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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브랜드의 만남, 함께 길을 모색하다
리뷰_예술경영아카데미 <예술 머천다이징(MD)기획·개발> 과정대부분의 공연장과 뮤지엄에는 각종 예술상품을 판매하는 아트샵이 존재한다. 공연과 전시의 감동을 소장하기 원하는 관객이 증가하고 있고, 이런 세분화된 취향 공동체는 예술상품 소비주체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상품개발을 통해 예술의 수익모델 창출이 가능하고 예술을 응용한 부가가치 시장이 확대될 수 있어 예술상품의 밝은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지난 7월 5일(화)부터 8월 9일(화)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홍익대 대학로캠퍼스에서 예술분야 기획·유통 활성화를 위한 아카데미를 진행했다.
‘예술 머천다이징(MD) 기획·개발’ 아카데미 프로그램은 황동열 중앙대학교 예술경영학과 교수, 도종현 국립현대미술관진흥재단 상품기획팀장, 박진기 서울지식재산센터 변리사가 강사로 참여해 ‘예술 부가가치 시장의 이해’, ‘문화상품개발 프로세스의 이해’와 ‘아이디어와 지식재산권’ 등 다양한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또한 양혜영 CJ E&M 공연마케팅 부장과 정지숙 IADG(국제아트디렉터그룹) 감독은 뮤지컬과 스포츠산업에서의 예술상품 개발에 대한 사례를 이야기했고, 필자는 예술과 패션브랜드 간 협업사례를 짚어봤다. 예술 머천다이징 기획·개발 아카데미에서는 강의뿐만 아니라 3D 프린터를 통해 시제품을 제작해보고, 상품개발 기획안 발표 및 전문가 멘토링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그중 필자가 강의한 예술과 패션 협업 프로젝트 진행과정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고자 한다.
주차 | 강의내용 |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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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7/5) |
[워크숍] 오리엔테이션 (1H) | 예술경영지원센터 |
[강의] 예술 부가가치 시장과 문화상품의 이해 (2H) - 미학분야 빅테이터 분석을 통한 예술시장 트렌드 |
황동열 [중앙대학교 예술경영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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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7/12) |
[강의] 문화상품개발 프로세스의 이해 (3H) - 상품기획안 작성 실무 |
도종현 [국립현대미술관진흥재단 상품기획팀장] |
3 (7/19) |
[강의] 아이디어와 지식재산권 (1.5H) - 라이센싱 상품화 전략의 이해 |
박진기 [서울지식재산센터 변리사] |
[사례발표] 공연 상품개발의 영역확장 “킹키부츠” (1.5H) - 스토리텔링을 통한 상품개발사례 |
양혜영 [CJ E&M 공연마케팅 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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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7/26) |
[현장실습] 3D프린트를 활용한 시제품 제작 실습 (3H) - 3D 모델링 툴 소개 및 인터페이스 적용 |
현장실습 [메이커스빌] |
5 (8/2) |
[사례발표] 기업-예술 협업을 통한 상품개발 | |
- 스포츠 + 예술 콜라보레이션 사례발표(1.5H) | 정지숙 [IADG(국제아트디렉터그룹)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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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 + 예술 콜라보레이션 사례발표(1.5H) | 송남은 [아츠앤코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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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8/9) |
[워크숍] 상품개발 기획안 발표 및 멘토링 (3H) - 상품개발 기획안 개별 발표 및 전문가 멘토링 |
도종현 [국립현대미술관진흥재단 상품기획팀장], 양혜영 [CJ E&M 공연마케팅 부장] |
최근 몇 년간 서울에서는 패션 브랜드들의 예술적인 아카이브를 엿볼 수 있는 전시가 꾸준히 열렸다. 이제는 매장이 아니라 뮤지엄에서도 패션 브랜드를 만날 수 있고, 심지어 패션 브랜드가 개관한 미술관에서 현대 예술을 만나기도 한다. 패션 브랜드들은 다양한 문화, 예술 후원 활동, 전시, 아카이브, 광고 등을 통해 자사의 제품을 인지하고 구매하며 경험하는 모든 과정 곳곳에 예술적 요소를 포진함으로써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 같다.
