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기본소득의 개요 및 쟁점

최근 한국사회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 속에서, 근래 ‘예술인 기본소득’이라는 또 다른 화두가 제기되고 있다. 기본소득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술인 기본소득’이라는 화두는 여러 가지 쟁점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기본소득’이 ‘왜 특정 사회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가’라는 물음 혹은 ‘예술인과 비예술인을 구분하는 적합한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명쾌하게 답을 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기본소득의 개념은 학자의 관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 Basic Income Earth Network)에 따르면 “모든 사람에게 개인 단위로, 무조건적으로, 자산 심사나 노동 요구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현금”을 의미한다.1)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기본소득의 기본 요소들이 있다. 첫째, 보편성이다. 모든 사람에게 지급해야 한다. 둘째, 무조건성이다. 자산 심사나 노동 요구가 없어야 한다. 셋째, 개별성이다. 개인 단위로 지급되어야 한다. 넷째, 정기성이다. 정기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 다섯째, 현금성이다.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2)

그리고 이러한 기본소득의 기본 요소를 모두 충족시키는 무조건적 기본소득을 바로 시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보편성, 정기성, 현금성의 기본 요소는 약간의 변형을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모든 사회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성 대신 일정 대상(계층)으로 한정하는 범주보편성을 인정한다거나, 정기성 대신 비정기적 지급을 인정하는 비정기성, 그리고 상품권 등 준현금을 지급하는 준현금성 등의 인정이다. 그럼에도 변형이 인정되지 않는, 즉 예외가 인정되지 않는 두 가지 기본 요소가 있는데 바로 개별성과 무조건성이다.3) 결국 개별성과 무조건성을 충족한다면 그 외 다른 요소는 약간의 변형을 인정한 조건에서 변형된 기본소득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예술인 기본소득’이 제기한 첫 번째 쟁점이라 할 수 있는 ‘왜 특정 사회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기본소득의 보편성이 범주보편성으로 인정받은 변형된 기본소득이라는 점에서 해소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쟁점은 사회 내 여러 계층, 즉 범주 중에서 ‘왜 예술인인가’라는 물음이다. 범주형 기본소득 대상으로 언급되는 농민, 플랫폼 노동자, 장애인 등이 아니라, ‘예술인’이 먼저 기본소득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그 어떤 명분과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예술인 기본소득이 범주형 기본소득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왜 예술인인가’라는 첫 번째 쟁점의 근원적 답변을 찾기란 쉽지 않다.

다음으로, 두 번째 쟁점이라 할 수 있는 ‘예술인과 예술인이 아닌 사람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구분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답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기본소득이라는 명목하에 현금 혹은 준현금이 예술인이라는 범주에 속한 개인에게 지급된다는 점에서, 예술인은 명확하게 누구인지가 개개인별로 구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개개인별로 ‘예술인이다 아니다’를 구별하는 것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그러나 몇몇 나라들처럼 한국도 법으로 예술인을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예술인에 대한 규정은 나라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한국의 경우 「예술인 복지법」제2조 제2호에서 “예술 활동을 업으로 하여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데 공헌하는 사람으로서 문화예술 분야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창작, 실연, 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이런 법적 규정에 따라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인 활동증명을 근거로 예술인을 규정하고 예술활동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미 법으로 규정하고 있고, 특히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예술활동증명 완료자가 등록되어 있는데 예술인의 범주를 구별하는 것이 왜 어려운 일일까? 예술활동증명 완료자가 법적으로 규정된 예술인이며, 이들을 ‘예술인 기본소득’의 지급 대상자인 예술인으로 본다면 예술인을 구별하는 어려움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가볍지만 쉽지 않은 물음을 던져보고자 한다. 예술활동을 하고 있지만 예술활동증명을 하지 않은 예술인은 예술인이 아닌가? 예술활동을 증명하지 않았으니 그들의 활동은 예술활동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인가? 이 단순한 물음에 명쾌한 답을 할 수 있다면 예술인을 예술활동증명 완료자로 한정하고, ‘예술인 기본소득’의 지급대상자로 명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여러 의견을 야기하고 논의의 대상이 된다면 예술활동증명 완료자를 ‘예술인 기본소득’ 지급대상자로 명시하는 것은 다소 복잡한 일이 될 것이다.

