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 2009년 문화부와 노동부의 업무협약 이후 문화예술분야에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어 왔다. 문화예술분야의 사회적기업을 둘러싼 최신 이슈를 점검하여 문화예술분야가 유념해야 할 사회적기업의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략을 고민해 본다. 연재순서: ② 나는 이렇게 준비했다

마치 비영리 문화예술 활동은 '돈을 벌면 안 된다'라는 오해와 편견 때문에 사회적기업으로 진출하려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다. 돈은 비영리든 영리든 똑같이 필요한 것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재화획득의 행위는 비즈니스의 영역이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이런 오해와 편견을 거뜬히 타고 넘으라고 충고하는 이가 있다.
2010 만만한영화제
▲《안양시민100인의 꿈과 소망전》(김봉준작가 초대전)

▲▲ 2010 만만한영화제
▲《안양시민100인의 꿈과 소망전》
(김봉준작가 초대전)

사회적기업에 대한 원고청탁을 받고 매우 번잡스러운 생각에 시달렸다. 이제 막 사회적기업에 진입한 지 반분기가 지난 시점에서 사회적기업을 선택하기 전에 생각해야 할 내용에 대한 원고청탁이니 더욱 부담스럽다. 때마침 나는 제도 상 사회적기업이 요구하는 미션과 실질적 경영문제 사이에서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쳐 낙관과 비관이 교차되는 시점에 서있다. 사실 예비사회적기업 시기에 인건비와 사업개발비를 지원받아 지속가능한 재정확보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고 우여곡절 끝에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그런데 제도적 선상에서 사회적기업으로 진입하고 보니 우선적으로 대두되는 문제는 그동안 유지해 왔던 공동체적 인간관계가 고용과 노동이라는 새로운 자본적 인간관계의 정립을 요구받는다는 점이다. 이에 따른 시스템을 재정비해야하고 비영리와 영리 사이의 애매한 정체성에 대한 토론과 학습이 요구되기도 하며 고용노동부로부터 근무태도에 대한 끊임없이 관리감독을 받는 일 또한 쉽지 않다.

정작 기대했던 경영합리화와 수익의 증대는 기대만큼 확보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힘이 든다. 결국 예기치 못한 난제들에 부딪칠 때 마다 ‘그만두자’라는 생각도 자꾸 고개를 든다. 그래서 이 순간, 진정 사회적기업과 문화예술은 접목될 수 있는가? 사회적기업을 시작하기엔 53살이라는 나이가 너무 많은 건 아닐까? 고민하며 이 지면을 통해 나의 지난 과거를 잠시 회상해 보고자 한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개인사적 편력(遍歷)

나는 29살(1989년)에 사회적 예술을 통한 변혁운동을 지속하기 위한 생계비 확보의 수단으로 아침기획이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그 시절 ‘아침정신’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디자인을 사업영역으로 하여 클라이언트에 충성하고, 이익을 통해 사회와 인류공영에 이바지 한다’는 나름 사회적기업가다운 비전과 미션을 세웠다. 1997년 IMF라는 커다란 쓰나미를 만나 ‘자본적 인간관계의 쓴맛’을 경험했고 보다 적극적 형태의 사회적 예술운동과 삶을 통합하는 사회적 예술기업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석수시장이라는 삶의 근거지에 ‘생활 속의 예술’을 이념으로 하는 스톤앤워터(2002년 6월)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커뮤니티를 근간으로 하는 다양한 실험적 예술활동을 통해 새로운 전형이 창출되고 다종다양한 전이가 이루어졌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단, 재화의 창출은 여전히 어려웠고 해마다 공모사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2009년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 지원제도가 수립될 당시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의 일환으로 ‘지역사회부흥을 위한 디자인클럽-SRDC’라는 사업단을 발족시켰다. 이러한 예비사회적기업의 단계를 거쳐 2010년 소셜아트컴퍼니-SAC(이하 ’싹‘이라 표기)라는 노동부인증의 사회적기업이 탄생된 것이다.

이렇듯 사회적기업에 대한 개인사적 편력(遍歷) 되짚기를 통해 나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새롭고 폭넓은 관점을 만들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맥락의 재정립을 통해 지금의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조금의 위안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얻기도 하며, 앞으로의 난제를 해결하는데도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결국 이런 맥락의 과정을 통해 사회적기업에 대한 막연한 오해와 편견을 깨고 그동안 20여년 키워온 아침정신과 스톤앤워터 이념을 기반으로 자율과 나눔, 협력과 협동, 변화와 혁신을 비전으로 삼아 새로운 사회적예술기업-싹(SAC)을 재정립할 수 있었고 이런 토대 위에서 SAC_TIUM(싹티움)1)이라는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중이다.


