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은 그 자체로 실무입니다. 우리는 단지 '도구'를 제공할 뿐이라는 거지요. 만약 예술가 가운데 경영적 마인드를 갖고 있다면 이 도구를 가지고 훌륭한 예술경영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예술가들이 경영인이 되기 힘들다고 말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시 : 2011년 10월 13일(목) 오후 4시 장소 : 국립극장 해와달 레스토랑

문화예술경영학과 문화경제학의 동반자적 관계

박신의 지난 7월 벨기에 안트베르펜(Antwerpen) 대학에서 나흘간 열렸던 국제문화예술경영학회(Association Internationale de Management des Arts & Culture, 이하 AIMAC) 본지 136호 리뷰보기에서 뵙고 서울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서울아트마켓 학술행사로 오시게 되어 더욱 환영합니다. 한국엔 첫 방문이신데, 도착하자마자 오전부터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하는 등 너무 바쁜 일정을 소화하시는 건 아닌가요?

콜베르 사실 제가 캐나다에서 바로 온 게 아니라 유럽을 거쳐 이곳에 왔고, 서울 일정을 마치고는 리스본으로 가서 문화예술마케팅 강의를 하게 됩니다. 1주일 동안 집중적으로 강의를 진행한 후, 다시 남미 콜롬비아의 보고타대학으로 옮겨가야 하는 일정이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네요.

박신의 아, 보고타대학은 2년 후 AIMAC을 개최하는 대학이지요? 정말 놀라운 스케줄이군요. 이처럼 전 세계를 다니면서 문화예술마케팅을 전파하시게 된 계기란 아무래도 교수님께서 창립하신 AIMAC이 기반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교수님께서는 경영학자로서 문화예술경영학에 접근하신 경우고, 또 AIMAC 참가자 대다수가 경영학자들입니다. 그런 점에서 콜베르 교수님께서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1년에 AIMAC을 창립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문화예술경영학과 문화경제학의 동반자적 관계

콜베르 사실 저는 문화예술경영학에 대해 비교적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학회가 없어 2년에 한 번씩 국제적 규모로 개최되는 문화경제학회에 참여하였지요. 하지만 경제학자 중심의 접근과 분명 다른 경영학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동료들에게 피력했는데, 반응은 냉담했어요. 연구자가 얼마나 있겠느냐는 것이었지요. 그럼에도 저는 프랑스의 이브 에브라(Yves Évrard) 경영학 교수에게 전화해서 제 의지를 밝히고 함께 학회를 창립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90여개의 논문 발표 제안이 들어왔고, 그 중 60개를 선별하여 소개하였습니다. 그 이후 2년 마다 유럽과 미대륙을 오가며 경영대학을 중심으로 학술대회를 하게 되었지요. 회를 거듭하면서 30~40개국에서 300여 개의 논문 제안이 들어오며, 그 중 심사를 통해 약 100~130개의 논문을 소개합니다. 지금은 꽤 훌륭한 학회로 자리 잡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박신의 지난 11회 학술대회에서 문화경제학자 데이비드 트로스비(David Throsby)도 참석해 멋진 강연도 해주셨지요. 문화경제학은 문화예술경영학의 매우 중요한 방법론이고, 그래서 동반자적 관계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제 자신이 경영학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경영학적 접근이 가져다줄 장점을 배우고 연구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실제로 많은 논문 발표들이 제게는 새로웠고, 특히 경영학적 방법론과 연구결과를 접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어떻게 경영학자들이 이토록 예술에 대한 이해와 소양을 갖고 있는지 탄복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더더욱 놀라웠던 점은 학자들 스스로가 자신의 연구가 갖는 도구적 측면과 방법론적 기여도에 의의를 두면서도 예술을 대체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를테면 티켓 구입 문제에서 ‘자발적 지불전략’(Pay-What-You-Want Pricing)에 따른 실질적 수익 구조 분석은 거의 새로운 이야기였고, 박물관 관람 동기분석에서 다양한 욕구 지표 설정이나 복합적 요소에 대한 분석도 그랬지만, 전시회의 질적 요인이 가장 결정적이라는 결론은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문화산업 영역을 포괄하는 가운데 창조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개발 연구 등은 경영학적 기법을 적절하게 활용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었는데요. 저로서는 AIMAC에서 정말 새롭고 흥미로운 논문을 접할 수 있었지만 그 자체로는 경영학적 방법론이 우세하고, 문화정책 분야는 전체의 5분의 1 정도였잖아요? 그런데 미국에서 열리는 ‘사회이론, 정치학과 예술’(Social Theory, Politics and the Arts, 이하 STPA) 학술대회의 경우 경영학적 방법론보다는 정책적 비중이 더 큰 것 같더군요.

