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예술경영, 지역을 사고思考하다”를 주제로 전방위적으로 예술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역’이라는 화두를 예술경영의 관점에서 점검해보았다. 불과 2년 사이지만 ‘지역’은 더 이상 중앙의 정책 ‘대상’이 아닌 ‘지역문화분권’의 프레임으로 균형감 있게 살펴봐야 할 ‘주체’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지역과 예술경영’을 주제로, 5대 광역시별로 지역별 문화인프라 및 네트워크 현황을 살펴보고, 지역 예술경영인들의 다양한 의견과 제안을 들어보는 ”예술경영, 지역을 사고思考하다 Ⅱ“를 마련한다. 이번호는 빛고을 광주다. 연재순서 광주 (‘12년 9월) - 대구 (‘12년 11월) - 대전 (‘13년 1월) - 부산 (‘13년 3월) - 인천 (‘13년 5월)

핫&이슈 ①좌담_광주와 비엔날레
일시 ㅣ 2012년 9월 21일(금) 오후 1시 참석자 ㅣ 박호재_광주문화재단 정책실장 조인호_광주비엔날레 정책연구실장 지형원_문화通(통) 대표 사  회 ㅣ박신의_본지 편집위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광주 비엔날레 약 20년의 길, 그 성과에 대해

박신의 1995년 창립된 광주비엔날레가 2014년이면 20년의 역사를 만들게 된다. 그동안의 성과를 먼저 이야기하면 좋겠다.

조인호 가장 큰 성과라면 비엔날레로 인해 광주 지역 전체에 활력이 불어넣어졌다는 점이다. 이전 미술계에서는 ‘남도미술’이라는 지역양식이나 인상주의적 화풍이 지배적인 형태였지만 현대미술의 개념적 성격이 수용되면서 내적 변화를 이룬 것도 주목할 만하다. 더불어 국제적 네트워킹을 이루고, 대외적 인지도 면에서도 확고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2014년도 제 10회 비엔날레를 계기로 재단 내부에서도 새로운 분기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결국 그 동안의 성과를 정리하고, 사회문화적 상황이나 여건의 변화를 감안하여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지형원 1990년대 초 ';세계화'; 이슈가 확산되던 상황에서 광주가 비엔날레를 그 창구의 하나로 본 것인데,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1995년에 십대였던 청소년들이 비엔날레를 경험하면서 그 감성이 바뀌게 된 것을 고려하면, 지역사회에서의 인식 변화는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초기에는 비엔날레라는 국제 행사를 치루면서 그에 걸맞는 인프라가 부족하여 애를 먹었지만 이 역시도 서서히 충족된 것 같다. 지역 문화 브랜드 형성이라는 점에서 비엔날레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박호재 초창기에는 너무 갑작스러운 준비로 안티-비엔날레가 열리는 등 시민사회와 갈등구조를 빚기도 했다. 애초에 비엔날레가 5월 항쟁에 대한 보상 차원의 의미도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비엔날레라는 현대미술 장르와 모순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5.18과 광주비엔날레의 연관성은 내적 요구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비엔날레 자체의 특성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없지 않아 시민들 사이에서 이제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광주비엔날레가 2014년을 기점으로 제 2의 발전을 모색한다는 데 동의한다.

박신의 창립 때 광주비엔날레는 162만 명이라는 경이로운 관람객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시 관람 환경이나 작품의 안전 문제 등이 논란거리였고, 또 관람객 수를 성공요소로 보는 성과지향주의의 빌미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점차로 목표 관람객 수는 하향 조정되지 않았는가.

담론 형성을 위해서는 비엔날레의 '상시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국제미술 행사답게 글로벌 미술 담론들이 펼쳐지도록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_박호재

조인호 첫 회는 의외의 상황이었고, 이후 적정관객을 40만선으로 보고 운영해 왔다. 올 해 목표 관람객 수는 유료 30만 명인데 관람환경과 고객만족도 등 서비스, 입장수익 비율 등을고려하여 설정된 것이다.

박신의 전반적으로 지역에서의 수용은 긍정적인 변화라 생각한다. 다만 지역적 맥락을 뛰어넘어 국제 현대미술계에서 새로운 담론을 만들고 주도해 가는 역할은 어떠한가.

조인호 감독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특성화된 전시기획과 더불어 담론을 형성하고 확장시켜가는데 있다. 일단 주제가 선정되면 준비 기간 중에 다양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또 정론지를 발간하기도 한다. 이런 활동이 비엔날레가 담당하는 시각문화현장에서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또 국제큐레이터 코스도 신진 기획자들을 양성하면서 그들 세대 간의 네트워킹을 만들며 전시기획력과 담론창출의 토대를 만들어 가는 장이 되고 있다.

