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weekly@예술경영]은 창간 3주년을 맞아 예술경영의 최신 이슈와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세계예술경영의 이슈'를 마련했다. 웹진 국내외 편집위원들의 분석을 통해 지금 세계 예술경영이 고민하고 있는 키워드를 권역별, 이슈별로 구성하고 이를 통해 각국의 현황과 대응을 살펴보고자 한다. (해외- ①아시아 ②북미 ③유럽 국내- ④비영리전시공강 ⑤전문인력수급 ⑥예술경영인의 지위 ⑦민간예술기관 ⑧ 좌담 해외&국내 ⑧좌담) 현재 게시글은 ⑧좌담 내용입니다.
일시│2011년 10월13일(목) 오전 9시반 장소│국립극장 KB극장 사회│양현미_상명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패널│ 고칭리_컬처링크 예술감독 신보슬_토탈미술관 큐레이터 오세형_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이승엽_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과 교수 주일우_문지문화원 사이 기획실장 프랑소와 콜베르_HEC몬트리올 예술경영 과정 석좌교수

나라별 재원 현황과 배분 방식의 변화

양현미 오늘 이 자리는 ‘세계예술경영의 이슈, 지금 예술경영인은 무엇을 고민하는가’라는 주제로 열리게 되었다. 진행방식은 사전에 국내외 편집위원들이 선정한 10개 이내의 이슈 중 각 주제별로 1~2명의 패널 분들의 설명과 코멘트로 진행된다. 첫 번째 이슈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재정부족, 특히 공공재원이 계속 줄어드는 문제이다. 예술을 지원하는 재원의 금액 자체가 줄어들고 있고 이로 인하여 지원에 대한 책임성이 더욱 강화되는 분위기이다.

고칭리 아시아는 지난 10년간 많은 발전이 있었고 이러한 경제적 성장이 있었기에 문화적 성장도 가능했다. 그렇다고 싱가포르의 문화예술 예산이 많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지난 경제위기 당시 문화예술 예산이 너무 적게 책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삭감이 어려웠다. 그러나 위기상황이나 경기불안이 빈번해지고 반면 안정기는 더욱 짧아지는 상황을 감안할 때 예술경영인으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점차 예술적인 기반의 프로젝트에서 사회적인 프로젝트의 중요성이 대두될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성이 강조되는 예술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싱가포르 예술위원회는 예산의 상당 부분을 커뮤니티 아트에 제공할 것이다. 국영기업, 소규모 기업들도 예술위원회의 지원금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아시아에서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라고 본다. 예술과, 예술의 우수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동시에 관객의 참여나, 관객의 확대, 커뮤니티와 같은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향후 예술을 통한 커뮤니티의 발전과 지역성에 대한 비중은 점차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이런 변화들을 통해 예술은 더 보수적이며 고립될 수도 있는 우려를 안고 있다.

콜베르 지난 50년 동안 캐나다에서는 예술단체와 예술가의 수가 급증해 예술위원회에서는 재원마련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공공재원이 줄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체 집행예산이 70억 달러에서 80억 달러로 증액되었다. 프랑스나 독일도 공공재원이 줄어들고 있지는 않다. 미국은 공연예술 분야의 공공재원이 거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와는 조금 다른 상황이다.

예술분야는 진입장벽이 매우 낮다. 많은 예술대학들을 통해 예술가들이 배출되고 있고, 예술을 통해 돈을 벌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캐나다와 서구 국가들이 직면하는 문제 중 하나는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재정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보다 더 많은 예술가들이 양성되는 듯 하다. 현재 우리는 예술가와 예술단체가 많기 때문에 한 나라에서 모든 단체를 후원할 수 없는 상태이다. 거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예술대학을 다 문을 닫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예술적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나와야 한다. 우리사회는 창의력을 필요로 한다. 예술대학의 문을 닫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캐나다 사람들 중에는 캐나다에는 대학이 너무 많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건 옳지 않다. 함부로 학교를 닫을 수도 없을뿐더러 그래서도 안 된다. 캐나다에서는 예술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예술을 통해 먹고 살 수 있다. 그러나 그건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변호사와 같은 직업도 비슷하다.


