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weekly@예술경영]은 창간 3주년을 맞아 예술경영의 최신 이슈와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세계예술경영의 이슈'를 마련했다. 웹진 국내외 편집위원들의 분석을 통해 지금 세계 예술경영이 고민하고 있는 키워드를 권역별, 이슈별로 구성하고 이를 통해 각국의 현황과 대응을 살펴보고자 한다. ② 북미

결국 각 예술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더욱 유능한 배우 및 직원들을 고용하고, 관객들에게 더욱 높은 질의 공연을 상영하며,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술적 보완을 더하는 동시에 다른 여러 해결책을 활용하여야 한다. 유능한 인재들을 발탁하여 예술경영을 효과적으로 승계하기 위한 열쇠도 각 극단이 쥐고 있다.

북미 지역의 예술경영 분야에는 두 가지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하나는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반복적 불평과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문제이다. 첫째 문제는 자금지원 부족으로 인해 현역 배우들(개인, 단체)이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점이며, 둘째 문제는 고령화되는 고위 예술경영인들을 대체할 인재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북미지역의 자금부족

캐나다문화예술위원회 홈페이지
미국 현대공연예술축제 레이더LA

▲▲ 캐나다문화예술위원회 홈페이지
▲ 미국 현대공연예술축제 레이더LA

미국과 캐나다는 예술가 및 예술단체에 대한 각각 다른 공공지원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들 나라의 문화적 배경은 서로 다르며 예술분야에 대한 정부의 태도와 대중적 참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각 나라의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

미국은 캐나다에 비해 예술분야에 대한 공공지원 규모가 훨씬 작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경우 공연예술단체에 대한 공공지원 규모는 40%에 달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어느 공연예술단체도 10% 이상의 공공지원을 받는 경우가 없다. 실제 대다수의 단체는 공공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존속하고 있는가. 이들은 수입의 50%를 민간분야 모금 및 기부금으로, 나머지 50%는 입장료로 조달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통용되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미국독립혁명에 대하여 살펴봐야 한다.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당시, 이들은 다시는 왕정체제를 도입하지 않을 것을 결심했다. 즉, 최고 권력자가 각 지역 주민들에게 무엇을 할 지 일일이 명령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미국에서는 각 지역 공동체가 해당 지역의 극단, 병원 또는 학교를 창단하고 설립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는 지역 공동체에 위 기관의 건립을 요구할 권한이 없다. 결과적으로 각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지역 기반을 만드는 일에 반드시 동참하여야 한다. 이 시스템은 종교에 의해서도 통용된다. 개신교의 도덕에 의하면, 부유한 사람은 신으로부터 받은 재물의 일부를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돌려줌으로써 신의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단점 중 하나는 주식시장이 호황일 때 민간분야로부터 보조를 받았던 예술단체가 주식시장이 불황이 될 때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은행들이 파산 직전에 몰렸을 당시 이러한 일들이 그대로 발생한 바 있다. 불경기에는 기부금의 규모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많은 공연예술 단체들은 자금난에 직면하고 있으며, 미국 예술업계의 자금난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이야기가 다르다. 캐나다의 예술경영지원 체계는 문화예술위원회 모델(영국식 모델), 정부기획형 모델(프랑스식 모델)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다. 민간단체들은 예술단체 수입의 20%에 불과한 금액을 지원받는 반면, 공공단체들은 예술단체들이 올리는 수입의 4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받고 있다. 또한 캐나다의 단체들은 몇 년 전 발생한 국제금융위기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캐나다는 다른 은행업무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여타 나라에 비해 피해가 훨씬 적었다. 물론 캐나다 예술단체의 재정적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단체의 자금부족은 경제위기보다 신규 단체 증가에 따른 시장포화의 영향이 더 크다. 실제로 공공, 민간단체들의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캐나다의 문화예술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이 분야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젊은 예술가들은 일정 기간 교육을 받은 뒤 합주단, 무용단, 유랑극단을 결성할 수 있다. 매년 수많은 소규모 예술단체들이 창단되고 있으며, 이들은 정부에게 자금을 요청하고 민간 기부자들에게는 자신의 상품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끔 힘쓰고 있다. 이는 미국 등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자금부족은 해결책이 없이 반복되는 문제이다. 돈은 저절로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인력 공급의 어려움

캐나다 인적자원부가 제시한 예술경영 분야 직무도

캐나다 인적자원부가 제시한 예술경영 분야 직무도

보수 등 근무환경이 더 나은 대형 문화예술 단체의 임원직을 제외하면, 북미 지역 대다수의 중소 문화예술단체 종사자들은 세계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박봉, 시간제 일자리, 오랜 근무시간, 고용의 불안정성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예술분야의 보편적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문화경영인협회(ACE)를 구성하여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들의 고용안정과 근무환경 개선을 도모하고자 하였다. 문화경영인협회는 오랜 기간 활동하였지만, 몇 년 전에 해산되었다. 이는 문화경영인들에게 ‘단순히 소속되기 위한 협회’ 이상으로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규모가 작고 언제라도 해산될 염려가 있는 문화단체의 특성으로 인하여 문화경영인협회의 수명을 단축하였을 수 있다.

