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법과 제도에서 비롯된 지원이나 정책의 방향은 창작활동에 비등할 만한 운영의 전문화, 법률적 상식과 행정 등을 요구하는 추세다. 따라서 예술종사자들에게 비예술적이라 생각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주문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법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제도는 낯설고 다가서기 어려운 대상으로 간주된다. 법의 개념과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함축적이고 어려운 법률 용어 자체를 판독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정치하고 유기적인 지식인 법을 실생활에 적용해 소화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법률적 판단이나 이행이 필요할 때 전문가에게 이를 의뢰하거나 자문을 구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겠지만 이조차도 무엇을,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막연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법은 그 구속력으로 권리를 보호하려는 본질적 목적이 잘 드러나기도 한다.

사회가 있는 곳에는 늘 법이 존재하지만 어떤 사회에서든 법의 정의와 권리를 얻기는 쉽지 않다. 19세기 독일 법학자인 루돌프 폰 예링은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 법은 권리를 위해 투쟁할 때만 지켜진다고 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법언처럼 법의 생명은 투쟁이며, 법의 정의와 권리는 역사적으로 끊임없는 분투의 과정 속에서 이어져 왔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아무리 하찮고 작은 권리라 할지라도 개인이 이를 포기하거나 무관심하게 치부하는 것은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그 개인이 속한 사회공동체에도 영향을 주는 행위인 셈이다. 즉, 개인이 자기 권리를 지키는 것은 그 사회공동체의 권리를 지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새로운 예술지원-재능기부의 방식, 컨설팅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예술경영 컨설팅 모습  2011 서울예술지원박람회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예술경영 컨설팅 모습
2011 서울예술지원박람회

이는 예술가를 비롯해 예술종사자라 하더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창작을 포함한 예술경영에 이르는 예술 활동의 전 영역에서 부딪히게 되는 법과 제도를 두고 상당수의 예술종사자들은 부담을 느끼기 마련이다. 법과 제도가 개인과 공동체의 권리찾기를 위한 방법론으로도 자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는 정당한 사회활동에서 자연스럽게 발생되는 저작권법이나 노동법, 관련 세법 등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할 뿐더러 정서적 이질감이나 선입견이 강하게 자리한다. 하지만 각종 법과 제도에서 비롯된 지원이나 정책의 방향은 창작활동에 비등할 만한 운영의 전문화, 법률적 상식과 행정 등을 요구하는 추세다. 따라서 예술종사자들이 비예술적이라 생각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주문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예술경영 종사자들을 배려하는 또 다른 형태의 지원사업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교육, 컨설팅, 정보지원 등이 비교적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이며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예술경영 컨설팅의 경우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특히 이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8명의 전임컨설턴트의 경우 일종의 재능기부자들로서 그야말로 우연한 계기를 통해 예술계에 몸담게 된 사연을 지니고 있다.

2007년 예술경영 컨설팅이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컨설팅 자체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전문가들이 겪은 황당한 경험담이 상당하다. 또한 이들이 생각하는 상식과 판단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예술계와의 벽도 여전히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보상과는 먼 예술경영 컨설턴트로서 이들이 자신들의 전문성을 아낌없이 제공하는 것에는 예술에 대한 남다른 애정에서 연유한다고 본다.

기꺼이 예술경영 현장의 소금역할을 자처하는 8명의 예술경영 전임컨설턴트를 만나 그간의 소회와 현장 종사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식의 변화가 컨설팅 내용의 변화로

예술경영 컨설팅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홍승기

“본업과는 별개로 예술계와 인접해 있거나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사연이 다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만화를 그리는 변호사, 악기를 연주하는 변호사처럼 예술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하시는 분들도 비슷하리라 본다.

닮은 구석이 있지 않나. 전문가라고 해서 근엄한 표정을 짓고 팔짱을 끼고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굳이 떠올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홍승기 _ 저작권 컨설턴트, 법무법인 신우 변호사

박혜진

“2004년 한미회계법인 입사로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딛었는데, 당시 입사조건이 예술계에 발을 담글 것, 이었다. 입사 직후 예술단체의 발전전략을 세우는 사업에 투입되면서 문화예술분야의 분위기를 조금 알게 되었고 종종 김성규 대표님께 들어오는 질의에 대한 답변을 함께 고민하면서 점차 강의로까지 확대가 되었다.

내가 상대적으로 많이 알고 있는 분야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신기하다. 특히 예술단체의 경우 회계, 세무 담당자가 별도로 없어 예술가가 총무 역할까지 맡아서 컨설팅을 요청하는 분들이 기억에 남는데, 나와는 다른 재능을 가진 분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신선하다.”

박혜진 _ 회계ㆍ국제교류조세 컨설턴트, 한미회계법인 회계사

기억에 남는 컨설팅은?

