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지원센터 5년을 바라보며

지난 해 10월27일 우리 국악 연주단체가 세계 최대 규모의 월드뮤직 박람회인 제16회 워멕스(WOMEX, World Music Expo)에서 사상 최초로 개막 공연을 가졌다. 비빙, 바람곶, 토리 앙상블 등 3개 연주단체가 덴마크의 코펜하겐 콘서트센터에서 ‘한국 음악의 카오스모스’를 선보인 것이다. 모처럼 세계 최대의 순수예술시장에서 한국 공연예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이는 우리 전통음악이 유럽권역뿐 아니라 남미,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전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었고, 그 파급 효과는 즉시 나타나 프랑스와 중남미 여러 나라에서 초청의사를 밝혀왔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연합뉴스]와 SBS 등 국내 언론에 소개되었지만 그 성과나 의미가 다소 소홀한 대접을 받는 느낌이다. 세계 공연예술계가 주목하는 워멕스가 비서구권 음악을 개막 공연으로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이는 워멕스의 중요성을 알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3년 전부터 관계자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해왔고, 2009년에는 서울아트마켓에 전문가들을 초청해 한국의 문화와 예술을 체험하게 하고 여러 차례의 대화와 토론을 갖는 과정을 통해 외국 전문가들로 하여금 한국음악의 가치를 충분히 인식시키는 장기적인 접근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근자에 우리 공연예술의 해외 진출이 사뭇 활발해진 것은 사실이나 대체로 단발성 공연에 그치고 말아 그 연속성과 확산효과가 제한적이었음을 대부분의 경험자들은 공감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장르별, 권역별로 묶어 공연하는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금년 벽두부터 한국의 연극과 무용 작품이 뉴욕 무대에서 세계 공연예술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안애순무용단의 <불쌍>이 저팬 소사이어티에서, &lsquo;판소리만들기 자&rsquo;의 <판소리 브레히트 사천가>가 마틴 시걸 연극센터(Martin E. Segal Theatre Center)와 뉴욕한국문화원에서 엊그제 공연을 마쳤다.

위의 성공사례는 예술경영지원센터 업무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안마다 정확하게 맥을 짚어 긴 호흡으로 미래를 열어가는 안목은 추진 중인 사업들이 알찬 결실을 거둘 수 있으리라는 예감의 근거가 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업무는 생각보다 다양하고 하나하나가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 없다. 예술기관ㆍ단체들의 경영 활성화를 위해 국제교류, 인력양성, 정보지원, 컨설팅 분야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어, 예술이 세상과의 원활한 소통을 목표로 창설된 지 5년여 남짓, 서울아트마켓을 주관하고, 꾸준히 국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예술경영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우리 예술이 국내외 무대에서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지원하는 것은 실로 바람직하다. 그리하여 우리 문화예술이 기초체질을 강화하여, 문화지형의 발전적인 변화를 실현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공공기관에서 베풀어지는 예술작업에 대한 재정지원이 일시적 보완효과에 그치는데 머물지 않고 예술기관ㆍ단체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배워주려고 애쓰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뿐만 아니라 시의 적절한 테마 선정 그리고 새로운 시각의 발제자 선정을 통해 예술계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조망하는 토론회, 직무능력향상을 위한 기획ㆍ홍보ㆍ마케팅ㆍ기부금 모금ㆍ세무 관련 직능교육은 관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밖에도 출판도서 및 웹진을 통해 공유되는 각종 자료는 우리 예술계의 세계무대를 향해 순항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등대 역할을 넉넉하게 하고 있다.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비록 작은 일 같지만 현장 예술가들에게는 양질의 정보 수원지로서의 기능까지 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앞날에 거는 기대와 신뢰는 결코 허황되지 않다. 따끔한 조언을 기대한 청탁자의 의도에서 벗어났지만 어쩌랴, 사실인 것을.


구자흥 필자소개
구자흥은 의정부예술의전당 초대관장,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초대관장을 역임하고, 현재 명동예술극장 극장장으로 재임 중이다. 한국베세토위원회 위원장(2005- )과 재단법인 국립극단 이사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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