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저물어간다. 한국사회 어느 해가 그렇지 않겠는가마는 올해도 다사다난한 한해였다. 비단 사건들이 많았다는 것만이 아니다. 한편에는 예기치 못한 변화가 있다면 다른 한편에는 목 빠지게 기다려도 오지 않는 변화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선 자리를 냉철하게 살피는 시간이 필요하다. [weekly@예술경영] 연말특집과 함께 다사다난한 흐름 속에서 여러분의 좌표를 세워보시길 바란다, 연재순서: ④ 좌담

일시: 12월27일 16:00 장소: 대학로 카페 張 패널: 김노암_아트스페이스 휴 대표 손상원_이다엔터테인먼트(주)대표 양현미_상명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오세형_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윤태건_THE TON 대표 이용관_한국예술경영연구소장
김노암

10대 뉴스를 통해 한해의 예술경영계를 돌아볼 때마다 항상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것은 정책적 이슈가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이슈의 정책 쏠림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발표했던 새예술정책 4대 기조가 제도 시행으로 구체화되면서 올해 역시도 새로운 제도들에 대한 현장의 민감한 반응이 여전하였다. 게다가 올해 지자체 선거가 치러지면서 이 또한 예술경영계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했다.

그러나 한편 이슈의 정책 쏠림 현상이 현장의 흐름에 좀 더 밀착하는 노력이 부족한 때문은 아닌가, 라는 반성도 든다. 하나하나의 정책과 제도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지만 좀 더 장기적인 시선으로 예술계, 예술경영계의 흐름을 짚어내는 안목과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소셜네트워크, ‘전방위적 영향력 VS 아직은 미미’

사회 올해도 독자, 전문가를 대상으로 10대 뉴스 설문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가 지난 주에 게재되었다.([연말특집] 결산과전망③ 2010 예술경영 10대 뉴스 “소셜네트워크, 예술경영에도 새바람 될까” 참조) 올해 가장 주목한 뉴스는 ';예술홍보의 새로운 수단의 등장';이다. 스마트폰 열풍이었다.

윤태건(이하 윤) ‘예술홍보 새로운 수단’이 1위인 것은 당연하고 적절하다. 태블릿PC의 열풍, 소셜 네트워크의 강세는 단순히 기술의 진보를 넘어 사회 전반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홍보방법의 다양화 이상으로 그 영향은 점차 확대될 것이다. 아트페어나 미술관에 가면 도록이 있지만,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보면 한 번에 가격, 작품 설명, 작가 설명을 볼 수 있다. 올해 공공미술에서 중요하게 나타난 흐름이 ‘미디어 파사드’가 아티스트의 참여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이벤트였다. 인터랙티브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고, 조형물 하나를 세워도 SNS를 활용하려는 작업이 매우 많이 나타나고 있다.

손상원(이하 손) 공연에서도 1차적인 이용은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기존 매체에 비하면 미약하다. 요새는 소셜커머스가 뜨는데, 공연티켓 가격 파괴를 몰고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든다. 공연 초기 홍보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입장료 적정성 논란을 불러 올 수도 있다.

오세형(이하 오) QR코드라든가 SNS 등의 영향력을 크게 안 보았는데, 최근에 와서 커뮤니티 베이스의 사업이나 공공미술 등이 과정 중심으로 넘어가면서 주목하는 작가들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전시나 자료집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이보다는 SNS나 뉴스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공유하는 방식이 프로그램의 속성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래서 작업과정을 꾸준히 피드백 받은 사람들이 전시회에 와서는 그 동안 들었던 과정을 사진과 비디오로 확인하고 친숙해진 작가나 참여자와 생각을 나누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SNS라는 매체는 홍보수단을 넘어 예술소통의 형식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인다.