사회성이 강조되는 예술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예산의 상당 부분을 커뮤니티 아트에 제공할 것이다. _고칭리

양현미 아시아지역과 북미지역의 상황을 살펴봤다. 유럽의 상황에 대해서는 최근에 나온 자료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여기에 보면 유럽지역은 전 분야를 막론하고 불황인데다, 특히 2010년을 전후하여 상황이 매우 나빠졌다. 이중 예산삭감에 직결된 국가는 네덜란드이다. 네덜란드는 지난 40년간 예술계 전체 예산의 90%를 정부의 공공지원에 의존해 왔다. 그래서 신진예술가들이 매우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과거 연간 9억 유로 정도의 공공예산이 작년 연간 2억 유로로 삭감되었다. 특히 공연예술이 큰 타격을 입었다. 각 나라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일부 유럽 국가는 특히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상황을 어떠한가.

이승엽 무거운 이야기다. 문제는 항상 돈이 부족한데 있다. 공공재원이 부족한 건 한국이나 외국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항상 부족한데 더 부족하다 느끼는 것은 유럽이나 다른 나라에서 예술을 포함한 사회복지 예산이 대폭 삭감이 되어 강한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지난 20년을 되돌아 볼 때, 가장 특기할 만한 것은 시장이 크게 팽창했고, 시장 팽창의 요소 중 하나가 공공부문이 크게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다른 분야들과 마찬가지로 공공재원의 경우도 최근 몇 년을 볼 때 증가세가 멈춰있다. 공공재원에 대한 예술가들이나 예술단체들의 불만이 많은데, 그것은 내용의 문제라고 본다. 특히 이번 정부에 들어와서 새로운 예술지원정책이 제시되었고, 그 정책에 따라서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즉 재정지원의 규모가 늘지 않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점과 함께 지원 방식이 바뀌는 것에 따른 혼란이 현장에서는 상당한 불만 요소가 되고 있다. 이것은 앞서 말한 두 분의 말씀과는 조금 다른 상황이다.

양현미 중앙정부는 예산변동이 크게 없는 듯 하지만 지방자체단체 쪽에서의 예산은 매우 많이 삭감되고 있는 것 같다. 경기지역에서 4년 사이에 도립박물관이 5개 정도가 새로 생겼는데, 지자체 예산 전체가 줄어들면서 소장품 예산 편성이 안 되었다는 기사를 봤다. 경기도의 상황은 어떠한가?

오세형 일시적으로 소장품 예산이 없을 수도 있다. 이전에는 안정된 구조 속에서 사업비와 운영비가 비교적 안정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사업비 위축상황이 장기화되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국가 단위의 문화예산 구조와 상관없이 광역단위의 문화예술 재정이 많이 위축되어가고 있다. 세수의 목록이 예전과 달라졌다고 한다. 반면 시 단위, 군 단위와 같은 기초단위의 문화예술 지원예산은 오히려 두 배 가량 늘었다고 한다. 과거에는 광역문화재단에서 지원을 받았었는데, 지금은 기초단위에서 ‘선택과 집중’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광역문화재단의 역할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다. 예산이 줄었다기보다는 재정 배분상태가 변화했다고 보는 게 맞는 듯 하다.

신보슬 시각분야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예산은 많이 줄어들었다고 느낀다. 개인 작가들이 지원할 수 있는 항목들이 거의 없다. 예전처럼 작가들이 개인전을 한다 해도 이를 위한 지원은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고, 단체와 기관에 대한 지원은 많이 늘었다. 이번에 지원서를 쓰면서 많이 놀란 것은 최고 5억 원까지 지원금 신청이 가능하나 조건이 국제전시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제전시를 1년 안에 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청 시 작가들의 동의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친한 작가들이 들어오기 시작하게 된다. 하루아침에 항목들이 바뀌는 상황이 생기니, 전시 쪽에도 우왕좌왕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예산은 늘었는데 예산을 집행하고, 계획할 수 있는 시간들은 별로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공공재원에 대한 예술가들이나 예술단체들의 불만이 많은데, 그것은 내용의 문제라고 본다' _이승엽

민간기관의 운영과 재원 조성 방안

민간기관의 운영과 재원 조성 방안

양현미 예산이 줄거나 예산 배분의 통로가 변화하거나 예산 지원방식 자체가 바뀌어 예술경영인들이 적응해야 할 환경변화가 공공재원 분야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다음 이슈는 공공재원을 받게 되는 민간예술기관이나 단체가 현재 어떻게 운영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봤으면 한다. 대안공간이나 실험적인 예술단체들에 대한 지원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듯하다.

