경제적&middot;재정적 지원을 해 온 결과, 예술시장의 자생력은 훼손되고 예술의 기획력은 거의 0에 가까울 정도로 훼손되었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뭔가 새로운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와 기획이 나오면, 관객이 아닌 정부나 예술위원회, 문화재단으로 가져가는 현실! 소규모 수공업적&middot;가족주의적 경영형태를 벗어나지 못한 예술분야의 극단과 기획사 현실은 이를 반영한다.

대신 내가 주장한 것은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기획이나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이었다. 예술분야의 기획력을 높이자. 예술이란 훌륭한 자원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작품을 다차원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고, 관객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부여하며, 국민 스스로 관객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열자는 게 내 주장이었다. 또한 지역사회를 미관화&middot;예술화 하는 공공예술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의 운영과 자발적인 예술동아리 활동을 촉진하는 데에 공공예술이 개입하는 등 예술가들이 국민들의 일상과 지역에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지원이 아닌 &lsquo;후원&rsquo;을 하자는 게 내 주장이었다.

그러나 난 얼마 전부터 이런 주장을 별로 세게 하지 않았다. 예술을 지나치게 도구로 활용하는 &lsquo;도구주의적 견해가 아니냐&rsquo;는 비판 때문이 아니다. 이런 주장을 실행할 실행 주체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객(시장)을 대상으로 예술을 마케팅하려면 마케팅의 주체, 즉 기획사가 있어야 한다. 예술가가 직접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엔 기획사가 보이지 않는다. 연극이 밀집되어 있다는 대학로에도 기획사는 5군데에 불과하다. 물론, 군소형의 기획사가 있지만, 사실 그것은 기획사라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더욱이 미술은 어떨까?

공공예술이나 예술교육과 관련된 분야를 가면 더욱 처참하다. 대부분은 작가들과 예술위원회가 일대일로 매칭하는 시스템이다. 중간에 기획사, 즉 전체 사업을 기획하고 주관(planner)하며, 예술가를 조직(organizer)하고 행정가를 설득하는 등 사업을 실행(executor)할 주체(coordinator)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선 좋은 기획이 나올 리 만무하고, 자생적인 시장, 국민들을 감동시킬 예술프로젝트가 나올 리 없다.


예술기획 시장에서 사회적 기업의 역할이 기대된다

내가 희망을 본 것은 이 기획 시장, 즉 예술가와 지역&middot;주민&middot;관객을 연결할 중간다리에 &lsquo;사회적 기업&rsquo;을 넣을 수 있겠다는 사실이었다. 예술가의 작업은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적 행동인 동시에 다수의 행복을 추구하는 공공적 행동이다. 때문에 사회적 기업이 추구하는 &lsquo;공공성, 사회적 목적 우선 추구&rsquo;와 부합한다.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예술교육이나 공공예술프로젝트, 주민과 예술가가 참여하는 축제나 이벤트 등은 모두 &lsquo;사회적 기업&rsquo;의 대상이다.

더불어 예술기획의 일에는 기업가적 정신을 필요로 한다. 예컨대 내가 대학로를 보며 가장 안타까워 했던 것은 그 많은 극단과 공연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로를 마케팅 할 조직이 없다는 것이다. 누가 대학로를 가치 있게 만들 것인가? 공공의 조직이 할 순 없다. 그들 또한 민간기업에 사업을 위탁하고 만다. 사회적 기업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공공적 일을 하면서 기업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전담조직이 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예술창조와 경영분야에 있어선 &lsquo;사회적 기업&rsquo;이 매우 절실하다.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정책은 &lsquo;노동부&rsquo;와 &lsquo;보건복지부&rsquo;가 주관한다. 한 곳은 법을 입안한 부처고 다른 한 곳은 법이 필요한 부처다. 그렇다면 &lsquo;문화체육관광부&rsquo;의 입장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정작 공공적 기획과 &lsquo;돈&rsquo;을 목적으로 한 기업적 조직을 필요로 한다면, 우리 또한 사회적 기업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볼 일이다.


라도삼필자소개
라도삼은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신문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2001년부터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으로서 문화정책과 도시문화 등에 관한 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다. 저서로 『인터넷과 커뮤니케이션』(한울출판사, 2000), 『블랙인터넷』(자우출판사, 200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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