올해 공공미술제도 합법화 되었어야 했는데 지지부진 넘어갔고 공공미술 저작권이 크게 다루어졌어야 하는데 흐지부지 넘어갔다. 양도세도 올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시행유예가 결정되었다. 홍라희 관장의 복귀도 조용히 넝어갔다.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데, 드러나는 현산은 그렇다._윤태건

선거 후폭풍, 경기불황, 계속되는 천재지변

양현미(이하 양) 올해 지자체 선거가 있었는데 관련 뉴스가 두 개나 10대 뉴스에 들어 있다. ‘지자체 선거 후폭풍?’만이 아니라 ‘시의회, 한강예술섬 운영 조례 폐지’도 지자체 선거 이후, 선거 결과에 따라 시와 시의회의 갈등이 불거진 사건이다. 인사든 정책이든 정치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런 점에서 작년 신종플루에 이어 올해는 천안함으로 축제 등 문화예술행사가 취소되는 사건이 연이어 벌어졌던 것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천재지변이라 할 만하지만 불안정한 모습이다.

이용관(이하 이) 문화예술행사가 취소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는 이해할 만하지만 안타까운 점이 있다. 미국 씨어터 커뮤니케이션 그룹(Theater Communication Group)에서 발표하는 통계를 보면 거기는 9.11 테러 당시에도 연극 공연 입장료 수입이 주저앉은 폭이 10% 이내로, 어마어마한 사건에 비하여 그다지 큰 충격을 주지는 못했다. 그만큼 문화가 사회정치적 영향을 덜 받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도 이런 경험들을 하고 나면 그만큼 더 안정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져 나갈 것 아닌가도 생각한다.

작년에는 뮤지컬이 성장세에 오른 이후 처음으로 매출이 줄어들었는데 올해는 회복세인 것으로 나온다, 총액만 보면. 지금 연말 특수를 맞아 올라가고 있는 공연들을 보면 대부분 재공연, 라이선스, 대형뮤지컬이다. 대형뮤지컬이 작년에 떨어졌던 수치를 채워준 게 아닌가 한다. 또 올해는 콘서트도 많이 성장했다. 전국 투어를 하는 연말 대형 콘서트의 경우, 몇몇 작품은 10억이 넘는 흑자를 내고 있다. 반면 대학로의 소극장 연극들은 그동안 어려움이 쌓여 이제는 참기 힘든 상황이다. 경기불황에 끊이지 않는 천재지변으로 공연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 연극, 뮤지컬 모두 빈익빈부익부로 격차는 커지고 대학로는 ‘빈’에 속하는 환경으로. 더욱더 안 좋은 상황으로 가지 않을까 한다.



올해 지자체 선거가 있었는데 관련 뉴스가 두 개나 있다. '지자체 선거 후폭풍?'만이 아니라 '시의회, 한강예술섬 운영조례 폐지'도 지자체 선거 결과에 따라 시와 시의회의 갈등이 불거진 사건이다. 인사든 정책이든 정치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는 반증이다. 게다가 작년 신종플루에 이어 올해는 천안함으로 축제 등 문화예술행사가 취소되는 사건이 연이어 벌어졌던 것도 생각해볼 문제이다. 천재지변이라 할 만하지만 불안정한 모습이다._양현미



미술시장에 대해서도 바닥을 쳤다, 아니다, 하는 식으로 상반된 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예년보다 즐어들어 얼마 되지 않는 미술관 소장품 구입 공모에 작가들이 엄청나게 지원하고 있다. 여전히 시장이 위축되어있다는 반증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아트페어가 난립하는 상황이다. 아이러니다.