신보슬 공교롭게도 그간 일했던 장소들이 전부 비영리공간들이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갤러리를 제외한 다양한 종류의 기관에서 일을 했다. 그때그때 기획안을 넣고, 기금을 받아 전시를 하고 지냈는데 지난 10년 동안 크게 문제되지는 않았다. 한편, 지금 근무하는 사립미술관은 개인이나 가족이 30년째 운영하고 있다. 미술관의 외부 수입은 전혀 없고 운영비는 가족이 제공하고, 전기요금이나 수도요금 같은 경상비는 관장이 내고 있다. 모든 프로젝트는 기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기금으로 운영을 하다 보면 문제가 되는 것은 행사가 커져야 한다는 것이다. 직원을 3명인데 국제전을 3~4번씩 하면 정신이 없어진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미술관에서 전시 없이 연구만 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

요즘 ‘댄 퍼잡스키’라는 루마니아 작가의 개인전을 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미술 관계자들은 별로 오지 않는데 일반관객이 많이 찾는다. 그동안 전시를 많이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한 가지 더 특이한 것은 입장료에 대한 반응이다. 입장료가 9천원인데, 이는 우리 미술관의 기획전시 중 가장 비싼 가격이다. 그런데 일반관객들은 입장료가 ‘착하다’고 한다. 반대로 미술관계자들은 입장료가 비싸다, 리플렛도 파느냐며 불만을 토로한다. 어제 직원들이 모여서 대책회의 아닌 대책회의를 했다. 미술관계자들을 위한 특별할인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즉, 정리하자면 이렇다. 비영리공간이니까 ‘무료입장’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비영리공간의 전시니까 작가들에게 제작지원비를 많이 못 주는 것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 입장수입이 없으니까 어려운 형편끼리 이해하며 서로 토닥거리며 지내보자는 것이 업계의 관행 아닌 관행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더 이상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직 모색 단계이기 때문에 해결책을 바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가다 보면 한국 현대미술의 10년 후, 20년 후를 생각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국내 작가들이 해외에 나가서 상당히 경쟁력 있게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작가들은 어떻게 시작했는가를 돌이켜보면, 그들이 바로 90년대 대안공간을 통해 배출된 작가들이라는 것이다. 비영리공간에서 전시하고 기획자들과 같이 움직였던 작가들이 중년에 접어들면서 국제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지금 대학을 졸업하는 친구들은 바로 아트페어로 나간다. 마켓에 너무 익숙해지다 보니 실험성이 떨어진다. 가끔 큐레이터학과에 가서 수업을 하다 보면 학생들이 원하는 미래는 아트딜러이고 어디를 취직해야 하는지는 물어보지만, 무엇을 어떻게 기획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없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버텼지만 대안공간들이 없어진 상황에서 10년 후 국내 미술계는 매우 취약해질 것이라 예상한다.


