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역문화재단인가

코로나19 위기를 경험하면서 지역문화재단이 왜 설립되었고 그 위상과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지역문화재단의 존재와 역할을 묻는 성찰적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것은 그동안 지역문화재단에 대한 접근이 지역문화재단의 본질적, 가치적 측면 보다 규모의 팽창, 사업의 팽창에 초점을 두어왔기 때문이라는 비판적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지역문화재단의 자율성과 독립성, 전문성, 사회적 공공 책임성, 행정문화의 경직성, 사업 집행 편향성 이슈들 또한 성찰적 질문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지역문화재단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설립되기 시작하여 2020년 12월 현재 117개에 이를 정도로 그 규모가 확대되었으며, 지역문화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영향력 또한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광역문화재단은 전국의 17개 모든 광역 시·도에 설립, 운영되고 있으며, 기초문화재단은 2020년 12월 현재 전체 기초자치단체의 43.86%에 설립되어 있다. 지역문화재단은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설립된 민간 비영리 법인으로 지역문화진흥 기능을 담당하는 공공문화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지역문화진흥법」, 「민법」, 「지방자치단체 출자 · 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익법인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지역문화재단 조례 등이 지역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2014년에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은 지역문화재단을 ‘지역문화진흥에 관한 중요 시책을 심의, 지원하고, 지역문화진흥 사업을 수행하는 법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역문화진흥 정책의 범주는 전통문화, 문화예술, 시민문화, 문화예술교육, 문화도시, 문화관광, 지역재생 등 광범위하다. 이제 지역문화재단은 광역단위는 물론 기초단위에서도 지역문화정책 거버넌스 체계의 중요한 행위자로 부상하고 있다. 

광역문화재단의 설립 및 사업 관련한 법률
출처: 한국지역문화정책연구소,「지역문화재단 통계 및 지표체계 개발 연구」, 2020년, 30쪽.

지방자치단체는 왜 지역문화재단을 경쟁하듯 설립하고 있는가? 지역문화재단 운영 철학과 원칙은 무엇인가? 이러한 지역문화재단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문화예술의 특성과 정책 효과성 측면으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첫째, 문화예술의 특성 측면은 문화예술의 자율성, 독립성,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문화재단을 설립, 운영하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영국의 Arts Council Model이나 미국의 Nonprofit Model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모델은 기본적으로 예술계의 자율성과 전문성에 바탕을 두고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강조하여 왔다. 그러나 지난 25년 동안 지역문화재단의 자율성, 독립성, 경직성 이슈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문화재단의 설립 및 운영 과정에서 문화예술의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고 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둘째, 정책 효과성 측면은 지역문화재단의 전문성, 유연성, 소통과 협력 네트워크 역량을 지역문화재단 정당성의 근거로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지역문화재단의 전문성은 주로 정책 사업의 전달 및 집행 차원에 치중되어 있으며, 지역 특성 기반의 적실성 높은 정책을 연구, 개발하는 차원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역문화정책의 데이터 및 지식 기반도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지역문화재단에 종사하는 전문인력들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지역의 문화행정 여건 또한 미흡한 실정이다. 지역문화재단의 유연성과 관련하여, 지역문화재단은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다양한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이점을 갖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문화재단의 관료제화’, ‘지방문화행정의 팽창 수단’, ‘국가 사업을 확보하기 위한 도구’ 등의 비판을 받고 있다. 그리고 지역문화재단은 성과공유 워크숍, 정책세미나, 학술행사 등을 통해 ‘소통과 협력 네트워크’ 활동을 수행하고 있지만, 사업 관리 차원에 한정되어 있으며 지역문화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역문화재단은 정책 효과성 측면에서도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미래 지역문화재단의 역할 모델

① 지역문화정책 거버넌스에서의 위상 정립

지역문화재단은 지역문화의 최일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공 문화정책 기관이다. 지역문화 현장에는 예술인과 지역주민이 있고, 해결해야 할 지역사회 문제가 있다. 지역문화재단은 이러한 지역문화 현장과 문화정책을 연결하는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지역문화재단은 지역문화 현장과 소통하고 협력관계를 형성하며, 지역 특성에 적합한 적실성 높은 문화정책을 개발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역문화재단이 중앙정부의 문화정책을 추진할 경우에는 정책 과정에서 지역문화 현장의 특성과 이슈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문화재단은 미래 정책 환경 분석, 예술인과 지역주민과의 소통, 데이터 체계 구축, 정책개발, 정책평가 등 자체 정책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정책 역량을 갖출 때 지역문화재단은 미래 문화분권, 문화자치 시대의 문화정책 주체로서 그 위상을 한층 더 높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문화재단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행기관, 하청기관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중앙정부와 지역문화재단의 거버넌스 구조는 세분화된 개별 사업의 전달 구조에서 총괄 사업 구조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개별 품목별 사업 기반의 거버넌스 체계는 지역문화재단의 자율성, 현장 적실성, 정책의 총체성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이미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지만, 문화분권을 주창하는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중앙정부와 지역문화재단의 관계는 사업 관리 수준에서 정책 협의와 조정 수준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역문화재단과 지방자치단체의 관계 또한 총액예산 지원보다는 개별 위탁사업 지원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업 위탁형 지원체계는 지역문화재단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 앞으로 지역문화재단은 자율성과 독립성, 공공 책임성을 갖춘 전문 문화정책기관으로 그 위상과 역할을 정립해나가야 한다.