전문가가 꼽은 첫 번째 뉴스가 ‘지자체 선거 후폭풍?’이다. 지자체장이 바뀌면 문화예술기관장도 모두 바뀔 것으로 예상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아직도 진행 중인 곳도 여럿 있고. 슬픈 현상이다. 2008년에는 중앙정부가 바뀌더니 인사후폭풍이 뒤따라 시끄러웠는데, 올해는 지자체 장의 당적이 많이 바뀐 뒤에 역시 계속 시끄럽다. 이제는 정권이 바뀌면 문화예술 기관장이 바뀌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그것도 전문인력이 적재적소에 배치되는 모습보다는 선거를 도와줬던 사람, 정치나 문화계의 큰손을 빌리는 사람들이 주로 된다. 최근 모 공공공연장 대표 임명이 불발된 것도 이런 행태들이 뒤엉킨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많다. 이젠 우리 문화계도 프로스포츠팀의 감독처럼 될 만한 사람이 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하는데, 언제나 그렇게 될 지 걱정이다.

김노암(이하 김) 종종 지자체나 기업이 주최인 기획 자문을 갈 때가 있다. 그런데 회의를 하다보면 내가 지금 회의를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특강을 하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게다가 단체장이나 기업대표가 적절한 수준의 역할을 해 주어야 하는데, 어떨 때 보면 지자체 단체장이나 기업대표가 큐레이팅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정작 실무자들은 코디네이팅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술현장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예술계내부의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예술계 밖의 문화와 만나는 경계에서 발생하기 마련이다. 문화예술지원의 기준이 후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지원도 하고 간섭도 하는 식이 되어버리곤 한다.



중아이 기종의 '문화' '예술'이라는 카테고리의 영역을 지키고 있다면 지역에서는 예술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필요에서 소박하고 구체적인 사업들이 시작된다. 기존의 문화예술만을 다루려고 하는 사이에 이런 영역은 잘 보이지 않고 관심도 가지 않는다. 그러나 지자체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이런 현상을 분열로 볼 수도 있고 다양성 확대의 계기로 볼 수도 있다._오세형

예산 총액보다 예산 구조가 중요

몇몇 뉴스들은 독자 전문가의 주목도에서 차이가 난다. 뉴스에 대한 체감온도가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예를 들어 ‘문화예술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관리감독 강화’는 직접 당사자인 경우와 뉴스로만 접하는 경우 다를 것 같다.

나도 당사자이다.(웃음) 가까이 있는 연극단체들을 보면 감사 과정에서 곤란을 많이 겪었다. 3년간의 입출금 내역을 제출하라고 하니 자료 자체를 만드는 것이 큰일이었다. 증빙을 투명하게 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데 이미 정산보고가 끝난 사업에 대해 다시 단체들이 증빙을 해야 하니 당황스러운 것이다. 이제는 국고보조 온라인 입력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아직 시스템 적응기간이라 혼란도 있지만 이 시스템이 정착하면 증빙이 투명해지고 절차도 간소해질 것이다.

사회 단체들 중에는 기금 사용에 대한 감시 시스템 아니냐하는 반응도 있다.

정부 지원금에 대한 책임성이 강조되는 것이 전반적 경향이다. 그 과정에서 부정적 여파가 없지 않지만 이 과정을 거치면서 예술단체 등에서 예술경영 전문인력이 필요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기금 사용이든 정산이든 어떤 일정한 비용 항목과 통일된 체계의 도입이 필요하다. 통일된 시스템이 없으니 다른 분야에서 문화예술계 비용사용에 대하여 사시를 뜨고 보는 빌미도 된다. ‘2011년 문화부 예산 사상 최고’가 꼽힌 것도 흥미롭다. 사실 총액보다 구조가 중요하다. 문화바우처 확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3D컨텐츠 지원 등이 증액의 주요 내용으로 나와 있는데, 또 강변정리 사업 등도 문화부 예산으로 시행되는 것으로 아는데, 그렇다면 공연예술이나 시각예술 분야는 따로 떼어 분석할 필요가 있다.



