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 2009년 문화부와 노동부의 업무협약 이후 문화예술분야에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어 왔다. 문화예술분야의 사회적기업을 둘러싼 최신 이슈를 점검하여 문화예술분야가 유념해야 할 사회적기업의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략을 고민해 본다. 연재순서: ④ 좌담
일시: 2011년 8월16일(화) 오후4시 장소: 대학로카페 張 사회: 주일우_문지문화원 사이 기획실장, 본지 편집위원 패널: 김해보_서울문화재단 정책연구실 팀장 이선옥_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차장 전효관_서울청소년직업센터 하자 센터장 차재근_부산문화재단 문예진흥실장

기로에 선 문화예술단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사회 현장에서 바쁘게 일을 하고 계시는 패널 분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흔치 않는 기회인지라 함께 나누웠으면 하는 이야기가 많다. 다양한 기관의 경험, 그리고 전문가로서의 개인 입장까지 함께 나눌 수 있는 좌담이 되었으면 한다. 그럼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패널 분들이 사회적기업을 어떻게 정의하고 계시는 지 궁금하다.

차재근 사회적기업의 정의를 내릴 때 그 범위를 잡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정책의 대상이 되거나 제도에서 정해진 범주에서 보는 사회적기업이 있을 수 있고, 포괄적으로 사회적 공헌을 하고 있는 기업들을 포함해서 사회적기업으로 볼 수도 있다. 오늘 우리가 나눌 이야기들은 제도적, 정책적 측면에서 사회적기업의 공과와 미래를 살펴보는 것이 되겠지만 자칫 그 범주 안에만 머무르면 단조롭고 딱딱한 이야기의 반복이 될 수도 있다.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의해서 지원을 받는 기업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범주에서 사회적 공헌을 하는 기업들 일반을 다루어야 이야기가 더 풍부해지고 초점이 더 명확해질 것이라 본다.

주일우 그렇다면 사회적기업이라는 개념이 원래 가지고 있는 뜻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국내에서 어떤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셨으면 한다.

차재근 환경, 복지, 생태, 여성, 지역 등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을 공공기관이 운영하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이 문제들은 전통적으로 비영리민간단체에서 운영을 해 왔다. 사회적기업은 이런 공익적 문제들을 다루는데 있어서 또 다른 제3의 방향에서 접근을 해보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포괄적으로 보면 이러한 시도들 모두를 사회적기업으로 볼 수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가와 별개로 사업의 콘텐츠가 공공의 이익을 가지고 있으면 사회에 기여를 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지금 국내에서는 제도적으로 정부 인증을 받은 기업들을 사회적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제도적으로 사회적기업으로 부르는 것들과 사회적기업의 본래 의미나 취지 사이에는 괴리가 있을 수 있다. 실제 제도적인 장치로서 사회적기업이 생겨나기 이전에 이미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은 존재해 왔다. 이 중의 일부는 제도 시행 이후 그 도움을 받아 밀도 있게 변화한 곳들도 있지만 반대로 제도로 인해 성격이 이상하게 변형된 단체들도 있다.

좌담을 나누고 있는 김해보, 이선옥, 전효관, 차재근

김해보 정책은 때로는 뒤에서 지원하고 또 때로는 앞에서 끌고 간다. 현재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움직임들의 경우 정책적 의지가 방향을 정하고 그 방향으로 흐름을 끌고 가는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그것이 일방적인 강요나 강제는 아니다. 사회적기업은 어떤 단체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 선택을 하는 것이다. 우선 단체가 추구하는 바가 예술적 가치인지, 아니면 다른 사회적 가치인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사회적기업을 하려면 전자보다는 후자에 방점을 두고 있어야 할 것이다. 다음은 단체의 조직화의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혜택을 받기 위해서 필요하지 않은 조직을 만드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요소들을 고려해서 사회적기업으로 지정을 받고 사업을 해나가는 것을 결정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많은 단체들이 공공지원을 받기 위해서 선택을 하는 경우들이 있다. 재정이 어려운 어떤 문화예술단체들은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도 있다. 서울문화재단에서는 선택의 기로에 선 사람들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방향으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주일우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려는 정책적인 방향은 있지만 여전히 사회적기업은 해당되는 단체가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택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얘기로 들린다. 문화예술단체들이 사회적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이전보다 예술 자체에 대한 지원이 줄어서 그런 것인가?

