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한달 간 국제 행사들이 다채롭게 열렸다. 2008 서울아트마켓을 비롯하여 월드뮤직 관련 해외 인사 초청 행사, 2008 공연예술저널리즘 포럼 등에 해외 공연예술 전문가들이 대거 한국을 방문했다. <@예술경영>은 데이빗 킴 (케네디 예술센터), 알베르토 리갈루피 (부에노스 아이레스 축제), 패트릭 드 그루트 (스핑스 페스티벌, 유럽월드뮤직축제연합), 도널드 후테라(저널리스트, 「댄스 핸드북」 저자)를 만나 한국 공연예술에 접속한 인상과 기대 그리고 한국 단체들의 해외진출에 대한 조언을 들어보았다.




"차곡차곡 자신의 프로파일을 늘여가라"
데이빗 킴 _ 케네디 예술센터, 인터내셔널 프로그래밍

데이빗 킴서울아트마켓에 참여하기 위해 방문했다. 몇 해 전부터 예술경영지원센터 케네디 예술센터 간에 방문을 위한 추진 작업이 있었는데 올해에서야 가능해졌다. 새로운 커넥션, 새로운 컨택 포인트를 많이 만들어가고 싶다.

에든버러 프린지에서의 선전, 한국 현대문화에 대한 관심 등으로 미국 내에서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증대되고는 있지만 아직은 초기단계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실험적인 작품, 새로운 공연을 소개하는 것은 모든 공연장이나 축제가 공히 안고 있는 도전 과제이기도 하듯이 한국 공연예술을 소개한다는 것 역시 새로운 관객층을 만들어야 하는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도전 과제를 풀기 위해 &lsquo;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rsquo;을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그동안 황병기의 전통 가야금 연주가 소개되었다면 가야금을 현대적으로 연주하는 예술가를 소개하거나 미국인들이 한국 모바일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만큼 한국의 &lsquo;뉴테크놀로지&rsquo;에 기반 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lsquo;새로운 형태의 예술&rsquo;을 소개하면서도 한국문화예술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카네기 홀이나 케네디 예술센터처럼 큰 규모의 메이저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국 내에서 공연단체의 일정한 네임 밸류(name value)가 형성되어 있어야 하는 등 보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작업이 필요하다. 메이저 공연장 외에도 미국에는 우수한 지역 공연장, 작지만 알찬 공연장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알아줬으면 한다. 더 많은 관객, 더 많은 지역에 자신의 작품과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에서 공연할 경우, 예를 들어 뉴욕에서 공연하는 것보다 언론 노출이 더 쉬울 수 있다. 차곡차곡 자신의 프로파일을 늘여가라. 그러면 네임 밸류는 점점 높아질 것이고 메이저 공연장으로의 진입이 좀더 쉬울 수 있다.

케네디 예술센터는 국립 기관으로 매년 3-4천개의 공연물이 올라가는 메이저급 공연장이다. 또한 매년 국제적인 규모의 축제를 제작하고 있으며 보통 3~4년 전에 제작 계획이 시작되어 각종 재정 협찬과 함께 공연할 예술가들을 섭외하게 된다. 올해는 일본 하이퍼 컬처(Hyper-Culture)를 소개하는 축제를 제작했다. 2009년에는 아랍, 2010년에는 러시아, 2011년에는 인도를 소개하는 축제를 기획하고 있다. 2009년 아랍 특집의 경우에는 총 천만 달러 (한화 약 110억/현재기준)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3주 동안 알제리에서 오만까지 800명의 예술가를 소개할 예정이다.

"한국 작품은 프로페셔널하다!"
알베르토 리갈루피 _ 부에노스 아이레스 축제 예술 감독

알베르토 리갈루피 아르헨티나 주재 한국 문화원의 도움으로 서울아트마켓이라는 행사를 알게 되었고 이번 기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축제에 한국의 연극과 무용 작품을 2작품 정도 섭외해서 소개하고 싶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한국과 다르게 이주의 역사가 깊다. 그래서 지역 자체도 말 그대로 &lsquo;다문화적(Multi-cultural)&rsquo;이다. 우리 축제는 이런 다문화적인 문화 배경을 토대로 각 이주 문화와 연관된 공연작품이나 문화를 소개해왔다. 지금까지는 주로 유럽 그중에서도 영국, 프랑스, 독일을 중심으로 소개해왔는데 이번에 아시아, 아프리카로 시선을 넓히고자 한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는 한국인들이 많이 산다. 한국작품을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가 이번에 관심 있어 한 장르는 전통적인 연극과 무용작품이었다. 아주 새로우면서 아주 한국적인 작품을 원한다. 예를 들어 지금 현재 여기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가정해보자. 서울만의 독특한 모습이 찍힐 것이다. 이 모습은 세계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 나는 이 사진과 같은 작품을 원한다.

