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에서는 2008년을 되돌아보고 새해를 준비하는 연말특집




한해를 되돌아보며 ‘다사다난’이란 문구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나 올해에는 이러저러한 외부 변화가 사회 전 분야를 압도한 해이다. 예술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세기 초반 대공황의 공포를 떠올리게 하는 금융대란이 한해의 한복판에 놓여 있었다. 이미 피부로 느껴지는 불황의 바람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추운 겨울 우리를 더욱 움츠리게 한다. 한편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제도정책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해이기도 하다. ‘새정부 새예술주요정책’ 등 올해 속속 발표되었던 제도정책이 시행되기 시작하면서 내년엔 그 영향이 가시화될 것이다.


지난호에 발표한 독자 및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불황의 바람 앞에서 불탄 숭례문을 떠올리다”)는 이 두 개의 사건이 2008년 예술계의 흐름을 이끌어왔던 것으로 나타난다. 빈도수가 높은 상위 6개의 뉴스 중 두 개를 제외한 나머지 네 개의 뉴스가 새정부 출범과 경기침체와 연관된 뉴스들이었다. [@예술경영]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편집위원들과 함께 2008년 예술계를 되돌아보았다.


왼쪽부터 노형석 한겨례신문 대중문화팀장, 이승엽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과 교수, 양지연 동덕여자대학교 큐레이터학과 교수,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김소연 편집장. (일시:2008년 12월 18일)│ 기록: 남은정, 주소진_@예술경영 편집실)




새정부 출범, 정책 변화에 대한 높은 관심


김소연(이하 김) : 지난호 “[연말특집] 2008 예술계 흐름을 되돌아보다①”에 올 한해의 주요흐름을 묻는 독자 및 전문가 설문조사 발표되었다. 이번 설문은 편집실에서 18개의 뉴스를 뽑고, 독자 및 전문가들에게 주요 뉴스 5개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설문 결과를 어떻게 봤나.


이승엽(이하 이) : 대체로 올해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008년에 가장 큰 변수가 뭘까 하면 내가 볼 땐 두 가지인데, 하나는 정권 교체고 하나는 경제위기다. 이 두 가지가 일종의 주요 변수라고 볼 수 있고, 그것으로 인해 여러 가지 양상들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설문 결과를 보면 2, 3, 5, 6위가 다 두 변수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인다. 그 외에 1, 4위는 일종의 사고, 또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물론 4위의 경우에는 분석과 논의가 필요하다. 대중문화와 기초예술의 행복한 조우가 일종의 트렌드인지 아니면 단지 일시적인 사건인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 : 숭례문 화재 1위는 의외였다. 워낙 큰 사건이었고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문화재 문화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환기되었다는 점에서 올해 되돌아볼만한 뉴스로 꼽았던 것인데 ‘예술계 흐름’을 묻는 설문에서 이렇게 압도적인 선택을 할 줄은 몰랐다.


이 : 당연한 결과다. 사건 자체의 파장이 워낙 크고 넓지 않나. 그러다보니 아마도 설문에 답하면서 이 뉴스를 비껴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축적된 어떤 흐름을 보여주는 사건은 아니지만.


김소연_편집장 김 : 의도하지 않은 당연한 결과(웃음)를 제외하고 보면 방금 정리한 것과 같이 2, 5, 6위가 예술정책과 관련된 것이다. 2위는 인사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공공기관장의 경우는 인물에 대한 관심만이 아니라 제도정책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올해 새정부의 새로운 정책방향에 관심이 높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그러한 높은 관심에 비해 아직 새정부의 정책방향이 가시화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이 : 구체적인 방향은 좀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내년이 되면 가시화되지 않겠나. 지금까지 문화정책의 흐름을 살펴보면 이렇다. 현재와 같은 문화정책의 뿌리는 문민정부부터라고 볼 수 있는데 문민정부의 문화정책은 복지로서의 문화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정부는 문화산업이라는 키워드로 축약할 수 있겠고, 아직 정리는 안 되어 있지만, 참여정부는 ‘기초예술’이라는 개념의 등장을 주요하게 볼 수 있겠다. 지금까지 발표한 내용, 지역 위임 사업 등은 어떤 면에서는 참여정부의 분권, 지역균형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 좀더 이 정부의 색깔이 드러나는 정책이 제안되지 않겠는가. 어제 예술인공제회 관련 포럼이 있었는데 ‘예술인 복지’ 등의 문제가 이번 정부에서는 좀더 적극적으로 논의되지 않을까 한다.