각 분야 최고의 건축가나 디자이너가 지어 올린 브랜드의 공간은 그것이 미술관이든 플래그쉽 스토어이든 그 자체로 예술적인 지위를 획득하기도 하며,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기도 한다. 세계적인 건축가 렘 콜하스(Rem Koolhaas)가 지휘한 '폰다지오네 프라다(Fondazione Prada)', 프랑크 게리(Frank Gehry) 건축의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Fondation Louis Vuitton)'의 개관은 예술과 한 몸이 되는 것, 혹은 예술 그 자체가 되기를 추구하는 브랜드의 예술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브랜드 공간에서 열리는 예술 전시나 매장에서 만나는 예술 작품을 통해서 예술과 상품, 혹은 예술과 브랜드의 경계가 흐려지는 전이가 생기는데, 이는 창조성과 혁신이라는 DNA를 공유한 예술과 패션 간의 협업에서 활발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최근의 이러한 경향은 예술과 패션이 수 세기 동안 긴밀한 관계를 맺어오면서 진화해 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예술과 패션의 협업으로 만들어지는 여러 결과물은 그 자체로 작품의 가치를 지니기도 하고, 상품으로써 대중에게 소비될 수도 있다. 경험(experience)에 기반을 둔 시공간적 서비스, 즉 무형적 상품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새로운 문화적 현상이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기도 한다. 예술 이미지를 제품에 차용하여 한정판 상품을 만들거나, 브랜드 홍보를 위해 문화예술 이벤트를 기획하는 초기 아트 마케팅적 접근이나 일반적인 메세나 후원 활동의 범주를 넘어,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협업과 상생이 두 영역 간에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예술과 패션(브랜드)의 협업 과정은 새로운 태도와 접근을 요구하고, 그 결과물은 작품과 상품, 무형적 서비스, 문화 현상과 트렌드를 아우르는 총체적인 경험으로서 대중에게 최종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 아츠앤코(arts & co.)와 코오롱 Fnc패션브랜드 '커스텀멜로우'가 3년간 전개한 협업 프로젝트 사례를 바탕으로 이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나누고자 한다.
<Circus: Watch My Show>(2012)는 '서커스'를 테마로 무용, 영화, 음악, 패션 분야 4인의 젊은 아티스트가 협업하여 완성한 프로젝트이다. '레트로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를 표방하는 커스텀멜로우는 매 시즌 과거로부터 흥미로운 테마를 발굴하고 이를 바탕으로 패션 디자인의 동시대성을 발견하고 소개해왔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서커스단 <Ring Ring Brothers>의 작업복에서 영감을 받은 브랜드의 2012 S/S 시즌 콘셉트를 참고하면서, 아츠앤코는 '서커스'라는 테마를 예술의 소재로 재해석하기 위한 다양한 리서치와 기획의 과정을 거쳤다.
찰리 채플린, 샤갈, 사진작가 사라 문의 <서커스> 작품들에서 영감을 받아 '서커스'의 초기 이미지와 감성을 발굴했고, 이를 바탕으로 아티스트를 선정하고 표현 매체를 선택했다. '서커스'라는 스토리텔링적 장치는 패션과 무용, 음악, 영화를 연결하는 하나의 고리이자, 6개월 동안 여러 형식으로 소개된 결과물들을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준 핵심축이고, 브랜드와 예술이 상호 소통하는 근거로서 그 이야기적 힘을 발휘했다. <시간여행자>(2013), <빅애플 70>(2014)로 이어지는 후속 테마들도 브랜드의 시즌 디자인 방향성을 상징하면서, 다양한 장르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관통하는 하나의 큰 맥락을 형성해주었다. 패션 브랜드의 정신을 예술에 반영하고, 시즌 디자인 테마를 예술 콘텐츠의 소재로 환원하는 과정은 기획자에게 상당한 균형 감각과 해석력, 창의력을 요구한다. 기업의 재원을 운용하면서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니즈를 파악함과 동시에 아티스트들의 창작적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의미를 도출해내는 것 사이에서 지속적인 협의와 소통, 발견의 시간이 필요하다.
<Circus: Watch My Show> 프로젝트는 온라인 채널을 통한 아티스트 4인의 창작과정 기록과 인터뷰 영상 공개를 필두로, 커스텀멜로우 H store에서의 아티스트 토크와 쇼케이스, 영화 제작과 스크리닝, 다큐멘터리 사진 전시, LIG 아트홀에서의 라이브 공연, 아트북 발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초청 상연까지 촘촘하고 밀도 있는 6개월의 여정을 거쳤다. 이러한 과정에서 유·무형적인 이득을 창출했다고 할 수 있고, OSMU(One Source Multi Use)의 신선한 사례로써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아츠앤코'와 '커스텀멜로우'의 협업은 서커스 프로젝트의 성과에 힘입어 이후 2년간 지속되었다. 6개월의 긴 호흡으로 창작 과정에서부터 유통의 전 단계를 차근히 전개했던 서커스 프로젝트와 차별화된 새로운 포맷, <One Day Arts Festival>을 후속으로 기획했다. '하루'라는 밀도 있는 시간과 하나의 집중된 장소에서 다양한 예술 장르와 패션, 서브 컬쳐의 경계 없는 만남과 어우러짐이 시도되었다. 아티스트와 대중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시하고 축제 콘텐츠로서 새로운 전형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시간여행자: One Day Arts Festival Vol. 1>(2013) 는 성수동 대림창고에서 개최되었다. 실내 외의 낡은 벽, 철문, 오래된 간판 등 40여 년 세월이 묻어나는 독특한 분위기의 공간은 시간여행이라는 테마를 더욱 살아 숨 쉬게 하는 배경이 되어 주었다. <빅애플 70: One Day Arts Festival Vol. 2>(2014)는 문화, 예술의 역사에 중요한 토대가 된 70년대 뉴욕의 크리에이티브 세계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현했고, 축제가 열린 '플래툰 쿤스트할레'는 70년대 뉴욕 다운타운처럼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티브 종사자들이 모이는 사교클럽이자 갤러리, 공연장, 시네마 등으로 재구성되었다.
