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박물관은 살아있다> 공연 현장

소극장이 새삼 그립다. 서울 외곽 지역의 중극장에서 일하다 보니 소극장의 친밀함이 그리워진다. 그리고 체험적으로 지역에서는 중&middot;대형 극장보다 소극장이 훨씬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지역에는 공공소극장이 없는 것일까? 있어도 중대형 극장의 부속시설로 큰 특징 없이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극장 일색이었던 서울 대학로에서는 중&middot;대형 극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았다. 소극장의 열악한 시설 때문이기도 하지만 뮤지컬 또는 요즘처럼 프로듀서나 소위 스타 시스템에 의존하는 대중연극이 제작비 수지를 맞추기가 소극장 규모의 객석수로는 좀 곤란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대학로에는 한국공연예술센터(Hanpac) 같은 공공성이 강한 재단이나 씨제이 같은 대기업에서 투자한 큰 공연장이 설립, 운영되거나 운영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비로소 소극장과 중대형 극장이 어우러진, 공연장 규모 측면에서 조화로운 사이트로 변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lsquo;센터&rsquo;에서는 아직도 중대형극장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 지역에서는 이 반대로 중대형 공연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lsquo;문화예술회관&rsquo; 즉 대∙중∙소공연장과 전시장 등 지역의 문화기반시설을 한 곳에 모아 &lsquo;아트센터&rsquo;화(化)한 공공공연장이 대부분으로, 독립된 소극장을 찾기란 어렵다. 앞서 언급했듯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메인인 600석 이상의 중대형 공연장에 딸려있을 뿐이다. 아무래도 문화예술에 대한 인프라 시설이 취약한 지역에서는 지역주민에게 규모 있는 다양한 공연을 선사하기 위해, 그리고 지역의 자랑거리나 랜드마크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 중대형극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특히 수도권이나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이렇게 한 곳에 문화예술시설이 집중된 아트센터 형태의 공연장이 멀리 떨어진 지역 관객을 끄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교통망이 비교적 촘촘한 광역도시나 대도시의 외곽 지역에서는 중대형 규모의 문화예술회관보다는 지역주민이나 관객과 훨씬 친화적일 수 있는 소극장이 활용도가 더 높다. 요즘 추세도 그렇고, 지역에서 공연장을 짓는 가장 큰 이유로 지역민의 문화예술 참여기회 확대를 들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라면 소극장만한 곳은 없기 때문이다.규모가 있는 문화예술회관을 뜻대로 잘 운영하려면 제법 많은 예산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 지역의 넉넉지 못한 살림살이 때문에 지속적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대형 극장 대신에 소극장을 짓고 운영하는 지자체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현재 서울을 비롯하여 수도권 도시의 몇몇 자치구나 시에서 문화예술회관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자꾸 옆 동네의 큰 공연장 규모에 볼모 잡혀 감당하기 어려운 중대형 극장을 지어놓고, 후일 예산이나 프로그램, 가동률 등 때문에 속 썩이기보다는 전문적이고 알찬 소극장을 설립 운영하다면 훨씬 실속 있게 주민을 위한 시설을 만드는 것이라고 조언 드리고 싶다.

지역기반 문화예술시설을 설립할 때 정말 지역주민의 요구와 의도를 정확히 해석했으면 좋겠다. 정치적 의도가 큰 자치단체장이나 정작 지역주민에는 별로 관심 없고 위만 바라보는 공무원, 그리고 그들에게 자문이라는 명목으로 바람을 잔뜩 불어넣는 외부 문화예술인들의 생각에만 맡기지 말고, 정말 지역에 알맞은 2~300석 규모의 좋은 공공 소극장을 만들고 운영했으면 한다. 공공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중대형극장보다 예산 부담이 적은 소극장을 안정적, 지속적,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해 정책 역시 다양한 문화지형도를 그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권장해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국가나 광역시도 소극장이 지역에 설립되고 특화되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이제는 지역에서 ';아트센터';라는 미신을 버리고 강한 소극장(强小)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김석홍 필자소개
김석홍은 연극을 공부하였고, 자연스럽게 극장 등 예술이 이루어지는 공간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예술경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게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런던에서 2년 여 동안 체류하며 그들의 문화 환경을 조금이나마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 큰 개인적 자산이 되었다. 현재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공연사업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ksh211@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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