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보는예술시장]은 문화예술관련 통계자료를 소개하고 분석을 통해 우리 문화예술 환경을 살펴보는 기획입니다. 강단은 물론 현장에서도 객관적 데이터와 분석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독자 여러분의 관심을 바랍니다. / 편집자 주


문화가 중요한 시대라고 한다. 너도나도 밥만 먹고 살순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일까, 아니면 주변에 뒤처지기 싫어하는 습성일까. 아무튼 소위 문화소비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음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가령 얼마 전에 끝난 간송미술관의 정기 가을전시회 역시 단 14일 만에 20여 만 명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겼다. 1971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두 차례씩 소장품을 일반인 대상으로 무료 전시해왔지만, 아마도 이번이 최고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간송미술관이 우리나라 사립미술관의 자존심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해준 사례다. 특히 이번 전시회가 <서화대전>이라는 다소 난해한 성격이었음을 감안한다면 더욱 인상 깊다.

실제 전시장을 찾은 마지막날 오후 역시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입장객 줄은 전시장 입구에서 성북초등학교 운동장을 돌아 무려 4백여 미터가 넘었으며, 입장까지는 3시간을 족히 기다려야 했다. 들어가서도 인산인해는 마찬가지. 단 10센티미터의 간격도 없이 1~2층 전시장 실내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그 광경은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어린 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넥타이를 맨 직장인부터 작은 손가방을 든 아주머니까지 불문의 고른 층으로 가득하다. 이 많은 사람들이 정말 얼마나 알고 볼까, 어떤 연유로 저렇게 큰 불편함을 자초하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즐겁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을까, 과연 우리도 이제야 문화선진국의 문턱을 넘은 것일까&hellip;.

이유야 중요하지 않다. 미술에 대한 관심이 크게 많아진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그 많은 사람들 중에 현장의 안내를 맡았던 미술관 연구원들이 무임으로 봉사한 것임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생각하기에 따라 미술관의 홍보를 위한 자원활동이라고 여길 수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그것이 미술동네 현실이다. 연구원들은 모두 석ㆍ박사 이상이거나 현직 대학 강사 혹은 교수이다. 최고의 고학력임에도 제대로 된 처우를 해주지 못하는 것이 미술계 현실인 것이다.

대한민국 근로자와 시각예술인의 학력별 월평균 임금 비교(단위:만원)

<대한민국 근로자와 시각예술인의 학력별 월평균 임금 비교>
출처 : 「2006 시각예술인 실태조사 및 분석」. 김달진미술연구소, 한국문화예술위원회.(2007) [원문보기]

일반 미술현장에서 종사하는 이들의 환경은 더욱 열악하다.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연봉은 1000만원 내외이다. 내 경우도 15년 전에 첫 월급이 49만원이었음을 감안한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

일부에선 최근 미술시장에 때 아닌 호황이 찾아와 세상물정 모르고 살맛 난 곳은 미술계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제아무리 대학원이나 해외 유학을 다녀온 고학력자라도 수습기간 동안 80만원 이상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그 금액이 월급으로 굳혀지는 사례도 많다. 아마도 4~5년 정도 경력자가 120~150만원 정도일 테고, 그나마 그 기간까지 견딘 사람도 드물어 유능한 경력자를 구하기가 무척 힘들다.

다른 분야와 비교해보자. 얼마 전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상위 100대 기업 일반직원들의 평균연봉은 3,600만원이며, 10대그룹의 경우 5,450만원이었다고 한다. 기업별 평균연봉은 국민은행이 7,230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외환은행과 삼성물산이 각각 7,050만원, 6,960만원으로 2, 3위에 올랐다.

올해 초 온라인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경우 작년 중소기업의 연봉 분석결과를 발표했었다. 그 결과 연령대별 평균연봉은 ▲20대가 2286만원 ▲30대가 3392만원 ▲40대가 5,006만원 ▲50대가 5,329만원 등이었다. 참고로 연령대비 남녀의 차이는 ▲20대가 남성 직장인(2,384만원)이 여성(2,102만원)보다 282만원 높았고, ▲30대는 남성 직장인(3,451만원)이 여성(2,958만원)보다 492만원 높은 것으로 밝혔다. 참고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개사에서 일하는 여직원은 전체 직원 40만7468명의 22.2%에 해당하는 9만256명으로 집계됐다. 그리고 남녀 연봉 격차는 남자가 6,086만원으로 여자의 평균연봉 3,930만원보다 무려 54.9% 많았다고 한다.

여기에 비한다면 미술계는 여성 근로자가 남성에 비해 월등하게 많다. 아마도 남녀의 구성비율은 &lsquo;30:70&rsquo; 정도 이상으로 여성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의 월급이 높은 것은 결코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여금과 퇴직금은 고사하고 동급의 일반직종 연봉의 2분의 1 수준까지 기대한다는 것마저 더욱 비현실적인 얘기인 것이다.

너도나도 이젠 문화가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를 맞았으며, 그 문화산업이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 입을 모은다. 하지만 그 기반을 이루는 기초 종사자들의 처우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다. 마치 중국을 세계의 주방이라고 여기면서도 생산자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지극히 무관심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문화는 무형의 가치를 창출하는 최고의 부가가치 산업으로 평가받는다. 그 가치는 바로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이젠 문화소비의 증대 못지않게 생산을 담당하는 실무자에 대한 관심이 절실한 시기이다.


필자소개

김윤섭

김윤섭은 1995년 월간『미술세계』취재기자로 입사해 편집장과 월간『아트프라이스』및『월간아트옥션』의 편집이사를 지냈다. 2007년 9월 국내 대학교 처음으로 동국대학교 사회교육원에 미술시장 전문강좌 &ldquo;아트마켓&아트테크&rdquo; 특별강좌를 개설해 주관하고 있다. 현재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과 동국대 사회교육원 교수, 경기도미술관 가격심의위원, 문화체육관광부 시각예술 국고지원사업 평가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미술시장 및 아트재테크 관련한 외부 강연 및 미술품 투자전략에 관한 단행본을 집필 중이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