예술가들을 위한 상은 많지만 예술경영인을 위한 상은 없거든요. 상은 예술경영인에 대한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고,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_콜베르

콜베르 예, 그래요. 저희 학회가 분명 미국의 형태와 다른 지점이 있지요. 북미권에서의 예술경영 프로그램은 많은 경우 예술 현장의 요구에서 시작했고, 실무자들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콜롬비아대학의 데니 스위치 교수는 연극연출가였고, 피츠버그의 댄 마튼 교수 또한 그렇지요. 반면 유럽의 예술경영은 대학에서 인문학과 예술사회학, 법학 등에서 시작했다고 하겠습니다. 유럽은 오랜 동안 정부 주도의 문화정책이 실시된 반면, 미국은 사적 영역에서 예술 활동을 하게 된 배경이 그 차이를 갖게 한 주요 요인이라 하겠습니다. 유럽에서는 막강한 정부 지원으로 예술 현장의 절실한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했기 때문에 오히려 학문적 계기가 더 촉발될 수 있었다는 거지요. 한국의 경우를 보자면, 어제 예술경영 교육 관련한 심포지엄에 참석했는데 학문적 접근보다는 실무 중심의 내용이 주된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경영학적 접근의 의의, 효율적 방법론과 과학적 분석

박신의 한국의 경우 1990년대 말 전반적인 문화 붐의 분위기를 타고 예술경영이 확산되었지요. 물론 학문적 기반이 갖추어지기 전에 예술경영의 요구가 현장에서 주어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희대학교나 홍익대학교처럼 경영대학원에 소속한 경우도 있어 점차로 경영학적 접근에 따른 학문적 성과가 드러나리라 생각합니다. 특별히 저로서는 문화예술 관련 단체 활성화나 문화예술 파급효과 연구,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과 같은 실질적인 방법론에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경영, 경제만이 아니라 사회학이나 심리학, 문화연구 등의 접근을 통해 학문적 성과의 다양성을 보여주면서 성장해 가리라고 보지만요.

콜베르 캐나다의 경우 예술경영 관련 교육 기관은 전 지역에 걸쳐 12개 정도가 있습니다. 퀘벡에는 제가 운영하는 프로그램(HEC Montréal, 몬트레알 경영대학 내 예술경영)이 있고요. 캐나다 최초의 예술경영프로그램은 1969년에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1975년에서 90년 사이에 급증하였다가 그 후로는 주춤하는 추세입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미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60년대에 시작되었고, 그 후 70~90년대에 붐이 일어났지요. 경영학적 접근이 갖는 의의라면, 효율성을 목표로 하는 방법론과 과학적 분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경영은 그 자체로 실무입니다. 우리는 단지 ‘도구’를 제공할 뿐이라는 거지요. 만약 예술가 가운데 경영적 마인드를 갖고 있다면 이 도구를 가지고 훌륭한 예술경영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예술가들이 경영인이 되기 힘들다고 말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훌륭한 경영인이자 예술가인 모델들이 종종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경영과목을 듣는 예술가 출신 학생의 경우, 수업에서 예상을 깨고 교수가 던진 질문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답을 찾고 적극적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경영학 교수들을 감탄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21세기에 들어 예술의 창의성에 대한 인식이 증진되고, 문화산업의 구도가 확산되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진정한 의미의 예술경영인에 대한 모델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_박신의