제도는 기본적으로 창작을 앞서갈 수 없다. 국민의 세금을 쓰는 만큼 안정적이고 가장 보수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물론 예술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적절한 방향과 속도가 필요하다. 히딩크가 말한 밸런스가 제도의 운용에도 적용된다._김노암

변화, 변화, 변화의 피로감

사회 지원제도의 변화에서 오는 위기감도 있는 것 같다. 간접지원제도가 본격화되면서 개별 극단이나 창작자가 자기가 프로덕션을 구성해서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간접지원이라는 정책기조로 제도화된 것이 상주단체지원제도밖에 없다. 대학로에서는 이다, 정미소 등 소수의 극장만이 상주단체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당연히 지원을 받는 극단도 소수일 수밖에 없다. 일반 극단은 간접지원 제도라는 것을 체감할 수가 없다. 단체 창작자들이 느끼는 것은 희곡을 하나 쓰면 예전에는 서울문화재단과 문화예술위원회, 이렇게 두 군데 신청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서울문화재단으로 지원처가 한 곳만 남은 데다 지원규모도 줄어들었다.

정책이나 제도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분위기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는 말들을 많이 듣는다. 하나의 정책이 나오고 그것이 충분히 현장에서 체화되고, 또 평가가 이루어지고 그것이 다시 제도에 반영되는, 그런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럴 틈이 없고, 심지어 올해 시작된 제도가 내년에 다시 바뀌는 일들도 있다.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세세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한다.

지원제도가 특히 그렇다. 기획자도 다 못 따라간다. 그러니 극단들, 개인 창작자들은 더 못 따라오는 게 현실이다. 발전을 위한 변화이겠지만 변화에 대한 피로감이 있다.



그동안 각 단체들이 각자의 목소리만을 키워왔는데 이제 공동의 모색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대학로의 활로에 대해 관련 단체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시도 대학로 연극특구를 추진한다고 하는데 그와별개로 현장에서 뭔가 공동의 모색과 실천을 만들고 그것이 어떤 부분 정책과 접합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전개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_손상원



제도는 기본적으로 창작을 앞서갈 수 없다. 국민의 세금을 쓰는 만큼 안정적이고 가장 보수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물론 예술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적절한 방향과 속도가 필요하다. 히딩크가 말한 밸런스가 제도의 운용에도 적용된다.

이번 정부가 표방한 예술지원정책의 4대 기조가 선택과집중, 간접지원, 사후지원, 생활 속의 예술이다. 사후지원을 제외하면 세 가지는 제도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본다. 선택과 집중, 간접지원의 경우 상주단체지원제도가 대표적인데, 예술단체에 10, 20억을 지원해도 15, 20개정도가 총지원대상이다. 그 외의 창작지원금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지역에서 생활권 중심으로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경향도 늘어나고 있다.

시각은 좀 다르다. 10대 뉴스에 시각예술의 이슈가 하나도 없다. (사회 : 시각분야의 응답 비율이 낮았다) 그만큼 시각예술의 새로운 정책이 없었던 것 아닌가 한다. 또 정책 제도에 대한 비판이나 문제점을 타개하려는 노력이 미술계나 정부(문화부) 모두 없었다. 새로운 정책도 없고 의견도 없다.



과거에는 정책이나 제도 전개되는 과정에서 현장이나 민간의 목소리로 제지되기도 하고 그런 경우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분위기가 그렇지 않나 한다. 하나의 정책이 나오고 그것이 충분이 현장에서 체화되고 평가가 이루어지고 그것이 다시 제도에 반영되는, 그런 과정이 없다. 올해 시작된 제도가 내년에 다시 바뀌고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다. 어찌 바뀌는지도 모른다.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세세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_이용관

현장 담론 부재, 현실인가 책임방기인가

사회 올해에도 정책 제도적 이슈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공연예술, 시각예술에서 공공영역, 공공시장의 비중이 크다는 반증인 것 같다. 그런데 3년 동안 예술경영 10대뉴스를 진행하면서 계속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면 한편으로는 현장의 흐름을 이슈화하는데 [weekly@예술경영]이 무기력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든다.