이번이 한국 첫 방문이었고 아직 많은 작품을 봤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런 점에서 내가 본 공연들을 생각해본다면 (솔직히 말해도 되는가) 내가 말하는 의미의 한국적이지 않은 작품들도 많았다. 예를 들어 어떤 무용은 너무 독일적이었다. 한국에 오기 전에 콜롬비아에 들러 작품들을 보고 왔는데 콜롬비아에서의 공연은 말 그대로 &lsquo;하이브리드(Hybrid)';했다. 한국은 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공연예술 작품의 특징을 말하라면 &lsquo;전문적(Professional)&rsquo;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디서나 공연 할 수 있는 전문성이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축제(FIBA)는 1997년에 창설되어 격년제로 열리고 있다. 7회 행사가 오는 2009년 10월 5일부터 18일까지 개최된다. (리갈루피 감독은 2010년부터는 매년 개최될 예정이라고 귀뜸해주었다.) 2009년 축제에서는 아르헨티나뿐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공연과 전시, 예술행사가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12월에 알베르토 리갈루피와 아르헨티나의 아주 중요한 연극 연출가인 루벤 슈흐마어(Ruben Szuchmacher)가 새 감독으로 임명되면서 &lsquo;새로운 변화의 물결&rsquo;이 예상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띠는 것은 기간을 3주에서 2주로 줄이고 프로그래밍 기준을 바꿔 초청 작품 수를 대폭적으로 늘인다는데 있다. 2007년에는 단 10여 편의 국내공연이 진행된 것에서 2009년에는 25개에서 30개 공연으로 확대된다. 해외 작품 프로그래밍의 경우도 23개 단체의 작품을 공연할 계획이라 고 한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축제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정부에서 축제를 주관하고 아르헨티나 정부가 재정적으로 지원한다.


"한국 사람들만이 잘 할 수 있는 음악이 ';한국 음악';"
패트릭 드 그루트 _ 스핑스 페스티벌 예술 감독, 유럽월드뮤직축제포럼 이사

패트릭 드 그루트 나는 이번에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 전통공연예술 해외마켓 진출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초청되었다. <해외 월드뮤직 축제&middot;기관 소개 및 교류가능성 모색>이라는 포럼에서 발제했으며 다양한 한국 음악인들의 공연을 보고 직접 대화를 나눴다.

내가 처음 한국음악을 알게 된 계기는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음악 단체들을 통해서였다. 사물놀이는 유럽에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한국음악이다. 인종적인 배경을 넘어서서 백인들마저도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한국음악이라고 한다면 사물놀이 외에도 다른 많은 음악이 있을 것이다. 아직 소개되지 않은 한국음악에 관심이 많다. 또 음악은 장르나 스타일뿐만 아니라 한 개인의 인성이나 문화적 배경을 반영하는, 나는 그런 의미의 한국음악에 관심이 많다. 한국음악에 대한 나의 인상은 &lsquo;보편적이고&rsquo;, &lsquo;미학적이고&rsquo;, &lsquo;강하고&rsquo;, &lsquo;예술적인 완성도가 높다&rsquo;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의 음악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해외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음악가들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물론 이미 많은 단체들이 해외에서 공연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시장에서 월드뮤직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 말이 때로는 독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음악이 보컬이 위주라면 보컬 페스티벌의 문을 두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에서 월드 뮤직 스타로 성공하고 싶다면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부터 차근차근 더 넓은 무대로 나가는 것이 방법이다. 예를 들어 힙합이나 비보이를 보라. 먼저 자신의 동네에서, 그리고 자신의 나라에서 잘나가던 이들 중에서도 극소수가 세계무대에 진출하고 거기서 경쟁해서 세계 스타가 된다. 물론 월드뮤직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재능이 있고 자신의 문화를 잘 알고 있고 또 그 알고 있는 문화 중에서 알아볼 만한 것이 있고 그것을 세계 사람들이 볼 만 해야 한다.

스핑스 페스티벌은 비-서구 문화를 위한 문화행사로 콘서트, 서커스, 다큐멘터리, 영화, 코미디, 거리극, 지역에 대한 연구까지 다양한 장르,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음악의 경우는 고전음악(오케스트라 등)에서부터 현대까지, 팝, 힙합에서 민족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나 스타일을 두루 소개한다. 특히 &lsquo;사회적 타당성&rsquo;이라는 개념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모든 아티스트들은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 전체, 철학을 대변할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약 5만 명의 관객들이 방문하는 행사다.

유럽월드뮤직축제포럼은 &lsquo;수백만 개의 지역 전통과 음악의 조각보&rsquo; 즉 다양한 내용을 가진 유럽 페스티벌들의 네트워크다. 회원 간의 정보, 경험, 연락처 등을 공유하고 유럽 지역 이외의 축제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하려고 노력한다. 약 40여개의 축제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속적인 관계 맺기가 관건"
제신타 톰슨 _ 오즈아시아 총괄 프로듀서



제신타 톰슨 오즈아시아가 개최된 이후 꾸준히 한국 공연단체들을 소개되고 있다. 극단 여행자, 사다리움직임연구소, 극단 뛰다, 들소리가 오즈아시아에서 공연했다. 우리는 아시아나우프로덕션과 긴밀한 파트너관계를 맺고 있다. 이번 방문을 통해 그동안의 관계를 돈독히 할 뿐 아니라, 한국 공연예술계와의 관계를 더 넓히고 싶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오즈 아시아는 호주와 아시아의 만남을 모토로 하고 있다. 호주에서 공연하고 있는 아시아계 예술가의 소개도 함께 진행한다. 예술뿐 아니라 음식, 패션 등 아시아의 문화를 소개하고 교류할 수 있는 창구로 기능한다. 호주 시드니와 멜버른에는 인도네시아에서 티모르까지 다양한 국가들에서 이주해온 아시아 인구가 대단히 많다.

