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예술경영에 대한 직업적 관심과 수요는 증대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할 교육환경이 갖춰지고, 직업적으로도 분화, 전문화 등의 발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집

대부분의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오전 9시가 되면 출근한다. 그렇다고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이라는 일반적인 근로기준 시간에 맞춰 생활을 영위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매일 밤 10시가 넘어야 공식적인(?) 퇴근을 할 수 있고, 그마저도 새벽녘에 걸려오는 업무관련 전화를 착신 거부할 용기를 낼 수도 없다. 월요일에 주어지는 달콤한 ‘쉼’은 혼자서 보내야 할 ‘자기충전’의 시간이라고 위안을 삼아본다. 이러한 업무 환경에 따른 경제적 보상이라도 충분하다면 얘기가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위에서 언급한 근로환경을 감안할 때 예술경영인들의 직업적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막상 현장 종사자들 5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살펴본 예술경영인들의 직업적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현장 인력들이 느끼는 직업적 자족의 이유는 단 한 가지, 바로 공연에 대한 관심이다. 전공이나 지향하는 목표점도 다르며 소속에 따라 근무환경이나 활동범위도 가지각색인 이들의 결코 다르지 않은 이 공통된 출발점은 직업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가치기준으로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예술경영 현장 종사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예술경영인의 실제 근로 현황과 직업만족도를 살펴본다. 아울러 이들의 사례를 통해 예술경영계 종사자들의 직업적 가치와 의미를 가늠해 보고자 한다.


현재 직무를 수행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과 그 원인은 무엇인가? / 위의 문제를 해결하는 노하우나 직업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 현재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느끼는 직업만족도는 어떠한가? (10점을 기준으로) / 최종적으로 희망하는 직업 또는 직무는 무엇인가. 그 최종 목표와 현재의 직무는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 직업만족도 향상을 위한 개선방안이나 제안은? / 현재의 직업을 계속 유지할 생각이 있는가?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직업선택, 예술적 마인드가 먼저

고강민 _ 극공작소마방진 대표

고강민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주)아츠플레이 제작PD로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의 공연제작을 진행했고, 2009년부터 2010년까지 국악뮤지컬집단 타루 기획실장으로 근무했다.

고강민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주)아츠플레이 제작PD로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의 공연제작을 진행했고, 2009년부터 2010년까지 국악뮤지컬집단 타루 기획실장으로 근무했다.

지금은 극단 마방진을 '전례가 없는 최고의 극단'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어른'이 되는 것이다. 현재의 직무를 충실히 하는 것은 최종 목표 달성의 밑거름이 될 것 같다.

경영, 기획, 제작, 회계 등 광범위한 업무를 소수가 분담,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극단의 기획업무에 지원하는 인력 자체가 거의 없고, 있다 하더라도 꾸준히 근무하는 경우가 드물다. 경제적인 문제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주된 이유가 되는 것 같다.

가능한 업무를 대할 때 직관적으로 부가가치와 기회비용을 따지는 편이다. 부가가치가 낮거나 기회비용이 큰 업무들은 최대한 아웃소싱을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여건상 그러지 못해 직접 해야 하는 경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등산이나 캠핑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하고, 주중에는 음주 횟수도 잦은 편이다.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늘 답변이 달랐는데, 지금은 극단 마방진을 ‘전례가 없는 최고의 극단’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어른’이 되는 것이다. 현재의 직무를 충실히 하는 것은 최종 목표 달성의 밑거름이 될 것 같다.

내가 선택한 이 일에 대한 만족도가 없었다면, 진작 직업을 바꿨을 것이다. 현재 느끼는 만족도는 9점이다. 1점이 비는 건 물리적인 작업 여건에 대한 아쉬움이다. 무엇보다 공연장, 지원제도, 축제, 관객 등의 전반적인 연극 인프라가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근래 눈에 띌 정도로 확장되는 걸 느낄 수 있는데, 아직 부족하다. 실속은 없고 겉만 번지르르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보다 과감하고 지속적인 정책을 통해서 내실을 갖췄으면 좋겠다. 그런 다음에서야 연극을 통해 경쟁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지금 상황에서는 민간 극단이 정상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자생하기란 쉽지 않다. ‘예술경영’이라는 단어는 ‘경영을 예술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위와 같은 예술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야 말로 예술경영 종사자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단, 일반적인 경제논리가 아닌 ‘예술적’인 논리로서 말이다. 예술가라는 사람이 보상체계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예술 활동을 포기한다면 그 사람이 예술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예술경영을 하는 사람이 보상체계 때문에 직업을 포기한다면 애초부터 자격이 없는 사람이지 않을까?