그만큼 민간 중심으로 담론을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흐름을 파악을 못했다는 것이다. 올해를 되돌아보면 지지부진, 흐지부지, 이런 말이 떠오른다. 농담이 아니다. 올해 공공미술제도가 입법화 되었어야 했는데 지지부진한 상태로 또 내년으로 넘어갔다. 도라산역 작품 철거 문제로 저작권이 쟁점화 될 만 했는데 흐지부지 넘어갔다. 미술계로는 잘된 일이겠지만 양도세도 결국 어정쩡하게 3년 유예로 흐지부지 됐다. 홍라희 관장의 복귀도 크게 나와줘야 하는데 조용히 넘어갔다.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데, 드러나는 현상은 그렇다.

이슈가 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민간기부 활성화’가 주목된다. 지금 민간기부 활성화 정책은 정부가 표방하는 공정사회와 연관된다. 공정사회의 구체적 내용에는 자율, 책임, 공정이 있는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강조한다. 즉 약자에게 기회를 주자는 것인데, 이전의 정부는 그것을 정부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 반면, 현 정부는 민간과 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다보니 문화예술 영역에서도 개인이나 기업이 예술에 대한 지원, 기부를 촉진하는 역할을 정부가 해야 한다는 담론이 형성되는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문화예술 부분 민간기부 활성화라는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될 전망인데, 앞으로 예술위가 어떤 방향과 전략을 가지고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요구하는 강도와 방법론의 차이가 그렇게 드러나는 것이라고 본다. 과거에는 예술계의 자율성을 인정했고 ‘향수기회 확대’와 같은 정책적인 안배로 사회적인 역할을 제시하는 방식이었다면 현재는 복지영역이나 행정영역과의 관계가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추세다. 한편으로는 규모의 예산을 수립하도록 독려하는 연간보고서나 정산방침을 강화해서 재정적 투명성을 요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재능기부사업과 같은 요구도 있다. 적지 않은 변화다. 기존에는 깊이는 있었으되 다양화된 역할들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지금은 예술가에게 다양한 역할이 강요된다. 과거 정책기관이나 문화기관에서 좀 더 고민을 했었어야 했는데 소극적이었고 그 결과가 지금 이렇게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올해에도 정책 · 제도적 이슈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공연예술, 시각예술에서 공공영역, 공공시장의 비중이 크다는 반증인 것 같다. 그런데 3년 동안 예술경영 10대뉴스를 진행하면서 계속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면 한편으로는 현장의 흐름을 이슈화하는데 무기력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든다._김소연



문화예술위원회가 올해 ‘민간기부 활성화’ 작업을 중점사업으로 시작했다면 올해 선정된 3기 위원들의 구성에서 그러한 정책미션에 부합하는 인선이 있었어야 하는데, 그런 경향이 보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전의 예술 장르별 안배 문제를 의식하여 이를 보완한다고 한 것 같으면서도 또 딱히 그렇지도 않은 측면도 있는 것 같고, 말하자면 위원회의 향후 비전과 위원의 인선에 어떤 전략적 관계성이 있는지를 잘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 10대 뉴스 후보군을 만들 때 ‘3기 문화예술 위원 임명’을 후보군에 넣을 것인가 아닌가를 고민했다. 결과적으로 주목도가 낮았다. 2008년, 2009년에는 예술위 관련 뉴스가 10대 뉴스에 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예술위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단 위원회라는 하나의 기관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는 것이 아니라 중앙의 정책이 지역에 뿌려지던 이전의 방식에 변화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는 정치적 성향이 다른 단체장으로 바뀌면서 중앙과 지역 간에 설득력 있는 접목이 안 되는 것 같다. 또 중앙이 기존의 ‘문화’라는 카테고리의 영역을 지키고 있다면, 지역은 정치, 경제, 문화를 동시에 생각하는 정책과 사업을 하면서 양자의 의견수렴구조가 깨져가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지자체에서는 문화의 집, 청소년문화센터, 주민자치센터와 같은 공간을 묶어 시민들의 생활문화공간으로 네트워크화 하려고 한다. 여기에는 문화뿐만이 아니라 체육, 경제와 같은 여러 가지 영역이 혼합된다. 예술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필요에서 소박하고 구체적인 사업들이 시작된다. 기존의 문화예술만을 다루려고 하는 시야에 이런 영역은 잘 보이지 않고 관심도 가지 않는다. 그러나 지자체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이런 현상은 분열로 볼 수도 있고 다양성 확대의 계기로 볼 수도 있다.