김해보 아니다. 사회적기업 지원제도는 고용노동부에서 도입한 제도이고 예술지원사업에서의 축소와는 관련이 없다. 사회적기업 제도와 문화예술지원 제도는 각각의 재원도 다르고 그것이 추구하는 바도 다르기 때문에 양쪽의 지원을 다 받는다고 해서 중복지원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서로 다른 목적의 지원금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다.

차재근 사회적기업 제도도 직접지원의 하나라는 측면에서 보면 중복지원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고, 목적이 다르다는 측면에서 보면 중복지원이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앞으로 사회적기업 제도는 이런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하면 어떨까 싶다. 첫 번째로, 정부 정책의 틀에서 보면 직접지원보다 간접지원이 풍성해질 필요가 있다. 금융지원, 구매지원, 공간지원과 같은 간접지원이 활발해지고 직접적인 지원은 줄여야 한다. 따라서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지원도 장기적으로 간접지원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기업들이 지금보다 더 지역에 밀착될 수 있게끔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데 사회적기업, 지역민, 그리고 지방정부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사회적기업 생존의 중요한 조건이 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기업 내부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흔히 사회적기업의 리더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가치들이 구성원들 사이에서 잘 공유되지 않고 있다.


사회적기업제도는 기업활동에 대해서도 인건비와 경상비를 지원하는 방식이었고, 이것이 현재 문화예술지원 제도의 빈 곳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

지역문화재단과의 새로운 관계설정 필요

주일우 사회적기업 제도, 그것을 운영하고 지원하는 기관, 그리고 사회적기업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았으면 한다. 이들 사이에 어떤 관계가 형성되느냐에 따라 앞으로 이 제도의 성패가 나뉠 것 같다.

전효관 지역문화재단은 사회적기업을 일종의 부가서비스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큰 문제라고 본다.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 일부는 귀족화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변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문화재단은 주변으로 밀려난 문화예술활동이 사회적 경로를 찾을 수 있게끔 대안을 창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단순히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지원사업만 하는 것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이러한 사회적 경로를 다시 설정하는 작업이 지역문화재단의 핵심적인 임무가 된다면, 사회적기업 이슈는 정부정책에 의한 부수적인 활동이 아니라, 앞으로 훨씬 더 적극적으로 지역문화재단이 추진해야 할 일이 되는 것이다. 지역을 문화적으로 재구성해야 하는 임무를 가진 지역문화재단이 사회적기업과 같은 제도적 문제를 다룰 때 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게 되면 기관 자체도 재구조화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지역문화재단은 소극적인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주민들과 지역과의 관계를 새롭게 그리고 중요한 임무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해보 지역문화재단이 사회적기업과 관련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 하지만, 여전히 딜레마는 있다. 아까 앞서 언급한 예술단체들의 조직화 수준의 문제와 지향하는 가치의 문제 때문이다. 지역의 사회적 문제 해결책으로서 사회적기업이라는 조직형태에만 집중하는 것은 어렵다. 조직화의 수준이야 어떻게 해결을 한다고 해도 최근 공공부문에서 사회적기업을 강조하면서 마치 모든 예술단체들이 사회적기업이 되거나 또는 사회적가치를 지향하는 착한 예술을 해야 하는 분위기로 이끌려 가면 문제가 발생한다.

