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 2009년 문화부와 노동부의 업무협약 이후 문화예술분야에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어 왔다. 문화예술분야의 사회적기업을 둘러싼 최신 이슈를 점검하여 문화예술분야가 유념해야 할 사회적기업의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략을 고민해 본다. 연재순서:  ② 나는 이렇게 준비했다

주위에서 사회적기업과 가장 유사한 일을 하고 있으면서 정작 사회적기업 인증에 적극적이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간단히 말해서 정책을 반대하거나 지원이 필요 없어서가 아니라 현재의 제도 하에서는 필자가 나름 지향하는 경영문화를 살리면서 무사히 인증을 유지할 '자신이 없어서'이다.
감자꽃스튜디오 전경 (야경)
문전성시 주문진시장 옥상공연장 '꽁치극장' 공연 (마린보이)

▲▲ 감자꽃스튜디오 전경 (야경)
▲ 문전성시 주문진시장 옥상공연장 ‘꽁치극장’ 공연 (마린보이)

최근 많은 분야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사회적기업은 주로 복지나 환경분야에서 시작되었으나 이제 문화예술계로 옮겨 오면서 그동안 비영리와 영리의 이분법적 구조에서 제3의 섹터를 창조하며 문화예술계의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는 듯하다. 그런 흐름에 맞추어 많은 예술단체나 기획사, 심지어 동호회 등도 예비사회적기업을 거쳐 사회적기업으로의 발전을 꿈꾸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또한 정책이 가지는 한계와 문화예술계 특유의 속성이 서로 잘 안 맞는데서 오는 불협화음도 들려오기도 한다. 사회적기업 인증제가 가지고 있는 제도와 행정업무로 인해 독특한 구조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예술계에서 적합한 제도인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많이 들린다. 특히 노무관리나 인사관리 그리고 근무형태 등 예술계의 특성을 무시하고 획일적인 평가의 기준을 적용하니 의욕이 저하되거나 시도를 두렵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감자꽃스튜디오는 주위에서 사회적기업과 가장 유사한 일을 하고 있으면서 정작 사회적기업 인증에 적극적이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간단히 말해서 정책을 반대하거나 지원이 필요 없어서가 아니라 현재의 제도 하에서는 필자가 나름 지향하는 경영문화를 살리면서 무사히 인증을 유지할 ‘자신이 없어서’이다. 고용형태의 자율적 선택과 유연한 탄력근무제, 회사의 특성에 맞는 인사관리와 복지 및 교육에 비용을 아끼지 않으려고 하는 방침, 노마드적 스마트워크의 실천 등이 그 특징인데, 까다로운 노무관리나 각종 행정업무로 인해 퇴색될까봐서이다.

문화예술계 CEO의 열가지 경영 원칙

그러나 정책이나 사업은 언제든 발전하고 진화하는 법이니 그 상황이 활용할 만한 것이 될 때는 언제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신 필자는 사회적기업이 아니더라도 사회적가치를 지닌 사업을 하는 회사의 CEO로서 다음과 같은 경영의 원칙들을 충실히 지켜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1) 내용은 재미로 포장은 의미로 하자

일에 있어서 재미는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좋은 의미의 포장은 ‘의미’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의 본질이 가지고 있는 가치나 철학 등이 잘 포장되어야 참여하는 주체나 대상 그리고 관계자들이 그 일에서 보람과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다.


2) 기획은 사회적이되 계획은 현실적으로 하자

기업활동의 사회적 가치는 분명 중요한 덕목이긴 하지만 그것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철저한 마케팅적 노력과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 그리고 대단한 지구력을 가지고 과정을 통제할 수 있는 현장 중심의 사업계획이 필요하다.


3) 시장과 정책의 흐름을 파악하고 적극 활용하자

시장은 매출을, 정책은 지원을 이끌어 내는 원천적 환경이다. 기업이 활동하는 시장의 특성, 국내외의 추세와 미래의 전망 그리고 각종 정책과 지원에 대한 정보와 흐름에 대해서 안테나를 곤두세우고 부지런히 파악하고 참고하여 공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감자꽃스튜디오 문화예술교육
감자꽃스튜디오 마을 축제
감자꽃스튜디오 이곡리극장(강당)

▲▲▲ 감자꽃스튜디오 문화예술교육 ‘국악’
▲▲ 감자꽃스튜디오 마을 축제
▲ 감자꽃스튜디오 이곡리극장(강당)

4) 연구와 컨설팅 보고서는 참고만 하자

문화예술분야에는 수없이 많은 연구와 조사가 이루어지고 이의 결과물들은 정책을 수립하거나 컨설팅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사업 체계를 가다듬거나 사업성과를 돌아보는데 도움이 되지만 모범답안이거나 매뉴얼은 아니다. 시장의 평가는 CEO의 몫이다.