박신의 사실 저는 예술경영의 기반을 예술가에 의한 ‘문화기업가정신’(Cultural Entrepreneurship)에서 찾기도 하는데요. 사회학자 폴 디마지오(Paul Dimaggio)가 연구한 문화기업가 정신의 역사를 보면, 헨델과 바흐가 극장 경영이나 악기 판매 등을 시도한 것이나 루벤스나 렘브란트의 공방 운영 등을 그 사례로 들기도 했지요. 물론 당시의 성공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예술창작의 배급에서 혁신적인 방식을 고민한 것 자체로 예술가 스스로가 경영적 마인드를 가지고 실천해 왔다고 볼 수 있거든요. 사실 경영학의 역사가 100년 남짓하니, 오히려 예술가들이 경영학적 토대를 역사적으로 만들어온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콜베르 예술경영은 관객 연구와 경영 활성화를 통해 예술 활동의 성공을 꾀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예술 활동을 뒷받침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의외로 예술가들이 경영적 접근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고도 성공을 얻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테면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의 경우 특별히 예술경영 교육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거든요. 기 라리베르테(Guy Laliberté)가 서커스에 대해 부여했던 혁신적 접근이 곧 작품의 우수성으로 이어졌고, 그 자체로 성공을 이끌어낸 셈이지요. 그러니 이들 단체를 성공으로 이끈 첫 번째 요인이 곧 창작자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더불어 사실상 단체를 경영가로서 도왔던 다니엘 고티에(Daniel Gautier)의 역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예술경영인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리더로서의 예술감독과 감독의 성공을 구현시켜 줄 경영 및 행정 부분에서의 예술경영인말이지요.

예술가를 움직이는 예술경영인

박신의 예술경영의 탄생을 60년대 중반으로 볼 경우 이제 반세기의 역사를 갖습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 예술의 창의성에 대한 인식이 증진되고, 문화산업의 구도가 확산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이야말로 이론적 성과와 학문적 기반이 가장 풍요롭게 전개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진정한 의미의 예술경영인에 대한 모델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방금 두 가지 접근을 말씀하셨지만 실제로도 영국과 미국에서 예술감독(artistic director)과 경영감독(administrative director)을 따로 두는 것을 시행하기도 했고, 또 박물관 관장을 위한 예술경영 교육도 실시했지요. 그런 점에서 문화예술경영학이 발전하는 것과 더불어 예술경영교육자협회 (The Association of Arts Administration Educators, AAAE) 나 유럽문화경영트레이닝네트워크센터(The European Network of Cultural Administrat
ion Training Centres, encatc) 등의 성장도 같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콜베르 예술경영인의 몫은 예술가들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이 일은 매우 중요하지만 예술가 뒤에서 하는 일이여서 주목받기 힘들 수도 있지요. 그래서 저는 올해 예술경영인들을 위한 수상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캐나다에는 예술가들을 위한 상은 많지만 예술경영인을 위한 상은 없거든요. 저를 중심으로 15명의 심사위원을 모아 작업을 시작했고, 그래서 1회 수상자가 나왔습니다. 영광의 수상자는 클래식페스티벌의 감독이었습니다. 그는 6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문화예술계에서 뛰고 있는 사람입니다. 20년 이상 페스티벌을 위해 일하며, 항상 뒤에서 프로젝트가 돋보이도록 힘써 왔지요. 그야말로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문화예술경영인의 모습이었습니다. 이 상은 예술경영인에 대한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고,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박신의 정말 반가운 소식이네요. 사실 예술경영인이 직업으로 안착된 것도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니니, 직업으로서의 면모와 함께 역할 모델의 발굴이 필요할 듯합니다. 콜베르 교수님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앞으로 학문적 경험과 성과가 상호 공유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상 대담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신의 필자소개
박신의는 프랑스 파리4대학(소르본느)에서 미술사학 석사 및 DEA를 마치고, 인하대학교에서 문화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부터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주임교수와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문화예술정책과 박물관미술관경영과 관련한 연구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서울시, 청주시, 부천시를 비롯한 지자체에서 정책자문활동과 함께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1기 위원, 인천문화재단 이사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중소기업중앙회 콘텐츠산업특별위원,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lunapark@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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