박호재 담론 형성을 위해서는 비엔날레의 ';상시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국제미술 행사답게 글로벌 미술 담론들이 펼쳐지도록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주체가 누가 되든 세미나나 컨퍼런스 등의 논의 구조가 활발하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번에 광주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비엔날레 일정과 맞춰 진행하였는데, 이처럼 기관과의 네트워크도 적극 고려해 볼 수 있겠다. 그리고 비엔날레가 아시아라는 쟁점을 지속적으로 끌고 감으로써 담론을 발전시키는 것도 필요하겠다.

박신의 사실 광주 지역에서 큐레이터나 미술 이론가 등이 육성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었는데, 그 부분은 그다지 활성화되지 못한 것 같다.

조인호 공감한다. 하지만 광주에 미술 매체가 없고, 미술시장 역시 취약한 가운데 큐레이터나 평론가들이 활동할 터전과 기반이 전무하다고 해도 무방하다. 물론 대학에 기반을 둔 교수 급 전문가가 있지만 활동 자체가 지역보다는 서울에 기반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오히려 비엔날레 입장에서 인력 양성으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 도슨트 프로그램이다. 많을 때는 60명까지도 운영하는데, 대학의 정규 교육과정보다 더 실제적이라고들 한다. 이 프로그램을 거친 이들이 미술 문화관련 현장이나 갤러리 큐레이터 등으로 많이 진출해 있다.

지역축제로서 맥락도 중요하지만, 선행되어야 할 것은 비엔날레의 성격에 대한 이해와 전문적인 국제 창의예술행사라는 측면에서 요건들이 갖춰져야 한다고 본다._조인호


박호재 지역미술이 살아나기 위해 평론가나 큐레이터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도 당연하다. 꼭 비엔날레가 담당할 일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이론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의 지원사업도 강구해야 한다고 본다.

박신의 개인적으로도 광주비엔날레 도슨트들의 활동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작품 설명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지형원 현대미술 자체가 난해하고, 설명 없이는 의미를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도슨트들이 투입됨으로써 관람에 큰 도움이 된다. 또 시민 자원봉사 문화 형성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광주비엔날레의 지역적 효과라 할 수 있다.

비엔날레의 문화 서비스, 앞으로의 숙제

박신의 그만큼 광주 시민들의 성숙된 문화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비엔날레 초기에는 관람객 확보를 위해 부대행사가 너무 많아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었다.

조인호 실제로 초창기에는 본 전시보다 부대행사를 보러 오는 관람객이 더 많을 정도였다. 그러나 회를 거듭하면서 부대행사가 줄고 자연스럽게 전시회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런 변화 속에서 시민과 비엔날레가 밀착되는 방식을 전시를 통해 찾게 되었다고 하겠다. 2004년 참여관객을 비롯하여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고, 이번 경우에도 20여명의 작가들이 광주에 머물면서 시민들을 작품 제작 과정에 참여하게 하는 등 많은 프로그램이 있었다.

박신의 물론 비엔날레에 출품되는 작품의 속성상 소통을 하려는 노력은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의 접근이 다소 도구적으로, 혹은 절충주의적으로 진행된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조인호 시민에 대한 문화 서비스는 비엔날레의 존립과도 연결된다. 비엔날레는 상당부분 외부 지원에 의존해야 하니 어떤 식으로든 시민들과 밀착해야하는 숙제가 있다. 정부 보조금이 시를 통해서 들어오다 보니 지자체장의 의지나 지원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어떻게 보면 절충주의로 비쳐질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정치적이고 전략적인 부분과 연결되어 있지 않나 싶다.

박호재 그래도 광주 비엔날레는 비교적 독립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민들은 비엔날레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이해를 하고 있는데, 오히려 지역 정치권이 이를 과도하게 의식하는 것 같다. 어쩌면 시민 서비스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보다 서비스를 좀 세련되게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일테면 영국의 테이트 모던의 경우 주변 국공립학교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함으로써 지속적인 예술 체험을 유도하는 방식처럼 말이다.