주일우 공공재원에 의존해서 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공공재원을 사용하는 데는 제약도 많고 작은 액수라도 따르는 서류작업이 너무 많다. 인건비나 운영비에 대해서는 지원들을 하지 않으니, 일을 하다보면 정부기관에서 해야 할 일을 대행하면서도 정당한 보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마저 생긴다. 물론 공적 자금은 세금을 바탕으로 조성된 자금이니 그것들을 사용했을 때 공공에게 유용한 어떤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없이 돈을 쓸 수는 없고, 자금을 썼을 때는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가에 대하여 명백히 밝혀야 한다. 하지만 예술이나 학문의 경우, 이런 방식으로 지원이 이루어 질 때 실제로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공공재원을 사용하는 방식에 있어서 집중과 선택을 하면서, 예술적인 수월성을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술적으로 우수한 사람들, 이를테면 계속 100m 달리기 선수를 선발하듯이 그들만으로 이루어진 예술생태계를 만들면 좋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예술생태계에는 빈 공간이 있어야 한다. 수준이 다른 다양한 것들이 함께 존재할 환경이 될 때, 새로운 창의성이 등장할 수 있다. 공공재원과 관련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재원이 크게 줄어들거나 늘어나거나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재원을 누구에게, 그리고 어떠한 절차로 지원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민간기관의 경우 운영비나 인건비가 지원되지 않는다고 하면 시장에서 적응할 수 있는 나름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취향이 다양한 혹은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그들이 기부를 하게 되면, 다양한 예술의 형태가 존재할 수 있을 텐데,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가 빈약해서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훨씬 더 많은 부분에서 공공재원에 의존을 해야 한다. 아까 언급했던 공공재원을 쓸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감안하면 예술적 다양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예술적 창의성이 자리할 공간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예술가가 되려는 사람은 매우 많고 모두 다 지원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선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수월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선정하는 사람들의 기준에서 가장 우수한 사람들만을 뽑는다면, 미래에 창조적이고 훌륭한 예술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예술 지원에 관련하여 재원의 크기에 관한 이야기도 해야겠지만, 사용과 관련한 이야기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양현미 국내 상황을 보자면 「문화예술실태조사」라는 전국조사를 2년에 한 번씩 하는데, 거기에 보면 예술가나 단체들이 지원을 받아 본 ‘경험이 있는가’라는 항목이 있다. 응답자 중 15% 정도는 공공부문(정부, 기금, 지자체)에서 지원을 받는다고 되어있다. 기업에서 지원을 받아 본 경험에 대한 응답율은 3~4% 밖에 안 된다. 국내 민간재원은 거의 개발이 안 되어 있고 주로 공공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공공부문의 재원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이지만 사용방식이 변화하는 것에 따라 예술계가 힘들어지기도 한다. 특히 비영리 영역에 있는 예술경영인들은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

고칭리 싱가포르에 있는 극단의 경우 예산의 20~50% 가량을 공공기금으로 충당한다. 기업후원은 구축이 잘되어 있다. 전체예산 중 기업후원이 30~40% 차지한다. 또한 세제정책도 잘 이루어져 있어서, 세금정책상 기부를 한 것만으로 공제가 이루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이중공제도 이루어진다. 한국에서는 기업후원에 대한 인센티브가 있는 지 궁금하다.

이승엽 우리의 경우 재원 다양성은 민간재원을 얼마나 유치하는가, 늘리는가 하는 문제이다. 우리에게도 ‘전문예술법인단체제도’나 ‘문화접대비’ 등과 같이 기업이나 민간 후원 시 세제혜택을 주는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제도가 잘 안되어 있어서 기업이나 민간재원이 예술을 후원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결국은 사회적, 문화적 맥락의 차이라 생각한다. 서구 모델을 보고 민간재원을 늘려야 한다는 당위에 계속 압박을 받고 있는데, 그것이 과연 옳은 방향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다양한 것들이 함께 존재할 환경이 될 때, 새로운 창의성이 등장할 수 있다.' _주일우

신보슬 우리나라에도 세금감면 제도가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알아본 결과 기업들은 자기의 미술관을 만들고 싶어 하지, 기존 미술관을 지원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제도가 있지만 문화적인 맥락에 의하여 사용하는 방법이 다르다. 공공재원이 예술의 다양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 대한 우려에 공감한다. 미술관의 모든 프로젝트는 공공재원을 활용하고 있다. 시절이 시절인지라, 작가들이 제안하는 프로젝트나 기획자들이 제안하는 프로젝트들이 상당히 사회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는 경우도 있다. 실은 외국작가 5인과 한국작가 8인, 기획자 5인, 한국작가들의 가족까지 함께 모여 낙동강 여행을 했었다. 낙동강 최상단인 내성천부터 강길을 따라 부산의 을숙도까지 걷는 프로젝트였다. 작가들이 모두 긴장했다. 공공기금으로 이것을 진행하는 것이 문제가 없느냐, 4대강 사업이 벌어지는 낙동강인데, 나중에 기금을 쓸 때 문제는 없겠는가 하는 걱정들을 했다. 다행히 해결책을 찾기는 했다. 요즘 실험적인 모델이 되고 있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진행비용을 해결하긴 했다. 그러나 이 사업이 만약 4대강 사업을 비판적으로 보려는 프로젝트였다면 문화예술위원회에서 기금을 주었겠는가. 이런 경우 작가들의 해결책은 우리의 산과 강을 해외에 알리겠다는 홍보프로젝트로 제시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들이 우회로이건 아니건 간에 방법을 찾아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작가들이 생각하는 부분들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지점은 공공재원을 사용하는데 있어서는 일종의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공공부문과 예술과의 상관관계

