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서울아트마켓(PAMS)을 한 주 앞두고 이런저런 부스전시 물품이며 진행 일정 등을 준비하고 살피면서, 마음이 분주하더라도 그간 경험했던 다양한 성격의 월드뮤직마켓 또는 쇼케이스 현장의 경험을 되살리면 부쩍 요령이 늘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예전에는 한 사람이라도 더, 우리단체를 소개하고 싶은 가차 없는 욕심에 종이와 잉크의 낭비는 안중에도 없었다. 더 많은 자료를 더 많은 사람에게 배포해야만 홍보가 된다고 믿고 그렇게 준비했었다. (고심해서 준비한 자료의 대부분이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는 적잖이 상처를 받았다.) 그러다 매해 서울아트마켓에 참여하는 다양한 권역대의 전문가들과 포커스 세션 등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면서 마켓을 준비하는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함을 깨달았다. 마켓은 말 그대로 시장이니만큼 매매가 이루어는 곳이기는 하나, 공연예술마켓의 특성상 상품에 관심은 있으되 당장 눈과 귀로 확인이 되지 않으면 잊어버리기 쉬운 법이다. 그렇다고 내내 그 많은 관계자들을 쫓아다니며 세뇌를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느 순간 나는 한편으로는 여유롭게 대처하리라 마음먹었다. 너도나도 내 공연만 팔자고 자신의 이야기만 하고 있으니 어느 순간 다가서기만 해도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델리게이터들이 눈에 띄기 시작해서였다.

자연스럽게 다가가되 그들이 운영하는 페스티벌이나 공연장의 특성을 먼저 파악하게 되면 그들이 원하는 한국공연단체의 색깔에 대해 대략의 그림이 그려지게 된다. 비록 우리단체가 그들이 찾고 있는 공연이 아닐지라도 세계의 공연시장은 거미줄처럼 하나로 엮어져 있어 오늘의 인연이 내일은 어디로 포물선을 그릴 지 모를 일이다. 실제로 노름마치는 작년 서울아트마켓에서 미국의 링컨센터에서 온 빌 브래건본지 인터뷰 보기을 잠시 만나 가벼운 인사를 나누었다. 그때까지 그는 노름마치의 공연을 본 적이 없었지만 올해 미국투어를 앞두고 그에게 공연안내 이메일을 보냈더니 동부지역에 있는 자신의 공연계 지인들에게 추천서를 써주는 한편(이메일 한 통으로 캐나다에서의 공연이 거의 성사될 뻔 했으나 일정상의 문제로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다) 업무시간을 쪼개어 멀리까지 공연을 보러와 주기도 했다. 지난 해 서울아트마켓에서 만난 인연을 하나 더 소개하자면 벨기에 스핑크스페스티벌의 사라가 있다. 들소리, 안숙선 선생님 등을 초청해 한국단체와 이미 인연이 많은 사라는 서울아트마켓에서 만나 덴마크의 워맥스, 브라질의 메르까도 쿨트랄에 이어 올해 초 프랑스 바벨메드까지 두 달에 한 번씩 얼굴을 보게 되니 이제 어느 마켓에서 얼굴이 안보이면 섭섭할 지경이다. 비록 아직까지 노름마치를 초청하겠다는 메시지는 받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좋은 인연을 이어나갈 수 있는 친구로서 그저 소식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자, 이제 앞서 말한 자연스럽게 다가가기가 고민이라면, 서울아트마켓의 개최기간을 통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 놀거리, 즐길거리 등을 미리 확인하고 나만의 일정표를 만들어 두면 큰 도움이 된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함께 공연을 보고, 밥을 먹고, 술을 한잔 나누는 사이 어느새 비즈니스 파트너가 아닌 친구로서 다가갈 수 있는 여유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들도 우리도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뻔히 알고 있지만 너무 속이 보이는 장사치처럼 아트마켓을 준비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간에 보지 못했던 혹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공연들도 보고, 덕분에 놀고 즐기면서 다양한 인맥도 만들 수 있는 그런 당신만의 아트마켓을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순정 필자소개
이순정은 대학에서 노문·영문을 전공하고 동국대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공부하고 있다. 2002년부터 프리랜서로 안동하회탈춤축제, 경주엑스포, 울산처용제, 서울드럼페스티벌, 성남탄천페스티벌 등에서 해외코디네이터나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2010년부터 노름마치 기획실장으로 국내외 공연기획 및 해외아트마켓 진출, 순회공연을 담당하고 있다. oks1203@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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