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미술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컬렉터가 문화적으로 인정받는 사회문화적 인프라가 없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불법 자금으로 미술품을 구입한 것은 아닌지, 세금 포탈이나 변칙 증여를 위해 미술품을 소장한 것은 아닌지를 먼저 의심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양도소득세법이 미술품 음성거래를 부추기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크다.



‘미술품 양도소득세법을 둘러싼 13년간의 지루한 줄다리기가 드디어 종지부를 찍었다.’고 미술계는 생각했다. 2004년 얘기다. 1990년 서화나 골동품 등 미술품의 양도 차익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처음 법제화한 후 미술계의 반발로 5차례에 걸쳐 시행이 유보되는 진통 끝에 결국은 백지화됐었다. 세무당국에서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형평의 논리로 과세 도입을 시도하였으나 장기간 침체에 지친 미술시장을 보호하고, 미술계의 거센 반발에 밀려 시행 연기를 거듭했던 것. 결국 2004년 아예 과세 근거 자체가 삭제됐다. 미술계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환영했다. 한편으로는 과세 근거 자체를 없앴다는 것에 대한 비판과 조세형평성 문제, 그리고 양도소득세 폐지가 결국은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무덤에서 부활한 양도소득세

그러나 한 숨을 돌린 지 4년 만에 양도소득세법안은 강시처럼 되살아났다. 물론 예상을 전혀 못했던 것은 아니다. 미술시장의 폭발적인 호황, 고가미술품과 관련된 삼성비자금 의혹,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경매와 미술시장의 거품이 호들갑스럽게 보도되면서 미술계 일각에서는 이러다 양도소득세법이 부활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결국 2004년 양도소득세 폐지로 상처 입은 기획재정부는 2008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양도소득세법을 재차 추진했고, 2008년 12월 13일 국회본회의에서 끝내 통과됐다. 19년만의 기나긴 논쟁이었다. 갑자기 닥쳐온 미술시장 침체에 허둥대던 미술계는 무덤에서 부활한 양도소득세에 사실상 별다른 저항조차 못했다.

작고 작가 6,000만원 이상 2011년부터 과세

이번에 통과된 양도소득세법 골자는 다음과 같다. 우선 시행 시기는 3년 뒤인 2011년. 작고 작가의 미술품에 한하여 6,000만원 이상인 경우에 적용된다. 생존 작가 및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된 서화·골동품과 미술관, 박물관에 양도(판매 등)시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보유기간이 10년 미만일 경우 최대 80%까지, 10년 이상일 경우 90% 필요경비를 제외하고 20%의 세금이 부과된다.

세금의 항목, 즉 세목은 ‘양도소득세’가 아닌 소득세법상 필요경비가 인정되는 ‘기타소득’으로 과세된다. 우리가 이해하기 쉽게 미술품 양도소득세라고 부르지만 사실상 기타소득세에 더 가까운 셈이다. 참고로 미국, 일본에서는 종합소득세, 영국에서는 자본이득세, 프랑스에서는 거래세로 합산과세하는 데, 그에 비하면 좀 더 과세부담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즉 미술품 양도소득으로 인해 발생한 이득이 다른 소득(월급 등)과 합산되어 과세될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부과되는 세금이 같이 높아진다. 이에 비해 2011년부터 시행 예정인 우리나라의 양도소득세는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어 다른 소득과 합산 과세되지 않는다.

국가

미국

영국

일본

내용

자본이득과 합산과세

1년 이하 보유시
15-39.6% 누진과세

1년 이상 보유시
8-28% 누진과세

자본이득과 합산과세

양도소득 총액 7900파운드
이하는
초과액에 대해 1960파운드까지
10%, 3만500파운드까지 20%,
그 이상 40% 과세

자본이득과 합산과세

특별공제 50만엔











최병식, 『미술시장과 아트딜러』 인용


얼마나 어떻게 과세되나

사례를 들어보자. “컬렉터 A씨는 지난 2008년 B화랑에서 1억원을 주고 산 C작가(2012년 9월 작고)의 작품을 5년 뒤인 2013년 3월 1억5,000만원에 판매했다”

이 경우 양도차익 5천만 원의 20%를 소득세로 소득세의 10%를 주민세로 내야 한다. 결국 22%인 1천 1백만 원이 양도소득세가 되는 셈이다. 구입가격을 신고하지 않고 필요경비를 인정받을 경우 좀더 세금을 줄일 수도 있다. 구입가격이 불분명하거나, 구입했다는 영수증이 없을 경우에는 양도가액 1억 5천만 원의 필요경비 80%(1억 2천만 원)를 제외한 20%(3천만 원)의 20%인 6백만 원이 양도세가 된다. 여기에 주민세 10%(60만원)이 붙어 최종 과세금액은 6백 60만원이 된다. 만약 10년 뒤인 2018년 이후에 판매한다면 필요경비 90%(1억 3천 5백만 원)를 공제하고 20%+2%인 3백 30만 원을 세금으로 내게 된다.

