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에서 ‘문화재단’ 설립 붐이 일고 있다. 2011년만 놓고 보자. 1월, 광역문화재단인 광주문화재단이 출항했다. 6월에는 달성문화재단이 문화예술사업 지원을 위주로 설립됐고, 용인문화재단이 내년 1월 공식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설립된 문화재단들의 행보도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 10월 19일, 고궁박물관에서는 ‘광역지역문화재단협의회’가 돛을 올리고 첫 번째 라운드테이블을 가졌다. 그런데 이런 현상들을 놓고 과연 앞으로 문화재단이 걸어갈 길에 희망이 가득하다고 기대할 수 있을까. 분명 명암이 공존하지 않겠는가. 현재 개별 문화재단이 안고 있는 당면과제들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을 전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문화재단의 설립 그 자체가 중요하기 보다는 앞으로 문화재단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과 이에 대한 질적인 성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제1회 익산어울림문화포럼 익산문화재단 예술교육프로그램 ‘수화로 배우는 사진영상교실’

▲▲제1회 익산어울림문화포럼
▲익산문화재단 예술교육프로그램
‘수화로 배우는 사진영상교실’

지역문화재단을 위한 일곱 가지 제언

첫째, 재단은 지역문화정책의 중·장기 비전수립을 이끌어내는 핵심기관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큰 그림 없이 달려가다 지역문화단체와 경쟁하고 시설운영에만 급급한 몇몇 문화재단의 소식을 접하는 경우가 있다. 문화정책의 중·장기 비전수립이란 명확한 로드맵을 의미한다. 개별 문화재단은 먼저 지역의 문화 인맥을 묶어내고 그들과 협력하여 문화정책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씽크탱크 역할을 해내야 한다. 둘째, 지자체와 함께 가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지자체나 의회와의 갈등으로 문화재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예가 있다. 문화재단이 설립된다고 해서 지역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정책입안자이자 조정자인 지자체의 역할이 없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또 문화재단의 설립이 단순히 시의 산하기구 하나를 늘려 업무를 이관하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역문화재단은 지자체의 동반자다. 지자체와 문화재단의 적절한 역할 분담을 모색하기 위한 고민을 계속해나가야 한다.

세 번째로는 재단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충시켜야 한다. 충북문화재단의 출범기사가 시야에 들어온다. 2014년까지 253억 원의 기금을 확대조성할 계획이라고 전한다. 안정적인 재원확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재단운영의 근간이 되는 문제다. 재단의 기본적인 재산은 지역민의 문화적인 욕구를 충족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해당 지자체는 지역문화재단의 기금의 효과를 측정하여 그 결과에 따라 기금을 추가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재단에서도 다양한 민간재원을 조성하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네 번째로는 문화재단 간의 네트워킹을 강화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처럼 광역지역문화재단협의회가 출범했다. 이와 같은 프로젝트는 문화재단이 연합해 만들어낼 수 있는 ‘시너지효과’를 예상한 포석이라고 본다. 기대가 크질 않은가. 그렇다면 광역에만 해당되는 사안은 아닌 듯하다. ‘기초지역문화재단협의회’의 구성은 어떨까? 나아가 전국의 문화재단이 소통하고 나누는 열린 커뮤니티의 조성이 필요하리라 본다. 문화재단, 지금까지 홀로서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다면 이제는 서로 소통해야 한다.

다섯 번째로는 지역밀착형 연구와 사업진행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민선 4기까지의 문화정책은 물리적 문화예술환경(인프라) 조성이 우선이었다고 볼 수 있다. 민선 5기 이후는 어떤가? 여러 전문가들은 문화예술정책의 전달체계 조성과 지역밀착형 사업진행을 변화의 포인트라고 설명한다. 지역민이 공감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특히 소수 전문예술에서 일반 시민들의 생활예술로 관심이 변화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지역민이 ‘문화예술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역문화재단이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여섯 번째는 전문문화예술단체와 상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문화재단의 사업이 긍정적인 평가만 받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전문문화예술단체들은 대체로 비판적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단순히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 단체나 사람들의 불평으로 간주해서는 곤란하다. 상생해야 한다. 지역문화재단은 해당 지역 문화예술계를 위해 한 발 앞서거나, 때로는 한발 뒤에서 지원하는 임무를 갖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재경영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행정처리 능력과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모두 갖춘 인력으로 문화재단의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역에 뿌리를 둔 인재를 키워내는 데 필요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해 문화재단 조직의 불안정, 사업의 단순반복이라는 결과로 내홍을 겪은 예가 적지 않다. 따라서 재단에 필요한 인재상을 공유하고, 걸맞은 인재를 유인할 수 있는 급여 등 환경 조성, 입사 후의 능력계발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마련 등이 꼭 필요하리라 여겨진다.

한편 지역문화재단의 성공적인 운영지표는 문화재단이 얼마만큼 지역에 뿌리내리고 있으며 또 지역민과 어느 정도까지 소통하느냐에 따라 결정이 난다고 본다. 익산문화재단이 진행한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의 수료식 날, 한 청각장애우가 손으로 전한 소감을 듣다 가슴이 뭉클해졌던 경험이 있다. 그의 말을 빌려 본 칼럼의 결언을 대신하고자 한다.

"난생 처음 디지털카메라로 작품사진을 촬영했어요. 영화도 만들었습니다. 제 삶이 변했어요. 예전에는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는데…. 이번 교육은 일반인 선생님께 수화통역을 통해 배웠죠. 꿈이 생겼습니다. 저처럼 들리지 않는 벗들을 위해 제가 직접 수화로 강의를 해보고 싶어요. 익산문화재단이 있어 행복합니다."


문경주 필자소개
문경주는 (재)익산문화재단 문화예술사업국장으로 재단사업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우석대학교 광고이벤트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2010 익산서동축제운영본부장, 전라남도축제추진위원회위원, 의암주논개대축제·장수한우랑사과랑축제 평가단장 등을 역임했다. 경기대학교대학원에서 이벤트국제회의학을 전공하고 관광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저서로는 『이벤트학의 이해』『구례산수유꽃축제』가 있다. visioniscf@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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