한편 앞으로 광역문화재단과 기초문화재단의 거버넌스 체계를 어떻게 구성해가야 할 것인가의 문제 또한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광역문화재단은 모든 광역 시·도에 설립, 운영되고 있고, 지역문화정책의 거점으로 그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기초문화재단의 경우에는 시설 관리, 위탁사업 관리, 문화행사 추진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국가 및 광역단위의 공모사업에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광역문화재단은 기초문화재단과 정책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기초문화재단의 정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② 지역문화 생태계의 소통자·연결자·조정자

지역문화 생태계에서 지역문화재단이 차지하는 위상은 높아지고 있지만, 지역문화재단은 여전히 지원자, 사업 관리자 역할에 한정되어 있으며, 소통자, 연결자, 조정자로서의 역할은 미흡한 실정이다. 지원사업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일은 지역문화재단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역문화재단의 역할은 지원사업에 한정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지역문화재단은 지역문화 생태계를 회복하고,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역문화재단은 지역문화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주체들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과 공감을 바탕으로 지역문화정책을 함께 구성해가는 정책네트워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지역문화재단은 지역주민, 예술인, 문화예술단체 등을 정책 수혜자가 아니라 정책 주체자, 정책 파트너라는 관점으로 새롭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역문화재단은 또한 지역의 문화예술 인력과 자원들의 연결과 협업 플랫폼을 구축하는 역할 모델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문화재단은 예술가와 예술가의 연결, 예술가와 지역사회 전문가의 연결, 예술가와 디지털 플랫폼의 연결, 문화예술 인력과 비문화예술 인력의 연결 등을 통한 창조적 혁신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③ 지역 문화예술의 가치 옹호자·혁신자

지역문화재단은 문화예술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확보하여 지역문화정책의 합의와 협력 기반을 넓혀 나가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지역문화정책은 예술계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지지와 협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왜 예술인들에게 창작 지원을 넘어 복지 및 삶의 환경에 대해 지원해야 하는가? 왜 예술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공정 예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는가? 왜 도시계획이나 지역재생을 문화적 관점에서 수행해야 하는가? 초고령 사회와 저출생 사회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왜 중요한가? 왜 현대사회에서 예술 치유 활동이 확대되어야 하는가? 왜 4차산업혁명 시대에 예술과 기술 및 플랫폼 생태계의 관계를 설정해야 하는가? 코로나19와 같은 긴급 위기 상황에서 사용할 재난 문화예술기금을 왜 조성해야 하는가? 기후변화와 문화예술이 왜 연결되어야 하는가? 지속 가능한 발전과 문화예술이 왜 연결되어야 하는가? 지역문화재단이 문화정책을 지역사회 맥락에서 총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답해야 하며, 문화예술의 특성과 가치에 대해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공감을 확보해야 한다.

미래 지역문화재단의 환경
출처: 한국지역문화정책연구소,「지역문화재단 통계 및 지표체계 개발 연구」, 2020년, 16쪽.

이러한 맥락에서 앞으로 지역문화재단은 지역문화예술의 가치 옹호자와 지역 문화예술의 가치 창조를 위한 혁신자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지역문화재단의 문화예술 가치 옹호 활동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역문화재단이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낮은 편이다. 지역사회에서 문화예술의 가치에 관한 논의는 주로 예술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에 치중해 왔으며, 사회적 가치에 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앞으로 지역문화재단은 문화예술의 가치를 예술적 측면, 사회적 측면, 경제적 측면을 모두 아우르는 총체적인 가치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 임학순
  • 필자소개

    임학순은 가톨릭대학교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교수와 공연예술문화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으며, 지역문화협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창의적 문화사회와 문화정책』, 『문화예술교육사업과 파트너십』이 있다. 이메일

정보라이선스-정보공유라이선스2.0

facebook twitter

댓글 1

확인
Top
  • 인스타그램
  •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