예술가의 입장에서는 이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원하지 않는 예술가가 착한 예술을 강요당하거나 이미 사회적가치를 실현하는 일을 하고 있던 문화예술단체들이 사회적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착한 예술의 범주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지역문화재단이 사회적기업 제도와는 별개의 지원제도를 열어놓는 것이 좋다고 본다. 문화예술단체가 스스로 결정해서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고 그에 상응하는 지원을 받거나, 공공부문에서 만들어 놓은 예술지원제도를 이용해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 사이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에 문화예술단체가 생산한 콘텐츠를 구매하거나, 우수한 콘텐츠를 지역의 사람들과 나누는 일을 돕는 일 등의 간접지원을 더해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지역문화재단이 사업수행파트너로서 사회적기업에 기대하는 바는 조직화에 따른 사업 실행력인데, 예술을 통한 사회적 문제해결 과정의 많은 경우는 우수한 예술 콘텐츠, 즉 예술적 수월성이 핵심 요소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전효관 ‘예술은 사회서비스의 수단인가?’라는 질문은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이런 논란은 예술단체가 시민이나 지역을 대상화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예술가들이 서비스를 한다고 생각하는데 예술가나 예술단체가 지역과 결합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따라서 사회적기업을 하거나 공공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착한 예술을 해야 한다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공공정책이 미숙한 단계에서 벌어지는 일일 뿐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예술가들은 충분하게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 사회적 성격을 가지는 것이 착한 예술이라는 도식화는 불필요한 것이며, 필연적인 인과관계는 전혀 없다.

주일우 예술경영지원센터는 한 지역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문화재단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기업의 정책적 실현에 관여를 하고 있을 것 같다.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나?

이선옥 그간의 조사 결과를 보면 문화예술분야의 사람들이 사회적기업에 기대하는 바는 현장의 자생력을 확보하는 일과 안정된 일자리창출이다. 두 가지 모두 문화예술 현장의 생존과 밀접하게 연결된 문제로 따로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본인이 2009년 문화예술분야 「전략분야 사회적기업 육성을 위한 실태조사」에 참여했을 때만 해도 해당 사회적기업의 숫자가 10개 정도였는데 2011년 8월 기준 현재 77개로 늘어났다. 전체 사회적기업 555개 중 문화예술분야는 77개로 13.8%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수적인 증가는 현장의 필요와 제도의 힘이 반영된 조류라고 본다. 숫자도 늘어나고 담당 부처의 관심도 깊어지고 지원기관도 다양해졌지만 제도 자체의 큰 변화는 없는 것 같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2009년 실태조사에 이어 2010년부터 현재까지 문화예술분야에 특화된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되었던 간접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네트워킹 모델 발굴과 확산, 홍보, 컨설팅 등의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미흡한 부분이 많다. 특히 개별 기업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컨설팅 부분이 미흡하다. 무엇보다도 사회적기업 정책이 전체적으로 고용노동부 소관 하에 있다 보니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사업도 고용노동부로부터 매년 용역계약 형태로 추진되고 있어 사업의 지속성과 안정성에 한계가 있다. 특화된 전문지원기관으로서 좀 더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 지원사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차재근 지역문화재단의 경우에도 주관부처가 노동부이기 때문에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좁다. 지역문화재단이 현재 사회적기업 정책과 관련된 비판과 성찰을 수행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적기업 지원제도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컨설팅을 수행하다 보면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이들 중 사회적기업을 정부의 새로운 인건비지원 정책으로 보고 막연하게 컨설팅을 신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업의 의지와는 별개로 사업수행능력은 여전히 부족

주일우 최근까지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 본다.

전효관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은 더 늘어갈 것이다. 지금 창원에서 14팀이 사회적기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넓게 보면 이들 모두가 문화분야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청년들의 속성과 연관이 있다. 청년세대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화, 여행, 생태와 같은 내용을 가지고 사회적기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세대적 속성 때문에 지금까지 자활 중심이었던 사회적기업의 성격이 문화예술 중심으로 바뀌어 갈 것이라 본다.

차재근 부산의 예비사회적기업 중에 23.6%가 문화예술분야다. 아마추어 동아리 정도의 수준인 단체들 중에서 수월성은 떨어지지만 소위 착한 예술을 추구한다고 해서 선정되는 경우가 비일비재다. 이들이 착한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이 갈 때가 있고, 지원금은 받지만 궁극적으로 사업을 할 수 없는 단체들도 많다.