대략 판매 금액이 6천만 원이 넘을 경우에는 작품 금액의 약 4.4%(10년 이상 보유 시 2.2%)를 세금으로 낸다고 생각하면 거의 비슷한 셈이다. 간혹 신문에 따라 양도가액과 양도차익을 구분하지 못하면서 양도차익에서 필요경비를 공제한다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잘못된 내용이다. 즉 양도차익에서 경비를 공제받을 경우, 위의 사례에서 양도가액은 1억 5천만 원, 양도차익은 5천만 원이므로 양도차익 5천만 원의 필요경비 80%(4,000만원)을 제외한 1천만 원의 20%+2%인 2백 20만 원으로 과세된다. 앞의 과세금액과는 3배 차이다.

만약 A씨가 6개월만 빨리, 작가가 죽기 전인 2012년 9월 이전에 판매했다면 양도소득세는 한 푼도 안내도 된다. 사실 5년을 보유해서 5천만 원 이익에 세금이 6백 60만 원이라면 작다고도, 크다고도 볼 수도 있는 금액이다. 그러나 양도가액으로 과세했을 경우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가령 1억 원을 주고 산 작품을 1억 1천만 원에 팔았다면 양도가액 1억1천만 원의 4.4%인 4백 84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렇다면 1천만 원 수익에 48.4%인 4백 84만원을 세금으로 내게 되는 셈이다. 거의 양도세가 50%에 육박하게 된다. 미술판 세금폭탄이다. 물론 이같은 경우에는 필요경비를 입증하면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 즉 1억 원에 구입했다는 증빙을 첨부하면 필요경비를 인정받아 양도차익인 1천만 원의 22%(소득세 20%, 주민세 2%)인 2백 20만원만 세금을 내면 된다. 힘들겠지만 1억 원에 구입한 영수증과 운송비, 액자비, 기타 작품 구입 시 사용했던 경비 영수증을 모조리 모아서 제출하면 추가 비용도 공제받을 수 있다.

문제는 작품 구입 증빙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A씨가 B씨에게 작품을 구입한 증빙을 제출하려면 B씨가 판매한 것이 되므로 B씨까지 양도세 과세 대상이 된다. 결국 B씨는 C씨에게 구입한 증빙이 필요하게 되고 결국 ‘C씨는 D씨에게, D씨는 F씨에게...’와 같이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게 될 수 있다. 결국 신고를 하지 않거나, 6천만 원 이하로 분할 매수, 또는 이중 계약을 하게 될 공산이 매우 큰 셈이다.

과세형평 실효성은 미흡, 그런데 왜?

미술품 양도세를 시행하는 근거로 정부에서는 조세 형평성과 국제적 형평성을 제시하고 있다. 나름대로 근거있는 논리다. 그러나 과세당국에서 말하는 것처럼 미술품 양도소득세에 해당하는 비율은 전체 거래금액 약 20%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어 취득가액이 불분명해도 80%까지 필요경비를 인정받을 수 있으므로 과세부담은 사실상 ‘제로베이스’에 가깝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더구나 세원 파악이 거의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미술품 과세를 시행할 만큼의 과세인프라가 미비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세수도 극히 적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점은 정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조치들은 미술품 양도소득세에 대한 반발을 최소화하여 일단 제도의 도입을 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도 고백하는 것처럼 우선 과세 대상 범위가 크지 않다. 6천만 원 이상의 작품, 그것도 작고 작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라면 직접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또한 전국의 화랑이 얼마나 있는지, 미술시장의 규모와 유통경로가 어떻게 되는지 매우 불투명하다는 점, 미술품은 부동산, 주식, 자동차처럼 등록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세원 포착이 매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실효성도 떨어진다.

그런데 왜 정부는 미술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조세형평성을 내세워 미술품 양도세법을 통과시켰을까. 막말로 첫 번째 키스가 가슴 떨리고 힘든 법이다. 일단 양도세법이 시행되면 결국 다음 수순은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계속 수정, 보완될 것이 분명하다. 그때는 미술계의 저항이 거의 힘들 것으로 예측된다.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음성거래

반면 미술계에서는 “정부가 미술시장의 생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미술시장은 억대 미술품을 사는 ‘큰손’ 컬렉터가 전체 시장을 주도하기 때문에 이들이 신원과 거래 내역 노출을 우려하여 미술품 구입을 꺼리게 되면 고가 미술품뿐만 아니라 중저가 시장까지 거래가 끊긴다는 입장이다. 1차적인 타격은 경매회사다. 낙찰 여부와 낙찰 금액이 세무당국에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에 경매가 크게 위축될 거라는 전망이다.

