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은 2009년 새해를 맞아 예술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기획경영인 여덟 명의 새해 계획을 들어보았습니다. 땀내 나는 현장에서 일구는 희망과 기대로 새해 새날을 힘차게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붉은 벽돌과 노출 콘크리트 벽이 인상적인 공간화랑에서 고원석 큐레이터를 만났다. 1972년 설립 이래 2008년 재탄생한 ‘공간화랑’은 한국 현대건축1세대 김수근의 건축물인 공간사옥에 위치한 화랑으로, 대가의 세심한 숨결과 역사가 살아있는 곳이었다. 큐레이터의 진지한 설명에 따르면 “원래 ‘공간’이 가지고 있는 공간 개념을 그대로 살리면서 화랑이 만들어갈 전시 공간의 기능성”을 더해 재개관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김승영 작가의 독특한 공간해석이 살아있는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데, 물에 투영되어 또 다른 공간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하루 20-30명의 관객이 전시장에 머물면서 따뜻한 차한잔의 배려와 함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에서, 대중적인 것과 전문적인 것을 동시에 지켜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큐레이터의 계획은 일관성이 있어 보였다.


고원석
2009년 계획은?


공간화랑은 예술정신과 실험정신을 요체로 하는 한국 현대미술을 지지하고자 재개관한 전시장으로, 대안공간과 같이 비영리 전시장으로 운영된다. 다만 1972년에 처음 사용했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여 ‘공간화랑’으로 명칭을 붙였다. 2009년까지는 담론 구축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박기원, 김승영에 이어 내년 3월에 안규철 개인전과 이후 국제교류전 등이 예정되어 있다.

담론 구축 프로젝트를 좀더 설명해 달라

담론 구축 프로젝트는 작금의 한국 현대미술계가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시대정신에 입각한 미학적 담론 제기가 지극히 미약하다는 위기의식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공간화랑이 직접 선험적인 규정을 제시하거나 구체적인 견해를 내놓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한국의 자생적 담론을 활발하게 개진하고 있는 작가들의 개인전을 개최하면서 담론을 제안해 보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진지한 작가들이 온전히 작품을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 예를들어 새로운 작품의 발표 공간뿐 아니라 두 달가량의 충분한 전시기간을 제공한다던지, 꾸준한 대외홍보 및 책을 발간하는 등의 지원이 곧 관객을 위한 일이다.



전시장 운영에 대한 모기업의 지원은 어떤가?

아직은 모기업의 지원에 운영비 전액을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조금씩 자체 조성자금의 비율을 높이려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전시장 조성자금으로 전체 예산을 충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래서 활동을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축가, 인문학자, 예술가 등이 만나서 개념을 공유하며 진보된 도시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사회참여 프로젝트에도 관심이 있다.



고원석 2008년 가장 보람된 일은?

공간화랑을 재개관한 일이다. 공간사옥에 있던 화랑을 재개관하는 것에 대한 미학적 당위성과 여러 가지 측면의 가치를 기반으로 재개관의 당위성을 수차례 회사에 제안했고 공유과정이 있었다. 또한 큐레이터로서의 기획의도를 설명하여 적절한 수용을 이끌어 내었다. 이후 전시장 리노베이션 공사와 전시기획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마침내 10월 2일 박기원 전으로 재개관을 하였다. 또 다른 한가지는 지금 공간화랑의 전시기획,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 큐레이팅 그리고 동시에 공간그룹 직원을 대상으로 한 재교육 프로그램 ‘공간 포럼’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포럼이 초기 경영진을 위한 것에서 직원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당신이 전망하는 2009년 예술계는?

미술계를 장악하던 자본의 거품이 꺼지게 되고, 소위 ‘젊은 작가들’ 군에서 옥석의 구별이 자연스럽게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는 미술의 이벤트적 활용이 더할 것이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심도 있는 주제의식을 가진 소수의 작가 및 작품들이 보다 가치 있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 같다.

시장과 관련하여서는, 자본의 유입으로 인해 작가들의 자기 검열과 상품으로서의 환금가치에 집착하던 작품들의 양적 팽창의 분위기가 많이 잦아들 것이다. 미술을 시장의 구조로만 재편하는 것은 순수예술이 가진 본원적인 가치 중 극히 제한된 일부만을 사용하는 것이다. 오히려 다양한 문화영역의 제1차 컨텐츠로서의 순수예술의 역할을 적절하게 구현할 미학적 깊이를 가진 작가들이 출현하고, 그러한 작가들을 적절하게 조명하는 시스템 구축은 개인적으로 정말 필요하고 바라는 바 이다.




새해를 여는 당신의 키워드는?


생각. 생각을 좀 더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시간만 끌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독서와 학습을 기반으로 진지하게 진행되는 생각. 오늘날 한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잠시의 생각도 번거롭게 느껴지게 하는 과도한 속도이다. 진정한 속도는 무게를 동반해야 하는데 작금의 이 속도는 무게를 전혀 갖고 있지 않은, 일종의 방종에 지나지 않는다.






오수수

필자소개
오수수(본명 오세원)는 포천아시아비엔날레 및 dna 프로젝트매니저, 『책방전시리즈』(갤러리 무이) 등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고, 현재 전시기획사 SW(청록파) 대표이자 계원예술대학 전시디자인과 겸임교수로서 전시기획, 강의, 평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시카고미술대학에서 예술행정 석사학위를 받았고, 홍익대학교에서 미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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