전효관 하자센터에서의 인큐베이팅 했던 사례들 중 한 팀은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사회적가치를 저소득층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것으로 해서 실현을 하려고 했다. 문제는 이들이 매출이 없다는 것이다. 지원금을 받는 것만으로 사업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아무리 좋은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고 해도 매출이 없으면 곤란하다.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들 중 어떤 곳은 평소 지원금 없이 활동으로 돈을 버는 것 보다 지원금으로 받을 때 월급을 더 많이 받는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사회적기업 지원이 오히려 무언가를 능동적으로 해낼 의지를 빼앗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이선옥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컨설팅을 수행하다 보면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이들 중 사회적기업을 정부의 새로운 인건비지원 정책으로 보고 막연하게 컨설팅을 신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을 하고 있거나 전망을 가지고 있는 단체의 활동 유형 중 예술교육분야가 특히 많은데, 단체의 의지와는 별개로 예술적인 면에서나 교육적인 측면에서 사업수행능력의 질적인 부분은 아직도 한계가 많다.


지역을 문화적으로 재구성해야 하는 임무를 가진 지역문화재단이 사회적기업과 같은 제도적 문제를 다룰 때 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게 되면 기관 자체도 재구조화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사회적기업간의 인적네트워크 형성이 관건

주일우 사회적기업은 늘어나고 있고 하고자 하는 단체들도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의 준비는 상당히 미흡한 수준인 것 같다. 이 시점에서 사회적기업을 인큐베이팅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하자센터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하자센터의 현황을 통해 모범사례를 찾을 수는 있지 않을까?

전효관 하자센터의 사례를 일반화시키기는 어렵다. 사회적기업 정책과 무관하게 시작한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노리단은 대안학교 아이들이 연극으로 먹고사는지 보려고 시작했다. 마침 사회적기업이라는 제도가 생기면서 사례를 찾다보니 이미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단체들이 부각된 것 같다. 대대적으로 사회적기업을 키우려는 단계에서 노동부가 법인이 아닌 시설이었던 하자센터에 120명, 10개 사업단을 인큐베이팅하는 것을 지원했다.

초기부터 하자센터가 사회적기업을 인큐베이팅하는 데 참여를 했지만 그것과 관련된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있다면 선배 사회적기업과 후배 사회적기업이 서로 유대를 맺고 배울 수 있는 ‘관계’다. 개별적으로 있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텐데 7개의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는 사업단이 생겼고, 짧은 기간이었지만 벌써 3세대 정도의 사회적기업들이 모여 있는 셈이다. 이런 관계가 성공적인 사회적기업을 출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비슷한 수준에서 고민을 해 본 단체들끼리 한 자리에 있는 효과는 상당하다. 정부에서 하는 컨설팅의 경우, 너무 큰 회사만 다루던 사람들과 초보 단계의 사회적기업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수준이 달라서 서로가 가지고 있는 문제 설정이 다르고 소통이 쉽지 않다. 또 지금은 사회적기업 아카데미가 너무 많다. 하지만 이들은 사례나 원칙론적인 이야기만 나눈다. 직면한 문제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비슷한 그룹, 혹은 바로 선배 그룹이 있다는 게 바로 하자센터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일우 없다고 하셨지만 하자센터는 엄청난 비결과 자산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비슷한 문제를 경험한 사람들 사이의 네트워크가 가장 유용하고 이들 사이에 공유되는 지식이 실제로 사회적기업을 시작하고 유지하는데 훨씬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비공식적인 것들의 중요성이 어떻게 공식적인 프로그램 속에 반영되는지를 살펴볼 차례다.