예술인 기본소득 지급조건, 적정 기준액 산정기준 및 적합성

‘예술인 기본소득’ 지급과 관련하여 그 지급조건이나 적정 기준액 산정기준에 대한 객관적 판단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두 가지 쟁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지급조건이나 산정기준에 대한 논의는 너무 이른 감이 있지 않나 싶다. 따라서 예술인 기본소득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두 가지 쟁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 지급조건이나 산정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4)
먼저 첫 번째 쟁점인 ‘왜 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가’라는 물음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예술의 본질적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술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예술은 “개인적 차원에서 창의성과 감수성을 증대하고 논리적 사유를 확장하며,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통한 인지능력과 공감능력을 향상하는 동시에 사회적 차원에서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고, 공동체의 문제에 접근하며,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것을 의미한다. 예술활동은 특정 개인의 만족을 위한 소극적 활동을 넘어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사회와 사회의 공감능력을 향상시키는 적극적이며 공적인 주요한 활동이라 할 수 있다.”5)

결국, 예술인 기본소득을 주장하며 ‘왜 예술인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으려면 우선 예술인 기본소득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개인 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복지정책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개인 예술가를 위한 복지 차원의 지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예술인 기본소득은 예술활동을 보장함으로써 개인과 사회의 공감능력과 창의성을 높이고 미래사회를 적극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다음 두 번째 쟁점인 ‘예술활동증명 완료자를 예술인으로 한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예술인 기본소득이 개인 예술인의 복지차원의 지원이 아니라 예술활동을 보장함으로써 개인적·사회적 공감능력 향상에 따른 창의적 미래사회 위한 준비라는 점에서 예술활동을 하는 예술인이라면 누구나 예술인 기본소득의 지급대상이 되어야 한다. 결국 예술인의 개념을 예술활동증명 완료자에서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활동증명보다는 최소한의 예술활동 확인이라는 다소 느슨한 범주 설정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예술인 기본소득은 개인 예술가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예술활동을 보장하는 국민 기본소득’이라는 의미를 담아야 한다는 점과 예술인의 범위가 등록예술인에서 생활예술인 나아가 국민 전체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 명칭이 적합한가를 검토해야 한다. 기본소득의 궁극적 지향점을 고려한다면, 예술인 기본소득이라는 명칭보다는 예술활동 기본소득 혹은 문화예술 기본소득 등 다양한 시각에서 보다 적합한 명칭6)에 대한 검토도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쟁점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9년 예술인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부천과 안산의 경우를 살펴보면, 먼저 부천에서는 예총, 민예총, 시의회 의원, 청년 작가 등이 참여한 ‘부천 예술인 기본소득 토론회’가 있었다. 안산에서도 예총, 민예총, 예술단체 등 20개 단체와 개인 150여명으로 구성된 ‘안산 예술인 기본소득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었으며, ‘안산시 예술인 기본소득 토론회’가 있었다. 부천과 안산의 추진위원회는 토론회를 통하여 예술인 자격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등록 예술인으로 한정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예술인의 자격 기준과 심사에 의한 선별이라는 조건이 전제되기에 ‘기본소득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가?’라는 쟁점을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다.

부천과 안산보다 먼저 ‘예술인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곳은 경상남도이다. 경상남도는 2011년 12월 15일 ‘예술인 복지조례 제정’을 위한 경남도의회 공청회에서 예술인 기본소득이 논의7)되었으며, 현재 ‘경남형 예술인 기본소득’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충청남도의 경우, ‘충남 문화비전 2030’에 ‘충남형 예술인 기본소득제 도입’을 제안8)하고 있다. 경남과 충남에서 예술인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와 도입에 대한 관심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혹여나 예술인의 경제사정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며 예술인 기본소득을 주장한다면 한국사회의 경제 사각지대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예술인 기본소득은 예술인에게 어떤 기준으로 얼마를 지급할 것인가의 문제이기 이전에, 예술인의 예술활동을 통한 인간의 기본적 삶의 가치를 확인하고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기본소득이어야 할 것이다.

1) 유영성,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 『모두의 경제적 자유를 위한 기본소득』, 다할미디어, p.41, 2020.  2) 유영성 외(2018), “제대로 된 기본소득, 경기도의 새로운 도전”, 『이슈&진단』, 경기연구원 3) 김성하, “예술인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모색”, 『기본소득』, 다할미디어, p. 552, 2020.  4) 이와관련하여, “예술인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모색”에서 제시하고 있는 재원조달에 관한 글을 참조하기 바람. 『기본소득』, 다할미디어, pp.569-572.  5) 김성하, “예술인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모색”, 『기본소득』, 다할미디어, p. 556.  6) 김성하, “예술인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모색”, 『기본소득』, 다할미디어, p. 576.  7) 도민일보, ‘경남형 예술인 기본소득’ 칼럼 (2021.3.5.) 8) 충남방송, ‘충남도 문화예술인 인권 실태조사’ 뉴스 (2021.4.23.)

  • 김성하
  • 필자소개

    김성하는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으로 문화 민주주의, 문화 자치, 문화다양성 등 문화 정책 연구를 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홍익대학교 조소과, 파리8대학 예술조형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파리7대학에 이어 프랑스 Picardie Jules Verne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공저)』, 주요 논문으로 「‘작품 안에 있는 관객’에 대한 철학적 사유」, 「조르쥬 바따이유와 현대미술의 애증관계」, 「다니엘 뷔랭의 ‘재현에 대한 물음’에 관한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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