행정 업무의 효율성 살렸으면

박정숙 _ 대구오페라하우스 공연기획팀장

박정숙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프로그래밍과 공연장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주)예술기획 성우, 대구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에서 일했으며 공연기획, 홍보ㆍ마케팅, 공연장 운영, 문화나눔 사업 등, 11년간 공연기획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박정숙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프로그래밍과 공연장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주)예술기획 성우, 대구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에서 일했으며 공연기획, 홍보ㆍ마케팅, 공연장 운영, 문화나눔 사업 등, 11년간 공연기획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지금까지 실무 경험을 통한 전문가 양성이 주를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공연기획, 전시기획, 교육기획 등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서 전문기획자를 양성하고, 좀더 안정된 환경에서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줘야 한다.

대부분의 공공극장에서 일하는 전문직들이 겪는 어려움은 일원화되지 않은 조직체계일 것이다. 일반직 공무원들 사이에서 ‘전문직’이지만, ‘계약직’으로 인식되는 상태고 조직의 관리자이지만, 이견이 있을 때는 일반직 공무원 관리자와 같은 강제성을 띄기 힘든 부분이 있다.

또 다른 원인은 조직의 비안정화다. 구성원 대부분이 공무원이다 보니, 공연 및 공연장 운영관련 업무는 항상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고, 세월이 흘러도 성장이 힘들다. 기획 전문가의 자리에 있지만, 기획을 위해 수반되는 수많은 행정업무들에 치여 있다. 우스갯소리로 ‘서류쓰다가 볼일 다 본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기획을 위한 직접적인 일보다는 그에 수반되는 행정업무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특히 공연장, 미술관 등은 문화예술전문가들에 의해 운영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문가가 주도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안 된다는 것이 환경적 어려움의 배경이 되는 것 같다. 또 출연진 계약 등 모든 것이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법’에 의거하고 있는데, 문화예술관련 행정법률 부재로 부당한 절차를 따라야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문화예술이 발전함에 따라 그에 맞는 법안도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

감수하고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직업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취하는 방법은 휴식이다. 다른 사람의 휴식을 책임져야 하는 일이다 보니,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충분한 수면, 여건이 허락된다면 조용한 여행을 가거나,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땐, 말이 통하고, 이해해주는 사람과 술자리를 갖는다.

문화예술분야가 중요한 미래사업으로 급성장 하고 있는데도 행정이나 정책은 따라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문화, 예술을 지원해줄 수 있는 문화행정가다. 문화예술에 맞는 회계, 계약 등 실무를 바탕에 둔 행정정책을 만들고, 실현시켜나갈 수 있도록 하는 컨설턴트 역할을 하고 싶다. 민간 기획사에서의 업무 경험도 있고, 관 소속의 공연장(민간 기획사)바탕에 둔 행정실현적인 실무 경험도 있다. 또행정관 소속의 공연장이 ‘경제성과 탕에의 활성화’를 위해 ‘재단법인’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대한 경험 등이 앞으로의 비전을 세우는 데 분명한 자산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직업적 만족도는 7~8점 정도, 만족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계통의 일을 처음 시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직업’이라 하기에는 보수, 신분 보장 등이 너무 열악한 상태다. 게다가 지금까지는 실무 경험을 통한 전문가 양성이 주를 이루어왔는데, 이제는 공연기획, 전시기획, 교육기획 등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전문기획자를 양성하고, 좀 더 안정된 환경에서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줘야 한다.