김해보 서울문화재단에서는 ‘서울문화기업 창업팩토리’라는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제도 설명형 아카데미는 포화된 상태라 실제 창업준비를 위한 워크숍과 멘토링을 주로 한다. 창업하려고 하는 예술단체의 특징은 ‘좋은 의지’로만 모였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하려는 ‘좋은 일’을 스스로의 돈으로 하든지 지원금을 받아서든지 어떻게든 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투자, 수요자, 시장조사, 이해관계자 등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재단은 이런 요소들을 문화예술단체가 하려는 ‘좋은 의도’와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문화예술단체가 사회적기업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주로 인건비와 경상비지원 때문이다. 현재 문예지원사업 보조금관리규정을 엄격히 적용하면 인건비와 경상비를 지원할 수 없다. 영리사업도 원칙적으로 지원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현장과는 거리가 있는 이러한 규정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마침 노동부의 사회적기업 제도는 기업활동에 대해서도 인건비와 경상비를 지원하는 방식이었고, 이것이 현재 문화예술지원 제도의 빈 곳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 이것은 중복지원도 아니고 기존의 예술지원예산을 줄여 나눠먹는 것도 아니고 또 다른 방식의 지원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른 분야의 재원을 확보해서 문화예술분야의 파이를 키우겠다는 생각이 바로 문화예술의 영역과 역할의 확대, 예술과 사회의 관계설정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을까? 예술지원이라는 옹졸한 틀 속에서 중복지원 특혜시비로 공멸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주일우 예술지원제도와 연관시켜 보는 관점은 아주 흥미롭지만 또 다른 큰 주제이므로 다른 자리를 기약해야 할 것 같다. 이제는 하자센터 이외에 다른 모델이 될 만한 사회적기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차재근 반복해서 이야기하지만 사회적기업의 의미를 포괄적으로 생각해서 거기에서 전망이나 발전가능성을 찾아내야한다고 본다. 제도 때문에 만들어진 사회적기업이 아니라 이미 사회적기업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단체나 기업을 찾아서 우수한 사회적기업의 사례로 키워야 한다. 소개하고픈 사례는 ‘착한지구인컴퍼니’로 해운대를 찾는 여성들을 위한, 공정여행 전용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할매레스토랑을 만들어 노인들과 요식업, 그리고 문화관광 콘텐츠를 결합시킨 사업모델을 만들어냈다. 애써 사회적기업에 들려고 하지는 않지만 지속가능한 영리창출구조를 가지고 있는 그룹이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진정한 사회적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업콘텐츠가 숫자만큼 다양하지 않은 것은 아이디어의 부재 때문이다. 많은 수의 사회적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분야의 다각화도 꼭 필요하다._ 차재근

당면과제 해결, 내부구성원간의 비전 공유 먼저

주일우 공공성과 성공적인 사업모델이라는 두 가지 측면이 좋은 사회적기업이 되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실제로는 성공적인 기업들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들이 더 많을 것이다. 어떤 문제들이 있고 그것들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전효관 사회적기업은 내부구성원들 사이에서 갈등을 겪으면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사회적기업의 고용주도 중요하지만 사회적기업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동기가 무엇인가도 성공적인 사회적기업을 위해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그들의 의지가 충만했을 때 사회적기업의 운영이 순조롭다. 고용주가 보는 비전과 내부구성원들이 보는 비전의 편차가 클수록 삐걱댈 확률이 높다. 지금까지의 관심은 신규 창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집중되어 왔다. 하지만 내부구성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문제해결의 주체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 기업이 성공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이선옥 특히 문화예술분야의 경우 작가, 동인그룹 형태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사회적기업 전환과 함께 예전의 예술적 동지 개념이 고용주와 피고용인으로 바뀌면서 느끼는 갈등도 있고, 개별적으로는 예술가와 근로자 사이에서 자기정체성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김해보 한 발짝만 앞서가는 멘토를 얻기 힘들다는 것이 사회적기업을 지향하는 문화예술단체들에게는 큰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 나온 이야기들은 너무 원론적이고 현실에 대입하기는 힘이 든다. 하지만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이라는 복잡한 문제들을 모두 다뤄보고 해결해 본 경험이 있는 선배도 찾기 힘들다. 찾더라도 그 분 코가 석자다.

차재근 선배뿐 만 아니라 매개인력의 문제도 현재 많은 단체들이 겪는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계에 대한 이해 정도가 낮은 매개인력의 경우, 예술가들과 함께 일하는데 장애가 되기도 하고 예술가들이 스스로를 취약층으로 여기는 경우에는 이들이 일자리나 예술지원의 한 부분을 잠식하는 것으로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발전가능성이 있는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대부분 매개인력 출신들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다원적인 사고, 기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 그리고 헌신이 사회적기업의 중요한 성공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가능성들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매개인력의 핵심적인 역할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전효관 예술가나 예술단체들이 결국은 효과를 봐야 매개인력의 역할을 인정할 것이다. 사회적기업 제도가 여러 해 진행되면서 자연히 해결이 될 문제가 아닐까 싶다. 영화계의 제작사와 감독 사이의 관계가 정립된 것처럼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축적되면 예술가와 매개인력 사이의 관계도 만들어질 것이다.