충분한 자격을 갖춘 문화 및 예술경영인을 선발, 보유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로 알고 있다. 박봉이 그 이유 중 하나이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다. 예술분야에서 근무하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 분야는 본래 보수가 높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이 예술분야에 진출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는 이 분야의 예산이 활동을 제대로 펼치는 데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비한 경영교육, 균형 잡힌 예산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예술감독의 태도 등으로 인하여 제대로 된 업무수행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예술분야의 사업이란 매년 새로운 작품을 출시하는 일이지만, 성공이 보장되지도 않고, 판촉예산, 작품개발, 시장조사 등의 목적으로 책정된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사업은 유례가 없다. 본래 회사는 상업적으로 큰 이윤을 남기고 높은 봉급을 주면서 임원들을 영입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예술분야에서는 이 방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예술감독들은 무엇인가를 창작하여야겠다는 열망이 매우 강하다. 이들은 방금 창작한 작품을 외면하고 새로운 예술작품 작업에 착수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마음으로 이 작업에 동참한다. 관객들은 전에 구경한 공연에 비하여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접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다. 따라서 예술단체 내부(예술감독)는 물론 외부(시장)에서도 새로운 예술작품 제작을 위한 압력이 일고 있으며 이는 극단 내의 예술경영자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또한 극단은 유능한 예술경영자들을 기용하기에 충분한 보수를 제시하는 것도, 젊은 유망주들을 고용하여 향후 유능한 예술경영자로 양성하는 것도 불가능하게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예술경영자들에게 교육훈련을 제공할 방법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들을 위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예술단체 관리직원들이 거의 전무한 상태인 만큼 예술경영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세대교체에 대한 열린 마음 필요

대다수의 예술단체들은 이들의 계획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재정이 부족하고 이들이 자유로운 활동을 펼치는 데 필요한 공공, 민간 부문의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재의 정부 및 민간 부문의 지원예산 규모에 비하여 예술단의 수효는 포화 상태이다. 따라서 문화예술 분야는 대체자금원을 모색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문화행사 종사자들은 문화, 예술분야 지원 확대의 당위성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예술은 교육에 매우 유용한 역할을 하고, 건강 증진에도 도움이 되며, 경제 활성화, 지각 향상 등의 다양한 장점을 갖추고 있다. 필자는 ‘예술단체는 사회적기업이다’라는 주장은 정부로부터 더 많은 재정적 지원을 얻기 위한 하나의 정당한 사유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필자는 이러한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결국 예술은 앞서 언급한 기능을 모두 수행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예술이 사회에 미치는 기본적 기능에 대하여 연구하고자 한다. 예술작품은 예술을 표현한다는 기능 외에 별다른 기능을 갖추고 있지 않다. 물론 사회의 다른 분야에 유용한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영향은 예술의 주요 목적이 아니다. 필자는 경영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문화예술 분야에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하여야 한다는 실용적인 주장을 누구보다도 먼저 제시하여야 하는 필자가 이러한 의견을 옹호하는 것 자체가 어색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칫 예술가들이 추구하는 것의 본질이 무엇인지 망각할 위험이 있는 만큼, 예술분야의 사회적 또는 경제적 기능을 모색하는 데는 신중한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

본 기사 첫머리에 언급한 문제에 대하여 해결책은 과연 찾을 수 있을까. 첫머리에 언급한 대로, 문화예술시장의 포화상태는 극복하여야 하는 현실이다. 새로운 극단을 창단하는 것을 막는 것 외에는 취할 수 있는 거시적 조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공공 및 민간분야에서 증액할 수 있는 문화예술분야 지원의 폭은 한정되어 있고 관객으로 대표되는 고객들이 예술분야 증진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도 제한되어 있다. 결국 각 예술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더욱 유능한 배우 및 직원들을 고용하고, 관객들에게 더욱 높은 질의 공연을 상연하며,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술적 보완을 더하는 동시에 다른 여러 해결책을 활용하여야 한다. 유능한 인재들을 발탁하여 예술경영을 효과적으로 승계하기 위한 열쇠도 각 극단이 쥐고 있다. 현재 예술경영직을 담당하는 이들은 자신들은 언제까지나 현재의 위치를 보존할 수 없으며 후계자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일을 할 것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반면, 현장에서도 예술경영 프로그램을 통하여 매우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젊은 인재들이 있으며 이들에게는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기회가 필요함을 인지하여야 한다. 미래의 예술 지도자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선입견은 존재하지 않으며, 현재의 환경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았을 때 문화예술 분야는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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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아시아 ③ 유럽

프랑소와 콜베르 필자소개
프랑소와 콜베르(François Colbert)는 캐나다의 HEC 몬트리올 예술경영 과정 석좌교수이자 본지 해외편집위원이다. 지난 35년 간 문화예술분야, 특히 공연예술, 미술관, 영화분야에서의 활발한 활동을 벌였으며 문화마케팅 분야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예술경영 전문가 교육 프로그램을 캐나다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중남이 등 전 세계에서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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