노형석(이하 노) : 설문결과에서 의아했던 점은 문화부에서 발표한 내용이 그대로 5위, 6위로 올라온 것이었다. 왜냐하면 아직 현실적 ‘흐름’을 만들어 낸 뉴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2기 예술위 출범과 과제를 둘러싼 논의 등은 현실적 맥락에서 구체적 내용을 가지고 있고 또 예술계의 중요한 현안이었음에도 주목도가 떨어졌다.


양지연(이하 양) : 설문결과를 좀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면 전문가들보다 독
자들이 문화정책에 관심이 더 높은 것 같다. 독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문화정책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드러난다. 반면 전문가들의 관심이 낮은 데에는 원인이 있는 것 같다. 문화정책이 발표되고 형성되는 과정에서 현장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 되지 않은 것, 정책의 현장 밀착성이 떨어지면서 정책에 대한 전문가 집단의 관심도를 현저히 떨어뜨리게 된 것 같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새정부의 정책방향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고 지금 딱 꼬집어 말하자면 ‘용어의 선진화’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정부 문화정책이 모토로 내세운 것이 ‘자생력’, ‘경쟁력’, ‘품격있는 문화국가’인데 이 세 가지가 모순적인 부분이 많다. 공공문화정책에서 예술이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추라는 것이 정부의 주문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예술계 쪽에서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새정부 문화예술정책, 기조보다는 수행기관의 변화가 주목되


김 : 뭔가 변화가 준비되고 있는데 아직 가시화되지 않아서 궁금증, 관심이 더 컸던 것 같다. 화제나 뉴스로 회자되지 않았더라도 주목할 변화, 혹은 징후를 꼽는다면 어떤가?


오세형_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오세형(이하 오) : 정책변화나 기조는 아직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사후지원 등 새정부정책의 기조도 아직은 예술현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판단하기 어렵다. 미묘하지만 지금 현장에서 체감하는 것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에 정책적 판단을 맡기지 않고 직접 수행하려는 경향 같은 것들이다. 예를 들어 ‘창작팩토리 작품지원사업’은 전국문예회관연합회에서 수행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지정하는 광역단위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경우 서울, 인천, 경기를 수도권으로 묶어서 서울문화재단을 수도권을 통합하는 광역센터로 지정했다. 인구만 따져보면 2천4백만을 대상으로 하게 된다. 정부에서 정책을 펴가기 위한 수월성 측면에서 힘의 배분작용이 일어나는 것 같다.


김 : 정책 기조 등의 변화보다 수행기관의 변화가 먼저 감지된다는 것인가.


오 : 이번 설문에서 ‘지역협력형 사업’을 주요한 사건으로 꼽고 있는데, 아직은 지역문화예술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현재 이관되는 기금 규모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달라지겠지만.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서 주목되는 것이 서울문화재단이다. 지역협력형 사업만을 놓고 보더라도 예술위의 상당한 역할이 서울문화재단으로 이관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서울문화재단은 본격적으로 문화예술사업을 해야 한다. 문화예술활동의 ‘서울’ 집중도를 생각할 때 서울문화재단은 거의 국가 단위의 문화예술정책이 필요하다. 따라서 문화예술위원회의 위상 재정립이 필요하다.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인사가 만사, 높은 관심에도 불구 공론장 형성은 안 돼

이 : 의외 말고 역시 예상대로다 하는 것은 2위 인사논란인 것 같다. 전문가의 경우 경제불황과 인사논란을 모두 가장 많이 꼽았다. 숭례문 화재를 제외하면. 사실상 언제나 뉴스를 생산했던 두 출처라는 점에서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올해는 문화예술 기관장 인사가 이전정권과 관련된 인사 논란이라면 앞으로도 내년엔 새로 선임된 문화예술기관장의 인사 논란이 다시 상위에 랭크될 가능성도 있다. 신중한 인사가 필요하다.


