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weekly@예술경영]은 창간 3주년을 맞아 예술경영의 최신 이슈와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세계예술경영의 이슈'를 마련했다. 웹진 국내외 편집위원들의 분석을 통해 지금 세계 예술경영이 고민하고 있는 키워드를 권역별, 이슈별로 구성하고 이를 통해 각국의 현황과 대응을 살펴보고자 한다. ⑦ 민간예술기관

생존과 관련된 길찾기는 쉽지 않다. 공적 부분에서의 도움도 그 공공성과 관련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이전에는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 설령 공적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정책의 변화가 잦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안정적인 기관 운영을 그것에 기대는 것은 너무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대안공간 반디
 문화공간 숨도

▲▲ 대안공간 반디
▲ 문화공간 숨도

정부나 대기업이 직영하지 않는 소규모의 민간 문화예술 기관들은 문화예술 분야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창조적인 씨앗들을 키우고 거두는 장치로 아주 중요하다. 생명체들의 다양성은 풍부한 유전적 자원을 보호하고, 그 다양성이 미래에 예기치 않은 상황에 대처해 생명의 끈이 이어지도록 만든다. 비슷한 방식으로 소규모 민간 문화예술기관들은 우리 문화예술의 풍부한 자원들을 품고 있고, 그 자원들은 미래를 위한 소중한 자산이다. 허술해 보이지만 이런 작은 기관들이 새로이 자라나는 예술가들과 기존의 분야나 큰 기관들이 품지 못하는 새로운 영역을 지원하는 그릇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한 사회의 창조성은 쉽게 고갈될 위기에 처한다.

쉽지 않은 기관 운영의 길찾기

작은 문화예술 기관들의 활발한 활동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그들은 활동 이전에 생존의 문제에서 허덕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직까지는 개인이나 소그룹의 의지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는 경우들이 있지만 상황이 더 악화되면 모두 고사할 가능성이 있다. 문화예술 활동의 특성상 직접적으로 돈을 버는 활동과 이런 작은 기관의 활동이 연결되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어서 이들의 역할을 인정한다면 어느 정도의 공적 보조가 필요하다. 하지만, 운영의 투명성을 목표로 우리나라의 공적 기금들은 공간이나 인건비에 대한 지원을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없애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은 있지만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사람이나 그것을 담는 공간에 대한 지원은 거의 사라졌다. 시각예술 분야에서 대안공간들이 차례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 효용성이 다한 탓도 있지만 바뀐 지원체계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안공간을 대신하는 공간들이 물밑에 잠복한 채 다시 등장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프로젝트와 관련된 예산만을 가지고 길거리에서 작업을 하는 젊은 예술가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담을 그릇은 부족하다. 어느 정도 자생적인 능력이 있는 기관들만 공적 기금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문화예술의 다양성 확보와 관련해서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물론, 작은 문화예술 기관들 중에서도 재정적인 자립에 성공한 사례를 찾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사례들은 드물고 모든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법칙도 없다. 그런 사례들을 빌미로 모두에게 재정적 자립을 강요할 일은 아니다. 모든 활동들을 경제적 이득과 연관 지어 생각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설령 그 기관이 그렇게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이미 작은 기관의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할 수 있는 문화예술 분야의 다양성을 충분히 훼손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렇다고 지원기관이 아무런 검증이 되지 않은 작은 기관들에 무작정 공적 기금들을 투여하기로 결정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세금에 바탕을 둔 공적 기금의 사용은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것이 법제화되어 수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작은, 민간 문화예술 기관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해서는 이론적이든, 실제로든 별로 이론의 여지가 많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생존과 관련된 길찾기는 쉽지 않다. 아주 재수가 좋은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자생적으로 돈을 버는 것에 몰두하다가는 원래 하고자했던 뜻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공적 부분에서의 도움도 그 공공성과 관련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이전에는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 설령 공적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정책의 변화가 잦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안정적인 기관 운영을 그것에 기대는 것은 너무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민간예술기관

무너진 상도덕, 최소한의 것은 지켜져야

어느 나라에서나 작은 문화예술 기관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 어려움이 특히 심각한 이유는 기부 문화가 정착하지 않았다는 것과 관련이 깊다. 취향이 다양한 개인이 자신의 생각이나 미적 취향에 맞는 작은 단체들에 기부를 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런 문화적 풍토를 하루아침에 뒤바꾸기는 것은 어려운 일. 그렇다면 자구책과 공공의 지원이라는 두 가지 영역에서 가능한 방안이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행복한 일은 하고자하는 예술적 성취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그것으로부터 자립할 수 있는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는 일이겠으나 그런 경우는 드물다. 일반적인 해결책은 생업과 예술을 분리하는 일. 많은 공연단체가 아르바이트로 흩어졌다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모이는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그 한 예가 될 것이고, 강의나 다른 일을 하면서 자신의 예술작업을 시간을 쪼개 매달리는 것도 또 다른 예가 될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쥐꼬리 만한 아르바이트 수당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면서 그 고난이 예술 활동을 가로막는다. 작은 단체에서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이 예술가들을 지원할 수 있는 작은 사업을 하고 그 이익을 예술 활동에 사용하는 것이 그나마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에 해당하는 분업의 형태가 될 것이다.

공공 영역의 지원은 물론, 아무런 조건 없이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이루어지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여의할 리가 없다. 이런 상황이기에 공공 영역이나 대규모 자본을 등에 진 큰 기관들이 작은 문화예술 단체들과 경쟁하려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재원은 있지만 아이디어가 부족한 큰 기관들이 마치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영역에서 횡포를 부리듯 작은 단체의 작은 성공을 자신의 영역으로 끌고 가서 사업을 하는 경우들이 있다. 지원은 못할망정, 이렇게 되면 작은 기관들은 그나마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을 잃는다. 공공의 재원을 사용하는 일은 투명한 사용과 결과보고가 가장 중요한 일이겠으나 그것만을 목표로 작은 기관들에게 주어질 기회들이 모두 봉쇄되는 결과를 낳는다면, 그것은 빈대를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미련한 일이 될 것이다. 적절한 평가 체계를 만들어서 작은 기관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창작공간들의 경우, 어떤 곳은 내용의 빈곤으로 말미암아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공간들을 작은 문화예술단체에게 운영을 맡기고 그 결과를 냉정하게 평가하는 형식의 지원 방식은 어떨까? 문화예술을 풍부하게 만들고 창조성을 잉태할 수 있는 작은 그릇들을 많이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 예술경영, 그리고 예술정책에 있어서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세계예술경영의 이슈 다른기사 보기
① 아시아 ② 북미 ③ 유럽 ④ 비영리전시공간 ⑤ 전문인력수급 ⑥ 예술경영인의 지위
⑧ 좌담


주일우 필자소개
주일우는 생화학(연세대), 과학사(서울대), 그리고 환경학(캠브리지대)을 공부했다. 현재 문지문화원의 기획실장으로 일하면서 인문학과 예술의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한국다원예술아카이브를 운영하고 있다. 본지 편집위원이다.
iroojoo@saii.or.kr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