직업을 갖고 있는 한, 나의 직업은 현재의 일이 될 것이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직업’이라기보다는 ‘좋아서’ 시작한 일이다. 세월의 변화, 문화예술의 발전 등으로 예전처럼 ‘나만 좋아서, 나만 좋다고’ 할 수 있는 일은 분명 아니지만, 분명히 어느 일보다 매력 있는 일이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다.

공간 운영의 비전을 가지고

장지영 _ 공연기획사 코르코르디움 홍보팀장

장지영은 2004년 3월 문화기획 파란에서 공연기획을 시작, 2005년 9월 코르코르디움의 설립 시부터 현재까지 언론보도 및 보도자료 작성 등 공연 홍보의 전반전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장지영은 2004년 3월 문화기획 파란에서 공연기획을 시작, 2005년 9월 코르코르디움의 설립 시부터 현재까지 언론보도 및 보도자료 작성 등 공연 홍보의 전반전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공연계 전체적인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난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대표자의 경영마인드에 따라서 근무 환경은 분명 달라질 수 있는 것 같다.

공연 홍보라는 것은 결국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아직도 그런 것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 일이 정말 내게 잘 맞는 것인지 여전히 고민스럽다. 7년 정도 관련 일을 해왔으니, 어느 정도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늘 어렵고, 늘 떨린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해야 할 일, 늘 하는 일상이 되어버렸다고 할까. 이제는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또 대형 매니지먼트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기획사이기 때문에 느끼는 소외감도 있다. 기획사 이름조차 생소했던 처음에는 서럽기도 했다.(웃음) 그래도 지금은 많이들 알아주고, 기억해준다.

공연기획, 홍보 분야의 근로 환경은 여전히 어렵다. 보통 아침 9시, 10시에 출근해서 항상 10시, 11시까지 근무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고, 직업의 특성상 개선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얼마 전에 출산을 한 후로 회사에서 근무환경에 대한 기대이상의 배려를 해줘서 6시에 퇴근을 할 수 있는 상황인데, 만약 그런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았다면,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대부분 공연기획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기획ㆍ제작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게는 그런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지금, 현재 일이 즐겁고, 재밌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 정도. 일을 하다 보니 내가 관객들을 만나고 서비스 하고 그런 것을 좋아하는구나, 라는 걸 느꼈다. 물론 극장운영 등 ‘공간’에 대한 비전은 갖고 있다.

그동안 일을 해왔던 과정, 그리고 지금 내 환경을 돌아보면, 전체적으로 8점 이상의 만족도를 느끼는 것 같다. 조금 부족한 부분은 아무래도 장기적으로, 내가 이것을 통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상이 현재 단계에서 그려지지 않아서인 것 같다.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공연계로 일을 확장하는데, 지금의 업무가 충분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공연계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공연이 좋아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 쪽 일의 특수성을 이미 감수하고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업무를 진행하다보면, 결코 쉽지 않은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데, 그것을 그나마 상쇄할 수 있는 부분은 대표자의 경영마인드인 것 같다. 공연계 전체적인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난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대표자의 생각에 따라서 근무 환경은 달라질 수 있는 것 같다.

현재의 업무, 최종 목표와도 밀접하게 연관

채지영 _ 경기문화재단 교육ㆍ사업팀

채지영은 2007년 경기문화재단에 입사해, 현재 교육ㆍ사업팀에서 국제레지던시 지원, 해외교민 대상 사업 등 국제문화교류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채지영은 2007년 경기문화재단에 입사해, 현재 교육ㆍ사업팀에서 국제레지던시 지원, 해외교민 대상 사업 등 국제문화교류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교육 기회나 해외기관 파견 교환 근무 내지 연수 등이 업무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고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직무를 수행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지역문화재단으로서 경기도와 31개 시·군의 문화적 특색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소요되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업무에 있어서는 국제교류 파트인데 따로 팀이 있는 게 아니고 1인 담당이며, 국제교류 외에 팀 내 다른 업무도 진행해야 하는 등 업무분장이 잘 이뤄지지 않는데서 오는 비효율성이 큰 것 같다. 해외출장의 경우에도 기획부터 모든 행정적 준비과정, 의전, 진행, 통역까지 1인이 도맡아 하는 경우도 많다.