양 : 인사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것이야 항상 있는 일이지만, 이번처럼 총체적으로 부각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기사화 될 때마다 팩트에 대한 이야기와 이슈화는 되는데, 과연 이러한 사건을 어떻게 분석하고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사례에 따라 개개인들이 판단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예술과 권력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나 싶다.

김 : 사회적으로도 주목되었던 사건인데 도리어 예술계에서 공론장이 형성되지는 않았다.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노 : 원래 문화예술계라는 게 장르별 세대별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작업을 하고 각자 성향도 다양한 층위가 이뤄지는 것이 정상적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드러나는 양상은 바로 그런 다양한 층위의 예술 활동을 보장해야 할 공공 문화기관의 직위에 연관된 인사가 경직되어 있다는 것이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에도 그랬고, 문민정부, 국민의정부에서도 고질적으로 있었던 문제가 더 첨예화된 모습으로 나타난 것 같다.


노형석_한겨레신문 대중문화팀장

이 :
유인촌 장관도 ‘예술인은 기본적으로 좌파다’라는 말을 했다. 예술, 예술인은 기존의 질서에 대해 회의하는 존재라는 말이다. 뭐 그런 예술, 예술가들이 많지만 드러나는 것은 예술계 전반이 보수화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정치적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체제이건 회의하기보다는 먼저 적응하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인사논란에 대해서도 예술계가 찬성이든 반대이든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노 : 2008년 한국 문화예술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시대의 징후를 먼저 읽어내고 전위적인 몸짓으로서 앞장서서 선도하는 그런 모델에 나름대로 충실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각예술을 보면, 설치라든가 비디오아트라든가 첨단 매체나 기법들이 서구에서 많이 들어와 있고 그걸 활용하는 작가들도 되게 많은데, 나오는 메시지들은 퇴행적이라는 느낌이다. 반드시 진보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적이든 보수적인 틀을 갖고 있든 지금 현재 정국이나 시대 상황을 탁 깨게 전달해주는 부분들이 보여야 하는데 그런게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서구에서는 한참 유행한 트렌드들을 등록상표처럼 보여주는 양상들을 보이고 있다는 거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대중들이 문화예술에서 영감을 받기보다는 자기들이 인터넷 등에서 직접 스스로 새 트렌드를 개발하고 있다. 오히려 예술인들이 대중들에게 자극을 받고 있다.



대규모 창작인프라 사업, ‘방 빌려주기’ 사업이 안 되려면

김 : 새정부가 들어선 만큼 정책에 대한 관심은 당연한 것 같다. 반면 설문 문항을 만들 때도 그렇고 결과에서도 그렇고 정책과 관련된 이슈는 포착 되는 반면에 예술현장의 흐름은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다. 18개 뉴스 선정을 잘 못한 것인지 하는 생각도 해봤다. (웃음)



오 : 내년부터 가시적으로 드러나리라 예상되는 것이 창작인프라 확충이다. 지금까지 결과 중심의 지원에서 과정으로 지원의 방향이 선회된다는 의미가 있다. 즉 극장과 같은 발표공간이 아니라 창작공간이 급속히 늘어날 것이다. 서울문화재단이 2009년까지 7개 창작관련 시설을 확충하고 있고, 인천에서도 아트팩토리와 같은 대규모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이나 대구에서도 문화재단이 설립되면서 아마도 공간 사업을 하게 될 것이다. 일종의 유행처럼 시각예술 분야의 창작 스튜디오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 같다. 지금 분위기를 보면 오히려 작가들의 창작공간은 상당히 확충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공간들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생기는 부작용도 걱정된다. 충실한 운영을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공간이 급격히 늘어나면 결국 ‘방 빌려주는’ 사업이 될 수도 있다.


이 : 조금 달리 보자면 인프라는 사실 공연 쪽은 이미 끝났다. 지금 인프라가 안 끝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수도권의 공공극장 건립이 미진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이 그렇다.


김 : 기초단체 단위의 공공극장을 말하는가.


