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조 이미지 - 갤러리
출처 http://archiwork.net/

세상은 연극 무대와 같다는 소리를 듣곤 한다. 그렇다면 세상 사람들은 모두 배우가 되는데, 이런 사람들을 주위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어떤 뮤지컬 배우는 자신의 평소의 행동이 마치 무대 위의 그것처럼 과장되어 보인다고 말한다. 그래서 인사할 때나 무언가 포즈를 취할 때 동작이 커지고 또 그러기에 민망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객석 끝까지 연기가 보여야 하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는 큰 동작의 연기를 하는 까닭에 그것이 습관처럼 생활 속에서 무의식중에 드러난다는 것이다. 연극배우들이 텔레비전 드라마에 데뷔할 때 겪는 그 것 말이다. 그 배우도 처음에는 평소 신경을 많이 썼는데, 이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단다. 그와 만나는 이들은 시도 때도 없는 그의 과장된 연극적 동작에 배꼽을 잡는다.

기획자들이나 평론가들 사이에는 이런 말도 공공연히 돈다. “작가들에게는 첫 개인전이 마지막 개인전이다.” 왜 그럴까? 서점의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아무거나 하나 집어보면 그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첫인상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소리다. 대학이나 대학원을 막 졸업하고 2~3년 안에 의무방어전처럼 치르는 첫 개인전이 사실은 바로 작가활동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는 소리다.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첫 개인전과 첫 개인전 도록은 바로 작가 자신의 얼굴이자 유일한 얼굴이다.

비단 작가들에게만이 아니라, ‘소통의 상호성’을 생각해보면 미술계의 관계자들에게도 똑같이 중요한 순간이기도 하다. 매년 연말만 되면 쏟아져 나오는 졸업전 도록들을 보면서 많은 기획자들이 새로운 작가들을 발굴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외에도 다양한 방법과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작가발굴을 하지만, 워낙 잘 만드는 요즘의 졸업전 도록들은 그 효과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느 누가 짧지만 한 순간 노출 또는 연출되는 작가로서의 첫인상, 첫 이미지, 첫 캐릭터를 형성하는 그리고 미술시장의 유통망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한 첫 브랜드 효과를 무시할 수 있겠나.

미술관이나 갤러리는 어떨까? 전시기획자로서 가장 즐겁고 흥미로운 일중 첫째는 새로운 전시공간을 설립하고 런칭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공간에 고유한 성격과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보다 즐거운 일은 흔치않다. 그러나 그만큼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예술계에 데뷔시키는 것은 지독히도 고통스럽고 수고스럽다. 많은 전시기획자들이 그런 일에 곤란해 하고 또 기분 좋게 참여해서는 개관전을 치르자마자 나가떨어진다.

새 공간을 성공적으로 런칭하는 방법 또한 앞서 말한 첫 인상, 첫 이미지를 어떻게 선택하고 연출할 것인가와 관련된다. 연간 운영예산을 계획할 때도 새롭게 문을 여는 공간은 개관 초반에 예산을 집중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기도 하다.

한 작가가 성공적으로 데뷔하는 것, 전시 또는 공간을 성공적으로 여는 것은 크게 보면 첫 이미지를 어떻게 결정적인 사건으로 만드느냐와 관련된다. 비록 무대 위의 배우가 아닐지라도 명확하면서도 흥미롭고 매력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기술은 자기 세계를 구축하는 매우 요긴한 요령이 된다. 세상은 정신없이 돌아가고 마음 속 진실한 세계를 알아 볼 시간도 부족하다. 이미지의 방사포가 쏟아지는 환경에서 모든 것이 하나의 이미지로 수렴된다.


김노암 필자소개
김노암은 서울에서 나고 자라 회화繪畵와 미학美學을 전공하였다. 미술현장에서 전시기획자로 활동하며 그림과 글로 시절을 보내고 있다. 현재 대안공간 아트스페이스 휴를 운영하며 미술웹진 [이스트 브릿지], KT&G 복합문화공간 상상마당의 운영과 기획에 참여하고 있다. (사)비영리전시공간협의회 대표이자 본지 편집위원.개인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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