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가을은 그야말로 비엔날레 시즌이 될 듯싶다. 9월만 해도 광주(7일 개막)와 서울(11일 개막), 대전(19일 개막), 대구(20일 개막), 부산(22일 개막), 공주(25일 개막)에서, 또 10월에는 창원에서 조각비엔날레가 열린다. 이렇게 많은 행사를 두고 미술인이나 일반인들은 가게 될 비엔날레를 선택해야하는 즐거움(?) 혹은 당혹감(?)이 있을 수 있고, 또 행사 주최 측에서는 관람객 분산을 고려해 나름대로의 관람객 확보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 하겠다. 장르로 보면 현대미술 전반을 다루는 비엔날레부터 미디어아트, 사진, 자연미술, 그리고 조각이라는 특정 장르로 집중하는 양상을 포함하는 것이니 그만큼 다채로운 맛도 없지 않다.

비엔날레, 국제적 행사인가 국내 지역별 연습게임인가

하지만 1995년 광주비엔날레가 이 땅에서 처음 시작하여 작금에는 비엔날레 효용성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단순히 지역별로 비엔날레라는 형식이 선호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너도 나도 과감하게 뛰어들어 장을 펼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괜한 의구심이 드는 것은 왜일까? 필자로서는 광주비엔날레가 지금의 조직을 갖추고 자리 잡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친 것을 감안하면 이를 다른 지역에서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거늘, 이상하게도 늘 같은 유형의 시행착오가 반복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충분한 준비기간을 필요로 하는 국제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일정 속에서 행사를 강행하는 일이나, 전문인력 확보와 행사의 조직적 운영이 전제되지 않는 가운데 인건비 축소와 업무의 과부하를 예삿일로 여기며, 예산 부족의 문제를 감독이나 큐레이터의 인맥으로 전시를 치루는 식의 관행, 지역작가 배제에 대한 지역의 불만과 지역 정체성 논의의 부담 등이 어디에서나 발생한다는 것이다.

부산비엔날레

물론 지역별로 비엔날레 예산 규모가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100억 규모로 진행한 광주와 달리, 여타의 비엔날레는 대체로 10억 안팎의 예산에서 시작하여 조금씩 예산을 늘려간 경우이다. 2000년에 시작한 부산비엔날레는 꾸준히 예산이 늘어 올 해는 37억원대(2010년 40억여원, 2008년 52억원)의 규모를 기록한다. 2002년 6억원대 예산으로 시작한 서울의 미디어아트비엔날레는 올 해 12억원대, 2006년 창설된 대구사진비엔날레는 16억원대(2010년 9억3천만여원), 2004년에 시작한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올해 4억원대(2010년 3억8천만원)로 행사를 치룬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출발하는 대전시립미술관의 ‘프로젝트 대전’은 8억원대, 창원조각비엔날레는 13억원대에 이른다.

사실 적은 예산으로도 비엔날레를 치루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 게다가 한국사회에서 비엔날레는 베니스 비엔날레의 후광이 서린 화려한 국제적 행사로 인식되는 만큼 예산 지원이 용이한 면이 없지 않기도 하다. 국고지원에서도 유리한 지점을 가질 수 있어 실제로 서울과 대전, 창원을 제외하면 모든 비엔날레가 국고지원을 받는다. 지자체로서도 국고지원을 받을 경우 지자체의 부담이 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행사 개최의 명분을 얻어낼 수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정작 비엔날레를 기획하고 실행할 내부 역량이나 국제적 교류의 노하우와 경험 등을 고려하고 준비하는 일을 살피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일단 비엔날레를 열어놓고 그 다음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식의 구도가 만연한 듯싶고, 행사를 하면서 개선하자는 ‘점진적’ 발전에 의미를 두는, 지극히 한국적인 현상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결국 비엔날레를 누가 만드는가를 생각해 볼 일이다. 비엔날레는 전시를 결과물로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행사의 기획과 실행력을 주도하는 사무국에 있다. 국고지원을 받는 비엔날레에 대한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평가 결과를 봐도 그 지점은 중요한 쟁점으로 제기된다. 기본적으로 평가는 전문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기획에서부터 실행체계, 홍보 및 마케팅, 조직 및 예산 운영에 이르기까지, 차라리 경영 컨설팅을 받는다고 해야 할 정도이다. 그래서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평가를 거치면서 비엔날레별로 조직의 개선이 조금씩 이루어진 것도 주목할 일이다. 실제로 평가가 좋으면 국고지원도 늘어난다. 하지만 언제까지 국고 지원이나 지자체의 지원이 늘어가기만 할까?

우리가 비엔날레를 통해 기대하는 바는 지역별로 비엔날레 연습게임을 하라는 것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국제 미술의 트렌드와 동향을 주도하거나 파악하고,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적 역량을 확인하면서도 프로모션의 기회로 활용하며, 국제 미술의 새로운 담론 형성에 기여하는 등의 성과가 엄연한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또 ‘지자체장은 비엔날레를 좋아해’라는 자조 섞인 말들이 나도는 것은, 곧 비엔날레만 하고 찬찬히 지역미술계의 기반과 경쟁력을 만들어가는 일에는 전혀 관심 없는 현실을 비꼬아 하는 말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관련 기사 보기
일반관람객과 전문가의 비엔날레에 대한 견해차(2009.5.6)
‘한국형’ 비엔날레는 어떻게 진화하고 있나 (2010.12.2)

박신의

필자소개
박신의는 프랑스 파리4대학(소르본느)에서 미술사학 석사 및 DEA를 마치고, 인하대학교에서 문화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부터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주임교수와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문화예술정책과 박물관미술관경영과 관련한 연구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서울시, 청주시, 부천시를 비롯한 지자체에서 정책자문활동과 함께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1기 위원, 인천문화재단 이사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중소기업중앙회 콘텐츠산업특별위원,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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