이 : 서울은 사실 구 단위라는 것이 시장이라는 면에서 별 의미가 없다. 추이를 보면 지난 2003년 2004년을 정점으로 공공극장 건립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피부로 공연 쪽 인프라 확충이 계속 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서울과 주변에 극장들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측면을 보자면 아트팩토리라든가 레지던스 등 시각 쪽의 정책 사업들이 공연 쪽에서는 마땅치가 않다. 그래서 떠오르는 것이 연습실이다.(웃음)


노 : 얼마 전 정부에서 발표한 지역문화발전 4대중점과제 등을 보면 여전히 공공도서관, 문예회관 같은 하드웨어 건립 쪽에 정책 포커스가 맞춰져있다. 좀 우려된다. 최근 들어 문화 공간을 표방한 건축물들이 상당히 많이 건립되었다. 문제는 그것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해서 많은 예산이 사장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많이 지으면 자연스럽게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시설 운영 프로그램을 만들고 ‘맨파워’를 기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들은 돈만이 아니라 시간도 필요하다. 당국이나 대학도 그렇고 연구기관 등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이 맨파워를 키우는 것이다. 또한 맨파워의 중요성을 정책당국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이다. 정책 및 행정과 현장의 피드백 모델 같은 것을 제시하고 개발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김 : 참여 정부 때도 공급형 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 있어왔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만들어지고 인력 양성 사업이 시행되고 있는 것도 인력의 중요성에 대한 현장과 정책당국의 공감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강마에와 신윤복 효과는 이어질 것인가

양지연_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 교수
양 : 이야기를 좀 돌려보자. 4위 강마에와 신윤복 신드롬에 대해서 독자와 전문가 반응이 좀 편차가 있는 것 같다. 독자라면 예술현장에 있는 사람이거나 그야말로 일반 독자로서 바라보는 것이고, 전문가들은 예술활동을 만들어 내는 기획자거나 학계 연구자일 텐데 이러한 편차가 나름대로 시사하는 점이 있는 것 같다. 이승엽 교수는 트렌드냐 일시적 유행이냐 질문을 던졌는데, 나는 트렌드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문화는 대중의 욕구를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대중문화와 고급예술이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이러한 현상이 물 위로 드러났다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소재로서 고급예술에 대한 대중의 욕구가 무르익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반면 전문가 집단에서 주목도가 떨어지는 것은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라든가, 이번 현상을 어떻게 고급문화로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상대적으로 좀 적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 : 좀더 이야기를 진전시켜보자면 사회에서 예술가의 포지셔닝 또는 역할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커뮤니케이션 수단, 이는 비단 예술가와 향유자 간의 커뮤니케이션만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말하는데, 그 수단이 많이 달라졌다. 미디어 환경이 달라지면서. 이제는 그러한 수단들이 더 다양해졌고 방식 자체가 다 바뀌었다. 웹2.0 환경이라든가, 프로슈머라든가 하는 것들이 그런 변화를 말하는 것이다. 반면 예술가들이라든지 예술계라든지 비교적 전통적 방식의 수단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러한 전반적인 환경의 변화와 전통적 방식, 전통적 수단을 가지고 있는 예술, 예술계의 간극은 상당히 넓을 수밖에 없다.


노 : 방송가 피디들 얘기를 들어보면, 올해 <베토벤 바이러스> <바람의 화원>과 같은 드라마의 등장을 상당히 고무적으로 생각한다. 향후에 올해만큼 드라마에서 수준작들이 나오는 해를 만나기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들을 한다. 올해는 소재의 다양성 측면에서 전향적인, 경계를 깨는 생각으로 충만했다는 말이다. 대중문화 생산자의 입장에서 보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한 작가의 상상력도 작용하겠지만, 방송 산업 전반의 구도가, 특히 올해 같은 경우는 그런 쪽으로 소재를 넓히지 않고서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발굴할 수 없다는 인식의 전환이 일어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이 : 그런데 좀더 세밀히 살펴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김연아 선수가 쓴 음반이 굉장히 많이 팔렸다. 그런가 하면 오케스트라 연주에 김연아 선수의 반주음악이 선곡된다. <베토벤 바이러스>나 <바람의 화원> 등에 대한 환호는 일차적으로 드라마에 대한 환호이다. 클래식이라든가 그림 그 자체가 아니다. 고급예술은 부차적인 것이다.


양 : 주종이 무엇이건 서로 놀랐을 것 같다. 대중문화 쪽에서도 이런 콘텐츠를 활용해서 한 게 상업적으로 성공했다는 데 놀라고, 미술관이나 공연 쪽도 대중매체의 힘에 놀랐을 것이다. 일시적이나마 각각의 영역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그런 계기는 될 수 있을 것 같다.


