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weekly@예술경영]은 창간 3주년을 맞아 예술경영의 최신 이슈와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세계예술경영의 이슈'를 마련했다. 웹진 국내외 편집위원들의 분석을 통해 지금 세계 예술경영이 고민하고 있는 키워드를 권역별, 이슈별로 구성하고 이를 통해 각국의 현황과 대응을 살펴보고자 한다.⑥ 예술경영인의 지위

오늘날 예술경영인의 지위는 본질적으로 하는 일의 특성과 새로 생긴 직분 때문에 발생하는 이중적인 과도기적 특성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 교육과 현장의 불일치, 현장의 필요와 시스템의 격차, 직업적인 정체성 부족, 붐과 실제의 차이 등과 같이 많은 증상들이 나타난다.

예술인 지위와 권리 선언

예술인복지법 제도를 위한 토론회 1
예술인복지법 제도를 위한 토론회 2

2011년 10월 28일 국회에서 예술인복지법이 통과되었다. 본격적으로 예술인 지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지 8년여 만이고 첫 번째 법안이 발의된 지 2년 만에 그리고 입법에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최고은 사건 이후 만 9개월만이다. 이 법안은 표준계약서 개발 보급, 예술인의 경력 증명, 산재보험 가입, 예술인복지재단의 설립 등을 담고 있다. 이런 구체적인 사업이나 조치에 대한 규정보다 더욱 중요한 성과는 예술인 지위와 권리에 관한 선언적 문구들이라고 본다. 법안은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예술인 복지 지원을 통해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증진하고 예술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입법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예술인은 문화국가 실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공헌을 하는 존재로서 정당한 존중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예술인은 자유롭게 예술 활동에 종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예술 활동의 성과를 통해 정당한 정신적, 물질적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개별법을 만들어 이렇게 명확하고 포괄적으로 예술인 지위에 관해 선언하는 것은 해외에서도 흔하지 않다. 예술계는 물론 정부, 여야 정당이 함께 이룬 성과라 할 만하다.

그런데 이 법안의 논의가 중단된 지난 6월로 되돌아가보자. 순조롭게 논의되던 법안은 여야 합의로 관련 상임위원회인 문화관광위원회를 통과해 법사위로 넘겨졌다. 법사위의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하면 끝이었다. 여야가 통과를 약속한 터라 제정은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 태클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부부처인 고용노동부가 나섰다. 고용노동부의 한 고위 인사는 ‘고용보험은 사용자와 사용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에 대해 적용하는 것이며 일을 그때그때 옮겨 다니는 사람을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예술인보다 노동자성이 강한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보험 설계사, 레미콘 기사 등 소위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의 기본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도 들었다. 한마디로 예술인을 노동자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법안은 논의가 멈추어졌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는 고용보험 가입에 관한 내용이 삭제되어 있다.

예술인복지법 제도를 위한 토론회 1

예술경영인의 모호한 위치

예술판에서 예술경영인의 지위는 좀 특별하다. 예술인복지법은 예술인을 ‘예술 활동을 업(業)으로 하여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데 공헌하는 자로서 「문화예술진흥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문화예술 분야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창작, 실연(實演), 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앞으로 시행령에서 명확히 하겠다는 얘기인데 이 문구만 보면 예술경영인이 예술인에 포함되는지 모호하다. 그동안의 논의로 볼 때 예술경영인이 그 범위에 포함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지만 이러한 모호함 자체가 예술경영인의 현재 위치를 보여준다.

전통적 예술인 집단과 비교할 때 예술경영인은 걸쳐진 영역과 일하는 방식에서 다르다. 기본적으로 예술경영은 ‘창’으로 상징되는 매개의 기능을 수행한다. 예술경영은 예술이 관객을 비롯하여 지역사회, 정부, 기업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와의 소통을 맡는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기업인이나 관료 등은 예술인들과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서 통역이 필요하다고도 말한다. 일하는 방식도 다르다. 예술경영인은 창작 또는 재연의 전통적 예술 활동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한다. 마케팅이나 재원조성이니 관객개발은 기존의 예술 활동에서는 세분화되지 않은 영역이다. 이 때문에 예술경영은 종종 오해를 받는다. 한편으로는 예술행위의 국외자로 취급받는다. 직접적으로 창작활동에 관여하는 정도가 낮기 때문에 동업자적인 연대의식이 약할 수 있다. 심하면 예술행위를 예술외적인 가치로 훼손시킨다는 오해도 받는다.

이런 오해의 뒷면에는 갑자기 중요해진 이 일의 비중과 관련되어 있다. 예술경영인은 공공부문과 대형 공연제작을 중심으로 두각을 나타낸다. 다원예술과 같은 혁신적 예술작업에도 창의적 예술경영인의 몫이 작지 않다. 이제 예술판에서 기획자 또는 제작자, 예술경영인의 역할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예술경영인이 예술관련 프로젝트나 조직을 이끌거나 뒷받침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은 보편화되었다. 필자는 예술경영을 21세기적 직분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연출이 20세기적 직분이라는 말과 대비시키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 말은 미래지향적 직분임을 말함과 동시에 새로 생긴 직분으로서의 불안한 상태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필자는 다른 글에서 예술경영인들의 직업적 고민거리로 세 가지를 들었던 적이 있다. 낮은 보상, 불안전한 고용, 불확실한 미래가 그 셋이다. 그리고 그 이유로 예술판의 영세성, 큰 인력 수요 탄력성 등과 함께 무엇보다 예술경영 일이 새로 생긴 직분이라는 점을 들었다.

결국 오늘날 예술경영인의 지위는 본질적으로 하는 일의 특성과 새로 생긴 직분 때문에 발생하는 이중적인 과도기적 특성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 교육과 현장의 불일치, 현장의 필요와 시스템의 격차, 직업적인 정체성 부족, 붐과 실제의 차이 등과 같이 많은 증상들이 나타난다. 증상의 대부분은 불확실하고 불안정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증상들이 성장통인지 아니면 예술경영이라는 분야가 갖는 근본적 지병인지 하는 것이다. 물론 필자는 전자를 지지하는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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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필자소개
이승엽은 1987년부터 예술의전당에서 극장운영과 공연제작 일을 하다가 2001년 한국예술종합학교로 자리를 옮겨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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