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에는 세계 IT버블 붕괴라는 대외 충격으로 인해 첫 번째 경기 침체를 경험하였다. 2003년에는 '가계버블 붕괴'에 따른 후유증으로 인해 두 번째 경기침체를 경험했다. 2009년에 경험하게 될 경기침체는 과거 2001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친 경기침체의복합형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은 새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와 함께 외환위기 이후 10년을 마무리하고 한국경제 부흥을 위한 첫걸음을 떼었던 한 해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얼룩진 한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에 크게 요동을 쳤다. 금융위기가 실물위기로 확산되면서 미국, 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가들이 2009년 한 해 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한국경제의 침체 또한 불가피한 실정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내수부진, 국제수지 경고등,
반전 유인은 아직 찾기 힘들어


특히, 2008년 9월과 10월 중 극심했던 금융부문의 불안이 실물경기에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2008년 연말의 국내경기 냉각이 가속화 되고 있다. 11월 광공업생산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사상 최대폭(-14.2%)으로 감소했으며, 서비스업 생산도 4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렇게 생산 활동이 크게 위축되는 반면 11월 재고율(재고/출하)이 사상 최고치인 129.6%를 기록하면서 급증하고 있다.


최근 산업활동 추이



2008년 들어 지속되고 있는 경기수축은 내수부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2008년 1~3/4분기의 전년동기대비 경제성장률은 4.8%를 기록하고 있는데 반해, 민간소비와 설비투자의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은 각각 2.3%와 2.2%로 저조한 모습이며, 특히 건설투자는 -1.2%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연말로 접어들면서는 그 동안 한국 성장의 주동력이었던 수출 둔화도 가시화 되었다. 줄곧 두 자리 수를 지켜오던 수출증가율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 유가 및 국제원자재 가격의 급등과 원화가치의 하락에서 비롯된 물가상승세도 지속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부터 5%를 상회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의 하락세 반전으로 인해 물가상승세가 둔화되고 경상수지도 개선되는 추세이나,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지난 수개월간의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분과 억제되었던 물가인상 유인들이 시차를 두고 국내물가를 자극하여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며,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모두 불안한 행보를 보이는 등 국제수지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부진한 경제실적과 대외불안이 복합작용을 일으키면서 주가, 환율, 금리 등의 주요 금융지표들 또한 요동을 치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렇듯 하락세로 접어든 경기를 반전시킬 만한 호재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2000년대 세 번째 경기침체,
01년 ‘세계 IT버블 붕괴’, 03년 ‘내수부진’의 복합형
장단기 소비부진 요인 개선 어려울 듯


2009년 중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인해 국내 실물경제가 본격적인 충격을 받을 전망이며, 따라서 경기침체도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불안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파급경로는 매우 복잡, 다양하여 단순히 도식화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파급경로 상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금리, 환율, 주가, 수출이라는 4대 변수를 통해 살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자금시장의 경색에 따른 금리 상승은 가계의 이자부담과 부동산PF대출의 부실화 그리고 중소기업의 대출 위축 등을 통하여 내수를 위축시키게 된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 및 변동성의 확대는 외채원리금 상환부담과 국내물가상승 등을 통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불안에 따른 주식시장의 불황은 소비자 및 기업의 심리를 악화시키고 역자산효과를 유발시켜 투자와 소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최근 들어 금융자산 중 주식 및 채권의 비중과 경제활동인구 대비 주식투자인구의 비중이 늘고 있어 주식시장 불황이 내수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글로벌 금융불안에 따른 세계경기의 위축은 한국경제 성장의 가장 큰 동력인 수출을 위축시켜 결국 성장둔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급경로


이에 따라 2009년 한국 경제는 2000년대 들어 세 번째의 경기침체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1년에는 세계 IT버블 붕괴라는 대외 충격으로 인해 첫 번째 경기 침체를 경험하였다. 세계경기가 급랭하면서 크게 악화된 대외여건으로 인해 한국경제 성장률은 3.8%에 그쳤다. 2003년에는 ‘가계버블 붕괴’에 따른 후유증으로 인해 두 번째 경기 침체를 경험했다. 신용불량자가 100만 명을 넘어서는 가계 부실이 급증하는 등 내수충격으로 인해 한국경제 성장률은 3.1%로 추락하였다. 2009년에 경험하게 될 경기침체는 과거 2001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친 경기침체의 복합형이라고 할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부실사태에서 빚어진 글로벌 금융위기가, 대내적으로는 2003년보다는 정도가 다소 약하긴 하겠으나 지속되는 내수부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한국경제 침체기와의 비교