《석수동네전》 전시도록 소셜아트컴퍼니
《석수동네전》 전시도록

사회적기업에 대한 오해와 편견 극복하기

문화예술교육활동
지역사회부흥을 위한 워크숍

▲▲ 문화예술교육활동
▲ 지역사회부흥을 위한 워크숍

그런데 이러한 고유 맥락 없이 노동부에서 규정하는 ‘사회적기업’의 지원제도(인건비와 사업개발비)만을 생각하고 사회적기업에 진입하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고 한편으로는 부질없어 보인다. 사회적기업을 하려는 사람은 스스로 사회적 예술가임과 동시에 사회적 기업가임을 자각하고 자부하며 자신의 삶을 맥락화해야 한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재화의 창출문제다. ‘사회적 가치창출과 재화의 획득’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사회적기업의 미션은 일견 신기루처럼 허망해 보이기까지 한다. 왜냐하면 사회적기업에 대한 또 다른 오해와 편견이 우리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비영리단체 영역에서 사회적기업 영역으로 배를 갈아타는 과정에서 종종 문화적, 인식적, 제도적 장벽에 부딪히고 ‘비즈니스와 마케팅’ ‘상업화’ ‘자유시장’이라는 언어들에 대해 오해와 편견을 갖기도 한다.

마치 비영리 문화예술 활동은 ‘돈을 벌면 안된다’라는 오해와 편견 때문에 사회적기업으로 진출하려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다. 돈은 비영리든 영리든 똑같이 필요한 것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재화획득의 행위는 비즈니스의 영역이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이런 오해와 편견을 거뜬히 타고 넘으라고 충고 하는 이가 있다.

“돈을 버는 것이 예술이고, 일하는 것도 예술이다. 좋은 비즈니스가 가장 훌륭한 예술이다.” 라는 엔디 워홀의 말 속에는 사회적 예술기업의 씨앗이 잉태되고 있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창출하는 것이 곧 ‘가장 훌륭한 예술활동’임을 자각하고 행할 수 있다면 우리는 누구나 사회적 기업가가 될 수 있고, 훌륭한 예술가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좋은 비즈니스맨’이 되어야한다. 정작 중요한 것은 ‘좋은 비즈니스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이다. 이 물음을 사회적기업 활동(Social Entrepreneur ship)의 출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무언가 찜찜하다면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여기서 그의 책 마지막 문장을 인용하며 이글을 마친다.

“이제 인간은 자신의 모든 동료들이 누릴 수 있도록 풍족한 자유를 창조해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인간이 그러한 스스로의 과제에 충실하기만 한다면 권력이나 계획과 같은 것들을 도구삼아 자유를 건설하려 한다 해도 그것들이 인간의 원수로 변하여 자유를 파괴할 것이라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이것이 복합사회에서의 자유의 의미이다.” 칼 폴라니,『거대한 전환 - 우리 시대의 정치 경제적 기원』



(주)소셜아트 컴퍼니-싹: 지역문화컨텐츠를 발굴하고 개발하여 새로운 사회적 가치와 재화를 창출하는 사회적예술기업이다. 싹은 모태인 도서출판 아침미디어, 대아예술공간 스톤앤워터와 삼각협력 컨소시움을 통해 기존의 사업들(전시, 교육, 출판)을 확장하고, 새로운 협력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여 지속가능한 사회적 예술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현재 신규 사업모델-SACTIUM을 위한(시장조사) 신규브랜드개발(홈페이지와 앱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공간재생을 통한 커뮤니티 활성화사업, 민관학 협동 공공예술프로젝트사업, 지역사회 연계 문화예술교육사업, 출판 · 영상 · 문화상품개발사업 등을 사업영역으로 삼고 있다.




[주석]
1) SAC_TIUM은 새로운 (주)소셜아트컴퍼니의 신규 마케팅브랜드명이다. 순우리말 ‘싹틔움’의 어원과 CONSOTIUM의 어원인 TIUM을 SAC에 조합한 신조어이다. 돌(STONE)과 물(WATER) 사이에 새로운 싹이 돋아나는 이미지적 조합을 시도했다.
박찬응 필자소개
박찬응은 1979년 세종대학교 회화과 재학시절부터 안양, 수원을 중심으로 한 지역미술 활동을 시작했다. 87년 그림사랑동우회우리그림, 89년 안양문화운동연합, 89년부터 99년까지 안양지역 젊은 미술인그룹 ‘우리들의 땅’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2002년 대안예술공간 스톤앤워터와 2010년 사회적기업 소셜아트컴퍼니-SAC과 석수아트 터미널-SAT을 설립, 현재 운영중이다. 교육활동으로는 스톤앤워터 교육예술센터를 운영하고, 경희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에 출강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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