사회적기업 제도, 그것을 운영하고 지원하는 기관, 그리고 사회적기업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았으면 한다. 이들 사이에 어떤 관계가 형성되는냐에 따라 앞으로 이 제도의 성패가 나뉠 것 같다._주일우

기업의 단계별 성장에 따른 다양한 지원정책의 필요

좌담을 나누고 있는 김해보, 이선옥, 전효관, 차재근

주일우 결과적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 중요한 부분은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기업이 지속적으로 이윤을 내면서 성장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해 온 기업들을 위한 지원책이 따로 필요한 시점은 아닌가?

전효관 모든 기업이 다 그러하듯 사회적기업에도 발전단계가 있다. 자기정체성이 어느 정도 확보된 사회적기업에게는 기존의 지원정책과는 다른 투자정책이 필요하다. 궤도에 오른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 때 투자를 할 수 있는 펀드 같은 것이 필요하다. 사회적기업의 발전 성숙도에 따라서 지원정책을 달리하는 것이 좋다. 인건비나 경상비만으로 뚫을 수 없는 사업의 어떤 단계를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단계의 지원은 투자만한 것이 없다.

또한 현재 사회적기업이라는 정책 자체를 둘러싼 환경도 유동적이다. 심지어 인증을 없앨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거기에다 국내에서는 사회적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주변의 조건은 사회적기업에 전혀 우호적이지 않다. 특히, 사회적기업이 자생력을 키우려면 시장이 있어야 하는데 공공영역에서 조금 소비하는 것 이외에는 사회적기업에게 열린 일반 소비자와 만나는 시장이 너무 협소하다. 사회적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사회적기업 정책은 이제 시행 2년이 지나는 시점에서 각각의 상황에 맞는 단계별, 맞춤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장을 열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져야 기왕에 만들어 놓은 사회적기업들의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김해보 솔직히 공공재원으로 직접투자는 어렵다. 이미 많은 실패사례도 있고. 민간투자를 유치하도록 도와 줄 수는 있겠다. 공공분야에 있는 우선구매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문화예술단체가 사회적기업으로, 다시 자립한 문화기업으로 각각 다음 단계로의 발전을 모색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결국 이런 단계까지 가려면 우수한 사회적기업을 걸러내는 장치야에픠요하다. 물론, 이것이 쉽지 않다. 단기적인 정책성과에 집착하면 숫자 불리기는 쉬워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계획을 세우고 평가로 걸러내는 것이 어렵다. 더구나 예술이라는 특징 때문에 함부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도 많다. 어찌되었든 궤도에 오른 사회적기업들을 대상으로 이중지원이라는 시비가 있더라도 홍보마케팅 지원을 많이 해서 사회적기업의 우수성을 시장이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평가기준에 시비가 있다면 콘텐츠의 수월성, 보급성, 실행역량 등 각각의 요소들을 기준 삼아 각각 필요한 곳에 홍보마케팅을 지원하면 된다.

이선옥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입장에서는 현재 강력한 흐름을 이루고 있는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 지원의 핵심인 네트워크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사회적기업끼리, 사회적기업과 대기업의 사회공헌 사이, 사회적기업과 전문가, 매개인력 사이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만남과 교류의 장을 만들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차재근 사회적기업이 수월성을 지향한다고 하면 기존의 예술지원제도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오히려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은 사회적기업이라는 말이 지니고 있는 원래의 뜻과는 배척점에 놓이게 된다. 수월성을 따지는 지원은 간접지원의 형태로 달리 주어졌으면 한다. 그리고 사회적기업이 가지고 있는 사업 콘텐츠가 숫자만큼 다양하지 않은 것은 아이디어의 부재 때문이다. 많은 수의 사회적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분야의 다각화도 꼭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역 내부와 관련된 네트워크를 어떻게 하면 견고하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서 지역밀착형 기업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정리 _ 주일우 문지문화원 사이 기획실장,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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