김성중

“2007년 처음 컨설팅을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예술분야에서 느끼는 정서적 거리감은 상당했다. 특히나 용어 선택조차 상당히 조심스러웠는데, 근로자나 노동자 같은 단어에마저 거부감을 표하는 예술 종사자들이 많았다. 지원이나 보호를 받는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인데 지금은 상당 부분 인식의 전환이 이뤄졌다고 본다. 아직 단체의 대표나 실무자들이 이를 받아들이는 수위의 차이는 여전하지만 예술경영에 대한 전반적인 큰 흐름은 형성된 셈이다.

이는 컨설팅 질문들의 내용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는데, 장족의 발전을 느낀다. 컨설팅 초기에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방문 컨설팅을 해드린 단체의 담당자의 경우, 처음에는 질의수준이 단순했으나 점차 성과평가 및 보상 등에 관해 질문을 하게 되었다. 컨설팅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 심지어 요즘에는 인사나 노무에 대한 개인 질의도 너무 구체적이고, 동시에 5~6가지 질문을 쏟아내 본 업무에 지장(?)이 많을 정도다.”

김성중 _ 인사노무 컨설턴트, 노무법인 유엔 파트너/ 공인노무사

박상준

“컨설팅을 하다가 그 자리에서 정확한 답변을 드리기가 곤란해 사무실로 돌아온 후 전화로 상세히 컨설팅을 이어서 해드린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공연티켓을 보내주신 분이 계셨다.

김성규 회계사의 추천으로 이 분야를 접하게 되었는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열정을 가지고 일하시는 예술종사자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고 느낀다. 달리 부탁드릴 것보다는 앞으로도 좋은 공연을 계속 만들어 주셨으면 한다.”

박상준 _ 세무 컨설턴트, 미래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

윤영석

“특히 문화예술 종사자 분들이 법인설립과 관련한 지식이 전혀 없어 막연한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컨설팅 의뢰자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바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일전에 의뢰자가 혼자 사업을 구상하여 컨설팅 요청을 하였으나, 컨설팅 과정에서 사업추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결국 낙담한 의뢰자를 위로해서 보내드릴 수밖에 없었는데 가끔 도무지 실현 불가능한 사업안에 대해서는 컨설팅에 앞서 차라리 ‘하지 마시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도 있다.”

윤영석 _ 단체설립ㆍ법률 컨설턴트, 법무법인 은율 변호사

주태규

“컨설팅 의뢰자의 상당수가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사회적일자리창출사업, 지역형사회적기업의 제도와 개념을 혼재한 채 인식하고 있어 컨설팅 진행시 상세하게 설명을 해야 한다. 그런데, 단어 자체가 생소하다 보니, 이해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종사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고, 그에 따르는 지원제도들을 적절히 활용하도록 이끌어 사회적 가치와 양질의 일자리,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보람이 아닐 수 없다.”

주태규 _ 사회적기업 컨설턴트, (사)사람사랑 사회적기업종합지원센터 인증지원팀장

"컨설팅이 만능 해결사는 아니다"

컨설팅을 원하는 예술경영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김성규

“사실 예술 활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이 분야에서 발생하는 제반 상황들을 다 해결해줄 수는 없다. 남이 보장해 주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예술경영지원센터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미션과도 연결이 되겠지만 컨설팅의 경우 어떤 사안에 대한 불이익이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궁극적으로는 예술 활동을 잘 할 수 있게끔 플러스 알파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본다.”

김성규 _ 단체설립ㆍ회계 컨설턴트, 한미회계법인 대표이사

한경아

“사실 컨설팅을 하면서 컨설팅 의뢰자 분들로부터 피드백을 바로 받기가 어렵다. 하지만, 컨설팅의 범주나 유형, 내용마다 답변의 수위가 다 다르기 때문에 컨설팅을 해드리는 입장에서는 나의 답변이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특히 온라인 컨설팅의 경우 ‘무엇이든 물어 보세요’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질문자가 재질문을 하지 않는 한 문제가 잘 해결되었는지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간혹 컨설팅 의뢰자 분들이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등의 피드백을 주실 때 이 일에 보람을 느낀다. 일종의 컨설팅 만족도조사 같은 것이 접목되면 좋지 않을까 싶다.”

한경아 _ 국제교류 컨설턴트, (주)쇼앤아츠 대표

“회계와 세무 분야는 정형화된 이론도 아니고, 정답이 있는 산수 같은 것도 아니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면 되는 논리학도 아닌, 일종의 약속이기 때문에 트렌드가 있고 기업환경에 따라 자주 변한다. 특히 세무는 회계보다 더 자주 변하는 분야라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이라고 해도 매번 관련 세법과 규정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 부분은 관련 실무자 분들이 꼭 염두에 두셨으면 한다.”

박혜진 _ 회계ㆍ국제교류조세 컨설턴트, 한미회계법인 회계사

“컨설팅을 요청하실 때는 먼저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발행한 『예술경영컨설팅 FAQ』를 반드시 일독하시기를 부탁(?)드린다. 의뢰자 본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컨설팅이 필요하신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제대로 된 컨설팅이 가능하다.”

윤영석 _ 단체설립ㆍ법률 컨설턴트, 법무법인 은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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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혜원 필자소개
염혜원은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사업부 지식정보파트에서 웹진편집을 담당하고 있다. byeyum@gokam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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