양현미 맨 처음 공공지원이 감소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점에서 시작을 했는데, 그것은 일부 국가에 한정된 이야기 같고 오히려 공공재원의 지원방식과 어떤 예술분야를 지원하는가에 대한 문제로 정리되고 있다. 정치가 예술에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고, 이것이 공공재원 정책의 지원방향, 지원내용, 지원방식에 실제로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다룰 때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접근하지 못하고 무언의 제약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한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지원시스템이나 경영시스템을 많이 요구하게 될 것이다' _오세형

이승엽 이 이슈는 교회와 국가 간의 갈등 또는 담합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지금 문화나 예술은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본다. 공공부문에서 문화예술 관련 부분이 매우 확대되었고 그러면서 예술부문의 공공조직도 많이 만들어졌다.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가 이러한 공공조직의 최고경영자들을 임명하게 된다. 지난 20년간의 시장과 공공재원의 확대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한 바 있다. 그에 수반하여 공공부문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확대된 마당에 공공조직의 책임자들의 대부분은 정부가 임명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세속권력, 즉 국가 또는 지방정부, 중앙정부를 떠올려보면, 90년대 이후에 우리나라가 상당히 민주화가 되었고 그 징표 중 하나가 국가권력의 교체, 지방정부의 교체 등 정권교체이다. 3년 전 대통령 선거나 작년 6월에 있었던 지방선거에서 다양하게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다. 정권 교체와 함께 문화예술 부문에도 스캔들이 일어났다. 중앙정부가 교체되었을 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나 국립미술관장이 해임되었고,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총장도 학교에서 내몰렸다. 이 세 경우 모두 소송에서 정부가 졌다. 그러니 스캔들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또한 작년에 지방정부가 현 여당우위에서 야당위주로 개편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로 지역의 문화예술 공공조직에서 비슷한 바람이 분 곳이 적지 않았다.

이런 혼란을 보면 두 가지 입장이 대치하게 된다. 하나는 일정한 방향성을 가진 정치세력이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를 포함해 새 정부를 운영할 때는 공공부문 문화예술 리더들도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는 반대로 문화예술을 정치에 예속시키는 행동은 예술의 속성에서 볼 때 말도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공공부문의 예술조직들이 문화예술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히 크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개별적인 예술가나 예술단체들의 활동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이러한 경험이 적었던 터라 지금과 같은 상황은 상당히 혼란스럽다. 가깝게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총선과 대통령 선거가 있다.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보면 문화예술계에도 큰 바람이 불 것이다. 이런 세속권력의 변화가 문화예술에 미치는 것을 과연 차단하는 것이 좋은지, 혹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

양현미 지난 정부 때 예술지원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전환하였다. 예술위원회 모델은 ‘팔길이 원칙’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에 정치적 변동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율적인 예술 지원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한국적인 상황의 문제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인지 모르겠으나 한국에서는 팔길이 원칙이 잘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정부가 바뀌니 많은 것들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

콜베르 1957년에 캐나다 예술위원회가 설립된 당시엔 팔길이 원칙은 좀 약했다. 그러나 이후 이 원칙은 강화되었다. 권력으로부터 좀 더 멀어지려는 노력을 예술가들이 했고 그 후에는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예술위원회의 위원장은 바뀌지 않았다. 위원장은 임기가 있기 때문에 임기가 끝나야 교체된다. 정권이 교체되었다고 해서 위원장이 교체되지는 않는다. 만약 정부차원에서 예술위원회를 압박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것은 아마 신문 1면에 날 것이다. 유럽의 경우 영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예술위원회가 아예 없다. 프랑스의 경우, 정부권력이 기관들을 움직인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예술가들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 동서양의 문화차이라 생각한다. 서양은 예술가들이 개인으로서 창작의 자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독일은 이러한 내용이 아예 헌법에 표기되어 있다. 정부가 예술가의 자유의지에 반하는, 영향을 미치는 어떤 행동을 할 수 없다고 명기되어 있고 예술가의 기본 권리로 보장되어 있다. 동양은 예술을 개인적인 행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위한 행위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고칭리 13년 전 싱가포르 예술위원회가 생겼을 때 팔길이 원칙이 있었지만 그 폭이 매우 좁았고 그 이후에도 점점 좁혀진 듯하다. 이제 싱가포르 예술위원회는 거의 정부부처의 하나로 작용한다고 본다. 그렇다고 정권교체 시마다 위원장이 바뀌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지만 정부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정부의 목소리에 따라 초점이 바뀌는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싱가포르의 대표적 극장인 에스플러네이드의 사장이 예술위원회의 위원장이기도 하다.

