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weekly@예술경영]은 창간 3주년을 맞아 예술경영의 최신 이슈와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세계예술경영의 이슈'를 마련했다. 웹진 국내외 편집위원들의 분석을 통해 지금 세계 예술경영이 고민하고 있는 키워드를 권역별, 이슈별로 구성하고 이를 통해 각국의 현황과 대응을 살펴보고자 한다. ⑤ 전문인력수급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고 지역마다 여전히 안고 있는 지역색과 독립적으로 기능할 수 없는 문화의 종속성도 인력의 유입을 막는 요인이다. 동인제 예술단체의 와해, 미디어의 파괴력에 의해 점점 지역에서의 예술활동이 소외되고 있다.
지역기관·협회 등이 주최하는 예술경영 관련 교육프로그램
지역기관·협회 등이 주최하는 예술경영 관련 교육프로그램

지역기관·협회 등이 주최하는
예술경영 관련 교육프로그램

2000년 이후 본격적인 예술정책이 펼쳐지면서 관련인프라가 전국적으로 구축되고 문화재단 등의 전문기관 설립이 가속화되었다. 이에 따라 예술경영과 관련된 인력 수요가 높아졌다. 대학, 대학원에서 관련학과의 설립이 급속하게 늘어났고 매년 상당한 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국내 문화예술계의 성장에 비해 예술경영 분야는 빠른 속도로 분화되고 전문화를 지향했다. 그런데 인지도가 높은 문화시설이나 문화재단의 경우 소수의 인원을 뽑는데도 수십 대 일의 응시경쟁률을 보이는 것을 보면 인력 수요와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예술경영, 문화정책, 미술관(박물관)경영, 문화기획을 전공한 이들은 대부분 공공영역이나 안정된 기반을 갖춘 민간기관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과 무관한 예술경영인력 수요

수도권의 기관들은 매년 배출되는 예술경영인력들 중 소수만을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인데 반해, 나머지 대기인력들의 재교육이나 경험을 축적할만한 여건은 열악한 실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인력들이 실제로는 지역에 수급되기 힘든 인력이라는 점이다. 초창기 예술경영 수요는 현장의 예술단체에서 활동했거나 문화행정 경력이 있는 현장 실무자가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진학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관련 학과에는 대학부터 순수하게 예술경영만 전공하거나, 대학에서 음악, 무용 등을 전공하다가 곧바로 대학원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들의 전향은 예술대학 또한 인력이 포화상태이고 졸업 후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욕구가 구체적인 지역 현장이나 예술실무 경험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보니 지금의 인력 수요는 그야말로 교육계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한 수요라는 것이다. 이들은 현장경험이나 자신이 일할 분야의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접촉 없이 이른바 ‘전문인력’이 된다. 최근 많은 기관과 현장에서 사람을 뽑을 때 현장경력을 눈여겨보게 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들은 권리의식과 업무의 범위에 대해서는 예민하지만 해당 기관의 상황에 맞는 유연하고 다양한 역할요구에는 지나치게 보수적이다. 이들이 습득한 분화된 전문성은 일부 기관에서만 필요한 능력일 경우가 많고, 실제로 이들은 이런저런 일을 맡기기에 까다로운 존재로 여겨지기 쉽다.

서울과 수도권의 일부지역을 빼놓고 지역으로 눈을 돌려보자. 지역에는 소수의 문화재단, 문예회관, 미술관 정도를 문화인프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고 지역마다 여전히 안고 있는 지역색과 독립적으로 기능할 수 없는 문화의 종속성도 인력의 유입을 막는 요인이다. 중앙의 기금이 지역에 분배되고 인프라에도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여건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좀처럼 서울과의 격차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예총이나 민예총과 같은 민간단체들도 최근에는 변화의 필요성을 많이 얘기하고 있다. 동인제 예술단체의 와해, 미디어의 파괴력에 의해 점점 지역에서의 예술활동이 소외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또한 활로를 찾고 싶으나 부족한 정보력과 관습적인 사고에 젖어 자체적으로 변화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다고도 토로한다.

문전성시 프로젝트
안양 공공미술 프로젝트

▲▲ 문전성시 프로젝트
▲ 안양 공공미술 프로젝트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인프라의 재구성

지역현장에서는 이렇게 성장하는 예술경영계나 전문인력으로부터 괴리감을 느끼고 있다. 예술경영의 지식들은 다양한 예술작품의 생산과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지역의 열악한 여건은 이에 대한 견적조차 낼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경영의 낙후성, 단체장의 문화마인드 부족, 예술단체의 비전문성과 폐쇄성, 지역주민의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부족 등 수도권에 비해 전체적인 조건이 나쁘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에서 생산되는 예술콘텐츠에 의지하는 현상은 골이 깊으며 지역문화 소외를 심화시켜 왔다. 또한 정부의 문화기관들은 막대한 복권기금이나 문예진흥기금을 통해 중앙배급식의 유통망을 강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지역의 문화시설은 이러한 고리에서 빠져나가기 힘든 상황이다. 지역의 예술가를 발굴하고 육성시켜야 할 문화기관들이 중앙에서 공급되는 콘텐츠에 그럭저럭 체면은 유지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역문화를 성장시킬 동력은 없는 상황이다. 또한 전문적인 예술경영인력이 이러한 여건을 받아들이고 지역에 뿌리를 내리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

최근에는 공공미술, 재래시장 문화활성화 사업과 같은 지역민과 결합하는 문화기획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는 창작능력보다는 복합적이고 고도의 기획력이 필요로 하는 사업들이다. 많은 기획인력이 이러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가는 일은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지역과의 관계를 지속시키기 보다는 전국에서 벌어지는 문화기획 사업을 쫓아다니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노마드적 행태는 어떤 노하우나 자원도 지역에 축적시킬 수 없는 방식이다. 지역의 예술인은 분노하거나 체념하면서 지역의 와해를 목격해 왔다. 물론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의 문맥과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하려는 문화기획자, 예술경영인이 서서히 생겨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의 선택은 무모한 모험이 되거나 산전수전을 겪은 후에 이루어지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지역에서는 아직 특정분야에서의 전문성보다 복합적인 능력을 더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예술성과 기획력의 통합적 능력,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필요로 한다. 십여 년 전부터 대안공간이라는 형태로 지역 중심의 뿌리를 내린 단체들은 대부분 예술가, 기획자, 경영인이 통합되어 있었다. 이러한 곳에 예술활동과 경영능력을 분리시킨 학습된 인력이 투입되면 결과는 뻔하다. 이렇게 문화경제학에 뿌리를 두고 있는 예술경영이 지역의 불충분한 물적, 인적자원 여건과 낙후된 행정을 순조롭게 순치시킬 수 없는 상황이 뚜렷해져 가고 있고,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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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아시아 ② 북미 ③ 유럽 ④ 비영리전시공간 ⑥ 예술경영인의 지위 ⑦ 민간예술기관
⑧ 좌담


오세형 필자소개
오세형은 서울시립대학교를 졸업했으며 공연예술아카데미 극작평론과정, 성공회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극단 알을 거쳐 극단 이다에서 연출작업을 했고, (주)CH Play의 예술감독 겸 프로듀서로 재직한 바 있다.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본지 편집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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