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점령시위 모습(출처 _ 123denverpost.com)

월가 점령시위 모습
(출처 _ www.denverpost.com)

지난 12월, 미국공연예술네트워크(National Performance Network, NPN) 연례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은 한창 경제적 불평등, 타락한 금융자본주의 등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대규모 시위로 이어지고 있는 시점이었다. 신자유주의, 현대자본주의 체제의 중심지인 뉴욕 월가에서 발원한 이 시위는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구호로 시작하여 현재는 ‘점령시위’라는 통칭으로 전미지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시위’와 ‘예술’. 이 두 단어는 1인 혹은 다수의 사람들이 머리와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표출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표현’이라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점령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동시에 수많은 예술가와 예술단체의 네트워크가 소설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조직되고, 공연예술, 시각예술, 다큐멘터리, 사진,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주도적으로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아츠앤데모크라시 프로젝트(Arts&Democracy Project), 월가 점령시위가 시작된 이래 자발적으로 생겨난 예술가들의 네트워크인 OWS 아츠앤컬처워킹그룹((Occupy Wall Street) Arts&Culture Working Group), 억압에 대한 저항 정신이 강하게 묻어있는 힙합정신을 근본으로 하는 예술가들의 네트워크 힙합어큐파이즈(Hip Hop Occupies), 그 밖에도 다양한 이름과 조직으로 미국 전역의 예술가들과 예술단체들이 대중과 함께하고 있다.

모든 장르의 예술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놀라게 하고 경악하게 하고, 슬프게 만들고 기쁘게 만들고.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인식과 성찰의 시간을 제공하고, 현대 사회에 나타나는 여러 이슈들에 대한 예리한 포착을 통해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것은 예술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라고 믿는다. 입센의 <인형의 집>이나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이 공연과 함께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그들이 그 시대의 현안에 정확히 조준해 수준급의 미적 형식으로 담아내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연극에서 한국의 &lsquo;오늘&rsquo;, &lsquo;지금&rsquo;을 말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던 <누가 대한민국의 20대를 구원할 것인가>(김재엽 작&middot;연출)는 촛불문화제를 통해 본 이십대의 초상을 다양한 세대의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이다. 취업대란과 비정규직 문제, 치솟는 대학등록금 등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십대들의 안타깝고 답답한 속사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 사회에도 세상을 향해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사람을 향해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더 많은 &lsquo;김재엽&rsquo;이, 그리고 그런 예술가를 지원하고 장을 마련해주는 더 많은 극장과 단체들이 나타나기를, 그리하여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 조금 더 확장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선영 필자소개
이선영은 남산예술센터에서 기획제작PD로 일하고 있다. 인생의 화두는 사람, 여행, 사진이며, 극장일은 행정업무만 제외하고 모두 즐기고 있다. 대본 읽는 것, 연출가, 작가 등 예술가들과 작품 이야기 나누고 듣는 것, 배우들이 작품 속 인물로 살아 움직이는 연습실과 공연장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 등이다.
beyou@sfa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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