콜베르 물론 캐나다에서도 이런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다. 영국에서 팔길이 원칙이 약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앞서 이야기한 내용 중 종교와 왕, 종교와 국가 간의 투쟁을 오늘날의 예술과 정부의 대립으로 비교한 부분은 매우 흥미롭다. 이제는 예술가 개인과 정부와의 권력투쟁이 아닌가 생각한다.

주일우 사실 정치적인 변동이 예술분야뿐만 아니라 사람이 사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문화예술계 정치적인 변동이 가장 큰 문제가 된 것들은 현재까지 실행되어 왔던 어떤 것들이 급작스럽게, 정치적인 이유로 멈추거나 그만두거나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연속성이 떨어지고 불안정해 졌기 때문이다. 이는 공공영역의 예산 확대뿐 아니라 공공기관의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공공기관이 정책과 예산을 수립하는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실행까지 하는 기관이 되려 한다. 단순하게 예술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예술을 하는 기관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서 실제로 우리나라의 많은 민간단체는 경쟁력이 떨어져가는 상황이고, 실행까지도 상당 부분을 공공영역이 가져가고 있다. 실행까지도 공공영역에서 하다 보니 결국 공공영역이 정치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사업들이 일시에 멈추는 등의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정치에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되었다. 사실 이렇게 된 배경은 간단하다. 민간영역에 돈을 줬더니 낭비하고, 엉뚱한데 쓰기도 하고 하니 차라리 공공에서 그 돈을 쓰겠다는 발상이다. 공공재원을 엄격하게 사용하는 것은 맞는 부분이지만, 자원의 분배와 적절한 사용을 결정해서 지원하는 방식에서의 문제와 실행에서 발생하는 문제 중에 어떤 문제가 더 큰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적재적소에 자금을 잘 분배하는 것에 공공이 더 집중을 한다면 정치적인 문제들이 예술경영과 관련하여 미치는 영향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지만 예산배분과 관련하여 유사문제들이 불거지는 것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예술생태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양은 예술가들이 개인으로서 창작의 자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양은 예술을 개인적인 행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위한 행위로 보고 있는 것 같다' _프랑소와 콜베르

예술경영인의 지위와 인력의 수급

양현미 지원 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할 때 가장 괴로운 사람은 예술경영을 담당하는 사람일 것이다. 지원기준이나 지원방식이 바뀔 때마다 거기에 맞추어 기획서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예술경영인들이 한 명의 근로자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사회적 지위나 처우가 그다지 높지는 않은 듯하다. 이 일이 매력이 있어서 많은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는 비정규직이 많고 풀타임 정규직 자리가 많지 않다. 이 상황에 대하여 이야기해봤으면 한다.