무엇보다도, 내수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민간소비 부진의 지속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2008년 들어 민간소비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으나, 민간소비의 부진은 사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장기적인 현상이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외환위기 이전 7%대에서 2000년대 들어 3%대로 급락했으며, 실질GDP대비 민간소비 비중도 57.6%(1990~97년)에서 51.7%(2000~07년)으로 크게 축소되었다. 민간소비의 장기적 부진의 주원인은 ‘미래소득에 대한 불안감’이다.1) 이러한 미래소득에 대한 불안감은 고용불안, 금융불안, 교육불안, 노후불안 등에서 기인한다. 2008년 들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민간소비의 단기적인 부진의 원인은 물가급등, 고용부진, 금융자산가치의 하락, 그리고 가계부채 부담 증대로 요약할 수 있다. 언급한 민간소비의 장,단기적 부진의 요인 중 최근 상승압력이 완화되고 있는 물가를 제외하고는 여타 요인들의 개선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스트레스’ ‘불확실성’ ‘불신’
소비환경 키워드 올해도 계속될 듯
정서적인 만족보다 즉각적인 만족 추구, 안전성 요구도 커져


2009년에는 전반적인 경기 부진이 불가피한 실정인데다가, 특히 소비의 부진이 두드러질 전망이어서 예술, 문화계도 어려운 한 해를 지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예술과 문화에 대한 지출이 소비지출의 어느 부문보다도 경기의 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는 선택적인 소비 영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일반 대중의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2009년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2008년의 국내 소비환경은 ‘스트레스’, ‘불확실성’ 그리고 ‘불신’ 이라는 키워드로 요약을 할 수 있으며2) 2009년 역시 이런 환경의 연장선에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생활 전반에 걸쳐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미래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광우병과 멜라민 파동 등으로 인해 식료품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정서적인 만족보다도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스타', '리얼버라이티 쇼' 그리고 '베토벤 바이러스' 드의 성공은 비주류의 성공이나 스타의 인간적인 모습에서 대리만족과 성취감을 느끼며 열광하는 소비경향을 보여준다. 나아가서 저렴한 가격은 기본이고, 확실한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에 대해서만 마음과 함께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환경변화에 대응하여 소비의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은 정서적인 만족보다도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은 단순한 버튼조작 방식이 아닌 보다 다이내믹하고 다양한 상호작용을 가능케 하는 체감형 전자제품에 열광하고 있는데, 햅틱 등 터치스크린 방식의 휴대전화나 Wii와 같은 실감나는 게임기기 등이 그 예라고 하겠다.


그리고 ‘베이징올림픽 스타’, ‘리얼버라이티 쇼’ 그리고 ‘베토벤 바이러스’ 등의 성공에서 알 수 있듯이 소비자들은 비주류의 성공이나 스타의 인간적인 모습에서 대리 만족과 성취감을 느끼며 열광하고 있다. 나아가서 소비자들은 어려운 경제 환경에 적응하면서 부의 증식보다는 긴축을 택하고 있는 모습이다. 불필요한 지출을 최대한 줄이며 보다 합리적이고 의미 있는 지출을 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은 기본이고, 확실한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에 대해서만 마음과 함께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어려운 사람들에게 인색하지 않는 ‘기부’ 등의 의미 있는 지출도 추구하고 있다. 또 한가지 주목할만한 소비 트렌드의 변화는 자기자신의 보호를 위한 소비자들의 안정성 검증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상품의 안정성에 대한 정보를 다각도로 수집하고 필요할 경우 적극적으로 개선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토론방’이라든가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등의 인기가 이러한 소비자들의 성향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다.





대내외 불리한 여건 ... 정부의 리더쉽은?


2009년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매우 불리하며, 소비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은 사실이나, 몇몇 희망적인 신호도 발견할 수가 있다. 유가 및 국제원자재 가격의 하락세 반전에 따라 무역수지 및 경상수지의 개선이 예상되고 그에 따라 외화유동성 경색이 어느 정도 해소되어 금융부문의 극심한 불안은 재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물가 급등세도 진정되어 소비여력의 확대에 일정 부문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 방지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도 경기급랭을 방어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대책’, ‘건설대책’,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 등 금융불안 해소와 실물경기 안정을 위한 많은 대책들을 잇달아 발표했다. 미국과의 3백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왑라인을 구축한데 이어 일본, 중국과도 통화스왑을 추진하는 등 외환유동성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경상GDP의 약 3.7%에 달하는 총 33조 3천억 원 규모의 재정지출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경제성장률을 약 1%p 상승시키고, 취업자 수를 약 7~8만 명 증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4년간 총 50조원을 투입하여 경기 부양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육성한다는 ‘녹색 뉴딜’사업도 발표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 집행률이 미미하여 경기부양효과가 가시화 되지 않고 있다. 향후 정부가 경기부양의 강력한 의지를 한 목소리로 표명하고 국회의 협조 하에 보다 신속하고 강력한 집행력을 보일 수 있다면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고, 그에 따라 한국경제 회복의 시점도 예상보다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2009년 한해는 정부의 강력한 리더쉽이 절실히 요구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1) 신창목 외 (2008.8.27). “장기적 소비부진의 원인분석”. CEO Information 669호. 삼성경제연구소.
2) 이정호 외 (2008.12.17). “2008년 10대 히트상품”. CEO Information 685호, 삼성경제연구소.




신창목

필자소개

신창목은 노스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삼성경제연구소 거시 경제실 수석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계량경제와 국제무역 전문가로 <2008년 하반기 세계경제 진단 및 국내경제 전망(2008.5)>, <최근 소비 동향과 향후 전망(2008.9)> 등을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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