미술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음성거래다. 세원이 노출되는 것을 우려해 음성적인 거래가 성행할 경우 위작이 양산되고 검증되지 않은 미술품이 거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경매회사를 제외하고 당장은 양도세 여파가 직접 나타나진 않더라도 “앞으로 거래가 위축되고, 작가들의 창작 환경이 나빠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미술계는 정부가 미술품 수집을 ‘투기’로 보는 상황에서 신분, 세원 노출을 우려한 컬렉터들이 미술시장을 외면하면 결국 세수 증대도 없고 미술시장만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린다. 또한 정부가 미술을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미술계에서는 “미술품의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간과한 처사”라고 지적한다.

미술시장 산적한 현안들

2006년, 2007년 폭발적인 호황을 시기라도 하듯, 삼성비자금 의혹, 신정아 사건, 위작 사건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언제 호황이 있었냐는 듯 바닥을 뚫고 지하까지, 불황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와중에 양도소득세가 통과됐다. 말 그대로 미술계 입장에서는 두 번 죽이는 사건이었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주인공의 등 뒤에 칼을 꽂은 셈이다. 그러나 한편 양도소득세 폐지가 한국미술시장의 붐을 일으키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2004년 양도소득세 법안의 백지화 이후 미술계 내부에서 “10여 년 간의 숙원을 풀었다”며 샴페인을 터트렸지만, "특정 이익집단의 로비에 밀려 형평조세의 원칙을 저버렸다"거나 "진짜 수혜자는 고가거래의 잇속을 챙겨온 메이저 화랑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같은 비판과 비난은 미술계에 대한 차가운 외부 여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미술계는 이에 대해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다. 이러한 여론에 대한 미술계의 대응논리는 얼마나 허술했던가. 양도소득세에 대한 미술계의 반발이 "그동안 세금을 안내고 있다가 이처럼 낮은 세금도 아까워 한다"는 식의 집단이기주의로만 비춰졌을 뿐이다.

잠시의 호황에 자전거래로 미술품 가격의 거품만 양산했고, 불공정한 거래 관행, 불투명한 시장 구조, 전근대적 유통 시스템 등 산적한 문제는 뒤로 한 채, 눈앞의 이익에 급급했다. 1차적인 책임은 화랑과 경매회사겠지만 작가, 평론, 행정가들의 책임도 크다. 그들만의 리그에 안주했던 결과다.

컬렉터=투기꾼’ 색안경부터 벗어야

하지만 미술계 내부에도 미술품 양도소득세에 대한 여러 목소리들이 있다. 경희대 최병식(미술평론가) 교수는 “과세안에 문제가 많지만 미술계에서도 시장의 투명화와 공정거래를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며 “미술인들 스스로 시장의 유통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답이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세금이 부담돼서, 무서워서 미술품 양도세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주장하는 조세형평성을 앞세우기 전에 과연 지금, 한국에서 미술품으로 얻은 양도차익에 대해 색안경을 쓰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지 과세관청 스스로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아직도 정치,경제적 비리사건이 터지면 그 집에 어떤 그림이 있고, 골프 회원권이 몇 개고 하는 뉴스가 언론을 장식하는 상황이다. 선진국처럼 미술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컬렉터가 문화적으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혹시라도 불법 자금으로 미술품을 구입한 것은 아닌지, 세금 포탈이나 변칙 증여를 위해 미술품을 소장한 것은 아닌지를 먼저 의심한다. 자금원을 추적하려고 눈에 불을 켠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컬렉터가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미술품을 구입할 것인가?

양도소득세 덕택에 음성 거래, 이중 거래만 양산하는 부작용을 키우지 않고, 순기능으로 정착하려면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먼저 조성되어야 한다. 앞뒤가 바뀌면, 정부의 말처럼 양도세는 실효성 없는 법안으로 남고, 미술시장이 지하로 숨어 버리게 될 것이다. 반대로 양도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미술시장을 폐허로 만들게 될 공산이 크다. 그때쯤 정부는 시체처럼 널 부러진 작가, 화랑, 경매회사 사이를 헤치며, 양도소득세를 줍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1) 양도가액과 양도차익의 용어 차이를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양도가액은 양도했을 때의 미술품 금액이고 양도차익은 구입한 금액과 판매한 금액의 차액을 말한다. 가령 5,000만원을 주고 산 미술품을 5년 뒤 1억 원에 판매했다면 양도가액은 1억 원이고, 양도차익은 5천만 원이다. 이 경우 양도가액 6천만 원 이상 과세한다면 해당되고, 양도차익 6천만 원 이상 과세하면 해당되지 않는다. 많은 언론에서도 이 양도가액과 양도차익의 용어를 혼용해서 잘못 쓰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예술경영 NO.11_2009.1.8], 정보공유라이선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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