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weekly@예술경영]은 창간 3주년을 맞아 예술경영의 최신 이슈와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세계예술경영의 이슈'를 마련했다. 웹진 국내외 편집위원들의 분석을 통해 지금 세계 예술경영이 고민하고 있는 키워드를 권역별, 이슈별로 구성하고 이를 통해 각국의 현황과 대응을 살펴보고자 한다. ① 아시아

아시아 지역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타격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지속되는 미국과 유럽발 경제위기가 아시아 경제에도 경기침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는 경제적 위기라는 요소 외에 테러, 대규모 지진, 허리케인, 각종 환경문제는 물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위험요소들까지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국립예술위원회 홈페이지
아시아공연예술축제연맹

▲▲ 국립예술위원회 홈페이지
▲ 아시아공연예술축제연맹

경제성장을 통한 지난 십 년의 예술부흥

21세기 초반, 아시아 지역은 지난 십 년 간의 경제적 호황 덕택에 전례 없는 문화예술 열풍의 시기를 맞았다. 1997년 아시아를 휩쓸었던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경제적 안정기를 맞으면서, 아시아 지역 예술가들은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고 이를 대중과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였다. 경제와 문화에 대한 새로운 확신은 아시아 지역의 각 도시에서 표방하는 문화관광, 문화외교 및 문화수출이라는 형태로 표출되었다. 정부는 문화예술 정책을 통하여 전례 없이 큰 규모의 국제문화교류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시작하였고, 아시아 지역의 유수 기업 및 기업가들은 문화산업의 필수적인 구성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또한 지난 십 년간 아시아전통예술의 가치에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요소를 융합시킴으로써 아시아 고유의 예술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 기간 아시아의 여러 국가의 수도와 주요 도시에서는 새로운 예술가들이 탄생하였고, 각종 예술제, 예술센터 및 예술계 네트워크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

아시아 각국에 걸쳐 예술제가 마치 유행이라도 하듯 우후죽순처럼 증가하였다. 2004년 아시아공연예술축제연맹(Association of Asian Performing Arts Festival, AAPAF)의 설립 당시 회원으로 등록했던 열 개의 예술제 중 2000년경 창설된 예술제는 여덟 개에 달하였으며, 이제 이들도 십 년의 역사를 갖춘 중견 예술제로 성장하였다. ‘중국상해국제아트페스티벌’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마카오국제아트페스티벌’ 등이다. 다양한 아트센터, 복합문화공간, 극장 등도 이러한 예술제의 폭발적 성장에 맞추어 급증하고 있으며, 국내외에서 예술작품 제작 및 예술상품 소비를 촉진하였다.


아시아는 뛰어난 수익성을 보유한 예술시장과 예술적인 영감으로 가득한 명소 및 예술가들을 전 세계에 알렸다. ‘아시안아츠마트’본지85호 하우투 ‘싱가포르 공연예술견본시 트렌드 읽기’ 보기 ‘서울아트마켓’ ‘아시아공연예술축제연맹’과 같은 신규예술시장 및 네트워크가 아시아 지역에서 탄생하였으며, 양국 간의 또는 여러 국가 간의 네트워크와 각종 문화적 행사를 통하여 아시아, 유럽 및 미주 지역과 국제적 문화교류 및 토론을 진행하였다. 국제공연예술협의회(International Society for the Performing Arts, ISPA) 회의가 2003년 싱가포르에서 개최되었고, 국제현대공연예술네트워크(International Network for Contemporary Performing Arts, IETM)도 2005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이래 서울, 상하이, 베이징, 홍콩 등의 아시아 지역 주요 도시에서도 연이어 개최되었다. 아시아 경제의 세계화는 곧 아시아 예술의 세계화로 연결되며, 아시아 및 유럽지역 예술가들 간의 창의력 교류를 바탕으로 아시아 및 기타 지역 예술가들 간의 공동제작 및 공동지원의 활성화에 일조하였다.

위의 사례는 21세기에 이르러서야 나타나고 있는 예술 부흥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타격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지속되는 미국과 유럽발 경제위기가 아시아 경제에도 경기침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시아가 또 한 차례의 경기침체라는 시기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인지, 경제적 성장을 바탕으로 찾아왔던 아시아 예술의 부흥기가 무탈하게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마도 ‘아니오’라고 대답할 것이다. 최근에는 경제적 위기라는 요소 외에 테러, 대규모 지진, 허리케인, 각종 환경문제는 물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위험요소들까지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싱가포르겨울페스티벌2009
싱가포르겨울페스티벌2009

싱가포르겨울페스티벌2009

정책의 변화와 공연예술시장의 흐름

이 같은 현실로 인해 각종 예술관련 정책과 예술에 대한 자세를 재평가하게 될 시기가 올 것인지, 필자는 몇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보았다.