이승엽 한 달 전쯤 우리 정부의 교육부가 전국의 사립대학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발표했다. 대학의 구조조정 차원에서 소위 부실대학 혹은 부실대학 후보를 선정한 것이다. 이 리스트에는 우리가 잘 아는 예술대학도 포함되어 있다. 이 대학은 주로 순수예술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대학이다. 예술계에서는 잘 알려진 대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학이 소위 부실대학이 된 것은 무엇보다도 취업률 기준 때문이었다. 취업의 기준은 4대 보험이었다. 문제는 우리의 현실이다. 예술경영인은 조금 나은 정도이지만 큰 차이는 없다. 4대 보험에 가입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지난 6월에는 소위 예술인 복지법 제정과 관련한 파동이 있었다. 이 법안은 일명 ‘최고은법’이라고 부르는데 지병과 생활고로 사망한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의 이름을 딴 것이다. 당시 이 법안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대부분 합의한 상태였고 법사위원회에 상정되었는데, 노동부에서 태클을 걸었다. 이 법률안에 들어있는 고용보험이 예술가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인용하자면 ‘고용보험은 사용자와 사용 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에 대해 적용하는 것이며 이를 그때그때 옮겨 다니는 사람을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예술인들 보다 노동자성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는 골프장 캐디나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레미콘 기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들도 아직 노동자로서의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예술인을 노동자로 인정하게 될 경우에 미치는 사회적 비용을 걱정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법안은 8월에 처리하기로 약속했다가 지금도 멈춰져 있는 상태이다(이 법안은 약속보다 2개월이 늦은 10월 28일 고용보험을 제외한 채 통과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예술인의 지위와 복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지금부터 7~8년 전인 2003년도에 조각가 구본주 씨가 사망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의 유망한 전업 조각가 구본주 씨를 도시일용노동자, 즉 무직자에 해당하는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보험회사(삼성화재)가 주장했다. 이를 계기로 예술계가 예술인들의 지위, 복지에 대하여 논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술인 복지에 미치는 논리는 두 가지이다. 예술이 우리사회에 제공하는 편익을 삶의 질에 대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면서 예술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90년대 이후 크게 확장되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예술활동 자체는 그 특성 때문에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기초적인 사회 안전망에 포함되지도 않고 있다. 예술인들의 기본활동이 사회에 꼭 필요한 편익을 제공한다면 예술가가 사회적으로 생존하는데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사회가 부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앞의 두 가지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가 아직도 예술인에 대한 시각, 지위 혹은 구체적인 복지시스템을 갖는데 이를 허용할 만큼 성숙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과도기적인 통증인 것인지 궁금하다.


'이제 예술경영 인력들이 지역사회에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_양현미

콜베르 캐나다에서는 예술가의 지위에 대한 법은 있으나 이것이 예술경영인의 지위에 대한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예술경영인은 다른 노동자들과 똑같이 기본조건에 대해서는 보호를 받는다. 특별히 더 큰 보호를 받거나 지위가 높다고 볼 수는 없다. 사실 예술가들이 늘 최전방에 있고 예술경영인들은 후방에 위치해 있다. 어떤 예술가들은 예술경영인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중요하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오세형 예술경영 인력의 지역분포와 편차가 심해지고 있다고 본다. 본인도 예술경영을 전공했지만 실제로 동료나 선후배들이 많은 영역에서 고립되어 있는 현상을 봐왔다. 예술경영의 확대가 현장과의 접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술경영 인력은 학교에서 많은 것들을 체험하고 현장에 맞게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실무적 사고방식을 습득하고 진입해야 하는데, 현실의 모습에 당황하고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적 국가이고 문화도 중앙에 집중되어 있다. 지방분권 얘기도 많이 나오고 문화예산도 지방으로 분산시키지만 지역문화가 꽃피우기까지는 오래 걸릴 것이다. 외형적으로 우수한 공연장, 미술관, 문화재단이 전국에 분포되어 있지만 서울과 지역의 격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전문인력은 여전히 중앙의 기관을 선호하고 지역에는 잘 오지 않는다. 그리고 현장의 인력수요는 크지 않은데 비해 예술경영학과에서 배출되는 인력은 너무 많다. 그러나 지역의 문화공간, 예술단체를 보면 예술경영을 전공한 기획인력의 수급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술경영대학원 과정을 졸업한 학생들의 경우는 시스템이나 조건이 갖추어져 있는 곳으로 진출하고자 하기 때문에 지역에서 일하는 것을 꺼린다. 그래서 사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보면 개인적 계기가 있는 분들이 많다. 몸이 아파서 귀향을 하던가, 존경하는 선배가 지역에서 헌신하는 모습에 반해 지역에 내려간다는 등 개인적 동기 차원의 계기일뿐 예술경영의 체계와 제도, 합리화라는 과정을 통해서 배운 지식들이 지역에서의 활동욕구와 만나는 긍정적인 결합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아까 고칭리 씨가 이야기한 것처럼 앞으로는 점점 커뮤니티 아트와 같은 영역에의 지원이 많이 늘어날 것이고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지원시스템이나 경영시스템을 많이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영역은 높은 전문성보다는 포괄적 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예술, 기획, 예술경영의 영역이 엄격히 분리된 영역이 아닌데 교육과정에서는 그 분화가 당연시되어 있다. 최근 공공의 기획프로젝트는 이제 예술가나 예술경영 인력들에게 기획력, 예술가적 역할, 행정능력, 비평능력까지도 요구하고 있다.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의 예를 들어보면, 청소부터 고급기획능력까지 갖춰야 하고, 예술적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지역주민과의 대화 능력 등 다양한 능력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현장의 요구능력과 실제 습득한 역할의 간극도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이러한 공공프로젝트가 많아진다고 지역의 인력이 성장하거나 토대가 다져지지도 않는 것 같다. 흔히 이런 사업들은 전문가들이 기획단을 구성하여 예술가, 행정그룹을 모아 국가와 지방정부의 파트너가 되는 것이 경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역에 있는 예술인들이나 예술기관들은 상당한 무기력에 시달린다. 이러한 괴리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당장은 마련이 안 되겠지만, 그러한 부분들이 교육현장에 접속되었으면 한다.

