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조 이미지 - SIDance 2009 공연사진
출처 SIDa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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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04년 무렵부터 자주 한국을 방문해 왔다. 일 때문이기도 하고, 한국을 돌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한국의 문화예술 작품들을 최대한 열린 마음으로 감상하고 다양한 형태의 공연과 행사들에 참여하는 것은 나에게 늘 새로운 배움의 기회였다. 본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기 시작할 당시, 나는 특히 한국의 현대무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수많은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아주 탁월한 작품과 만나기도 했고 때로는 그야말로 ‘끔찍한’ 공연을 관람할 때도 있었다. 어쨌든 그 과정에서 나는 수많은 무용가들을 만났고 마음이 통하는 한국 친구들도 사귈 수 있었다.

내가 한국의 무용 공연문화에서 가장 크게 관심이 갖고 있는 부분은 바로 ‘관객’이다. 중견 무용단과 안무가들이 매주 중대형 공연장에서 공연을 펼치는 한편, 독립 무용단이나 소규모 무용단들의 공연도 100석 규모의 소형 무대에 올라간다. 모든 공연은 결국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는 관객을 대상으로 관객 유치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관객 유치는 특히 신생 무용단이나 초보 안무가들에게는 늘 고민거리다. 어떤 무용단도 관객이 없는 무대에서 공연하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아는 무용가들 가운데는 마치 통신판매원처럼 지인들에게 공연 할인티켓을 판매하느라 몇 시간이고 수화기를 들고 있는 이들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해외의 유명 무용단 공연이 이들의 공연기간과 겹치면, 이러한 고충은 더욱 심해진다.

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은 주말임에도 교복을 입고 공연장을 찾는데, 대개는 자신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이다. 어린 학생들은 공연의 퀄리티와 무관하게, 공연이 끝나면 마치 대중음악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내고 함성을 지르곤 하는데, 나는 어쩐지 이런 광경을 보는 것이 불편하다. 또 이런 문화가 양질의 무용을 관람하면서 성장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며, 막상 공연을 한 해당 교사에게도 객석을 채우는 것 이외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사실 학생들뿐만 아니라, 공연자의 지인들도 공연장이 떠나갈 듯 무조건적인 박수를 보내는 것은 마찬가지다.

가끔 관객 구성이 묘한 공연도 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 가족들, 학생들, 친구들이 관객이 되는 경우이다. 관객들을 살펴보면 어떤 이들은 공연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고 어떤 이들은 가족이나 친구의 공연을 응원하러 참석한 듯 보이며, 초대권이 있어 별 의미 없이 객석을 채우고 있는 이들도 있다. 물론 다양한 계층의 관객 확보는 고무적이지만, 과연 이런 식으로 객석이 채워지는 것이 공연자체나 공연자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반면, 실제로 유료티켓으로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은 특정 계층일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관객들은 공연에 대한 높은 안목으로 비판적인 공연 감상과 평가를 하게 마련이다.

각기 다른 안무가가 연출한 두 편 이상의 단막 공연으로 구성된 무용 프로그램도 상당히 많은 편인데, 이런 프로그램에서도 역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펼쳐진다. 관객들이 지인의 공연이 끝나면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것이다. 작품 한 편이 끝나고 다른 작품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관객들의 이동이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사실 나는 관객들이 왜 다른 공연에는 관심이 없는지 참 의아하다. 이런 현상 때문에 때로는 특정 작품 이후에 객석이 텅 비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 다음 작품 공연자들의 사기가 저하되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아는 안무가들 중, 다른 한국친구들은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다는 안무가들이 있다. 다수의 안무가들과 무용수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겸업을 하고 있다. 일부는 몇몇 대학(주로 지방 도시)에서 가르치고, 개인 교습을 한다거나, 학원이나 댄스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박사 과정을 수학한다. 또 가족이나 배우자,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고 작품 공연이나 연출도 한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이들은 지인의 공연 이외에 타 작품 공연을 관람할 시간이 거의 없다. 이들 중에는 타 장르의 공연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는 이들도 있는데, 이는 자신들의 예술적 경험을 무용으로 한정해 예술 감각을 협소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최근에는 장르를 넘나드는 예술의 입지가 커지고 있어, 한 가지 방식으로 국한된 작품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지난 6년 동안, 한국의 안무 수준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왔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관객은 변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무용예술가들은 이제 관객개발의 방식을 고민할 때다. 관객 개발은 작품 발전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네오 킴 셍 필자소개
네오 킴 셍(Neo Kim Seng)은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독립 프로듀서이다. 다양한 장르의 한국 예술 작품을 싱가포르 관객들에게 선보여 왔으며, 한국 예술가들과의 작업도 다수 진행한 바 있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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