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의 작은 마을인 월평마을에 작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문화도시공동체 쿠키가 주관해 2009년부터 시작하고 있는 ‘문화공동체만들기’는 여타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와는 다른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벽화를 그리지도 않고 조형물도 세우지 않는, 결코 눈에 보이지 않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된 이 프로젝트에 한때 마을주민들이나 마을을 바라보는 외부사람들은 당혹스러워했다. 그리고 여러 논쟁을 거쳐 2년째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여기에 참여한 마을주민들이 점차 문화예술에 대한 작은 관심을 가질 수 있었고, 올해 3년차가 되서는 그야말로 모두가 예술을 즐기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월평프로젝트의 구호인 ‘월평, 예술로 물들다’가 ‘진짜’가 되었다. 웹진 [weekly@예술경영]의 창간 3주년을 바라보며 한 지역, 더군다나 서울에서 가장 먼 제주도의 작은 마을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예술의 가장 큰 의미라 할 수 있는 다양성과 지역성 그리고 경제성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다.

지구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많은 동·식물들이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종다양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의 건강함을 위해서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데, 이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문화예술이다. 그리고 지역의 개성은 이러한 다양성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 즉, 문화예술이라는 도구는 지역의 개성이라는 재료를 통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쳐서는 안된다. 정신적인 건강함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지역이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으면 안된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예술은 경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월평마을에서는 예술가, 기획자들이 마을주민들이 함께 마을을 창조적으로 바꾸기 위한 많은 작업들을 진행해 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농촌밴드, 풍물패가 있을 뿐이지만 그 과정 속에는 마을을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성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 간의 변화들을 살펴볼 때 이제는 문화예술이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제조업, 서비스업들이 상품과 용역을 만들어 제대로 된 평가와 함께 보상을 받고 있는데 문화예술은 더 많은 고민과 더 많은 노력을 들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많은 예술가들을 힘들게 하고, 문화예술의 가치를 평가절하 시킨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지원과 함께 예술가와 기획자 간에 정보를 공유하고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웹진 [weekly@예술경영]은 이러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뿔뿔이 흩어져 있는 관련 정보들을 수집하고 재미있게 전달해줄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나아갈 방향도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 몇 가지를 더하자면, 중앙 집중의 정보가 아닌 지역의 의견, 지역에서 하는 일 등에 대한 의미 부여와 함께 이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조금 더 다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양성과 경제성을 잇는 지역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것은 예술경영의 종다양성을 위해 성립되어야 할 조건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바람은 최근 웹진 형식의 매체가 온라인을 통해 많이 제공되다 보니 이 하나하나를 보기 위해서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되어 오히려 모두를 보지 않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독자 지향의 매체가 되기 위해서는 독자들이 웹진을 보는 방법에 대한 조사를 통해 좀 더 다양한 형식으로 제공해 주면 좋겠다. 이메일 내에서 바로가기 보다는 PDF 등 페이지를 넘겨보는 방식처럼 일반 잡지를 보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하거나 내용을 저장할 수 있고 또는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해 독자들에게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 보는 것도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3년이라는 시간은 어찌 보면 짧다고 할 수 있지만 준비하고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긴 시간이었고, 무엇보다 콘텐츠의 질이나 양으로 본다면 그 의미는 크다고 생각된다. 온라인 웹진이라는 형태는 경계가 없는 무한한 영토를 기반으로 한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창조적인 개인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창조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무한대의 판이 있다는 것은 우리 문화예술계에 있어 큰 행복이다. 이러한 행복이 오래 지속될 수 있기를 바라며 웹진 [weekly@예술경영]이 앞으로도 좋은 정보 전달의 매체가 되어 문화예술이 우리 사회에 더 친숙해지고 생활에 도움이 되는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이승택 필자소개
이승택은 건축을 전공했고 고향인 제주도의 도시공간을 문화예술을 통해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2006년 서귀포에 갤러리하루를 열어 지속적인 전시기획과 함께, 2007년 아트인시티 공공미술프로젝트인 걸매예술마을 프로젝트, 2009년부터 서귀포 월평의 ‘월평, 예술로 물들다’ 프로젝트를 3년째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역 내에 아트마켓, 빈집을 이용한 예술가 레지던시 등 다양한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공간에 대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juji89@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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