예술가와 세대간 예술경영인 간의 소통

양현미 예술경영 인력이 필요한 곳에는 인력이 없고, 예술경영 인력이 가고 싶어하는 곳은 비슷하다보니 공급 과잉이다. 한국의 경우 중앙이나 광역보다는 기초자치단체의 문화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신규 문화시설 건립과 공공지원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지역의 예술경영 인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정작 예술경영 인력들이 지역에 내려가려 하지 않고 지역에 오래 뿌리박지 못하고 있다. 이제 예술경영 인력들이 지역사회에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제 논의 주제를 바꾸어 보고자 한다. 지역사회 안에서 작업을 할 때 예술경영인은 예술가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지원기관과도 잘 지내야 하며, 주민하고도 잘 지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예술경영인이 갖춰야 할 중요한 역량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예술경영인은 예술가와 작업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예술인은 예술경영인은 어떻게 보는지, 관점의 차이 같은 것들은 없는지, 예술경영인과 예술가와의 소통에 대한 부분을 살펴봤으면 한다.


'서로 토닥거리며 지내보자는 것이 업계의 관행 아닌 관행이라 본다.' _신보슬

고칭리 예술가들은 주로 작품 활동에 예산을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 예산을 초과하면 안 되겠지만, 예산을 많이 쓴다. 예술경영인의 경우는 씀씀이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어려움이 발생한다. 예산에 대한 책임은 갖고 있지만 예산의 쓰임은 예술가의 몫이기에 통제가 어렵다. 예술감독 혹은 예술기획자들이 신처럼 여겨지고, 이들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낡은 사고방식이다. 경험상 예술가, 예술감독, 예술경영인들간의 보다 구체적인 역할분담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기관장들은 누가 예술을 하고, 누가 예술경영을 할 것인지를 의식하고 이들을 선택하는 듯 하다. 기관장들은 예술감독을 선임할 때 예술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도 생각할 수 있는 예술감독을 선임하려 한다. 특히 축제를 기획하는데 있어서는 예술감독이 CEO의 역할을 함께 해야 한다. 프로그램을 생각하면서 동시에 예산을 현명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을 꾸리고, 직원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등 예술적 안목, 관리, 집행, 경영이 함께 어우러져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예술경영 관련 대학의 교육과정에서도 이런 흐름에 맞추어 교육 내용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콜베르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예술경영인들이 시장에 진입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예술단체는 너무 어린 사람들에게 훈련할 시간은 할애하지 않으면서 경험이 많은, 훈련된 예술경영인이 왜 없는가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 지난 10~15년 동안 예술경영인들도 많아지고 훈련과정도 있지만, 오래 일한 사람들은 젊은 예술경영인들이 이 일을 잘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보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젊은 경영인들이 시장에 진입하는데 장벽이 존재한다. 젊은 사람들이 계속 진입할 수 있어야 이 업계에 미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칭리 지금, 현장에 진입하려는 젊은 예술경영인들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성장세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정체가 생기는데 이럴 때는 수직적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수평적으로 이동해야 한다. 나처럼 경험이 많은 사람은 수평적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움직이기는 어렵다. 경험이 있는 경력자들은 젊은 사람들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젊은 사람들이 충분한 훈련을 받았다고 믿고, 이들이 처음 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일을 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모두 용감하게 나아가야 한다.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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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아시아 ② 북미 ③ 유럽 ④ 비영리전시공간 ⑤ 전문인력수급 ⑥ 예술경영인의 지위
⑦ 민간예술기관


정리 _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사업부 지식ㆍ정보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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