비엔날레와 시민 서비스라는 관계는 지속적인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비엔날레라는 행사가 시민사회에 온전히 수용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_지형원

지형원 이전에 남도에서 진행했던 시민 큐레이터 프로그램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가서 보니 지역의 토양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부분에서는 시민 서비스가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비엔날레와 시민 서비스라는 관계는 지속적인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비엔날레라는 행사가 시민사회에 온전히 수용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광주 비엔날레의 속사정

박신의 오늘 이 좌담이 진행되는 사무국 공간이 정말 멋지다. 승효상선생이 설계하고 ‘제문헌’이란 이름도 지어주셨다 들었다. 이렇게 사무국을 갖기까지 조직상의 어려움도 많았으리라 짐작한다.

조인호 현재 광주 비엔날레 조직 시스템은 민관 협력 체제로서 여러 국내외 기관들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물론 초창기에는 민간 전문인력 체제가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공무원파견이 단기 파견까지 300여명이 되기도 했다. 이제는 5명까지 줄었지만. 재단 인력도 많을 때는 30명에서 16명까지 줄었다가 지금은 22명 선이다. 고정비용 지출을 줄이기 위해 상근직을 줄이고 사업에 따라 한시인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운영하는데, 이렇다 보니 필요한 시점에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일이 간단치 않은 일이 되고 있다. 물론 그동안 여러 차례 조직개편을 통해 기구와 결제라인을 줄이고 인력 재조정 등 운영방안을 모색해 왔다.

지형원 사실 사무국 건물로 인해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주변 환경이 훨씬 좋아졌고, 비엔날레의 위상도 더불어 높아졌다고 하겠다. 하지만 광주비엔날레라는 현대미술 분야 말고도 디자인비엔날레도 함께 진행해야 해서 사무국의 업무 비중은 매우 높다고 하겠다.

박신의 광주 비엔날레는 여타 지역의 비엔날레와 달리 백억 규모의 예산으로 진행되는 유일한 곳이다. 예산 확보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가?

조인호 매회 행사 예산은 80억에서 100억 사이에서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재원 조성은 늘 어려운 문제다. 일단 285억이라는 재단 기금이 있지만 금리가 낮아 이자수익이 크게 줄었고, 국내외 경제 불황으로 인해 후원이나 협찬도 쉽지 않다. 게다가 최근 정부 보조금도 변동요인 있어 재원확보가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비엔날레들이 많이 생기게 되면서 정부 보조금 지급에서 형평성 문제가 거론되고, 그런 와중에 올해 지원금이 삭감되어 내려왔다.

지역 축제에서 국고 보조금 문제는 좀 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 같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아닌 사회적 영향 평가와 같은 작업을 통해 가치를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_박신의

박신의 지역 축제에서 국고 보조금 문제는 좀 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 같다. 이를테면 직접적인 경제적 파급효과가 아닌 지역 사회 변화와 발전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영향 평가와 같은 작업을 통해 가치를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이제 정리하는 의미에서 광주 비엔날레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사업과 광주문화재단과의 상호 협력관계를 이야기해보자.

박호재 문화재단의 입장에서 보면 비엔날레의 성장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오히려 재단은 지역 내 예술인을 위한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을 두고 지원 사업을 함으로써 상호보완적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본다.

지형원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에서 중외공원은 시각미디어 문화권에 속하는 곳이다. 특히 최근 광주시가 가칭 중외예술공원으로 개선 발전시키는 방안을 연구 검토 중에 있어 비엔날레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과 연계한 다양한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박신의 마지막으로 비엔날레가 거의 지역별로 개최되는 상황인데, 이러한 현상에 대해 간단한 의견을 듣고 싶다.

조인호 전국적으로 비엔날레가 12개 정도인데, 외국에서 보면 이 작은 나라에 왜 이렇게 비엔날레가 많을까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예술을 시민사회와 함께 호흡할 수 있게 대중화하는 것도 좋지만, 지자체의 정치적 기대나 욕구와 맞물리면서 이벤트성으로 만들어지지 않나 싶다. 지역축제로서 맥락도 중요하지만, 선행되어야 할 것은 비엔날레의 성격에 대한 이해와 전문적인 국제 창의예술행사라는 측면에서 요건들이 갖춰져야 한다고 본다.

박신의 장시간 좋은 말씀, 감사드린다.

참석자 소개문화통 광주미술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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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의 필자소개
박신의는 프랑스 파리4대학(소르본느)에서 미술사학 석사 및 DEA를 마치고, 인하대학교에서 문화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부터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주임교수와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문화예술정책과 박물관미술관경영과 관련한 연구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서울시, 청주시, 부천시를 비롯한 지자체에서 정책자문활동과 함께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1기 위원, 인천문화재단 이사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중소기업중앙회 콘텐츠산업특별위원,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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