노 : 클래식음악 하시는 분들 얘길 들어보면, 떨떠름하게 생각하시는 분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 연주자들은 대중문화의 잠재력에 대해서 새롭게 보게 되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올해의 이런 새 흐름들을 긍정적으로 잘 활용하면 정말 뭔가 판이 달라질 수 있겠다는 그런 가능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양 : 예술 자체가 사람들에게 지겹고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는 가능성으로도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대중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간송미술관에서 전시를 보고, 간송미술관의 국보가 저렇게 활용, 보존되어야 하느냐까지 얘기가 된다. 사실은 어떻게 보면 문화재 보존 차원에서 간송미술관의 컬렉션이나 고서화의 보존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 이상으로 파급이 커지고 공론화되면서 그야말로 퍼블릭한 컬처가 성립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현상을 보여 주었다.


이 : 그러니까 상상할 수 없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이다.


김 : 이번 현상이 주류적 흐름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의미있는 씨가 뿌려졌다는 의의는 짚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 대중문화와 고급예술의 만남은 지속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그렇다. 물론 그 결과가 매번 이번처럼 성공적이지는 않겠지만. 대중문화, 고급문화와 같은 가치서열이 달라졌거나 없어지고 있고 따라서 양자의 경계도 점점 더 약화되고 있지 않나. 그러한 전반적인 경향성이 존재하기에 두 드라마의 성공과 그에 따른 영향을 일시적인 사건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연극열전2, 시장 분화의 측면을 보아야


김 : 이번 설문에서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lsquo;연극열전2&rsquo;를 빼놓고 가면 안 될 것 같다. 올해 공연계, 연극계 결산에서 많은 지면이 첫 번째 화제로 연극열전2를 꼽고 있다. 그런 반응에 비하면 [@예술경영] 독자들 그리고 전문가들은 지지가 좀 약한 것 같다.


이 :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총회에서 올해의 프로듀서 상 공동수상자 중 한명이 &lsquo;연극열전2&rsquo;의 홍기유 (주)동숭아트센터씨어터컴퍼니 대표이다. 프로듀서들 사이에서는 &lsquo;연극열전2&rsquo;의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 독자들의 경우 30%정도가 주목했는데 의외의 결과는 아닌 것 같다. 전문가들의 경우는 현저히 약하지만.

오 : 정책, 불황을 제외하고 보면 예술현장의 흐름으로는 가장 주목한 뉴스 아닌가?


이 : 조재현씨가 그런 얘길 하더라. 20일 이후에 잠실에 가면 체조경기장, 역도경기장에서 역도도 안하고 체조도 안하
고 콘서트만 한다.(일동 웃음) 거기는 보통 7천석에서 1만석이다. 콘서트를 나흘 한다고 하면 관객 4만을 모아야 한다. 나흘 동안 한 프로젝트가 50억 짜리이다. 반면 연극열전은 어떤가. 인기 있는 작품이라고 해도 1년을 공연해서 4억, 5억인데, 그게 단 며칠에 50억이라는 것이다. 연극열전이 뉴스도 많이 내고 관객도 많이 들어왔지만, 역시 영세한 연극적인 시장성 속에 있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쪽에서 보면 연극열전은 굉장히 예술적인 것이다. (웃음)


김 : 일반 저널의 관심에 비해 연극계의 반응은 침묵 내지는 외면이다. 한 일간지 기자는 &lsquo;연극열전을 왜 왕따시키나&rsquo; 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이승엽_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과 교수 이 : 발전, 발달, 진화 그런 관점에서 좀 비껴 서서 볼 필요가 있다. 나는 &lsquo;분화&rsquo;가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많이 주목하지 않는 것이 분화인데, 공연시장도 팽창과 함께 동시에 분화가 이뤄진다. 그에 따라 양극화 등이 이어지기도 하고.


오 : 연극계에 동력을 불어넣어주는 일도 아니고, 특별히 뭘 뺏어가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보니 연극계의 주요한 의제가 안 되는 것 같다.