이용관, 양현미손상원, 윤태건, 오세형

장기적 시선으로 흐름 추적해야

사회 올해도 역시 정책의 변화와 그에 대한 현장의 피로감이 적지 않았던 해였던 것 같다. 반면 그러한 피로감이 누적되어 오면서도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현장의 흐름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았다. 새해에는 미세한 움직임이더라도 의미를 찾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2011년 새해 주목하는 이슈로 이야기를 마무리하자.

21세기의 첫 10년 뒤의 또 다른 10년이 시작되는 2011년엔 시장에 대한 예측을 다각도로 해보고 이에 대한 정책이나 예술경영측면의 대응을 생각해 놓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2011년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국공립예술단체들의 변화를 주목하고 싶다. 올해 국립극단의 법인화와 고정단원제의 포기, 국립현대무용단의 창단, 국립예술단체 기획예산의 대폭 증액 등이 어떤 변화를 더 야기할지, 지역의 국공립예술단체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지, 나중에 공연시장의 주체들은 이에 어떻게 대응하게 될 지 궁금하다.

2011년부터 주5일제가 전면화 된다. 지금까지는 학교가 격주 토요 휴업이었는데 내년부터는 학교도 주5일제가 시행된다. 사회 전반에서도 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고 문화예술계에도 역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긍정적인 환경의 변화로 이어지질 바란다.

그동안 각 단체들이 각자의 목소리만을 키워왔는데 이제 공동의 모색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얼마 전 소극장연합회, 서울연극협회, 프로듀서협회가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뭔가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대학로가 도태될 것 같다는 위기의식의 공감대가 있었다. 지금 대학로브랜드협의회(가칭)를 만들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내년 1월에 구체적 사업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가을 연극올림픽 개막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학로 연극특구 추진을 발표했는데, 이후 구체적 내용이 안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시대로 준비하는 것이 있을 것이고 그와 별개로 이런 식으로 현장에서 뭔가 공동의 모색과 실천을 만들고 그것이 어떤 부분 정책과 접합된다거나 그런 식으로 전개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여러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예술문화가 점차 양적증대에서 질적 문제로 선회하고 있다고 보인다. 적절한 규모의 미학과 함께 자기고유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미술계는 시장의 불황 등 여러 악재에도 나름 의미 있는 기획들이 진행되고 있다. 나는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

과거에 비해 담론이나 논쟁이 생산되지 않고 있고 그런 자리가 귀한 시절이다. 논의의 틀은 제한되어 제시되기 일쑤고, 질문을 던지지 않는 소극적인 자리만 많아지고 있다. 예술경영이나 예술정책의 새로운 모색이 이루어질 수 있는 논의의 장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시각예술쪽에서 본다면 당연히 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일 수 밖에 없다. 예년에는 10년 불황, 1-2년 호황을 반복했던 사이클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7-8년은 더 불황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인다. 경기가 회복되는 속도로 본다면 이미 바닥을 치고 상승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물론 불황의 사이클이 짧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기는 하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또 하나의 관심은 2011년에 공공미술 제도가 입법화되고 공공미술이 사회에서 유효한 상태로 안착화될 수 있을지 관전거리다.


좌담중인 김소연, 김노암, 손상원, 양현미, 오세형, 윤태건, 이용관



[연말특집] 결산과 전망 다른 기사 보기
① 2011 트렌드전망 ③예술경영 10대 뉴스 ③ 2010 예술경영 10대 뉴스




정리 _ 김소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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