<One Day Arts Festival>은 축제 장소 선정부터 아티스트 라인업, 그리고 공간 연출과 프로그램 운영 전반에 걸쳐 여러 가지 도전과 제약이 있었지만, '하루'의 시간을 밀도 있게 설계하는 큐레이팅의 묘미를 경험하게 해 준 프로젝트이다. 테마를 살아 숨 쉬게 하는 베뉴(venue) 발굴, 테마를 반영하는 공간의 연출적 해석, 다양한 장르의 충돌과 공존을 위한 효과적인 배치, 전개 상의 유려함을 고려한 프로그램 순서 배열과 운영 등 수많은 기획적인 판단과 결정이 요구되는 작업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관객의 경험이다. 단일 예술 작품 하나에서부터 축제 전체 공간에서 일어나는 총체적인 콘텐츠까지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흐르면서도 다채로운 감각적 유희와 감상을 이끌어내고자 노력했다. <One Day Arts Festival>은 동시대 젊은이들에게 선사하는 문화, 예술적 제안이자 하나의 축제 상품으로도 볼 수 있다. 축제는 비록 하루였지만, 그 하루를 강렬하게 만드는 사전 작업들도 축제의 완성도에 많은 기여를 했다. 티저 영상부터 각종 미디어 콘텐츠기획, 포스터 디자인 콜렉션 제작, 잡지와 온라인 채널, SNS 등을 통한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등 3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축제의 콘텐츠를 축적해갔고, 축제 당일 현장에서 모든 요소들이 결합하여 총체적인 힘을 발휘했다. 최소 6개월에서 1년을 앞서 시즌을 계획하는 패션 브랜드의 시간표에 함께 호흡을 맞춰가면서 협업의 시너지를 창출해내는 과정이었다. 무엇보다도, 사전에 제작된 티저 영상 등의 홍보 콘텐츠들도 예술적인 완성도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물이었고, 축제가 종료된 지금까지 단독 콘텐츠로서 온라인을 통해 지속해서 소개되고 있다.
오늘날에는 예술과 패션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전문화되고 세분화되었을 뿐 창조와 혁신을 추구한다는 것은 예술이나 패션이나 동일하다. 기성의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는다면, 예술과 패션 브랜드의 협업 과정에 새로운 체질과 태도가 형성될 것이다. 아츠앤코는 지난 3년간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예술 그 자체로서의 완성도와 실험성을 보장하면서 대중과의 거리를 적절히 재창조하는 결과를 확인했다. 브랜드의 입장에서 당장은 실질적인 소비를 창출해내지 않더라도 예술 프로젝트로 승화된 브랜드의 정신과 이미지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깊이 인식되는 효과를 가져오고, 예술 컴퍼니의 입장에서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리소스와 채널, 자본을 통해 예술을 대중에게 확산하고 소개할 통로를 개척함과 동시에 브랜드 제품의 소비자가 예술 관객으로 치환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대중과의 소통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예술과 브랜드의 협업은 여러 측면에서 윈-윈 전략이라 여겨지고, 두 영역의 조합 이면에 있을 어떤 가능성과 가치를 발견하고 통찰하는 기획자의 역할이 중요한 시대이다.
송남은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했고 '댄스시어터 온'과 영국 라반(LABAN) 'Transitions Dance Company'에서 무용수로 활동, 영국 Brunel University에서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ᅠ 2010년부터 아츠앤코(ARTS & CO.)의 대표 기획자로서 무용 창작자들을 위한 국제안무워크숍, 퍼포먼스 시리즈, 기업 브랜드와의 협업 프로젝트 외 현대 문화예술 간의 교류를 지향하는 다수의 융·복합 프로젝트들을 전개해왔다. 일상 공간에서 느끼는 예술적 경험을 마련하기 위해 2016년 봄, 서울 통의동에 <아츠앤코 하우스>를 개관했다.ᅠ현재는 예술과 라이프스타일, 도시문화, 글로벌 플랫폼 교류 등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획의 방향을 모색하고 이를 비즈니스와 연계하는 일들을 추진 중이다. 홈페이지