규칙적인 운동과 휴식 정도가 직업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다. 가끔 여행이나 전시, 공연 등 문화생활, 그리고 동료나 친구와의 수다로 해결한다.

국제교류팀, 혹은 센터를 설립하고 싶다. 또 해외 주요문화도시의 국제교류센터 건립도 해보고 싶은 일이다. 앞으로 하고 싶은 개인적인 비전에 비춰볼 때 지금의 일은 최종 목표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개인적으로 직업 만족도는 8점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환경적인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처음 목표했던 바를 실현하고 있고, 결국 미래를 위해 조금씩 성장할 수 있는 준비과정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 교육의 기회나 해외기관 파견 교환 근무 내지 연수 등이 업무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고,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넓은 의미에서 ‘예술경영’이라는 범주에 속하는 직업을 선택했고, 공연과 사람, 문화예술분야의 전반적인 부분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일이 갖는 특수성이자, 매력이다. 현재의 직업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이유는 박물관 운영뿐 아니라 문화예술분야의 다양한 분야, 경기도라는 광범위한 지역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와 경험이 소중한 자산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와 관객의 요구 모두 이해했으면

백경숙_ 독립기획자

백경숙은 2002년부터 공연기획자로 활동해 2009년까지 원주 따뚜 축제, 춘천마임축제, 극단 노뜰 기획팀장 등으로 일했다. 현재는 독립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백경숙은 2002년부터 공연기획자로 활동해 2009년까지 원주 따뚜 축제, 춘천마임축제, 극단 노뜰 기획팀장 등으로 일했다. 현재는 독립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예술가들에게 관객들에게 어떤 요구가 있는지 직접 체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럴 때 신뢰감이 생긴다. 그렇지 않으면 가벼워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항상 매개자의 입장에서 일을 해왔던 스스로의 대한 자기반성을 한다. 예술가들은 선구자적 입장에서 사회를 바라보고, 찾고, 연구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과 관계를 매개하는 내가 그 역량을 잘 해내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일 자체를 두고 어떤 것이 어렵거나,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궁극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역사와 사회 환경, 공연예술 현장을 다 견주어서 학습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건 예술가들도, 매개자들도, 관객들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최근 고민하는 것은 그간 제도나 예술단체, 자치단체와 문제가 있을 때 제 목소리를 냈냐는 것이다. 구체적인 대안을 가지고 발언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용기를 갖고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공연예술분야에서는 도큐멘테이션이 어렵다. 예술가마다 어떤 형태로 자기 작업을 자료화해 나가는지를 보고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하고 싶은 것은 역시 제작이다. 프로듀서로서 이 작업을 해나갈 것이기 때문에 공급자들과 수요자들 사이에서 다양성을 찾고 싶은 거고, 그게 평생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했던 일들, 특히 노뜰에서 4년 정도 일했던 경험, 예술가들의 작업을 현장에서 가까이 보고, 함께 만들어냈던 경험이 굉장히 큰 것 같다.

내 삶 안에서, 혹은 공연예술분야의 프로듀서, 작은 마을 안에서의 프로듀서일 수도 있는 내 직업 자체가 좋다.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때 이 직업을 선택한 것에 매력을 느끼는데,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마이너스 부분으로 차지하는 경제활동에 대한 부분을 제외한다면 직업만족도는 8점 이상은 되는 것 같다.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관련 공부를 하고 축제나 재단에서 일을 하는 매개자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 예술가와 관객을 잇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양쪽을 다 알아야 한다. 예술가들에게, 관객들에게 어떤 요구가 있는지 직접 체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럴 때 신뢰감이 생긴다. 그렇지 않으면 가벼워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공연예술 매개자의 출발 지점이자,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특집] "직업으로서의 예술경영" 다른기사 보기
① 통계로 보는 근로현황
③ 예술경영의 직업적 발전을 위한 방안(예정)


최윤우 필자소개
최윤우는 2003년부터 2011년 3월까지 월간 [한국연극] 취재기자와 편집팀장으로 근무했다. 현재 공연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아트뷰] [아트홀릭] [한팩뷰] 등의 공연예술 관련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paro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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