내가 지금까지 봐온 한국 공연예술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움직임이 아름답고, 감성적이고, 대단히 미학적이라는 것이었다. 오즈아시아의 대부분의 관객들은 아시아 문화에 대해 익숙한 만큼 문화적인 장벽은 없고 그런 만큼 예술적인 완성도를 보고 싶어 한다. 그런 면에서 그동안 소개했던 한국 작품들에 대한 관객들의 만족도는 무척 높았다.

이번에 한국에 와서 단체들을 만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lsquo;프로모션 패킷(promotion packet; 단체를 홍보/마케팅하기 위한 자료)&rsquo;이 너무나 훌륭하다는 점이었다. 공연 전체 동영상과 하이라이트 동영상을 함께 볼 수 있었고, 기술 요건, 계약 조건, 심지어 개런티나 소요 예산까지도 알 수 있었다. 의사소통에 있어서도 담당자 혹은 통역자가 배석하여 전혀 문제가 없었다. 작품을 잘 모르는 바이어들에게 아주 강한 이미지들을 주는 것이 필요한데 사진이나 언론 보도 기사 등을 제시하는 것도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효과적인 것은 마음을 잃지 않고 연락을 끊지 않는 일이다.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관계를 쌓아가는 일이 중요하다.

오즈 아시아는 2007년 호주문화의 풍부함과 다양성을 기념하기 위해 창설되었고 아시아 문화유산을 표현하는 호주 예술가들의 작품, 호주와 아시아 예술가간의 공동제작 작품, 아시아의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적이고 문화적인 경험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작품들을 소개하는 행사로 매년 9월경에 개최된다.


"지금 여기에서 바라보는 시각, 그것이 한국 공연예술의 특징이다."
도널드 후테라 _ 저널리스트




도널드 후테라 2008 공연저널리즘 서울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 런던에서는 극단 여행자, 스위스에서 유니버설 발레단의 작품을 보면서 한국 공연예술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있었지만 잘 모르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공연예술과 문화에 대해 직접 접하고 싶었다.

그동안의 경험, 내가 터 잡고 있는 영국시장이나 무용산업의 현재 상태를 봤을 때, 개인적인 취향에서 판단하건대, 이번 한국행에서는 현대무용보다는 전통무용에 더 관심이 갔다. 특히 전통 혹은 문화의 원형을 있는 그대로 무대에 올리는 것은 내가 추구하는 양식인 만큼 그런 공연에 시선이 더 갔다.

거기에는 공동체적인 무엇인가가 살아있다. 특히 여기 지금 살아있는 문화적 유산, 전통, 정통, 진실 등을 현대적인 시각, 지금 여기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한국 공연예술에서 보이는 특징이자 미덕인 것 같다. 반대로 저널리스트로서 냉정하게 말하자면 많은 현대 무용의 작품들에서 보이는 감정의 과잉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모호한 감정의 표출이나 우울함, 자괴감을 표현한다거나 테크닉을 과도하게 쓰는 등의 경향이 있다.

과장을 섞어 말하자면 유럽인들의 1%만이 한국을 알 것이다. 그만큼 한국의 문화 특히 공연예술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나는 정말 다양한 한국 작품이 런던에서 공연되는 것을 자주 보았으면 좋겠다. 이번에 한국에 와서 한국의 문화와 거리를 보고 나니 더욱 그런 생각이 깊어졌다. 내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항상 작품을 보지 않았을 관객과 작품을 잇는 것을 숙명으로 생각하는 저널리스트로서 한국의 기획자들에게 한 가지만 말하고 싶다. 너무나 추상적이고 모호한 말들로 작품을 소개가하게 될 때 때로는 이 글 때문에 작품을 보는 것이 방해가 된다는 점이다. 맥락이 없는 시적인 표현들이 작품에 대한 기대를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게 하기도 한다. 나도 항상 주의하는 점인데 글로 작품을 전달할 때는 글로 인해 생기는 생각이나 이미지가 무대 위의 작품에 가장 근접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널드 후테라는 1977년부터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시카고트리뷴> 등 미국 유력지의 무용평론가로 활동하다가 1950년대 초반 영국으로 건너가 <타임스>, <타임아웃>, <댄스 유럽>, <댄스 컨소시움>, <댄스 엄브렐러> 등을 비롯한 각종 무용 전문지 및 무용계 웹사이트에 기고해왔다. 런던 새들러스웰스 극장, 로열내셔널씨어터, 바비칸센터 등의 프로그램집에 프로그램 노트를 쓰기도 했다. 1988년에는 <댄스 핸드북>(앨런 로버트슨 공저)를 출판하였다.


김소연필자

김소연
예술경영지원센터 지원컨설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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