5) 기회가 오면 최선의 결과로 감동을 주자

사업의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은 천성적으로 타고난 감각과 오랜 기간의 사업의 경험에서 축적된 후천적인 감각이 잘 어우러질 때 가능하다.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기회는 우리에게 늘 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한 감동으로 답해야 한다.


6) 소통을 강화하고 평판을 관리하자

기업은 그 기업과 관계를 맺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성실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의도와 성과를 알릴 의무가 있다. 따라서 특히 가치지향적인 기업은 평소에 적절한 매체를 통해 열심히 알려야 한다. 이러한 활동의 반복이 좋은 인식을 쌓이게 하고 평판을 가지게 한다.


7) 네트워크와 관계를 소중히 하자

네트워크는 일반 산업분야로 말하면 유통망 같은 것이다. 아무리 물건이 좋아도 유통이 되지 않으면 사업이 이루어질 수가 없다. 문화예술계는 특히 이 네트워킹이 많이 강조된다. 이 네트워킹에서 중요한 세 가지는 “호의”와 “선의” 그리고 “신의”라 할 수 있다.


8) 직원은 스스로 키우고 활용하자

기업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구성원은 중요하다. 우리는 기존의 시스템하에서 훈련된 인력을 채용하려는 것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스스로가 필요한 인력을 발굴하고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있다.


9) It's all about money!

무릇 CEO의 첫번째 미션은 결국 자금조달과 재원조성이다. 시장에서의 직접 매출에는 수익성과 효율성이 가장 중요하며 공공지원은 투명성과 합목적성이 중요하다. 기업은 수익의 창출로 시장에서 살아남고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지 의미있는 일 많이 하기는 절대로 아니다.


10) 사례(case)는 돈이다

좋은 사례는 돈이 된다. 좋은 프로젝트나 프로그램을 잘 마치고 나면 각종 결과물과 자료, 기록, 그리고 재미있는 스토리와 인적 네트워크 등을 활용하여 각종 워크숍이나 세미나 등 연수, 교육 등에서의 강연이나 사례발표, 벤치마킹, 멘토링 출판 등에 활용한다.



감자꽃스튜디오 - 강원도 평창의 작은 시골폐교를 대표자 개인이 임대하여 쓰던 것을 건축가와 함께 개조하여 지역주민과 방문객을 위해 만들어진 복합문화공간의 이름이다. 이후 강원도 주문진의 노인회관을 활용한 공간과 춘천의 전통시장 내 빈 점포를 활용한 공간 및 울릉도의 농가주택 등 지역의 유휴시설을 활용한 다양한 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문화예술교육, 전통시작활성화, 문화복지, 농촌관광과 마을만들기 등의 영역에서 사업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감자꽃스튜디오는 서울 대학로의 기획팀과 관리팀 외에 지역별로 직접 인력 14명과 국악, 음악, 실용음악, 문학, 연극, 미디어, 사진, 디자인, 건축 등 관련된 장르의 수십 명의 젊은 예술가 및 교육가들과 네트워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선철 필자소개
이선철은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와 영국 런던의 씨티대학교 문화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김덕수패사물놀이 기획실장과 공연/음반을 제작하는 벤처기업 폴리미디어 대표를 역임했다. 현재는 지역의 유휴시설을 활용한 문화공간 네트워크 (주)감자꽃스튜디오의 대표이사이며,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기업경영에 있어서는 서울에서 소규모 공연단체와 사단법인 살림을 시작으로, 개인사업자, 주식회사 그리고 정식 기관투자자와 창투사가 주주인 벤처기업의 대표 등을 거치며 다양한 경영 경험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농어촌 지역에 사업 기반을 둔 감자꽃스튜디오를 일반 주식회사 형태의 경영하고 있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