이 : 워낙 안 되었기 때문에. 공연이라는 게 영리와 비영리가 교묘하게 섞여있다. 비영리라고 해서 전혀 영리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작은 공연이라고 해서 영리적 마인드를 안 갖는 것은 아니다. 똑같이 가는데 돈을 못버는 것이다. 물론 좀 심각하긴 하다. 그나마 돈을 벌 목적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섹터에서의 가치는 버느냐 못버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기준이다. 반면 소위 비영리부문이나 기초예술 부문은 또다른 다양한 기준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르다. 왕따고 뭐고 그런 얘긴 할 필요가 없다.



불황의 바람 앞, 무엇을 할 것인가


김 :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도 역시 높게 나타났다. 어떻게 보면 이것 역시 새정부 정책변화처럼 올해보다는 내년에 더 구체화될 것 같다. 그럼에도 올해 주요 사건으로 꼽은 것은 이미 시작된 경기침체의 영향이 내년엔 더 본격화되리라는 예상 때문이다. 어려운 시기 일수록 각자 자기 자리에서의 역할이 더 중요할 것 같다. 2009년 각자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주제는 무엇인가.


양 : 관객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 프로슈머로서의 관객이 문화기관 운영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는가, 그로 인해서 미술관 등 문화기관의 역할이나 기능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가에 관심이 있다. 경기는 역시 내년에도 어려울 것이라 하는데 이에 대응하는 방향이 서야 할 것 같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복지나 부양책으로 갈 수도 있을 테고, 아니면 돈을 쓸 때 더 약이 되는 방식으로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돈이 많을 때는 필요 이상으로 과다한 물량이 쏟아지는 경우도 있는데, 꼭 해야 할 것에 집중하는 계기도 되지 않을까 한다.


오 :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2-3년 단위로 의제가 바뀌면서 정책 기조가 사람에서 인프라 쪽으로 다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정권이 바뀌었고 뭔가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본다. 창작공간이라든지, 복합공간에 대해. 그래서 그 분야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지금 문제는 그러한 공간들이 아웃리치 프로그램이라든지 지역, 사회와 연계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냥 떡하니 외삽된다. 인프라뿐 아니라 시스템, 기관, 제도 등 프로그램들이 많아지면서 예술 활동이 정책에 의해 주도되는 이런 현상들이 어떻게 볼 것인가, 어떻게 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인가, 그런 것들에 대한 개인적 관심의 외연을 넓혀서 참여하고 딴지도 걸고 그렇게 지켜볼 생각이다.


이 : 내년에는 새 정부가 예술계를 위해서 뭔가 긍정적인 기여를 하려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할 때 예술인 지위 문제가 부상하지 않을까 싶다. 참여정부에서도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거의 진전이 없었다. 이러한 문제는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내년 초가 가장 적절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노 : 올해 흐름을 크게 정리한다면 공연이나 전시 같은 곳에서는 올해 상반기까지 호황기조, 시장의 호황상황이 급속히 가라앉았기 때문에, 문화산업을 둘러싸고 있던 군살을 덜고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많이 고민을 하게 될 것 같다. 정말 관객들을 유인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이 무엇인지, 공연시장이나 예술경영 측면에서 시대적인 여건, 예술 경기의 순환 곡선 등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고민들과 그에 따른 실천적인 모습들이 나타날 것 같다. 현장에서 고민의 심도는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우려가 되는 것은 거기에 맞춰서 정부 당국의 정책이 얼마나 따라가 줄 것이냐, 그리고 대중들로부터는 얼마나 호응을 얻을 것인가라고 생각된다. 각 지역별 문화 혜택의 안배라던가 균형 발전 전략을 택하기 보다는 수도권 집중화 정책을 택하고 있는데, 문화 쪽에서도 그런 경향이 심화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다.


이 : 마지막으로 웹진 발행이 우리로서는 굉장히 큰 뉴스인데, 빠졌다. 기타 주관식 답변에 우리 모두 썼으면 최소한 전문가 순위에라도 들었을 텐데.(일동 웃음)


김 : 편집자의 실수다.(웃음)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다시 처음 얘기했던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변화와 경기불황, 이 두가지가 올해 예술계의 주요 관심이었던 것 같다. 내년은 이 두 요인이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불황의 바람 속에서 내년엔 우리 예술계가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내년에는 할 이야기거리가 더 많을 것 같다. [@예술경영]이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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