먼저,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이전보다 예술관련 분야에 대한 지출에 보다 신중을 기할 가능성이 있다. 예술분야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반드시 축소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다른 분야에 비하여 우선순위가 밀릴 가능성은 있다. 대규모 예술제 개최 또는 예술산업의 인프라 확충 등에 사용될 비용은 우선감축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보조금 및 각종 기업의 후원 감축으로, 예술제를 제작·기획하고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상영하는 데 적지 않은 장애가 발생할 것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이러한 예술정책 및 예술경영 방식의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국립예술위원회(The national Arts Council)는 싱가포르 국민에게 예술을 삶의 한 부분으로 활성화시킨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강조하면서, ‘공동체예술’에 대해 더 큰 지원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이끌어 냈고, 이에 따라 예산도 큰 폭으로 증액되었다. 따라서 싱가포르를 ‘국제적인 예술도시’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난 십 년간의 전략은 약간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의 정책적 기조는 전통예술과 지역적인 콘텐츠 개발 지원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으며, 아시아를 뛰어넘는 국제사회와의 협력보다는 아시아 지역 간의 깊은 유대관계 확보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한편 새로운 예술적 시도에 보다 인색해지는 보수적이고 고립주의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작품을 사용하여 자신 또는 사물이나 현상의 표현을 시도하려는 예술가들보다는, 청중과의 감정적인 공유를 강조하여 좀 더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을 창조하는 예술가들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질 것이다. 지난 십 년간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었던 콜라보레이션과 예술적 감수성의 교환이라는 부분은 상당부분 축소될 것이다. 이러한 국제교류의 축소는 아시아 지역의 예술기관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서구지역 예술시장이 아시아 예술과의 협력 및 공동제작 활동에 대한 투자를 줄이기 때문에 발생되는 결과일 것이다. 특히 유럽의 예술축제 기관들은 재정적인 문제로 인하여 아시아 지역 예술가들과 협력할 수 있는 역량이나 관심이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2010 아시안아츠마트 테이블토크
2010 라이브! 싱가포르 부스전시

▲▲ 2010 아시안아츠마트 테이블토크
▲ 2010 라이브! 싱가포르 부스전시


국제시장에서도 아시아 지역 예술가들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다. 특히 유럽 국가들의 예술분야 지원규모 축소로 인하여 유럽 시장에서 아시아 지역 예술가들의 입지는 좁아질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지난 십 년간 자국의 예술 프로그램에 아시아식 테마를 융합시킬 정도로 아시아 문화에 대하여 개방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이러한 관심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반대로, 유럽 예술가들은 아시아를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인식함에 따라 아시아 시장은 서양의 예술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작업방식

그렇다면, 예술경영인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어떠한 잠재적 기회를 개발하여야 하고, 이들과 예술가들이 더 나은 작품을 생산하기 위하여 할 일은 무엇인가? 예술경영인들은 변화하는 시대상황과 흐름을 파악하고 실용주의 노선에 적응하여 자신들의 작업방식을 재평가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다음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술경영자와 예술가들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와 이러한 관계를 개발 또는 구축을 통해 대중의 충성도와 지지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평범한 시민들을 예술작품 창작의 과정에 참여시키거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작업을 할 기회를 늘리거나, 대기업이나 정부로부터의 대규모 재정적 지원을 기대하기보다는 적게나마 사회의 소외계층을 위하여 재정적인 기부를 할 수 있는 모금활동 등이 그 예이다.

동시에 예술가와 예술경영자, 아트매니저들은 정책 입안자들과 대중에게 어려운 시기에서도 예술 및 예술가들이 지니고 있는 창조와 부활을 통한 예술적 의미를 꾸준히 홍보하여야 한다. 또한 예술가들이 단순한 사회적 장치로써 전락하지 않고, 예술적 야망과 비전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속한 공동체에 영감을 불어넣는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이들의 본분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야 한다.

예술경영자 및 예술가들은 예술의 편협성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내부로 편향하려는 유혹과 압력을 극복하여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모든 계획을 수립하여야 하며, 동유럽, 남미 지역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예술적 협력을 할 수 있는 목소리를 찾고 새로운 예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소홀히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예술경영자들은 교육, 건강, 환경, 과학 등 예술과 다양한 분야가 지속적으로 교차하고 이들 분야가 연결되는 상황에서 파생되는 새로운 지식과 기술로 무장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의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스스로를 훈련할 기회를 찾아야 한다. 이와 동시에, 예술경영자들은 장기적인 불황 중 경기가 일시적, 간헐적으로 안정되는 새로운 경제패턴에 맞추어 활동하는 방법을 익혀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아시아 지역의 예술경영자들은 지나치게 비관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또한 낙관적인 전망이 가능한 경우가 있기도 하다. 첫째, 아시아 지역은 경제위기뿐 아니라 과거 사스와 같은 각종 위험에 노출되었던 경험도 많다. 아시아 주민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모두 극복하고 살아남았으며, 다시 일어설 때마다 더욱 강인한 자세로 성장을 거듭하였다. 둘째, 아시아 지역에서는 예술분야와 관련하여 논의되어 온 의제가 있는 만큼 정부가 무모한 예산삭감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싱가포르의 경우, 과거 경제위기 때에도 정부의 예술분야 지원 삭감을 성공적으로 저지한 경험이 있다). 셋째,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앞으로도 계속 세계 최고 수준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아시아는 여전히 새로운 기회의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세계는 아시아에 대한 지속적 관심을 바탕으로 아시아와 문화적 교류를 지속하고자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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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북미 ③ 유럽

고칭리 필자소개
고칭리(Ching Lee Goh)는 컬처링크 상임이사ㆍ예술감독이며 본지 해외편집위원이다. 10년간 싱가포르아트페스티벌 감독과 국립예술위원회 수석 책임자를 역임한 후, 2009년 예술경영 컨설팅 전문회사인 컬처링크를 창립하여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과 아시아를 주요 무대로 자문, 프로그램 컨설턴트, 예술가 에이전트로 활동하며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축제 운영, 국제문화교류 등에서 흥미롭고 의미 있는 프로그램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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